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국제유가 하락 ‘명과 암’

입력 2014.12.03 (18:06) 수정 2014.12.03 (19: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전 세계 원유의 40%를 공급하는 석유수출국기구 OPEC이 최근 감산 합의에 실패했죠.

지금까지의 생산량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건데, 당장 몇몇 국가들은 경제 위기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가 하락에 한숨짓고 기뻐하는 나라들, 그리고 석유시장을 둘러싼 패권 다툼...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석유수출국기구 OPEC이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국제 유가가 즉각 타격을 받았어요?

더욱 떨어졌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현재 석유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건데요.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만 오펙이 감산을 하지 않기로 하자 국제유가는 연일 하락세입니다.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펙의 12개 회원국 석유장관들이 모였는데요.

3년 전 결정했던 하루 3천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당분간 계속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6월까지는 이 생산량이 유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한번 보실까요?

서부텍사스산 원유인데요, 올 7월까지만 해도 100달러선이었는데...

10월에 80달러 대로 떨어졌고, 최근엔 60달러 선까지 급락했습니다.

넉달여 만에 40%가까이 빠진 거죠.

국제 원유 가격의 또다른 핵심 축인 북해산 브렌트유도 사정은 비슷한데요.

두 기준 유가 모두 4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얘기가 있어요.

어떤 부분에서 마찰을 빚은 겁니까?

<답변>
아무래도 이권다툼이겠죠?

먼저, 감산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가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녹취> 디자니 알리슨 마두케(나이지리아 석유 장관0 : "회원국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OPEC 회원국은 물론이고 비회원국들도 부담을 함께 져야 할 겁니다."

<녹취>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 "이번엔 우리의 제안 달성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OPEC 회원국들과 계속 접촉할 겁니다."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알제리, 이란 등은 석유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끌어올리자고 주장해 왔거든요.

베네수엘라의 경우, 원유가 국가 수출액의 95%를 차지하는데 무려 연간 천억 달러, 우리 돈 111조 원에 이릅니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정부 재정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된 거죠.

<녹취> 코넬리아 메이어(원유시장 전문가/MRL CEO) : "특히 베네수엘라에게 타격이 갈 겁니다. 이란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거고요. 그들은 큰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질문>
하지만 이 의견에 반대한 국가들이 있었다는 거죠?

유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가격 하락을 멈추게 해줄 원유 감산 조치에 반대한 이유가 뭡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걸프만 6개국이 감산에 반대했는데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게 바로 미국의 셰일가스입니다.

최근 10여년 새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20배가 급증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같은 중동 산유국들에게 미국의 셰일가스는 큰 위협입니다.

따라서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사우디가 유가 하락을 방관하는 것이다, 숨겨진 정치적 의도가 있다, 이런 시각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미 CNN 방송(지난달 30일) :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는 이유, 왜일까요? 미국의 석유 생산 비용이 높기 때문입니다.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미국이 큰 타격을 입겠죠."

이게 무슨 얘기냐면요, 셰일가스의 배럴당 생산비가 평균 60달러로 높은 편이거든요.

따라서 세일가스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은 돼야 수지타산이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유가가 셰일가스 생산비 수준으로 떨어지면, 이론상으론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생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겠죠?

바로 이 점을 노리는 겁니다.

낮은 유가를 감내하더라도 미국을 누르고 석유시장에서 지배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거죠.

<녹취> 압둘라 알-바드리(OPEC 사무총장) :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시장의) 공포를 원치 않습니다. 진심으로요.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싶을 뿐입니다."

<질문>
정 기자, 그런데 유가 하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가 러시아란 분석도 있어요.

경제난이 더 심해질 수도 있을거란 거죠?

<답변>
그렇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수출이 나라 경제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석유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특히 이번에 감산 합의가 무산되자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느긋한 입장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석유 시장은 내년 1분기나 중반쯤에 다시 균형을 찾을 것을 확신합니다."

<질문>
최근의 이런 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에는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주로 미국의 영향력이 큰 IMF 같은 곳에서 나오고 있고, 서방 언론들을 통해 강조되는 분위깁니다.

<녹취> 크리스틴 라가르드(IMF 총재) : "유가가 30% 하락할 경우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는 0.8% 더 성장할 것입니다. 그 국가들은 원유를 수입하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미국이 석유 패권을 장악하게 되고 미국과 대립관계에 놓인 국가들은 타격을 입게 될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반대로 산유국인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사우디가 손을 잡을 경우엔 미국이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겠죠.

그야말로 지금 지구촌에선 석유를 둘러싸고 거대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유가 하락이 우리 나라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당장 기름 값이 떨어질테니 서민들이나 항공사 같은 입장에선 좋은 소식일텐데요.

반면 우리의 주요 수출 업종인 석유·화학 분야나 조선은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동전의 앞뒷면 같은 거죠. 이 거대한 석유 패권 다툼, 그래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국제유가 하락 ‘명과 암’
    • 입력 2014-12-03 17:44:11
    • 수정2014-12-03 19:31:20
    글로벌24
<앵커 멘트>

전 세계 원유의 40%를 공급하는 석유수출국기구 OPEC이 최근 감산 합의에 실패했죠.

지금까지의 생산량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건데, 당장 몇몇 국가들은 경제 위기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가 하락에 한숨짓고 기뻐하는 나라들, 그리고 석유시장을 둘러싼 패권 다툼...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석유수출국기구 OPEC이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국제 유가가 즉각 타격을 받았어요?

더욱 떨어졌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현재 석유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건데요.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만 오펙이 감산을 하지 않기로 하자 국제유가는 연일 하락세입니다.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펙의 12개 회원국 석유장관들이 모였는데요.

3년 전 결정했던 하루 3천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당분간 계속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6월까지는 이 생산량이 유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한번 보실까요?

서부텍사스산 원유인데요, 올 7월까지만 해도 100달러선이었는데...

10월에 80달러 대로 떨어졌고, 최근엔 60달러 선까지 급락했습니다.

넉달여 만에 40%가까이 빠진 거죠.

국제 원유 가격의 또다른 핵심 축인 북해산 브렌트유도 사정은 비슷한데요.

두 기준 유가 모두 4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얘기가 있어요.

어떤 부분에서 마찰을 빚은 겁니까?

<답변>
아무래도 이권다툼이겠죠?

먼저, 감산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가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녹취> 디자니 알리슨 마두케(나이지리아 석유 장관0 : "회원국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OPEC 회원국은 물론이고 비회원국들도 부담을 함께 져야 할 겁니다."

<녹취>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 "이번엔 우리의 제안 달성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OPEC 회원국들과 계속 접촉할 겁니다."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알제리, 이란 등은 석유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끌어올리자고 주장해 왔거든요.

베네수엘라의 경우, 원유가 국가 수출액의 95%를 차지하는데 무려 연간 천억 달러, 우리 돈 111조 원에 이릅니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정부 재정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된 거죠.

<녹취> 코넬리아 메이어(원유시장 전문가/MRL CEO) : "특히 베네수엘라에게 타격이 갈 겁니다. 이란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거고요. 그들은 큰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질문>
하지만 이 의견에 반대한 국가들이 있었다는 거죠?

유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가격 하락을 멈추게 해줄 원유 감산 조치에 반대한 이유가 뭡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걸프만 6개국이 감산에 반대했는데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게 바로 미국의 셰일가스입니다.

최근 10여년 새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20배가 급증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같은 중동 산유국들에게 미국의 셰일가스는 큰 위협입니다.

따라서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사우디가 유가 하락을 방관하는 것이다, 숨겨진 정치적 의도가 있다, 이런 시각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미 CNN 방송(지난달 30일) :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는 이유, 왜일까요? 미국의 석유 생산 비용이 높기 때문입니다.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미국이 큰 타격을 입겠죠."

이게 무슨 얘기냐면요, 셰일가스의 배럴당 생산비가 평균 60달러로 높은 편이거든요.

따라서 세일가스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은 돼야 수지타산이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유가가 셰일가스 생산비 수준으로 떨어지면, 이론상으론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생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겠죠?

바로 이 점을 노리는 겁니다.

낮은 유가를 감내하더라도 미국을 누르고 석유시장에서 지배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거죠.

<녹취> 압둘라 알-바드리(OPEC 사무총장) :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시장의) 공포를 원치 않습니다. 진심으로요.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싶을 뿐입니다."

<질문>
정 기자, 그런데 유가 하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가 러시아란 분석도 있어요.

경제난이 더 심해질 수도 있을거란 거죠?

<답변>
그렇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수출이 나라 경제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석유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특히 이번에 감산 합의가 무산되자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느긋한 입장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석유 시장은 내년 1분기나 중반쯤에 다시 균형을 찾을 것을 확신합니다."

<질문>
최근의 이런 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에는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주로 미국의 영향력이 큰 IMF 같은 곳에서 나오고 있고, 서방 언론들을 통해 강조되는 분위깁니다.

<녹취> 크리스틴 라가르드(IMF 총재) : "유가가 30% 하락할 경우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는 0.8% 더 성장할 것입니다. 그 국가들은 원유를 수입하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미국이 석유 패권을 장악하게 되고 미국과 대립관계에 놓인 국가들은 타격을 입게 될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반대로 산유국인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사우디가 손을 잡을 경우엔 미국이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겠죠.

그야말로 지금 지구촌에선 석유를 둘러싸고 거대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유가 하락이 우리 나라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당장 기름 값이 떨어질테니 서민들이나 항공사 같은 입장에선 좋은 소식일텐데요.

반면 우리의 주요 수출 업종인 석유·화학 분야나 조선은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동전의 앞뒷면 같은 거죠. 이 거대한 석유 패권 다툼, 그래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