[글로벌24 이슈] 심각한 군대 내 폭력…지구촌 대책은?

입력 2014.08.18 (18:10) 수정 2014.08.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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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녹취> 한민구(국방장관) : "지난 4일, 육군 제 28사단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로 윤 모 일병이 유명을 달리한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심려를 끼쳐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잇따르는 군대 내 폭력 사건...

국민들에게 충격과 걱정을 주고 있는데요...

군 문화와 군 사법제도는 물론이고 징병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군의 폐쇄성 때문일까요.

지구촌 곳곳에서도 근절되지 않는 군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외국에선 어떤 대책들을 내놓고 있을까요.

국제부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수현 기자.

<질문>
우리나라의 윤 일병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타이완에서도 있었다면서요?

<답변>
네, 이른바 ‘훙중추 하사’사건인데요.

훙 하사가 지난해 군기교육대에서 폭력으로 숨지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총통의 퇴진까지 요구했습니다.

훙 하사는 지난해 7월,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의 군대 내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군기교육대로 이첩됐는데요.

이곳에서 신체 훈련 중 숨졌습니다.

전역을 불과 3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군은 처음엔, 무더운 날씨에 훈련을 받다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사인을 밝혔는데요.

가족들의 재확인 요구 끝에 드러난 사실은 타이완 사회를 격분시켰습니다.

가혹한 신체훈련 외에도 물리적 폭력이 가해졌음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군 내 가혹행위와 군의 사건 축소 은폐 기도에 크게 분노했습니다.

<녹취> 후 수젠(피해자 어머니) : "한 달동안 너무 슬퍼서 울기만 했습니다. 고통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훙 하사의 장례식을 하루 앞두고는 25만 명의 시민들이 타이베이 광장에 모여 마잉주 총통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마 잉주(대만 총통) :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질문>
대만 뿐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군대 내 가혹행위가 사회문제로 부각됐었죠?

<답변>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군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가 세계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국가인데요.

지난 2006년, 군대에서 신병들을 상대로 선임들이 벌이는 이른바 ‘신병 신고식’이 큰 문제가 됐습니다.

현재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안드레이 시체프.

시체프 씨는 8년 전 탱크병을 양성하는 군사 학교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습니다.

술취한 고참들에 의해 무릎을 절반만 굽힌 채 쭈그려 자세로 3시간 동안 서 있는 얼차려를 받았고, 도중에 수차례 폭행도 당했는데요.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두 다리를 잘라야만 했습니다.

부대 관계자들은, 군 수뇌부와 검찰 등이 인지하기 전까지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사실도 드러나 러시아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녹취> 안드레이 시체프 : "심경에 변화가 있는지를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살아서) 여기 있다는 거죠. 당시의 행위는 훈련이 아니었습니다."

<질문>
이렇게 심각한 군대 내 폭력..

각국은 어떤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까?

<답변>
무엇보다 병사들의 기본권,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 장치 마련에 애를 쓰고 있는데요.

먼저, 그나마 가장 선진적인 병영문화를 갖췄다고 자평하는 미군을 좀 볼까요?

2011년 4월, 해리 루 상병은 초병근무 중 잠을 잤다는 이유로 세 명의 해병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뒤 목숨을 끊었습니다.

같은 해 10월엔 아시아계라는 놀림을 받고 집단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데니 첸 이병이 자살하는 사건이 잇달았는데요.

이후 미 하원이 군내 가혹행위 근절 대책을 입법했습니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 폭력 심리적 폭력, 그리고 제3자에게 가혹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도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피해자나 목격자가 익명으로 즉각 신고할 수 있도록 전화 서비스를 마련했고, 회계감사원에게 각 군과 사관학교, 훈련기관 등에서 발생한 집단 가혹행위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는 '국방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고 없이 군부대와 각종 관청 시설을 방문할 수 있고 군 기관에 대한 정보 열람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은 연방의회에 ‘국방감독관’을 두고 있는데요.

부대에서 일반 군인을 면담할 수 있고 병사와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비밀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훙 하사 사건을 겪은 타이완은 군인 범죄도 민간 법원의 재판을 받도록 하는 군사심판법 개정안을 발효했구요.

군 형무소 시설도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질문>
군대 내 가혹행위와 자살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징병제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죠?

<답변>
네, 직업군인 중심의 '모병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병력 수 감소와 막대한 예산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은 잘 알려진대로 모병제이죠.

유럽 국가들도 냉전이 끝난 90년대 이후, 대부분 모병제로 전면 전환했는데요.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이 잇따라 징병제를 폐지했습니다.

이웃 일본도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구요.

타이완의 경우는 2011년부터 부분적으로 모병제를 도입해 시범 실시를 하고 있고, 러시아도 징병제와 계약 모병제를 함께 운용합니다.

두 나라는 오는 2017년까지 모병제로 전면 전환할 계획입니다.

모병제 찬성자들은 징병제가 부대 부적응자를 양산하고 군대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현대전은 첨단·기술 중심의 전투가 승패를 좌우하는만큼, 모병제로 정예병만을 육성해도 군사력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녹취>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우리가 얘기하는 관심 사병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미리 다 걸러질 수가 있는 것이고, 우리에게 여건이 허락된다면 모병제로 가는 것이 궁극적인 방향일 것입니다."

반면 모병제를 위해선 막대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고, 병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반대 의견도 많습니다.

우리 군이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 지침'이란 방안을 내놓은 게 벌써 1987년, 27년 전 일입니다.

2009년엔 자살예방종합시스템도 구축했는데요.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의 대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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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심각한 군대 내 폭력…지구촌 대책은?
    • 입력 2014-08-18 18:12:51
    • 수정2014-08-18 19:14:44
    글로벌24
<앵커 멘트>

<녹취> 한민구(국방장관) : "지난 4일, 육군 제 28사단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로 윤 모 일병이 유명을 달리한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심려를 끼쳐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잇따르는 군대 내 폭력 사건...

국민들에게 충격과 걱정을 주고 있는데요...

군 문화와 군 사법제도는 물론이고 징병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군의 폐쇄성 때문일까요.

지구촌 곳곳에서도 근절되지 않는 군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외국에선 어떤 대책들을 내놓고 있을까요.

국제부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수현 기자.

<질문>
우리나라의 윤 일병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타이완에서도 있었다면서요?

<답변>
네, 이른바 ‘훙중추 하사’사건인데요.

훙 하사가 지난해 군기교육대에서 폭력으로 숨지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총통의 퇴진까지 요구했습니다.

훙 하사는 지난해 7월,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의 군대 내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군기교육대로 이첩됐는데요.

이곳에서 신체 훈련 중 숨졌습니다.

전역을 불과 3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군은 처음엔, 무더운 날씨에 훈련을 받다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사인을 밝혔는데요.

가족들의 재확인 요구 끝에 드러난 사실은 타이완 사회를 격분시켰습니다.

가혹한 신체훈련 외에도 물리적 폭력이 가해졌음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군 내 가혹행위와 군의 사건 축소 은폐 기도에 크게 분노했습니다.

<녹취> 후 수젠(피해자 어머니) : "한 달동안 너무 슬퍼서 울기만 했습니다. 고통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훙 하사의 장례식을 하루 앞두고는 25만 명의 시민들이 타이베이 광장에 모여 마잉주 총통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마 잉주(대만 총통) :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질문>
대만 뿐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군대 내 가혹행위가 사회문제로 부각됐었죠?

<답변>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군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가 세계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국가인데요.

지난 2006년, 군대에서 신병들을 상대로 선임들이 벌이는 이른바 ‘신병 신고식’이 큰 문제가 됐습니다.

현재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안드레이 시체프.

시체프 씨는 8년 전 탱크병을 양성하는 군사 학교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습니다.

술취한 고참들에 의해 무릎을 절반만 굽힌 채 쭈그려 자세로 3시간 동안 서 있는 얼차려를 받았고, 도중에 수차례 폭행도 당했는데요.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두 다리를 잘라야만 했습니다.

부대 관계자들은, 군 수뇌부와 검찰 등이 인지하기 전까지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사실도 드러나 러시아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녹취> 안드레이 시체프 : "심경에 변화가 있는지를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살아서) 여기 있다는 거죠. 당시의 행위는 훈련이 아니었습니다."

<질문>
이렇게 심각한 군대 내 폭력..

각국은 어떤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까?

<답변>
무엇보다 병사들의 기본권,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 장치 마련에 애를 쓰고 있는데요.

먼저, 그나마 가장 선진적인 병영문화를 갖췄다고 자평하는 미군을 좀 볼까요?

2011년 4월, 해리 루 상병은 초병근무 중 잠을 잤다는 이유로 세 명의 해병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뒤 목숨을 끊었습니다.

같은 해 10월엔 아시아계라는 놀림을 받고 집단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데니 첸 이병이 자살하는 사건이 잇달았는데요.

이후 미 하원이 군내 가혹행위 근절 대책을 입법했습니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 폭력 심리적 폭력, 그리고 제3자에게 가혹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도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피해자나 목격자가 익명으로 즉각 신고할 수 있도록 전화 서비스를 마련했고, 회계감사원에게 각 군과 사관학교, 훈련기관 등에서 발생한 집단 가혹행위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는 '국방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고 없이 군부대와 각종 관청 시설을 방문할 수 있고 군 기관에 대한 정보 열람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은 연방의회에 ‘국방감독관’을 두고 있는데요.

부대에서 일반 군인을 면담할 수 있고 병사와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비밀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훙 하사 사건을 겪은 타이완은 군인 범죄도 민간 법원의 재판을 받도록 하는 군사심판법 개정안을 발효했구요.

군 형무소 시설도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질문>
군대 내 가혹행위와 자살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징병제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죠?

<답변>
네, 직업군인 중심의 '모병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병력 수 감소와 막대한 예산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은 잘 알려진대로 모병제이죠.

유럽 국가들도 냉전이 끝난 90년대 이후, 대부분 모병제로 전면 전환했는데요.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이 잇따라 징병제를 폐지했습니다.

이웃 일본도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구요.

타이완의 경우는 2011년부터 부분적으로 모병제를 도입해 시범 실시를 하고 있고, 러시아도 징병제와 계약 모병제를 함께 운용합니다.

두 나라는 오는 2017년까지 모병제로 전면 전환할 계획입니다.

모병제 찬성자들은 징병제가 부대 부적응자를 양산하고 군대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현대전은 첨단·기술 중심의 전투가 승패를 좌우하는만큼, 모병제로 정예병만을 육성해도 군사력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녹취>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우리가 얘기하는 관심 사병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미리 다 걸러질 수가 있는 것이고, 우리에게 여건이 허락된다면 모병제로 가는 것이 궁극적인 방향일 것입니다."

반면 모병제를 위해선 막대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고, 병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반대 의견도 많습니다.

우리 군이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 지침'이란 방안을 내놓은 게 벌써 1987년, 27년 전 일입니다.

2009년엔 자살예방종합시스템도 구축했는데요.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의 대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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