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자살자’ 국가유공자 인정 먼 길…유족 한숨

입력 2014.08.27 (06:37) 수정 2014.08.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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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마다 군대에서 자살하는 병사가 70~80명에 이릅니다.

가혹행위를 받다 자살한 병사의 경우 국가유공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실에선 판결 취지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998년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혜종 상병.

국가보훈처가 박 상병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지난해 등록 거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국가유공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보훈처는 판결 뒤에도 박 상병을 국가유공자가 아닌 '준유공자'급의 '지원순직군경'으로 등록했습니다.

<인터뷰> 박00(박혜종 상병 아버지) : "대한민국 법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구나. 대법원 판단을 뒤엎는다는 이런 참 묘한..."

자살한 고 장승완 상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있었는데도 준유공자로만 지정됐습니다.

<인터뷰> 엄명숙(장승완 상병 어머니) : "10년간 싸워온 것은 보람 때문이잖아요. 애들 명예회복 하려고 싸우는 거 아닙니까. 돈보다 명예가 중요하죠."

보훈처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고 해도 별도의 심사를 다시 거쳐야 하고, 이를 통해 결정된 내용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법원의 최종 결론을 보훈처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현성(변호사/천주교인권위) : "판결의 취지는 제대로 된 국가유공자 처분을 하라는 것인데요. 이런 대법원 판결에 반하여 처분한 것은 명백히 자의적인 행정 처분이라고 할 것입니다."

유공자 등록 판결을 받으려고 수 년간 소송에 매달렸던 유족들은 이번에는 준유공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KBS 뉴스 이재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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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 자살자’ 국가유공자 인정 먼 길…유족 한숨
    • 입력 2014-08-27 06:39:11
    • 수정2014-08-27 20: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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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마다 군대에서 자살하는 병사가 70~80명에 이릅니다.

가혹행위를 받다 자살한 병사의 경우 국가유공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실에선 판결 취지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998년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혜종 상병.

국가보훈처가 박 상병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지난해 등록 거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국가유공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보훈처는 판결 뒤에도 박 상병을 국가유공자가 아닌 '준유공자'급의 '지원순직군경'으로 등록했습니다.

<인터뷰> 박00(박혜종 상병 아버지) : "대한민국 법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구나. 대법원 판단을 뒤엎는다는 이런 참 묘한..."

자살한 고 장승완 상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있었는데도 준유공자로만 지정됐습니다.

<인터뷰> 엄명숙(장승완 상병 어머니) : "10년간 싸워온 것은 보람 때문이잖아요. 애들 명예회복 하려고 싸우는 거 아닙니까. 돈보다 명예가 중요하죠."

보훈처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고 해도 별도의 심사를 다시 거쳐야 하고, 이를 통해 결정된 내용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법원의 최종 결론을 보훈처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현성(변호사/천주교인권위) : "판결의 취지는 제대로 된 국가유공자 처분을 하라는 것인데요. 이런 대법원 판결에 반하여 처분한 것은 명백히 자의적인 행정 처분이라고 할 것입니다."

유공자 등록 판결을 받으려고 수 년간 소송에 매달렸던 유족들은 이번에는 준유공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KBS 뉴스 이재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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