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엘리베이터에 갇힌 ‘황당’ 절도 용의자

입력 2014.09.03 (08:38) 수정 2014.09.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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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물건을 훔치고 도망가다가 붙잡히는 어설픈 도둑들..

가끔 해외토픽 영상들을 통해 보게 되는데요.

그런데 며칠전 서울에서도 이런 황당한 절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승훈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좀 황당하게 붙잡혔더군요?

<기자 멘트>

네. 용의자는 교회에 들어가 물건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걸 억세게 운이 없다고 해야 하나요?

범행 뒤 달아나다가 그만 엘리베이터 안에 꼼짝없이 갇히게 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좀 어설프고, 황당하기까지 한 절도 사건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갑자기 멈춰버린 승강기.

안에 갇힌 남성은 닫힌 승강기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꿈쩍도 하지 않는 문.

힘에 부쳤는지 남성은 결국 털썩 주저앉아버리는데요.

이 남성... 어쩌다 승강기 안에 갇히게 된 걸까?

이야기는 지난주 토요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 중구의 한 교회에 낯선 남성이 들어온 건 신도들이 많지 않은 점심 시간 무렵이었습니다.

교회 목사는 건물 이곳 저곳을 서성이던 60대 남성과 얼굴을 마주치게 되는데요.

<녹취> 00교회 목사 (음성변조) : "교회 특성상 가끔 돈을 얻으러 오는 분들이 계세요. 그날도 60대 남자분이 도움을 요청하러 왔는데, 돈을 요구하더라고요. 담임목사도 안 계시고 해서 다음에 와라 이렇게 하고 돌려보냈는데..."

남성을 돌려보내고 얼마가 지났을까.

지하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한 교회 신도는 식당 옆방에 놓아둔 가방에서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녹취> 노00 (절도 피해자/음성변조) : "교회 식당 들어가면 권사 회의실이 있어요. 거기 탁자에다가 놓고 일을 했는데, 음식이 남아서 (가방에) 넣으려고 보니까 가방 속에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가방 속에 있었던 지갑.

누군가 가져간 게 분명했습니다.

<녹취> 노00(절도 피해자/음성변조) : "평소에 그 가방에 지갑을 넣어놓고 다녀요. 다른 데 안 옮깁니다. 생일 선물로 받았습니다. 큰며느리가 사줬어요. (지갑이 없어서) 황당하고 어떻게 할 줄 모르겠더라고요."

아끼던 지갑을 잃어버린 피해자는 조심스럽게 교회 사무실에 찾아가 도난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교회에 설치된 cctv 녹화장면을 돌려보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녹취> 00교회 목사 (음성변조) : "(돈이) 없다고 돌려보냈더니 이 사람이 (가지않고) CCTV를 돌려보니까 2층, 지하 2층 식당에 왔다 갔다 모습이 찍혔더라고요."

아까 돌려보냈던 낯선 남성이 지하 식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확인된 겁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

그런데, 멀리 달아났을 줄로 알았던 이 남성은 뜻밖에도 아직 교회 밖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바로 승강기.

승강기가 갑자기 고장이 나 서버리는 바람에, 한참동안 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린 겁니다.

지갑 분실 신고가 있기 전 이미 이 남성은 승강기에서 꺼내달라며 구조 요청을 해 온 상태였습니다.

<녹취> 00교회 목사 (음성변조) : "처음에는 범인인지 모르고, 그냥 사람이 갇혀있으니까 일단 A/S 접수하고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꺼내드리겠다고 했는데, 혹시 (절도 용의자가)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그 남자가 아닐까 싶어서..."

교회 관계자들은 곧바로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는데요,

<인터뷰> 신현암(경감/서울중부경찰서 약수지구대) : ‘엘리베이터 안에 지갑을 훔친 사람이 있다’ 이렇게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가 고장이 나가지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승강기 수리업체의 도움을 받아 절도 용의자를 구출해 내고, 또 현장에서 바로 체포했습니다.

<녹취> 한종욱(경사/서울중부경찰서 약수지구대) : "(수리업체가) 엘리베이터를 여니까 절도범이 겁먹은 표정을 해가지고 차렷 자세로 서 있는데, 지갑 어디 있느냐고 그러니까 순순히 저 엘리베이터 바닥에 놨다고 시인하더라고요."

도난 사실을 알기라도 한건지, 하필이면 그때 멈춰 버린 엘리베이터가 결국 절도 용의자를 붙잡은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녹취> 한종욱(경사/서울중부경찰서 약수지구대) : "제가 경찰생활 17년 하는 동안에 엘리베이터에서 절도범이 갇혀가지고 온 신고는 처음이거든요. (구조된) 안도감보다는 겁먹고 자기가 잡혔구나 (하는) 그런 표정 같은데요, 절도범이 그런 표정을 지으니까 웃기더라고요. 황당하고..."

황당한 강절도 사건은 또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들어온 20대 여성.

편의점 내부를 한 바퀴 돌아보더니, 계산대 앞에 서서는 갑자기 흉기를 꺼내듭니다.

<녹취> 편의점 업주 (음성변조) : “(종업원은) 무섭죠. 흉기를 들이대는데. / 커터칼이 (매대에) 걸려있으니까 그것을 빼서 (위협했죠.)”

종업원에게 출입문을 잠글 것을 요구한 강도.

그런데 그게 실수였습니다.

종업원은 문을 잠그는 척, 밖으로 뛰쳐나가 출입문을 잠가버렸고, 강도는 꼼짝없이 가게 안에 갇히게 됐습니다.

당황한 강도가 편의점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어디에도 도망칠 출구는 없습니다.

<인터뷰> 장성욱(목격자) : “(강도가) 흉기로 위협을 하려고 하는데, 밖에서 문을 잠가놓은 상태라 어떻게 하지 못하고, 계속 (흉기를) 들고 저만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결국 이 여성은 지나가는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혔습니다.

두 달여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빈집털이를 하려다 집주인에게 들켜 황급히 달아나는 이 남성.

경찰은 추적 끝에 이 남성을 붙잡았는데요.

그런데, 조사 도중 우연히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심상치 않은 영상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보석함을 열어 귀금속을 꺼내고, 액자 뒤에 숨겨진 금붙이까지 챙겨 넣는 장면.

바로 이 남성이 이전에 저지른 절도 행각이 고스란히 녹화된 영상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범인은 그런 것이 자기 휴대전화에 있는 줄도 몰랐죠. 자기 실수로 어두운 데서 조명을 활용하기 위해서 하다가 촬영 (된 것 같다고) 진술을 (했죠.)"

어두운 집 안에서 물건을 뒤지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켠다는 것이 그만 녹화버튼을 누르게 된 겁니다.

결국 이 남성.

이 영상을 증거로 꼼짝없이 여죄까지 모두 들통나게 됐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저희는 그렇죠. (발견하고) 깜짝 놀랐죠. 그러니까 본인도 놀랐고요."

오랜 경력의 경찰관들마저 황닿나 표정을 짓게 만든 웃지 못할 강절도 사건.

어쨌든 이들 모두 응당한 죗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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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엘리베이터에 갇힌 ‘황당’ 절도 용의자
    • 입력 2014-09-03 08:17:00
    • 수정2014-09-03 09: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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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물건을 훔치고 도망가다가 붙잡히는 어설픈 도둑들..

가끔 해외토픽 영상들을 통해 보게 되는데요.

그런데 며칠전 서울에서도 이런 황당한 절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승훈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좀 황당하게 붙잡혔더군요?

<기자 멘트>

네. 용의자는 교회에 들어가 물건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걸 억세게 운이 없다고 해야 하나요?

범행 뒤 달아나다가 그만 엘리베이터 안에 꼼짝없이 갇히게 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좀 어설프고, 황당하기까지 한 절도 사건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갑자기 멈춰버린 승강기.

안에 갇힌 남성은 닫힌 승강기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꿈쩍도 하지 않는 문.

힘에 부쳤는지 남성은 결국 털썩 주저앉아버리는데요.

이 남성... 어쩌다 승강기 안에 갇히게 된 걸까?

이야기는 지난주 토요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 중구의 한 교회에 낯선 남성이 들어온 건 신도들이 많지 않은 점심 시간 무렵이었습니다.

교회 목사는 건물 이곳 저곳을 서성이던 60대 남성과 얼굴을 마주치게 되는데요.

<녹취> 00교회 목사 (음성변조) : "교회 특성상 가끔 돈을 얻으러 오는 분들이 계세요. 그날도 60대 남자분이 도움을 요청하러 왔는데, 돈을 요구하더라고요. 담임목사도 안 계시고 해서 다음에 와라 이렇게 하고 돌려보냈는데..."

남성을 돌려보내고 얼마가 지났을까.

지하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한 교회 신도는 식당 옆방에 놓아둔 가방에서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녹취> 노00 (절도 피해자/음성변조) : "교회 식당 들어가면 권사 회의실이 있어요. 거기 탁자에다가 놓고 일을 했는데, 음식이 남아서 (가방에) 넣으려고 보니까 가방 속에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가방 속에 있었던 지갑.

누군가 가져간 게 분명했습니다.

<녹취> 노00(절도 피해자/음성변조) : "평소에 그 가방에 지갑을 넣어놓고 다녀요. 다른 데 안 옮깁니다. 생일 선물로 받았습니다. 큰며느리가 사줬어요. (지갑이 없어서) 황당하고 어떻게 할 줄 모르겠더라고요."

아끼던 지갑을 잃어버린 피해자는 조심스럽게 교회 사무실에 찾아가 도난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교회에 설치된 cctv 녹화장면을 돌려보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녹취> 00교회 목사 (음성변조) : "(돈이) 없다고 돌려보냈더니 이 사람이 (가지않고) CCTV를 돌려보니까 2층, 지하 2층 식당에 왔다 갔다 모습이 찍혔더라고요."

아까 돌려보냈던 낯선 남성이 지하 식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확인된 겁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

그런데, 멀리 달아났을 줄로 알았던 이 남성은 뜻밖에도 아직 교회 밖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바로 승강기.

승강기가 갑자기 고장이 나 서버리는 바람에, 한참동안 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린 겁니다.

지갑 분실 신고가 있기 전 이미 이 남성은 승강기에서 꺼내달라며 구조 요청을 해 온 상태였습니다.

<녹취> 00교회 목사 (음성변조) : "처음에는 범인인지 모르고, 그냥 사람이 갇혀있으니까 일단 A/S 접수하고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꺼내드리겠다고 했는데, 혹시 (절도 용의자가)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그 남자가 아닐까 싶어서..."

교회 관계자들은 곧바로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는데요,

<인터뷰> 신현암(경감/서울중부경찰서 약수지구대) : ‘엘리베이터 안에 지갑을 훔친 사람이 있다’ 이렇게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가 고장이 나가지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승강기 수리업체의 도움을 받아 절도 용의자를 구출해 내고, 또 현장에서 바로 체포했습니다.

<녹취> 한종욱(경사/서울중부경찰서 약수지구대) : "(수리업체가) 엘리베이터를 여니까 절도범이 겁먹은 표정을 해가지고 차렷 자세로 서 있는데, 지갑 어디 있느냐고 그러니까 순순히 저 엘리베이터 바닥에 놨다고 시인하더라고요."

도난 사실을 알기라도 한건지, 하필이면 그때 멈춰 버린 엘리베이터가 결국 절도 용의자를 붙잡은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녹취> 한종욱(경사/서울중부경찰서 약수지구대) : "제가 경찰생활 17년 하는 동안에 엘리베이터에서 절도범이 갇혀가지고 온 신고는 처음이거든요. (구조된) 안도감보다는 겁먹고 자기가 잡혔구나 (하는) 그런 표정 같은데요, 절도범이 그런 표정을 지으니까 웃기더라고요. 황당하고..."

황당한 강절도 사건은 또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들어온 20대 여성.

편의점 내부를 한 바퀴 돌아보더니, 계산대 앞에 서서는 갑자기 흉기를 꺼내듭니다.

<녹취> 편의점 업주 (음성변조) : “(종업원은) 무섭죠. 흉기를 들이대는데. / 커터칼이 (매대에) 걸려있으니까 그것을 빼서 (위협했죠.)”

종업원에게 출입문을 잠글 것을 요구한 강도.

그런데 그게 실수였습니다.

종업원은 문을 잠그는 척, 밖으로 뛰쳐나가 출입문을 잠가버렸고, 강도는 꼼짝없이 가게 안에 갇히게 됐습니다.

당황한 강도가 편의점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어디에도 도망칠 출구는 없습니다.

<인터뷰> 장성욱(목격자) : “(강도가) 흉기로 위협을 하려고 하는데, 밖에서 문을 잠가놓은 상태라 어떻게 하지 못하고, 계속 (흉기를) 들고 저만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결국 이 여성은 지나가는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혔습니다.

두 달여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빈집털이를 하려다 집주인에게 들켜 황급히 달아나는 이 남성.

경찰은 추적 끝에 이 남성을 붙잡았는데요.

그런데, 조사 도중 우연히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심상치 않은 영상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보석함을 열어 귀금속을 꺼내고, 액자 뒤에 숨겨진 금붙이까지 챙겨 넣는 장면.

바로 이 남성이 이전에 저지른 절도 행각이 고스란히 녹화된 영상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범인은 그런 것이 자기 휴대전화에 있는 줄도 몰랐죠. 자기 실수로 어두운 데서 조명을 활용하기 위해서 하다가 촬영 (된 것 같다고) 진술을 (했죠.)"

어두운 집 안에서 물건을 뒤지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켠다는 것이 그만 녹화버튼을 누르게 된 겁니다.

결국 이 남성.

이 영상을 증거로 꼼짝없이 여죄까지 모두 들통나게 됐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저희는 그렇죠. (발견하고) 깜짝 놀랐죠. 그러니까 본인도 놀랐고요."

오랜 경력의 경찰관들마저 황닿나 표정을 짓게 만든 웃지 못할 강절도 사건.

어쨌든 이들 모두 응당한 죗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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