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늘어나는 의료사고, 피해자 보호대책은?

입력 2014.11.11 (21:16) 수정 2014.11.1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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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고 신해철 씨 사망 사건이 의료 과실 논란으로 치달으면서 의료분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연간 만 건 이상의 의료분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환자측은 전문지식이 없는데다 절차도 잘 몰라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늘어나는 의료분쟁, 피해자 보호대책은 충분할까요?

먼저 홍혜림 기자가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 의료 사고 입증 막막…고통받는 환자들▼

<리포트>

29살 박지현 씨는 2년 전 부정교합 교정을 위해 양악 수술을 받았습니다.

부작용이 생길까봐 유명 치과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쳤습니다.

안면 신경마비로 왼쪽 눈이 감기지 않아 영구 장애판정을 받았습니다.

<녹취> 박지현(양악수술 피해자) :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제가 잠을 못자요.일상생활을 전혀 못하는 상태고..."

하지만 병원 측은 후유증의 일종으로 수술 진행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장애로 출근을 못하게 된 박씨는 병원 측을 고소했지만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또다른 고통에 직면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 "환자는 마취된 상태에서 수술방에 들어가고 영상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잘못을 입증해야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고..."

가벼운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던 40대 남성도 수술 후 하반신 마비와 극심한 배뇨장애 등을 겪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걸음마를 떼게된 이 환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생각을 하면서도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녹취> 의료사고 피해자 :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손해란 생각이 들어요. 만약에 제가 형제지간이었으면 과연 그렇게 수술했겠냐 그런거죠."

환자들이 의료 전문지식이 부족한 탓에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경우는 전체 의료분쟁의 10%인 연간 1,100여건에 불과합니다.

▼ 의료 분쟁 이렇게 해결하라 ▼

<기자 멘트>

의료 분쟁이 생기면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처치와 수술기록 뿐만 아니라 투약기록과 검사 결과, 간호일지까지 모두 확보해야 합니다.

환자가 원하면 병원은 의무적으로 진료기록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진료기록이 자세하게 기재돼있지 않거나 투명하지 않아 분쟁해결을 위한 자료로 적절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대학병원에선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 대학병원 수술실입니다.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 등이 실시간으로 자동 기록되고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희(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인위적인 기록이 아닌 기계에서 자동으로 넘어온 기록이기 때문에 신뢰도는 굉장히 높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병원과 합의에 실패한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거나 곧바로 의료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중재원에서 해결되지 않아도 의료소송으로 갈 수 있습니다.

환자가 조정 중재를 신청하고 병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조정 중재가 시작됩니다.

모든 과정은 120일 이내에 이뤄지고 결과는 법적 효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고 신해철 씨 사건에서 보듯 의료 과실을 입증하기란 쉽지가 않은데요,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투명성 확보와 강제 조정 필요 ▼

<리포트>

이 40대 남성의 아버지는 지난 8월 심부전으로 입원했다가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숨졌습니다.

입원 초기부터 폐렴 증상이 있었는데 협진 치료가 늦어져 숨졌다는 겁니다.

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위태국(서울 강북구) : "'의사가 잘못한 게 없다' 그랬으면 저는 인정을 했을 겁니다. 근데 조정도 시작도 못한 채 다시 긴 법적분쟁으로 가야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조정 신청은 2012년 503건에서 올해는 9월까지 1434건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조정이 시작된 비율은 42%에 불과합니다.

병원이 조정에 참여를 거부하거나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의료분쟁 조정절차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가 조정을 신청하면 병원이 꼭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렇게 해야 평균 2년이 넘게 걸리는 의료소송을 하지 않고도 피해를 신속히 구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이인재(변호사) :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차원에서는 강제적으로 조정중재절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의료 과실의 책임을 환자나 피해자가 입증하도록 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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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늘어나는 의료사고, 피해자 보호대책은?
    • 입력 2014-11-11 21:20:38
    • 수정2014-11-11 21: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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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고 신해철 씨 사망 사건이 의료 과실 논란으로 치달으면서 의료분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연간 만 건 이상의 의료분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환자측은 전문지식이 없는데다 절차도 잘 몰라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늘어나는 의료분쟁, 피해자 보호대책은 충분할까요?

먼저 홍혜림 기자가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 의료 사고 입증 막막…고통받는 환자들▼

<리포트>

29살 박지현 씨는 2년 전 부정교합 교정을 위해 양악 수술을 받았습니다.

부작용이 생길까봐 유명 치과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쳤습니다.

안면 신경마비로 왼쪽 눈이 감기지 않아 영구 장애판정을 받았습니다.

<녹취> 박지현(양악수술 피해자) :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제가 잠을 못자요.일상생활을 전혀 못하는 상태고..."

하지만 병원 측은 후유증의 일종으로 수술 진행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장애로 출근을 못하게 된 박씨는 병원 측을 고소했지만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또다른 고통에 직면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 "환자는 마취된 상태에서 수술방에 들어가고 영상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잘못을 입증해야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고..."

가벼운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던 40대 남성도 수술 후 하반신 마비와 극심한 배뇨장애 등을 겪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걸음마를 떼게된 이 환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생각을 하면서도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녹취> 의료사고 피해자 :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손해란 생각이 들어요. 만약에 제가 형제지간이었으면 과연 그렇게 수술했겠냐 그런거죠."

환자들이 의료 전문지식이 부족한 탓에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경우는 전체 의료분쟁의 10%인 연간 1,100여건에 불과합니다.

▼ 의료 분쟁 이렇게 해결하라 ▼

<기자 멘트>

의료 분쟁이 생기면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처치와 수술기록 뿐만 아니라 투약기록과 검사 결과, 간호일지까지 모두 확보해야 합니다.

환자가 원하면 병원은 의무적으로 진료기록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진료기록이 자세하게 기재돼있지 않거나 투명하지 않아 분쟁해결을 위한 자료로 적절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대학병원에선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 대학병원 수술실입니다.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 등이 실시간으로 자동 기록되고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희(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인위적인 기록이 아닌 기계에서 자동으로 넘어온 기록이기 때문에 신뢰도는 굉장히 높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병원과 합의에 실패한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거나 곧바로 의료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중재원에서 해결되지 않아도 의료소송으로 갈 수 있습니다.

환자가 조정 중재를 신청하고 병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조정 중재가 시작됩니다.

모든 과정은 120일 이내에 이뤄지고 결과는 법적 효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고 신해철 씨 사건에서 보듯 의료 과실을 입증하기란 쉽지가 않은데요,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투명성 확보와 강제 조정 필요 ▼

<리포트>

이 40대 남성의 아버지는 지난 8월 심부전으로 입원했다가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숨졌습니다.

입원 초기부터 폐렴 증상이 있었는데 협진 치료가 늦어져 숨졌다는 겁니다.

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위태국(서울 강북구) : "'의사가 잘못한 게 없다' 그랬으면 저는 인정을 했을 겁니다. 근데 조정도 시작도 못한 채 다시 긴 법적분쟁으로 가야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조정 신청은 2012년 503건에서 올해는 9월까지 1434건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조정이 시작된 비율은 42%에 불과합니다.

병원이 조정에 참여를 거부하거나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의료분쟁 조정절차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가 조정을 신청하면 병원이 꼭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렇게 해야 평균 2년이 넘게 걸리는 의료소송을 하지 않고도 피해를 신속히 구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이인재(변호사) :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차원에서는 강제적으로 조정중재절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의료 과실의 책임을 환자나 피해자가 입증하도록 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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