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최악의 가뭄’ 목 타는 캘리포니아

입력 2014.09.20 (08:20) 수정 2014.09.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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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최대 농산물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주가 기상 관측 이후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미국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디 정원이 사라질 정도입니다.

농업과 축산업도 이미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수도꼭지에 자물쇠를 채우고 워터캅 즉 물 낭비를 단속하는 경찰까지 등장했지만 극심한 물 부족을 해결하는데 절약만으론 역부족입니다.

올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길 기대하고 있지만 가뭄이 백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환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주 대낮, 한 남자가 버젓이 소화전에 호스를 끼운 채 물을 빼가고 있습니다.

<녹취> "허가 받았어요?"

그제서야 허둥지둥 꽁무니를 뺍니다.

미국 일리노이의 물절도 현장이지만 한술 더 떠 아예 수도꼭지에 자물쇠를 채워야 할 정도로 심각한 곳이 있습니다.

요즘 캘리포니아입니다.

<녹취> 오바마 :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기후 변화가 가뭄에 세 가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현장을 점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가뭄은 심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리 돈 천 6백 5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이 이뤄졌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내일 맑음” "맑음” "또 맑음”

캘리포니아 주 전체에 올해 내린 비의 양은 예년 평균 강수량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여기에 평균보다 5도 이상 높은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1870년대 후반 기상 관측 개시 이후 백 30여년 만에 가장 극심한 가뭄입니다.

미국 전체 가뭄지도는 빨갛다 못해 검붉게 변해가는 캘리포니아를 뚜렷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남동부 지역에서 낮은 수준의 가뭄에 그쳤지만 3년 만에 주 전체로 번지면서 최악의 가뭄 지역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녹취> 빌 팻저(NASA 기상학자) : "물부족에 관한한 제가 본 것 중에 가장 고통스런 상황입니다."

바닥을 드러낸 지 이미 오래 된 강들,

하천이 말라붙어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연어들의 물길이 막히자 사람들이 나서서 연어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수위가 크게 떨어진 북부 호수에서는 물에 잠겼던 인디언 유적이 드러나면서 도굴꾼 경계경보가 켜졌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선택의 기로에 몰리고 있는 농축업자들입니다.

미국 3대 농업생산지역인 캘리포니아 남부의 컨 카운티.

한국인 관광객들도 곧잘 찾아온다는 체리 농장입니다.

불과 서너발 짝 떨어져 있지만 이쪽의 체리 나무는 살아 있는 반면 반대편은 시들었습니다.

한 쪽을 살리기 위해 맞은 편에 있는 체리 나무에는 물 공급을 끊은 것입니다.

석 달 넘게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관개시설을 통한 농업용수는 바닥나다시피한 상황, 지하수를 끌어대는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스티브 머레이(농장주인) : "만약 당신도 과수원이 있다면 나무에 필요한 양보다 적은 물을 전체 나무에 주든지 살리고자 하는 나무에만 물을 주든지 선택해야만 할 것입니다."

살리기를 포기한 나무는 고사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뿌리째 들어냅니다.

소중한 물을 한 방울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이 농장에서만 15만 그루가 뽑혔습니다.

<인터뷰> 스티브 머레이 : "살아 남은 나무들도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꽃이 피지 않거나 기형의 열매가 나오거나 내다팔 수 없는 열매가 맺히기도 합니다."

초원이 메말라가면서 사료 부족에 직면한 축산 농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굶길 수 없어 소들을 내다팔 수 밖에 없는 딱한 사연들이 인터넷에 오르고 있습니다.

<녹취> 목장주인 모녀 : "할아버지가 뜻하셨던대로 소들을 계속 키우고 싶어요.하지만 이런 가뭄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도시민들은 당장 밥상 물가가 걱정입니다.

<인터뷰> 에런 브라운(LA카운티 주민 ) : "소고기값, 채소값을 비롯해 모든 것에 가뭄이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극심한 가뭄은 낯익은 마을 풍경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미국 가정집의 상징인 잔디 마당이 먼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잔디밭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인조잔디를 설치하는 주민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얼린(인조잔디 설치 주민 ) : "천연잔디를 정말 보기 좋게 가꾸려면 이런 가뭄 속에서도 이틀에 한번 씩은 꼬박꼬박 물을 줘야 합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만 지난 7월 한 달 동안 축구장 예순 한 개 크기의 잔디밭이 사라졌습니다.

인조잔디업계만 호황입니다.

<인터뷰> 재키 루퍼(인조잔디 업체 임원) : "인조잔디로 바꾸면 수돗물 값을 70%까지 절약할 수 있습니다. 더러워지지 않는 한 물을 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푸르렀던 공원묘지의 잔디도 톱밥과 폐목의 잔가지, 마른 풀 등으로 만든 멀치, 즉 뿌리 덮개로 대체됐습니다.

물을 아끼기 위한 고육책이자 자구책입니다.

<인터뷰> 비벌리 몰튼(엘몬테 묘지관리위원회) : "1년 전에 물을 끊고 잔디들을 고사시켰습니다. 뿌리덮개가 충분한 수분과 양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나무에 물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물을 낭비하면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좋은 취지로 세계적 호응을 얻고 있는 얼음물 샤워에까지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녹취> 얼음물 대신 샌드 버킷 : "수많은 캘리포니아의 유명인들이 얼마 남지 않은 물로 얼음물 샤워를 했습니다.물이 고갈되기 전에 제가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얼음물 대신 모래)"

하지만 커지는 우려의 목소리와 사회적 논쟁 속에서도 캘리포니아의 물 사용량은 그다지 줄지 않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시당국은 집 밖에서 물을 쓰는 요일을 지역별 지정해 놓고 과도한 물 사용에 대한 벌금을 최고 5백 달러까지 올렸습니다.

여기에 워터캅, 즉 물 낭비를 감시하는 경찰관까지 두고 물절약 총력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녹취> 릭 실바(워터캅) : "벌금은 가정집이 100달러, 상업시설은 200달러부터 시작합니다."

해갈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올 겨울 내릴 눈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는 것일 뿐, 캘리포니아의 가뭄이 길게는 백 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빌 팻저트 (NASA 기상학자) : "물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이런 심각한 가뭄은 1950, 60년대에 있었는데 그때는 남부 캘리포니아 인구가 천만명에 불과했을 때였어요."

산불에 지하수 고갈, 마실 물까지 걱정할 정도로 캘리포니아는 지금 가뭄이 몰고온 온갖 도전에 직면해있습니다.

재앙적 상황을 막지 못한다면 그 여파는 비단 캘리포니아나 미국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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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최악의 가뭄’ 목 타는 캘리포니아
    • 입력 2014-09-20 08:36:04
    • 수정2014-09-20 09:39:5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미국 최대 농산물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주가 기상 관측 이후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미국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디 정원이 사라질 정도입니다.

농업과 축산업도 이미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수도꼭지에 자물쇠를 채우고 워터캅 즉 물 낭비를 단속하는 경찰까지 등장했지만 극심한 물 부족을 해결하는데 절약만으론 역부족입니다.

올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길 기대하고 있지만 가뭄이 백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환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주 대낮, 한 남자가 버젓이 소화전에 호스를 끼운 채 물을 빼가고 있습니다.

<녹취> "허가 받았어요?"

그제서야 허둥지둥 꽁무니를 뺍니다.

미국 일리노이의 물절도 현장이지만 한술 더 떠 아예 수도꼭지에 자물쇠를 채워야 할 정도로 심각한 곳이 있습니다.

요즘 캘리포니아입니다.

<녹취> 오바마 :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기후 변화가 가뭄에 세 가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현장을 점검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가뭄은 심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리 돈 천 6백 5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이 이뤄졌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내일 맑음” "맑음” "또 맑음”

캘리포니아 주 전체에 올해 내린 비의 양은 예년 평균 강수량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여기에 평균보다 5도 이상 높은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1870년대 후반 기상 관측 개시 이후 백 30여년 만에 가장 극심한 가뭄입니다.

미국 전체 가뭄지도는 빨갛다 못해 검붉게 변해가는 캘리포니아를 뚜렷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남동부 지역에서 낮은 수준의 가뭄에 그쳤지만 3년 만에 주 전체로 번지면서 최악의 가뭄 지역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녹취> 빌 팻저(NASA 기상학자) : "물부족에 관한한 제가 본 것 중에 가장 고통스런 상황입니다."

바닥을 드러낸 지 이미 오래 된 강들,

하천이 말라붙어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연어들의 물길이 막히자 사람들이 나서서 연어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수위가 크게 떨어진 북부 호수에서는 물에 잠겼던 인디언 유적이 드러나면서 도굴꾼 경계경보가 켜졌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선택의 기로에 몰리고 있는 농축업자들입니다.

미국 3대 농업생산지역인 캘리포니아 남부의 컨 카운티.

한국인 관광객들도 곧잘 찾아온다는 체리 농장입니다.

불과 서너발 짝 떨어져 있지만 이쪽의 체리 나무는 살아 있는 반면 반대편은 시들었습니다.

한 쪽을 살리기 위해 맞은 편에 있는 체리 나무에는 물 공급을 끊은 것입니다.

석 달 넘게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관개시설을 통한 농업용수는 바닥나다시피한 상황, 지하수를 끌어대는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스티브 머레이(농장주인) : "만약 당신도 과수원이 있다면 나무에 필요한 양보다 적은 물을 전체 나무에 주든지 살리고자 하는 나무에만 물을 주든지 선택해야만 할 것입니다."

살리기를 포기한 나무는 고사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뿌리째 들어냅니다.

소중한 물을 한 방울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이 농장에서만 15만 그루가 뽑혔습니다.

<인터뷰> 스티브 머레이 : "살아 남은 나무들도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꽃이 피지 않거나 기형의 열매가 나오거나 내다팔 수 없는 열매가 맺히기도 합니다."

초원이 메말라가면서 사료 부족에 직면한 축산 농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굶길 수 없어 소들을 내다팔 수 밖에 없는 딱한 사연들이 인터넷에 오르고 있습니다.

<녹취> 목장주인 모녀 : "할아버지가 뜻하셨던대로 소들을 계속 키우고 싶어요.하지만 이런 가뭄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도시민들은 당장 밥상 물가가 걱정입니다.

<인터뷰> 에런 브라운(LA카운티 주민 ) : "소고기값, 채소값을 비롯해 모든 것에 가뭄이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극심한 가뭄은 낯익은 마을 풍경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미국 가정집의 상징인 잔디 마당이 먼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잔디밭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인조잔디를 설치하는 주민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얼린(인조잔디 설치 주민 ) : "천연잔디를 정말 보기 좋게 가꾸려면 이런 가뭄 속에서도 이틀에 한번 씩은 꼬박꼬박 물을 줘야 합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만 지난 7월 한 달 동안 축구장 예순 한 개 크기의 잔디밭이 사라졌습니다.

인조잔디업계만 호황입니다.

<인터뷰> 재키 루퍼(인조잔디 업체 임원) : "인조잔디로 바꾸면 수돗물 값을 70%까지 절약할 수 있습니다. 더러워지지 않는 한 물을 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푸르렀던 공원묘지의 잔디도 톱밥과 폐목의 잔가지, 마른 풀 등으로 만든 멀치, 즉 뿌리 덮개로 대체됐습니다.

물을 아끼기 위한 고육책이자 자구책입니다.

<인터뷰> 비벌리 몰튼(엘몬테 묘지관리위원회) : "1년 전에 물을 끊고 잔디들을 고사시켰습니다. 뿌리덮개가 충분한 수분과 양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나무에 물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물을 낭비하면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좋은 취지로 세계적 호응을 얻고 있는 얼음물 샤워에까지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녹취> 얼음물 대신 샌드 버킷 : "수많은 캘리포니아의 유명인들이 얼마 남지 않은 물로 얼음물 샤워를 했습니다.물이 고갈되기 전에 제가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얼음물 대신 모래)"

하지만 커지는 우려의 목소리와 사회적 논쟁 속에서도 캘리포니아의 물 사용량은 그다지 줄지 않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시당국은 집 밖에서 물을 쓰는 요일을 지역별 지정해 놓고 과도한 물 사용에 대한 벌금을 최고 5백 달러까지 올렸습니다.

여기에 워터캅, 즉 물 낭비를 감시하는 경찰관까지 두고 물절약 총력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녹취> 릭 실바(워터캅) : "벌금은 가정집이 100달러, 상업시설은 200달러부터 시작합니다."

해갈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올 겨울 내릴 눈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는 것일 뿐, 캘리포니아의 가뭄이 길게는 백 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빌 팻저트 (NASA 기상학자) : "물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이런 심각한 가뭄은 1950, 60년대에 있었는데 그때는 남부 캘리포니아 인구가 천만명에 불과했을 때였어요."

산불에 지하수 고갈, 마실 물까지 걱정할 정도로 캘리포니아는 지금 가뭄이 몰고온 온갖 도전에 직면해있습니다.

재앙적 상황을 막지 못한다면 그 여파는 비단 캘리포니아나 미국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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