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 ‘억류 미국인’ 전격 석방…‘외교전’ 재개
입력 2014.11.15 (07:49)
수정 2014.11.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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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한반도입니다.
북한이 억류 중이던 미국인들을 전격 석방한 데 이어 핵심 실세인 최룡해를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에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유화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권 문제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완화해보려는 노림수가 엿보이는데요.
억류 미국인 석방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외교전, 송지현 리포터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평양을 출발한 미 군용기가 미국 워싱턴 주의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가 2년 만에 석방돼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배씨와 가족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녹취> 케네스 배 : "나를 지지하고 후원하고 기억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북한 정부에도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부터 억류됐던 미국인 매튜 토드 밀러도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석방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만났습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이 먼저 석방됐고, 이로써 북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미국인 억류 사태가 2년 만에 일단락됐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美 대통령) : "억류됐던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아주 멋진 날이고, 무사히 돌아온 데 대해 매우 감사합니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을 시작으로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한 사례는 알려진 것만 십여 차례.
그때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거물 정치인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찾았고, 북한은 이를 북미 간 대화의 계기로 삼아왔습니다.
지난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억류된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녹취> 빌 클린턴(전 美 대통령) : "북미 양측이 향후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고, 억류자 석방 문제를 넘어서 북미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미국인 석방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한의 노림수였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결국, 미국이 고위급 인사들을 파견하고 북한 입장에서는 그것을 일종의 사죄 행위로 그렇게 수용하면서 석방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대화라든지 또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단초를 마련했다. 그런 점에서 이 인질 외교, 억류 외교 이것이 나름대로 북한에게는 도움이 됐던 그런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다만 조총련 기관지를 통해 미국이 대화의 새로운 기점으로 삼으면 북한도 호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클래퍼 국장의 평양 방문은 철저히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일 뿐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대화 재개를 위해선 북핵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다시 공을 북한에게 넘겼습니다.
<녹취> 젠 사키(미 국무부 대변인) :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 그리고 핵에 대한 북한의 야욕과 능력에 대한 우리의 우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달, 유엔의 새 대북인권결의안이 유럽연합에 의해 공식 제출됐습니다.
북한인권보고서의 유엔 안보리 제출을 비롯해 북한이 삭제하려던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와 정책 책임자들의 반인도적 범죄 책임 문제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습니다.
<녹취> 토마스 마이어-하팅(유엔 주재 EU 대표단장) : "심각하고 체계적인 인권침해, 인도적 범죄일 수 있는 일들이 계속 자행되고 있는 북한 인권에 대한 결의안입니다."
새 대북인권결의안은 다음 주 위원회 표결을 거쳐 최종안 채택 여부가 결정됩니다.
북한이 별다른 조건 없이 미국인을 석방한 데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 대북인권결의안 논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 지도자의 책임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엔 표결을 앞두고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이제 제출되는 시기이고, 그러면서 미국인을 억류하는 것이 일반 국제 관습에 좀 과하다. 유엔 인권결의안 내용을 보면, 김정은을 국제 형사 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자기들이 부담이 되는 또는 국제 사회가 부담하고 있는 부분들을 좀 털고 가고자......"
북한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 인권 특사와 다루스만 유엔 북한 특별인권 보고관이 차례로 서울을 찾았습니다.
로버트 킹 특사는 물론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 인권문제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의 중요성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녹취> 다루스만(유엔 북한특별보고관) : "북한의 인권 상황이 ICC(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되어 적절한 제재가 취해져야 합니다."
<기자 멘트>
송지현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 본격적인 북미 대화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다자 외교의 장으로 불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의 막이 올랐습니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5회 APEC 정상회의.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 등 각국 정상과의 잇단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녹취> 박근혜(대통령) : "협력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APEC 정상회의의 백미는 개최국인 중국과 미국의 이른바 G2 정상회담.
전문가는 북한이 억류자 석방을 전격 결정한 건 미국에는 대화의 메시지를, 중국에는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럴 때 북한이 좀 더 유화적인 특히 인권차원에 있어서 유화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소위 국제적인 인권 압박 여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자 하는 그런 의도도 다분히 깔려있다고 볼 수가 있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만큼은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녹취> 오바마(美 대통령) :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여러 상호 이해관계가 있는 많은 이슈들을 논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에 이어 핵심 실세인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조만간 러시아에 파견하기로 해 주목됩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4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 연방을 방문하게 됩니다."
<리포터>
송지현 동북아의 외교 지형이 다시 꿈틀대는 가운데 벽에 부딪힌 남북관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에 남은 억류자는 우리 국적의 선교사, 김정욱씨 단 한 명뿐입니다.
<녹취> 김정욱(목사/지난 2월) : "제 상기 모든 행위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법과 북쪽 사람들의 인권을 엄중히 침해한 범죄 행위로 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지난해 10월, 선교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간 김정욱씨, 북한은 국가 전복 음모죄와 간첩죄 등으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정부는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김정욱씨의 조속한 송환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녹취> 노광일(외교부 대변인) : "김정욱 선교사도 조속히 석방 송환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 간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길 바란다."
북한은 대신 지난 10일부터 실시 중인 우리의 호국 훈련에 대해 연평도 포격까지 거론하며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도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며,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조평통(서기국 보도/지난 12일) : "그들이 실지로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결과 전쟁 책동의 흉심을 버리지 않고 대화를 한갓 위장물로 이용해 보려고 하셨다는……."
전문가는 남한을 우회한 북한의 적극적 외교 행보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특히 북한으로선 외교전을 통해 당장 눈앞에 있는 UN 인권결의안 채택을 저지하는 게 급선무라는 겁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동북아 외교관계는 대단히 변화가 사실은 진행 중에 있고 이 변화 과정 속에서 우리가 경직된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의 이익이 타국의 어떤 교섭과 협상에 의해서 사실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제는 대일 대중 대미 대러 심지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이제는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될 정책들을 해 나가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에 억류 미국인 석방이라는 유화 조치를 취했지만, 핵과 인권이라는 근본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북한의 고립은 지속되리란 전망입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보다 창조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해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한반도입니다.
북한이 억류 중이던 미국인들을 전격 석방한 데 이어 핵심 실세인 최룡해를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에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유화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권 문제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완화해보려는 노림수가 엿보이는데요.
억류 미국인 석방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외교전, 송지현 리포터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평양을 출발한 미 군용기가 미국 워싱턴 주의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가 2년 만에 석방돼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배씨와 가족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녹취> 케네스 배 : "나를 지지하고 후원하고 기억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북한 정부에도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부터 억류됐던 미국인 매튜 토드 밀러도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석방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만났습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이 먼저 석방됐고, 이로써 북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미국인 억류 사태가 2년 만에 일단락됐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美 대통령) : "억류됐던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아주 멋진 날이고, 무사히 돌아온 데 대해 매우 감사합니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을 시작으로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한 사례는 알려진 것만 십여 차례.
그때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거물 정치인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찾았고, 북한은 이를 북미 간 대화의 계기로 삼아왔습니다.
지난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억류된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녹취> 빌 클린턴(전 美 대통령) : "북미 양측이 향후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고, 억류자 석방 문제를 넘어서 북미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미국인 석방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한의 노림수였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결국, 미국이 고위급 인사들을 파견하고 북한 입장에서는 그것을 일종의 사죄 행위로 그렇게 수용하면서 석방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대화라든지 또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단초를 마련했다. 그런 점에서 이 인질 외교, 억류 외교 이것이 나름대로 북한에게는 도움이 됐던 그런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다만 조총련 기관지를 통해 미국이 대화의 새로운 기점으로 삼으면 북한도 호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클래퍼 국장의 평양 방문은 철저히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일 뿐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대화 재개를 위해선 북핵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다시 공을 북한에게 넘겼습니다.
<녹취> 젠 사키(미 국무부 대변인) :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 그리고 핵에 대한 북한의 야욕과 능력에 대한 우리의 우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달, 유엔의 새 대북인권결의안이 유럽연합에 의해 공식 제출됐습니다.
북한인권보고서의 유엔 안보리 제출을 비롯해 북한이 삭제하려던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와 정책 책임자들의 반인도적 범죄 책임 문제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습니다.
<녹취> 토마스 마이어-하팅(유엔 주재 EU 대표단장) : "심각하고 체계적인 인권침해, 인도적 범죄일 수 있는 일들이 계속 자행되고 있는 북한 인권에 대한 결의안입니다."
새 대북인권결의안은 다음 주 위원회 표결을 거쳐 최종안 채택 여부가 결정됩니다.
북한이 별다른 조건 없이 미국인을 석방한 데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 대북인권결의안 논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 지도자의 책임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엔 표결을 앞두고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이제 제출되는 시기이고, 그러면서 미국인을 억류하는 것이 일반 국제 관습에 좀 과하다. 유엔 인권결의안 내용을 보면, 김정은을 국제 형사 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자기들이 부담이 되는 또는 국제 사회가 부담하고 있는 부분들을 좀 털고 가고자......"
북한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 인권 특사와 다루스만 유엔 북한 특별인권 보고관이 차례로 서울을 찾았습니다.
로버트 킹 특사는 물론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 인권문제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의 중요성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녹취> 다루스만(유엔 북한특별보고관) : "북한의 인권 상황이 ICC(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되어 적절한 제재가 취해져야 합니다."
<기자 멘트>
송지현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 본격적인 북미 대화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다자 외교의 장으로 불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의 막이 올랐습니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5회 APEC 정상회의.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 등 각국 정상과의 잇단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녹취> 박근혜(대통령) : "협력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APEC 정상회의의 백미는 개최국인 중국과 미국의 이른바 G2 정상회담.
전문가는 북한이 억류자 석방을 전격 결정한 건 미국에는 대화의 메시지를, 중국에는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럴 때 북한이 좀 더 유화적인 특히 인권차원에 있어서 유화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소위 국제적인 인권 압박 여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자 하는 그런 의도도 다분히 깔려있다고 볼 수가 있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만큼은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녹취> 오바마(美 대통령) :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여러 상호 이해관계가 있는 많은 이슈들을 논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에 이어 핵심 실세인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조만간 러시아에 파견하기로 해 주목됩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4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 연방을 방문하게 됩니다."
<리포터>
송지현 동북아의 외교 지형이 다시 꿈틀대는 가운데 벽에 부딪힌 남북관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에 남은 억류자는 우리 국적의 선교사, 김정욱씨 단 한 명뿐입니다.
<녹취> 김정욱(목사/지난 2월) : "제 상기 모든 행위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법과 북쪽 사람들의 인권을 엄중히 침해한 범죄 행위로 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지난해 10월, 선교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간 김정욱씨, 북한은 국가 전복 음모죄와 간첩죄 등으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정부는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김정욱씨의 조속한 송환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녹취> 노광일(외교부 대변인) : "김정욱 선교사도 조속히 석방 송환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 간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길 바란다."
북한은 대신 지난 10일부터 실시 중인 우리의 호국 훈련에 대해 연평도 포격까지 거론하며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도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며,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조평통(서기국 보도/지난 12일) : "그들이 실지로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결과 전쟁 책동의 흉심을 버리지 않고 대화를 한갓 위장물로 이용해 보려고 하셨다는……."
전문가는 남한을 우회한 북한의 적극적 외교 행보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특히 북한으로선 외교전을 통해 당장 눈앞에 있는 UN 인권결의안 채택을 저지하는 게 급선무라는 겁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동북아 외교관계는 대단히 변화가 사실은 진행 중에 있고 이 변화 과정 속에서 우리가 경직된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의 이익이 타국의 어떤 교섭과 협상에 의해서 사실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제는 대일 대중 대미 대러 심지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이제는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될 정책들을 해 나가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에 억류 미국인 석방이라는 유화 조치를 취했지만, 핵과 인권이라는 근본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북한의 고립은 지속되리란 전망입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보다 창조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해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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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한반도] 북 ‘억류 미국인’ 전격 석방…‘외교전’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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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11-14 15:56:10
- 수정2014-11-15 08:27:49
<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한반도입니다.
북한이 억류 중이던 미국인들을 전격 석방한 데 이어 핵심 실세인 최룡해를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에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유화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권 문제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완화해보려는 노림수가 엿보이는데요.
억류 미국인 석방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외교전, 송지현 리포터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평양을 출발한 미 군용기가 미국 워싱턴 주의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가 2년 만에 석방돼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배씨와 가족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녹취> 케네스 배 : "나를 지지하고 후원하고 기억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북한 정부에도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부터 억류됐던 미국인 매튜 토드 밀러도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석방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만났습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이 먼저 석방됐고, 이로써 북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미국인 억류 사태가 2년 만에 일단락됐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美 대통령) : "억류됐던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아주 멋진 날이고, 무사히 돌아온 데 대해 매우 감사합니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을 시작으로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한 사례는 알려진 것만 십여 차례.
그때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거물 정치인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찾았고, 북한은 이를 북미 간 대화의 계기로 삼아왔습니다.
지난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억류된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녹취> 빌 클린턴(전 美 대통령) : "북미 양측이 향후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고, 억류자 석방 문제를 넘어서 북미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미국인 석방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한의 노림수였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결국, 미국이 고위급 인사들을 파견하고 북한 입장에서는 그것을 일종의 사죄 행위로 그렇게 수용하면서 석방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대화라든지 또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단초를 마련했다. 그런 점에서 이 인질 외교, 억류 외교 이것이 나름대로 북한에게는 도움이 됐던 그런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다만 조총련 기관지를 통해 미국이 대화의 새로운 기점으로 삼으면 북한도 호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클래퍼 국장의 평양 방문은 철저히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일 뿐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대화 재개를 위해선 북핵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다시 공을 북한에게 넘겼습니다.
<녹취> 젠 사키(미 국무부 대변인) :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 그리고 핵에 대한 북한의 야욕과 능력에 대한 우리의 우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달, 유엔의 새 대북인권결의안이 유럽연합에 의해 공식 제출됐습니다.
북한인권보고서의 유엔 안보리 제출을 비롯해 북한이 삭제하려던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와 정책 책임자들의 반인도적 범죄 책임 문제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습니다.
<녹취> 토마스 마이어-하팅(유엔 주재 EU 대표단장) : "심각하고 체계적인 인권침해, 인도적 범죄일 수 있는 일들이 계속 자행되고 있는 북한 인권에 대한 결의안입니다."
새 대북인권결의안은 다음 주 위원회 표결을 거쳐 최종안 채택 여부가 결정됩니다.
북한이 별다른 조건 없이 미국인을 석방한 데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 대북인권결의안 논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 지도자의 책임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엔 표결을 앞두고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이제 제출되는 시기이고, 그러면서 미국인을 억류하는 것이 일반 국제 관습에 좀 과하다. 유엔 인권결의안 내용을 보면, 김정은을 국제 형사 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자기들이 부담이 되는 또는 국제 사회가 부담하고 있는 부분들을 좀 털고 가고자......"
북한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 인권 특사와 다루스만 유엔 북한 특별인권 보고관이 차례로 서울을 찾았습니다.
로버트 킹 특사는 물론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 인권문제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의 중요성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녹취> 다루스만(유엔 북한특별보고관) : "북한의 인권 상황이 ICC(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되어 적절한 제재가 취해져야 합니다."
<기자 멘트>
송지현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 본격적인 북미 대화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다자 외교의 장으로 불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의 막이 올랐습니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5회 APEC 정상회의.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 등 각국 정상과의 잇단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녹취> 박근혜(대통령) : "협력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APEC 정상회의의 백미는 개최국인 중국과 미국의 이른바 G2 정상회담.
전문가는 북한이 억류자 석방을 전격 결정한 건 미국에는 대화의 메시지를, 중국에는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럴 때 북한이 좀 더 유화적인 특히 인권차원에 있어서 유화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소위 국제적인 인권 압박 여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자 하는 그런 의도도 다분히 깔려있다고 볼 수가 있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만큼은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녹취> 오바마(美 대통령) :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여러 상호 이해관계가 있는 많은 이슈들을 논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에 이어 핵심 실세인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조만간 러시아에 파견하기로 해 주목됩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4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 연방을 방문하게 됩니다."
<리포터>
송지현 동북아의 외교 지형이 다시 꿈틀대는 가운데 벽에 부딪힌 남북관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에 남은 억류자는 우리 국적의 선교사, 김정욱씨 단 한 명뿐입니다.
<녹취> 김정욱(목사/지난 2월) : "제 상기 모든 행위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법과 북쪽 사람들의 인권을 엄중히 침해한 범죄 행위로 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지난해 10월, 선교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간 김정욱씨, 북한은 국가 전복 음모죄와 간첩죄 등으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정부는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김정욱씨의 조속한 송환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녹취> 노광일(외교부 대변인) : "김정욱 선교사도 조속히 석방 송환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 간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길 바란다."
북한은 대신 지난 10일부터 실시 중인 우리의 호국 훈련에 대해 연평도 포격까지 거론하며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도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며,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조평통(서기국 보도/지난 12일) : "그들이 실지로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결과 전쟁 책동의 흉심을 버리지 않고 대화를 한갓 위장물로 이용해 보려고 하셨다는……."
전문가는 남한을 우회한 북한의 적극적 외교 행보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특히 북한으로선 외교전을 통해 당장 눈앞에 있는 UN 인권결의안 채택을 저지하는 게 급선무라는 겁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동북아 외교관계는 대단히 변화가 사실은 진행 중에 있고 이 변화 과정 속에서 우리가 경직된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의 이익이 타국의 어떤 교섭과 협상에 의해서 사실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제는 대일 대중 대미 대러 심지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이제는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될 정책들을 해 나가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에 억류 미국인 석방이라는 유화 조치를 취했지만, 핵과 인권이라는 근본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북한의 고립은 지속되리란 전망입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보다 창조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해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한반도입니다.
북한이 억류 중이던 미국인들을 전격 석방한 데 이어 핵심 실세인 최룡해를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에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유화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권 문제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완화해보려는 노림수가 엿보이는데요.
억류 미국인 석방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외교전, 송지현 리포터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평양을 출발한 미 군용기가 미국 워싱턴 주의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가 2년 만에 석방돼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배씨와 가족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녹취> 케네스 배 : "나를 지지하고 후원하고 기억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북한 정부에도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부터 억류됐던 미국인 매튜 토드 밀러도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석방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만났습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이 먼저 석방됐고, 이로써 북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미국인 억류 사태가 2년 만에 일단락됐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美 대통령) : "억류됐던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아주 멋진 날이고, 무사히 돌아온 데 대해 매우 감사합니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을 시작으로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한 사례는 알려진 것만 십여 차례.
그때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거물 정치인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찾았고, 북한은 이를 북미 간 대화의 계기로 삼아왔습니다.
지난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억류된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녹취> 빌 클린턴(전 美 대통령) : "북미 양측이 향후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고, 억류자 석방 문제를 넘어서 북미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미국인 석방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한의 노림수였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결국, 미국이 고위급 인사들을 파견하고 북한 입장에서는 그것을 일종의 사죄 행위로 그렇게 수용하면서 석방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대화라든지 또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단초를 마련했다. 그런 점에서 이 인질 외교, 억류 외교 이것이 나름대로 북한에게는 도움이 됐던 그런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다만 조총련 기관지를 통해 미국이 대화의 새로운 기점으로 삼으면 북한도 호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클래퍼 국장의 평양 방문은 철저히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일 뿐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대화 재개를 위해선 북핵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다시 공을 북한에게 넘겼습니다.
<녹취> 젠 사키(미 국무부 대변인) :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 그리고 핵에 대한 북한의 야욕과 능력에 대한 우리의 우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달, 유엔의 새 대북인권결의안이 유럽연합에 의해 공식 제출됐습니다.
북한인권보고서의 유엔 안보리 제출을 비롯해 북한이 삭제하려던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와 정책 책임자들의 반인도적 범죄 책임 문제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습니다.
<녹취> 토마스 마이어-하팅(유엔 주재 EU 대표단장) : "심각하고 체계적인 인권침해, 인도적 범죄일 수 있는 일들이 계속 자행되고 있는 북한 인권에 대한 결의안입니다."
새 대북인권결의안은 다음 주 위원회 표결을 거쳐 최종안 채택 여부가 결정됩니다.
북한이 별다른 조건 없이 미국인을 석방한 데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 대북인권결의안 논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 지도자의 책임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엔 표결을 앞두고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이제 제출되는 시기이고, 그러면서 미국인을 억류하는 것이 일반 국제 관습에 좀 과하다. 유엔 인권결의안 내용을 보면, 김정은을 국제 형사 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자기들이 부담이 되는 또는 국제 사회가 부담하고 있는 부분들을 좀 털고 가고자......"
북한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 인권 특사와 다루스만 유엔 북한 특별인권 보고관이 차례로 서울을 찾았습니다.
로버트 킹 특사는 물론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 인권문제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의 중요성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녹취> 다루스만(유엔 북한특별보고관) : "북한의 인권 상황이 ICC(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되어 적절한 제재가 취해져야 합니다."
<기자 멘트>
송지현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 본격적인 북미 대화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다자 외교의 장으로 불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의 막이 올랐습니다.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5회 APEC 정상회의.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 등 각국 정상과의 잇단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녹취> 박근혜(대통령) : "협력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APEC 정상회의의 백미는 개최국인 중국과 미국의 이른바 G2 정상회담.
전문가는 북한이 억류자 석방을 전격 결정한 건 미국에는 대화의 메시지를, 중국에는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럴 때 북한이 좀 더 유화적인 특히 인권차원에 있어서 유화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소위 국제적인 인권 압박 여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자 하는 그런 의도도 다분히 깔려있다고 볼 수가 있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만큼은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녹취> 오바마(美 대통령) :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여러 상호 이해관계가 있는 많은 이슈들을 논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에 이어 핵심 실세인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조만간 러시아에 파견하기로 해 주목됩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4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 연방을 방문하게 됩니다."
<리포터>
송지현 동북아의 외교 지형이 다시 꿈틀대는 가운데 벽에 부딪힌 남북관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에 남은 억류자는 우리 국적의 선교사, 김정욱씨 단 한 명뿐입니다.
<녹취> 김정욱(목사/지난 2월) : "제 상기 모든 행위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법과 북쪽 사람들의 인권을 엄중히 침해한 범죄 행위로 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지난해 10월, 선교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간 김정욱씨, 북한은 국가 전복 음모죄와 간첩죄 등으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정부는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김정욱씨의 조속한 송환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녹취> 노광일(외교부 대변인) : "김정욱 선교사도 조속히 석방 송환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 간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길 바란다."
북한은 대신 지난 10일부터 실시 중인 우리의 호국 훈련에 대해 연평도 포격까지 거론하며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도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며,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취> 조평통(서기국 보도/지난 12일) : "그들이 실지로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결과 전쟁 책동의 흉심을 버리지 않고 대화를 한갓 위장물로 이용해 보려고 하셨다는……."
전문가는 남한을 우회한 북한의 적극적 외교 행보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특히 북한으로선 외교전을 통해 당장 눈앞에 있는 UN 인권결의안 채택을 저지하는 게 급선무라는 겁니다.
<인터뷰> 김흥규(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동북아 외교관계는 대단히 변화가 사실은 진행 중에 있고 이 변화 과정 속에서 우리가 경직된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의 이익이 타국의 어떤 교섭과 협상에 의해서 사실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제는 대일 대중 대미 대러 심지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이제는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될 정책들을 해 나가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에 억류 미국인 석방이라는 유화 조치를 취했지만, 핵과 인권이라는 근본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북한의 고립은 지속되리란 전망입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보다 창조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해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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