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가뭄 더 심각…식량 위기 경고

입력 2014.09.20 (08:28) 수정 2014.09.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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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남미는 가뭄이 더 심각합니다.

과테말라는 전국토의 80%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농작물 생산이 큰 타격을 입자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어린이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다른 나라들도 가뭄 때문에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상이변이 반복되면서 2030년부터는 세계적인 식량난이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과테말라시티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사카파 주.

과테말라에서 가뭄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한 곳입니다.

도로 옆 곳곳에 말라죽은 옥수수 밭이 보입니다.

마을 뒷산 옥수수 밭도 상황은 마찮가집니다.

바짝 마른 옥수수대에는 제대로 여물지 못한 옥수수만 한두 개 달려 있습니다.

1 만사나, 즉 7천㎡ 평수로 2천평이 훨씬 넘는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 알갱이가 50kg 한 포대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롤란도 로페즈(농민) : "예전에는 1 만사나(7천㎡)에서 적어도 8포대는 수확했는데 지금은 가뭄때문에 1포대 이상 안 나와요. 수확량이 거의 90%가 줄었어요."

다른 마을 옥수수 밭도 바짝 말랐습니다.

과테말라는 6, 7, 8월이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인데, 올해는 이 기간에 가뭄이 계속돼 옥수수 등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겁니다.

<인터뷰> 마리오 가르시아(농민) : "이 옥수수를 보세요. 이건 정상이 아니거든 요. 옥수수 크기가 대부분 이만해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이런 작은 것만 남았어요."

40년 만에 겪는 극심한 가뭄으로 하천 물도 말라가고 있습니다.

올해 이렇게 가뭄이 발생한 것은 태평양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는 이른바 '엘니뇨' 현상 때문입니다.

<인터뷰> 에디 산체스(과테말라 기상청장) : "엘니뇨가 발생하면 카리브 지역의 바람이 중미 지역에 내릴 비를 (태평양으로) 밀어버려서 중남미에 가뭄이 오는 겁니다"

가뭄 피해는 어린이들에게 먼저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 병원은 소아과 병동 환자 20여 명 가운데 1/3이 영양실조입니다.

생후 16개월인 레네는 누나가 영양실조로 입원했다가 퇴원하자마자 병원에 실려왔습니다.

<인터뷰> 두나스 알마싼(레네 어머니) : "딸이 영양실조로 입원해서 레네를 집에 두고 왔었는데, 그 사이에 얘가 다시 영양 실조에 걸려서 병원에 데려왔어요."

이 병원에 이렇게 영양실조 환자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가뭄이 본격화된 지난 6월부터입니다.

<인터뷰> 후안 토마스(사까빠병원장 ) : "우리 병원에는 보통 영양실조 환자가 한 달에 1~2명이었는데, 요즘엔 월 10~12명으 로 늘었습니다."

옥수수는 과테말라 등 중미 지역에서 주식으로 먹는 '또띠아'의 원료입니다.

옥수수 가루로 반죽을 만들어서 둥글고 얇게 편 다음 양쪽을 번갈아 구우면 또띠아가 만들어집니다.

<인터뷰> 도밍가 가르시아(주부) :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끼에 적어도 또띠아 3개는 먹어요. 4~5개도 먹고요."

고기나 야채 없이 또띠아만 먹을 수 있어도 어린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피어납니다.

문제는 이렇게 또띠아를 먹을 수 없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곱 식구가 사는 이 집에는 옥수수가 한 톨도 없습니다.

한 움큼 정도 되는 이 콩이 남은 식량의 전부입니다.

<인터뷰> 알 디비스 : " 7개월 된 막내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지만, 아직 병원엔 가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과테말라 식량안보실 직원 : "이 동네의 경우 가뭄으로 옥수수 92%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 10명이 영양실조를 앓고 있고요."

이렇게 말라죽고 황폐한 옥수수 밭이 과테말라 전체 경작지의 약 80%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과테말라 정부는 전체 22개 주 가운데 16개 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상태입니다.

가뭄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식인 옥수수 가격은 서너 달만에 35%나 올랐습니다.

<인터뷰> 킴베를리 크람스(상인) : "옥수수가 전에는 (450그램에) 1.30께찰(약 220원)이었는데 지금은 1.75께찰(약 300원) 이에요. 가뭄으로 옥수수가 부족해서 값이 많이 올랐어요."

과테말라 정부는 연말까지 7,700만 달러, 우리 돈 약 8백억 원을 투입해 식량을 극빈 가정에 나눠줄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6만8천 가구에서 28만8천 가구로 빠르게 늘고 있어, 감당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터뷰> 엔리케 몬테레쏘(과테말라 식량안보실장) : "과테말라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일하냐고 요? 그렇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냐 고요?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은 과테말라뿐 아니라 엘 살바도르와 온두라스, 니카라과에도 식량난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이 지역에서 앞으로 수만 명이 굶주릴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습니다.

<인터뷰> 디에고 레옹(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과테말라 주재 대표) : "(중미 4개국은) 긴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 대부분이 손실을 봤습니다. 기후로 인한 식량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뿐 아니라 더 심각해질 걸로 예상됩니다.

푸르게 잘 자란 옥수수밭과 논.

다른 지역과 마찮가지로 가뭄을 겪은 엘 살바도르의 한 마을입니다.

다만 이 지역은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시범적으로 관개시설을 만들어 가뭄을 이겨냈습니다.

<인터뷰> 강승헌(한국국제협력단) : "엘 살바도르 소장 "단순히 관개수로만 설치하는 게 아니라 우물을 여섯 개를 뜷어서 어느 정도 가뭄에 취약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식량난에 대응하기 위한 이런 노력이 중미지역에서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라는 점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는 2030년 이후에는 세계 각지에서 식량난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뭄과 홍수가 잦아지면서 농업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안정적인 식량 확보는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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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남미, 가뭄 더 심각…식량 위기 경고
    • 입력 2014-09-20 08:38:06
    • 수정2014-09-20 09:40:2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중남미는 가뭄이 더 심각합니다.

과테말라는 전국토의 80%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농작물 생산이 큰 타격을 입자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어린이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다른 나라들도 가뭄 때문에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상이변이 반복되면서 2030년부터는 세계적인 식량난이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과테말라시티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사카파 주.

과테말라에서 가뭄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한 곳입니다.

도로 옆 곳곳에 말라죽은 옥수수 밭이 보입니다.

마을 뒷산 옥수수 밭도 상황은 마찮가집니다.

바짝 마른 옥수수대에는 제대로 여물지 못한 옥수수만 한두 개 달려 있습니다.

1 만사나, 즉 7천㎡ 평수로 2천평이 훨씬 넘는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 알갱이가 50kg 한 포대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롤란도 로페즈(농민) : "예전에는 1 만사나(7천㎡)에서 적어도 8포대는 수확했는데 지금은 가뭄때문에 1포대 이상 안 나와요. 수확량이 거의 90%가 줄었어요."

다른 마을 옥수수 밭도 바짝 말랐습니다.

과테말라는 6, 7, 8월이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인데, 올해는 이 기간에 가뭄이 계속돼 옥수수 등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겁니다.

<인터뷰> 마리오 가르시아(농민) : "이 옥수수를 보세요. 이건 정상이 아니거든 요. 옥수수 크기가 대부분 이만해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이런 작은 것만 남았어요."

40년 만에 겪는 극심한 가뭄으로 하천 물도 말라가고 있습니다.

올해 이렇게 가뭄이 발생한 것은 태평양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는 이른바 '엘니뇨' 현상 때문입니다.

<인터뷰> 에디 산체스(과테말라 기상청장) : "엘니뇨가 발생하면 카리브 지역의 바람이 중미 지역에 내릴 비를 (태평양으로) 밀어버려서 중남미에 가뭄이 오는 겁니다"

가뭄 피해는 어린이들에게 먼저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 병원은 소아과 병동 환자 20여 명 가운데 1/3이 영양실조입니다.

생후 16개월인 레네는 누나가 영양실조로 입원했다가 퇴원하자마자 병원에 실려왔습니다.

<인터뷰> 두나스 알마싼(레네 어머니) : "딸이 영양실조로 입원해서 레네를 집에 두고 왔었는데, 그 사이에 얘가 다시 영양 실조에 걸려서 병원에 데려왔어요."

이 병원에 이렇게 영양실조 환자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가뭄이 본격화된 지난 6월부터입니다.

<인터뷰> 후안 토마스(사까빠병원장 ) : "우리 병원에는 보통 영양실조 환자가 한 달에 1~2명이었는데, 요즘엔 월 10~12명으 로 늘었습니다."

옥수수는 과테말라 등 중미 지역에서 주식으로 먹는 '또띠아'의 원료입니다.

옥수수 가루로 반죽을 만들어서 둥글고 얇게 편 다음 양쪽을 번갈아 구우면 또띠아가 만들어집니다.

<인터뷰> 도밍가 가르시아(주부) :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끼에 적어도 또띠아 3개는 먹어요. 4~5개도 먹고요."

고기나 야채 없이 또띠아만 먹을 수 있어도 어린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피어납니다.

문제는 이렇게 또띠아를 먹을 수 없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곱 식구가 사는 이 집에는 옥수수가 한 톨도 없습니다.

한 움큼 정도 되는 이 콩이 남은 식량의 전부입니다.

<인터뷰> 알 디비스 : " 7개월 된 막내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지만, 아직 병원엔 가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과테말라 식량안보실 직원 : "이 동네의 경우 가뭄으로 옥수수 92%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 10명이 영양실조를 앓고 있고요."

이렇게 말라죽고 황폐한 옥수수 밭이 과테말라 전체 경작지의 약 80%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과테말라 정부는 전체 22개 주 가운데 16개 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상태입니다.

가뭄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식인 옥수수 가격은 서너 달만에 35%나 올랐습니다.

<인터뷰> 킴베를리 크람스(상인) : "옥수수가 전에는 (450그램에) 1.30께찰(약 220원)이었는데 지금은 1.75께찰(약 300원) 이에요. 가뭄으로 옥수수가 부족해서 값이 많이 올랐어요."

과테말라 정부는 연말까지 7,700만 달러, 우리 돈 약 8백억 원을 투입해 식량을 극빈 가정에 나눠줄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6만8천 가구에서 28만8천 가구로 빠르게 늘고 있어, 감당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터뷰> 엔리케 몬테레쏘(과테말라 식량안보실장) : "과테말라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일하냐고 요? 그렇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냐 고요?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은 과테말라뿐 아니라 엘 살바도르와 온두라스, 니카라과에도 식량난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이 지역에서 앞으로 수만 명이 굶주릴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습니다.

<인터뷰> 디에고 레옹(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과테말라 주재 대표) : "(중미 4개국은) 긴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 대부분이 손실을 봤습니다. 기후로 인한 식량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뿐 아니라 더 심각해질 걸로 예상됩니다.

푸르게 잘 자란 옥수수밭과 논.

다른 지역과 마찮가지로 가뭄을 겪은 엘 살바도르의 한 마을입니다.

다만 이 지역은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시범적으로 관개시설을 만들어 가뭄을 이겨냈습니다.

<인터뷰> 강승헌(한국국제협력단) : "엘 살바도르 소장 "단순히 관개수로만 설치하는 게 아니라 우물을 여섯 개를 뜷어서 어느 정도 가뭄에 취약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식량난에 대응하기 위한 이런 노력이 중미지역에서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라는 점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는 2030년 이후에는 세계 각지에서 식량난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뭄과 홍수가 잦아지면서 농업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안정적인 식량 확보는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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