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시청에 뛰어든 차…왜?

입력 2014.08.26 (08:37) 수정 2014.08.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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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충남 아산에서 40대 농민이 승용차를 몰고 아산시청사 현관으로 돌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이후 무려 9시간 넘게 경찰과 대치하다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이승훈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요.

왜 이런 일을 벌인 거였죠?

<리포트>

네, 수해로 농작물 피해를 입었는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게 이유였습니다.

해당 농민은 친환경 고추 시범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그런 농민이 왜 이런 극단적인 일을 벌이게 된 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봤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충남 아산시청.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시청 현관 유리문을 뚫고 돌진을 합니다.

차량은 현관 로비를 통과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야 멈춰섰습니다.

<인터뷰> 황인석(아산시청 직원) : “1시경에 점심을 먹고 들어올 때 굉음을 일으키면 서 ‘쾅’ 소리가 났어요. 보니까 현관문을 부딪치고 계단으로 돌진했습니다.”

차안에 탄 운전자는 40대 농민 김모 씨였습니다.

시청 직원들이 차문을 열려고 하자, 김 씨는 문을 잠근 채 경적을 울려댔습니다.

그리고는 차에 싣고 온 부탄가스를 송곳으로 찔러 구멍을 냈습니다.

복도 바닥에는 차에서 샌 기름까지 흥건한 상황.

<인터뷰> 황인석(아산시청 직원) : "환경과에서 부직포를 내서 기름을 닦아 내고 가스 냄새가 심해서 전직원들은 다 대피했습니다."

라이터를 든 김 씨.

김 씨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시청사를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녹취> 아산시청 직원(음성변조) : “막 기름 냄새가 올라오고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이 야?’ 그랬는데 방송에서 직원들 대피하라고 ….”

갑작스런 소동에 민원인과 공무원 5백여 명은 황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소방대원과 경찰특공대까지 출동했지만 김 씨의 차 안에는 휘발유와 부탄가스까지 가득 실려 있어 섣불리 접근할 수가 없는 상황.

경찰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김 씨의 아버지가 설득에 나섰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아버지 (음성변조) : “내가 막 문을 두드리면서 그러지 말고 이놈아 나오라고. 죽을 거냐고 막 설득해도 아버지한테 말도 안하고 경적을 꽉 누르고 있더라고요.”

김 씨의 요구사항은 수해 보상이었습니다.

아산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 씨 부자는 지난달 18일 내린 집중호우때 8천만 원 정도의 시설물과 농작물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시에 피해 보상을 요청했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100만 원이 지급된다는 답변.

생각에 한참 못 미치는 보상이 이같은 갈등의 시작이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아버지 (음성변조) : “ 너무 무성의해요, 무성의해요. 수해 입은 걸 사방으로 깔아뭉개려고 하니 사람이 오기가 나서 저러는 거예요.”

차 안에서 문을 잠근 채 나오지 않고 있던 김 씨.

대치 시간은 무려 9시간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결국 사건 발생 9시간 반 뒤인 밤 10시 반 쯤에야,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김 씨를 제압했는데요,

이 때 김 씨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고, 차량 안에서는 가스통 이외에 농약을 마신 흔적까지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최일국(천안단국대병원 응급의학과) : “내원 당시에 가스 중독 중세를 보였고 구토를 해서 거기에 농약 냄새가 났기 때문에….”

<기자 멘트>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전, 김 씨는 농작물 보상 문제를 두고 한동안 시청과 갈등을 빚어왔다고 합니다.

무엇이 이런 갈등의 원인이 된 건지,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8일, 김 씨가 사는 마을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새벽 4시부터 3시간 동안 내린 비가 무려 196mm에 달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희원(팀장/아산시청 건설과) : “7월 17,18,19일 왔을 거예요. 3일. 3시간에 200mm라는 것은 지금까지 그렇게 집중 호우로 내린 적이 없었거든요.”

이날 비로 김 씨 부자의 1년 농사는 모두 허사로 돌아갔습니다.

<녹취> 이웃 농민 (음성변조) : “그게 일반 고추가 아니고요. 아삭이 고추 같은 거 있잖아요? 그건 한 번 침수가 되면 막이 생긴대요, 그 안에. 그래서 상품 가치가 전혀 없대요.”

김 씨의 고추밭이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은 이유는 뭘까?

여기서부터 김 씨와 아산시의 입장이 엇갈립니다.

취재팀은 어제,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긴 씨를 어렵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김 씨는 자신의 비밀하우스와 가까운 곳에 시에서 관리하는 하천의 수문이 있는데, 이 수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아 하천물이 고추밭으로 밀려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물이 서서히 차 오르기에 배수구 쪽으로 가봤죠. 그랬더니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해서 계속 들어오는 거예요.”

집중 호우가 내린 새벽, 물이 빠져나오는 수문을 잠그기 위해, 수문 관리자를 찾아 시청에 갔지만, 열쇠를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당직실 갔더니 별관에 있는 하천 정비과로 가봐라. 하천 정비과에 가서 얘기를 했더니 자기 관할이 아니다 그러면서 시설 안전과로 가라….”

이 때문에 김 씨는 이번일이 일반 자연재해가 아니라 시청의 관리부실로 빚어진 일이라며,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피의자 아버지(음성변조) : “인재잖아요, 인재. 사람이 잘못해서 그런 거잖아요. 자연재해라고 (보상신청서) 내라고 용지를 주더라고요. 자연재해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시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이번 수해는 문제의 하천 수문과는 상관없이, 저지대에 갑자기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생긴 명백한 자연재해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김희원(팀장/아산시청 건설과) : “수문은 우리가 수위 넘을 걸 대비해서 우기철이니까 발견하고 나서 일련의 조치를 (미리) 한 것이거든요. 농사 짓는 데가 비만 오면 침수가 돼서 양수를 하는 곳인데,이렇게 갑자기 오니까 방안이 없는 건데….”

이렇게 어긋난 양측의 주장.

읍사무소와 시청을 돌며 17차례나 민원을 제기해온 김 씨는 결국 해서는 안 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이건 당신들 관리 소홀이니까 인재다. 거기에 대한 보상은 해야 한다 그랬더니 ‘그렇게 하려면 법적으로 하시라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김희원(팀장/아산시청 건설과) : “저희는 계속 올 때마다 설명을 드리고 또 드리고…. 이런 구조적인 설명도 드리고, 본인도 잘 알거든요.”

농작물 피해 보상을 둘러싼 갈등은 하마터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경찰은 건강을 회복한 김 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사법 처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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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시청에 뛰어든 차…왜?
    • 입력 2014-08-26 08:40:20
    • 수정2014-08-26 1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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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충남 아산에서 40대 농민이 승용차를 몰고 아산시청사 현관으로 돌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이후 무려 9시간 넘게 경찰과 대치하다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이승훈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요.

왜 이런 일을 벌인 거였죠?

<리포트>

네, 수해로 농작물 피해를 입었는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게 이유였습니다.

해당 농민은 친환경 고추 시범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그런 농민이 왜 이런 극단적인 일을 벌이게 된 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봤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충남 아산시청.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시청 현관 유리문을 뚫고 돌진을 합니다.

차량은 현관 로비를 통과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야 멈춰섰습니다.

<인터뷰> 황인석(아산시청 직원) : “1시경에 점심을 먹고 들어올 때 굉음을 일으키면 서 ‘쾅’ 소리가 났어요. 보니까 현관문을 부딪치고 계단으로 돌진했습니다.”

차안에 탄 운전자는 40대 농민 김모 씨였습니다.

시청 직원들이 차문을 열려고 하자, 김 씨는 문을 잠근 채 경적을 울려댔습니다.

그리고는 차에 싣고 온 부탄가스를 송곳으로 찔러 구멍을 냈습니다.

복도 바닥에는 차에서 샌 기름까지 흥건한 상황.

<인터뷰> 황인석(아산시청 직원) : "환경과에서 부직포를 내서 기름을 닦아 내고 가스 냄새가 심해서 전직원들은 다 대피했습니다."

라이터를 든 김 씨.

김 씨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시청사를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녹취> 아산시청 직원(음성변조) : “막 기름 냄새가 올라오고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이 야?’ 그랬는데 방송에서 직원들 대피하라고 ….”

갑작스런 소동에 민원인과 공무원 5백여 명은 황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소방대원과 경찰특공대까지 출동했지만 김 씨의 차 안에는 휘발유와 부탄가스까지 가득 실려 있어 섣불리 접근할 수가 없는 상황.

경찰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김 씨의 아버지가 설득에 나섰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아버지 (음성변조) : “내가 막 문을 두드리면서 그러지 말고 이놈아 나오라고. 죽을 거냐고 막 설득해도 아버지한테 말도 안하고 경적을 꽉 누르고 있더라고요.”

김 씨의 요구사항은 수해 보상이었습니다.

아산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 씨 부자는 지난달 18일 내린 집중호우때 8천만 원 정도의 시설물과 농작물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시에 피해 보상을 요청했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100만 원이 지급된다는 답변.

생각에 한참 못 미치는 보상이 이같은 갈등의 시작이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아버지 (음성변조) : “ 너무 무성의해요, 무성의해요. 수해 입은 걸 사방으로 깔아뭉개려고 하니 사람이 오기가 나서 저러는 거예요.”

차 안에서 문을 잠근 채 나오지 않고 있던 김 씨.

대치 시간은 무려 9시간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결국 사건 발생 9시간 반 뒤인 밤 10시 반 쯤에야,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김 씨를 제압했는데요,

이 때 김 씨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고, 차량 안에서는 가스통 이외에 농약을 마신 흔적까지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최일국(천안단국대병원 응급의학과) : “내원 당시에 가스 중독 중세를 보였고 구토를 해서 거기에 농약 냄새가 났기 때문에….”

<기자 멘트>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전, 김 씨는 농작물 보상 문제를 두고 한동안 시청과 갈등을 빚어왔다고 합니다.

무엇이 이런 갈등의 원인이 된 건지,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8일, 김 씨가 사는 마을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새벽 4시부터 3시간 동안 내린 비가 무려 196mm에 달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희원(팀장/아산시청 건설과) : “7월 17,18,19일 왔을 거예요. 3일. 3시간에 200mm라는 것은 지금까지 그렇게 집중 호우로 내린 적이 없었거든요.”

이날 비로 김 씨 부자의 1년 농사는 모두 허사로 돌아갔습니다.

<녹취> 이웃 농민 (음성변조) : “그게 일반 고추가 아니고요. 아삭이 고추 같은 거 있잖아요? 그건 한 번 침수가 되면 막이 생긴대요, 그 안에. 그래서 상품 가치가 전혀 없대요.”

김 씨의 고추밭이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은 이유는 뭘까?

여기서부터 김 씨와 아산시의 입장이 엇갈립니다.

취재팀은 어제,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긴 씨를 어렵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김 씨는 자신의 비밀하우스와 가까운 곳에 시에서 관리하는 하천의 수문이 있는데, 이 수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아 하천물이 고추밭으로 밀려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물이 서서히 차 오르기에 배수구 쪽으로 가봤죠. 그랬더니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해서 계속 들어오는 거예요.”

집중 호우가 내린 새벽, 물이 빠져나오는 수문을 잠그기 위해, 수문 관리자를 찾아 시청에 갔지만, 열쇠를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녹취>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당직실 갔더니 별관에 있는 하천 정비과로 가봐라. 하천 정비과에 가서 얘기를 했더니 자기 관할이 아니다 그러면서 시설 안전과로 가라….”

이 때문에 김 씨는 이번일이 일반 자연재해가 아니라 시청의 관리부실로 빚어진 일이라며,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피의자 아버지(음성변조) : “인재잖아요, 인재. 사람이 잘못해서 그런 거잖아요. 자연재해라고 (보상신청서) 내라고 용지를 주더라고요. 자연재해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시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이번 수해는 문제의 하천 수문과는 상관없이, 저지대에 갑자기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생긴 명백한 자연재해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김희원(팀장/아산시청 건설과) : “수문은 우리가 수위 넘을 걸 대비해서 우기철이니까 발견하고 나서 일련의 조치를 (미리) 한 것이거든요. 농사 짓는 데가 비만 오면 침수가 돼서 양수를 하는 곳인데,이렇게 갑자기 오니까 방안이 없는 건데….”

이렇게 어긋난 양측의 주장.

읍사무소와 시청을 돌며 17차례나 민원을 제기해온 김 씨는 결국 해서는 안 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이건 당신들 관리 소홀이니까 인재다. 거기에 대한 보상은 해야 한다 그랬더니 ‘그렇게 하려면 법적으로 하시라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김희원(팀장/아산시청 건설과) : “저희는 계속 올 때마다 설명을 드리고 또 드리고…. 이런 구조적인 설명도 드리고, 본인도 잘 알거든요.”

농작물 피해 보상을 둘러싼 갈등은 하마터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경찰은 건강을 회복한 김 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사법 처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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