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전자발찌 시행 6년…늘어나는 재범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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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특정 범죄자를 24시간 감시하는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특정 범죄자의 외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휴대용 위치추적기를 따로 들고 다니게 합니다.
두 기기가 2미터만 떨어져도 관제센터에 경고 신호가 내려지고 전자발찌에도 강한 진동이 울립니다.
또, 거주제한 지역을 벗어나거나 출입금지 구역에 가까이 가도 경보가 울려 범죄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전자감시 대상자는 성폭력 범죄자를 시작으로 계속 확대돼 올해 6월에는 상습 강도범도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자는 시행 첫 해 180명 남짓에서, 지금은 2,070명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요.
차주하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위치 추적기 떼어내면 무용지물 ▼
<리포트>
아동을 성추행하고 부녀자를 성폭행한 죄로, 지난해부터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은 48살 김 모 씨.
착용 이틀 만에 휴대용 위치추적기를 집에 두고 전자발찌만 찬 채 밤마다 유흥가를 돌아다녔고, 재범의 문턱까지 갔다가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김진산(마산동부경찰서 형사팀) : "술을 마신 후에 가게에서 행패 부리거나 여주인을 상대로 신체적 접촉을 (했습니다.)"
그동안 71차례나 규정을 어겼지만 보호관찰소가 구속 조처한 것은 2차례뿐.
전자발찌 착용자가 3번 이상 외출금지 준수 사항을 어기면 경찰에 수사 의뢰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 8월 경기도 광주에서는 29살 한 모 씨가 전자발찌를 찬 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위치추적기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전자발찌 자체에는 위치추적 기능이 없다보니, 이 위치추적기를 따로 휴대하지 않으면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
이처럼 전자발찌 장치를 훼손하거나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지난해 134건으로 3년 새 6배로 늘었습니다.
<녹취> 이윤호(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경찰에 수사 협조를 의뢰하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누구나 쉽게 (전자발찌를) 훼손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주죠."
지금까지 전자발찌 훼손이나 규정위반으로 기소된 것은 54건에 불과하고, 이것도 대부분 벌금이나 징역 1년 이하에 그쳤습니다.
▼ 성폭행범 재범 3년새 10배 ▼
<기자 멘트>
그럼, 전자발찌의 효과는 어떨까요.
제도 도입 전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14.8%였지만, 전자발찌를 부착했을 때는 1.5%에 그쳤습니다.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행 첫 해 1건에서 올해 78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성폭행범의 재범은 4년 만에 열 배로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전자발찌는 여전히 위치추적기와 분리된 형태고, 위반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개선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또, 전자발찌 만으로 재범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합니다.
조미령 기자가 보도합니다.
▼ 시스템 강화…교정 병행 필요 ▼
<리포트>
성범죄 전자발찌 부착자와 보호 관찰관이 함께 등산을 합니다.
어색함이 조금씩 사라지자 조심스레 속내를 꺼내놓습니다.
<녹취> 전자발찌 부착자 : "버려진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보호관찰관)"그래도 지금처럼 하고 있으면..."
감시에 지친 전자발찌 부착자의 심리를 안정시켜 범죄 욕구를 낮추려는 프로그램입니다.
<인터뷰> 전자발찌 부착자(음성변조) : "이렇게 웃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제가 거짓 없이 말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홀가분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교화 프로그램은 보호관찰소마다 자체적으로 실시해 아직 부족하고 체계적이지 못합니다.
전자발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버몬트주는 성범죄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재범률을 1.4%까지 떨어뜨렸습니다.
100개가 넘는 성범죄자 교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캐나다도 재범률을 3.2%까지 낮췄습니다.
<인터뷰> 김진혁(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피해 여성이) 결국에는 좋아할 거라고 왜곡된 인식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대개 성범죄자들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원인은 다양합니다). 원인에 맞춰진 맞춤형 처우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국내 성폭력 범죄자 치료 프로그램은 불과 10개 남짓하고, 법원이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성범죄자도 4명 가운데 1명뿐입니다.
맞춤형 교화, 치료 프로그램 개발로 전자발찌 제도를 보완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조미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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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뉴스] 전자발찌 시행 6년…늘어나는 재범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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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11-21 21:12:09
- 수정2014-11-21 22:39:23
지난 2008년 특정 범죄자를 24시간 감시하는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특정 범죄자의 외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휴대용 위치추적기를 따로 들고 다니게 합니다.
두 기기가 2미터만 떨어져도 관제센터에 경고 신호가 내려지고 전자발찌에도 강한 진동이 울립니다.
또, 거주제한 지역을 벗어나거나 출입금지 구역에 가까이 가도 경보가 울려 범죄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전자감시 대상자는 성폭력 범죄자를 시작으로 계속 확대돼 올해 6월에는 상습 강도범도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자는 시행 첫 해 180명 남짓에서, 지금은 2,070명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요.
차주하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위치 추적기 떼어내면 무용지물 ▼
<리포트>
아동을 성추행하고 부녀자를 성폭행한 죄로, 지난해부터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은 48살 김 모 씨.
착용 이틀 만에 휴대용 위치추적기를 집에 두고 전자발찌만 찬 채 밤마다 유흥가를 돌아다녔고, 재범의 문턱까지 갔다가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김진산(마산동부경찰서 형사팀) : "술을 마신 후에 가게에서 행패 부리거나 여주인을 상대로 신체적 접촉을 (했습니다.)"
그동안 71차례나 규정을 어겼지만 보호관찰소가 구속 조처한 것은 2차례뿐.
전자발찌 착용자가 3번 이상 외출금지 준수 사항을 어기면 경찰에 수사 의뢰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 8월 경기도 광주에서는 29살 한 모 씨가 전자발찌를 찬 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위치추적기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전자발찌 자체에는 위치추적 기능이 없다보니, 이 위치추적기를 따로 휴대하지 않으면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
이처럼 전자발찌 장치를 훼손하거나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지난해 134건으로 3년 새 6배로 늘었습니다.
<녹취> 이윤호(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경찰에 수사 협조를 의뢰하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누구나 쉽게 (전자발찌를) 훼손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주죠."
지금까지 전자발찌 훼손이나 규정위반으로 기소된 것은 54건에 불과하고, 이것도 대부분 벌금이나 징역 1년 이하에 그쳤습니다.
▼ 성폭행범 재범 3년새 10배 ▼
<기자 멘트>
그럼, 전자발찌의 효과는 어떨까요.
제도 도입 전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14.8%였지만, 전자발찌를 부착했을 때는 1.5%에 그쳤습니다.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행 첫 해 1건에서 올해 78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성폭행범의 재범은 4년 만에 열 배로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전자발찌는 여전히 위치추적기와 분리된 형태고, 위반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개선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또, 전자발찌 만으로 재범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합니다.
조미령 기자가 보도합니다.
▼ 시스템 강화…교정 병행 필요 ▼
<리포트>
성범죄 전자발찌 부착자와 보호 관찰관이 함께 등산을 합니다.
어색함이 조금씩 사라지자 조심스레 속내를 꺼내놓습니다.
<녹취> 전자발찌 부착자 : "버려진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보호관찰관)"그래도 지금처럼 하고 있으면..."
감시에 지친 전자발찌 부착자의 심리를 안정시켜 범죄 욕구를 낮추려는 프로그램입니다.
<인터뷰> 전자발찌 부착자(음성변조) : "이렇게 웃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제가 거짓 없이 말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홀가분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교화 프로그램은 보호관찰소마다 자체적으로 실시해 아직 부족하고 체계적이지 못합니다.
전자발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버몬트주는 성범죄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재범률을 1.4%까지 떨어뜨렸습니다.
100개가 넘는 성범죄자 교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캐나다도 재범률을 3.2%까지 낮췄습니다.
<인터뷰> 김진혁(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피해 여성이) 결국에는 좋아할 거라고 왜곡된 인식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대개 성범죄자들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원인은 다양합니다). 원인에 맞춰진 맞춤형 처우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국내 성폭력 범죄자 치료 프로그램은 불과 10개 남짓하고, 법원이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성범죄자도 4명 가운데 1명뿐입니다.
맞춤형 교화, 치료 프로그램 개발로 전자발찌 제도를 보완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조미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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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하 기자 chask@kbs.co.kr
차주하 기자의 기사 모음 -
박상현 기자 sangh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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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령 기자 pear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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