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신용불량자는 핵폭탄

입력 2002.02.23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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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드빚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카드빚을 내야 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에 급급한 잠재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수익만을 노린 신용카드회사들이 무분별하게 대출한도액을 올리면서 빚어낸 결과입니다.
박일중, 이창룡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20대 김 모씨는 지금도 8장의 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서로 다른 카드의 연체를 막느라 급급했던 때를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신용카드 남용 경험자: 스트레스 많이 받죠. 이 카드 결제일 몇 일 저 카드 결제일 몇 일 일일이 신경 써야되고, 금액 매일 확인해야 되고 못 막으면 어떻게 하나 불안도 하고….
⊙기자: 두 자리수에 이르는 이자를 물다 보니 현금서비스 한도는 곧 차올랐고 상품권이나 주유권을 사 되파는 이른바 카드깡까지 해 가며 카드연체를 막아야 했습니다.
⊙신용카드 남용 경험자: 실질적으로 이자가 늘어나다 보니까 그 달에 (카드를) 하나도 안 써도 이자만 몇십만 원 나오는 경우도 있고 원금이랑 이자랑 나중이 되면 거의 비슷해져요.
⊙기자: 서울 YMCA의 조사 결과 현금서비스 경험자가 58%였고 이 가운데 25%가 김 씨처럼 카드빚을 갚으려고 내는 경우였습니다.
전체 카드사용자의 15% 정도인 300만명이 빚을 내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추정입니다.
카드돌려막기를 하는 이들 300만명은 사실상 신용불량 대기자로 카드 관련 신용불량자 숫자의 3배에 이릅니다.
⊙최공필(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야말로 빚을 갚기 위해서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의 고리에 이미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조만간 소비자 파산문제도 상당히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고요...
⊙기자: 카드사들의 엉성한 회원관리가 여러 장의 카드로 빚을 내 빚을 갚는 잠재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고 이는 다시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키우고 있습니다.
KBS뉴스 박일중입니다.
⊙기자: 정 모씨는 지난해 4월 부인이 숨진 뒤 부인 이름으로 날아든 수십 장의 카드 청구서를 받고 아찔했습니다.
카드빚을 돌려막기 위해 발급한 신용카드만 19장에 카드빚은 5000만원이나 됐습니다.
게다가 빚을 막으려 수시로 카드깡을 했고 사채까지 손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남편 정 모씨: 아내가 갑자기 숨진데다 어떻게 해결할 방법은 없고….
⊙기자: 은행대출이라면 애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은행은 소득이나 예금에 근거해 지불능력을 따지는 데다 서로 이런 대출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여러 군데에서 한도 이상 돈을 꿔 쓰기가 어렵습니다.
⊙마상천(은행연합회 팀장): 모든 은행이 대출 지급하기 전에 정보망을 조회해서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얼마나 받았나 확인을 합니다.
⊙기자: 그러나 카드사는 지불능력과 관계없이 사용실적만 보고 대출한도를 마구 올려 줍니다.
이러다 보니 연체없이 돌려막기만 잘 하면 우량회원으로 둔갑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카드사끼리 신용불량 여부를 제외하고는 대출정보가 거의 공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객의 대출한도는 카드사마다 노출을 꺼려 알 길이 없습니다.
⊙기자: 돌려 막으면 한도 올라가겠네요?
⊙카드관련 협회 직원: 그렇죠. 연체 없으면 실적이 좋게 나와요.
⊙기자: 카드사의 대출한도를 규제하거나 대출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야 할 때라는 지적입니다.
KBS뉴스 이창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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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 신용불량자는 핵폭탄
    • 입력 2002-02-23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카드빚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카드빚을 내야 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에 급급한 잠재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수익만을 노린 신용카드회사들이 무분별하게 대출한도액을 올리면서 빚어낸 결과입니다. 박일중, 이창룡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20대 김 모씨는 지금도 8장의 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서로 다른 카드의 연체를 막느라 급급했던 때를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신용카드 남용 경험자: 스트레스 많이 받죠. 이 카드 결제일 몇 일 저 카드 결제일 몇 일 일일이 신경 써야되고, 금액 매일 확인해야 되고 못 막으면 어떻게 하나 불안도 하고…. ⊙기자: 두 자리수에 이르는 이자를 물다 보니 현금서비스 한도는 곧 차올랐고 상품권이나 주유권을 사 되파는 이른바 카드깡까지 해 가며 카드연체를 막아야 했습니다. ⊙신용카드 남용 경험자: 실질적으로 이자가 늘어나다 보니까 그 달에 (카드를) 하나도 안 써도 이자만 몇십만 원 나오는 경우도 있고 원금이랑 이자랑 나중이 되면 거의 비슷해져요. ⊙기자: 서울 YMCA의 조사 결과 현금서비스 경험자가 58%였고 이 가운데 25%가 김 씨처럼 카드빚을 갚으려고 내는 경우였습니다. 전체 카드사용자의 15% 정도인 300만명이 빚을 내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추정입니다. 카드돌려막기를 하는 이들 300만명은 사실상 신용불량 대기자로 카드 관련 신용불량자 숫자의 3배에 이릅니다. ⊙최공필(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야말로 빚을 갚기 위해서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의 고리에 이미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조만간 소비자 파산문제도 상당히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고요... ⊙기자: 카드사들의 엉성한 회원관리가 여러 장의 카드로 빚을 내 빚을 갚는 잠재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고 이는 다시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키우고 있습니다. KBS뉴스 박일중입니다. ⊙기자: 정 모씨는 지난해 4월 부인이 숨진 뒤 부인 이름으로 날아든 수십 장의 카드 청구서를 받고 아찔했습니다. 카드빚을 돌려막기 위해 발급한 신용카드만 19장에 카드빚은 5000만원이나 됐습니다. 게다가 빚을 막으려 수시로 카드깡을 했고 사채까지 손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남편 정 모씨: 아내가 갑자기 숨진데다 어떻게 해결할 방법은 없고…. ⊙기자: 은행대출이라면 애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은행은 소득이나 예금에 근거해 지불능력을 따지는 데다 서로 이런 대출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여러 군데에서 한도 이상 돈을 꿔 쓰기가 어렵습니다. ⊙마상천(은행연합회 팀장): 모든 은행이 대출 지급하기 전에 정보망을 조회해서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얼마나 받았나 확인을 합니다. ⊙기자: 그러나 카드사는 지불능력과 관계없이 사용실적만 보고 대출한도를 마구 올려 줍니다. 이러다 보니 연체없이 돌려막기만 잘 하면 우량회원으로 둔갑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카드사끼리 신용불량 여부를 제외하고는 대출정보가 거의 공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객의 대출한도는 카드사마다 노출을 꺼려 알 길이 없습니다. ⊙기자: 돌려 막으면 한도 올라가겠네요? ⊙카드관련 협회 직원: 그렇죠. 연체 없으면 실적이 좋게 나와요. ⊙기자: 카드사의 대출한도를 규제하거나 대출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야 할 때라는 지적입니다. KBS뉴스 이창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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