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는 매연 단속기

입력 2002.03.01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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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기오염의 위험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그 주범인 매연단속 행정은 항상 제 자리 걸음입니다.
특히 다른 계절보다 오염이 심한 겨울철에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단속을 거의 안 하고 있습니다.
이주한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겨울철에는 불완전 연소 탓에 매연차량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속은 제대로 이뤄질까? 서울 영등포구 차량배출가스 단속초소입니다.
안내판이 한 구석에 쳐박혀 있습니다.
언제 사용했는지 곳곳에 쓰레기와 먼지가 하나 가득입니다.
⊙기자: 보기에도 심하죠?
⊙구청 직원: 그러네요.
⊙기자: 비슷한 시각, 서울의 또 다른 단속초소도 텅 비어 있습니다.
서랍 한 쪽에는 지난해 11월에 했던 마지막 측정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곳의 단속장비도 초소 한 구석에서 방치돼 있습니다.
구청에 단속기록을 요청했습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 컴퓨터에는 저장이 돼 있는데 출력을 아직 안했네요.
⊙기자: 하지만 구청 한구석에 놓여 있는 올해 단속장부에는 적혀 있는 게 없습니다.
구청 관계자들은 겨울에는 기온 탓에 측정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구로구청 관계자: 영하 3도 이하면 기계가 오작동을 하기 때문에 단속하질 못해요.
⊙기자: 하지만 지난 1, 2월 서울의 낮기온이 영하 3도로 내려간 적은 단 하루에 불과합니다.
단속반을 10개 조나 운영하는 서울시는 한술 더 떠 인력 핑계를 댑니다.
⊙서울시 광역단속반원: 추운 날씨에 바람마저 불면 사람이 30분 이상 서 있질 못해요.
⊙기자: 이러다 보니 단속실적은 여름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국적으로 배출가스 단속인력은 1100여 명으로 보유 장비만 해도 수십억 원어치에 이릅니다.
결국 추운 날씨를 핑계 삼는 지방자치단체 탓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가 겨울잠에 빠져 있습니다.
KBS뉴스 이주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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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잠 자는 매연 단속기
    • 입력 2002-03-01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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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기오염의 위험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그 주범인 매연단속 행정은 항상 제 자리 걸음입니다. 특히 다른 계절보다 오염이 심한 겨울철에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단속을 거의 안 하고 있습니다. 이주한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겨울철에는 불완전 연소 탓에 매연차량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속은 제대로 이뤄질까? 서울 영등포구 차량배출가스 단속초소입니다. 안내판이 한 구석에 쳐박혀 있습니다. 언제 사용했는지 곳곳에 쓰레기와 먼지가 하나 가득입니다. ⊙기자: 보기에도 심하죠? ⊙구청 직원: 그러네요. ⊙기자: 비슷한 시각, 서울의 또 다른 단속초소도 텅 비어 있습니다. 서랍 한 쪽에는 지난해 11월에 했던 마지막 측정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곳의 단속장비도 초소 한 구석에서 방치돼 있습니다. 구청에 단속기록을 요청했습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 컴퓨터에는 저장이 돼 있는데 출력을 아직 안했네요. ⊙기자: 하지만 구청 한구석에 놓여 있는 올해 단속장부에는 적혀 있는 게 없습니다. 구청 관계자들은 겨울에는 기온 탓에 측정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구로구청 관계자: 영하 3도 이하면 기계가 오작동을 하기 때문에 단속하질 못해요. ⊙기자: 하지만 지난 1, 2월 서울의 낮기온이 영하 3도로 내려간 적은 단 하루에 불과합니다. 단속반을 10개 조나 운영하는 서울시는 한술 더 떠 인력 핑계를 댑니다. ⊙서울시 광역단속반원: 추운 날씨에 바람마저 불면 사람이 30분 이상 서 있질 못해요. ⊙기자: 이러다 보니 단속실적은 여름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국적으로 배출가스 단속인력은 1100여 명으로 보유 장비만 해도 수십억 원어치에 이릅니다. 결국 추운 날씨를 핑계 삼는 지방자치단체 탓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가 겨울잠에 빠져 있습니다. KBS뉴스 이주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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