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에볼라 한파’…북·중 접경의 겨울나기
입력 2014.12.06 (08:08)
수정 2014.12.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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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지난 10월 북한 당국은 에볼라 예방 조치로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했는데요.
그 여파로 북·중 접경의 교역과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압록강변 북중 접경지역과 압록강 너머 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 최성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성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절인 배추를 강물에 씻어냅니다.
차디찬 강물에 들어가 배추를 씻고, 겉잎을 솎아낸 뒤 수레에 차곡차곡 배추를 담습니다.
압록강 너머의 북한 주민들로 겨울을 날 ‘반년 식량’ 마련을 위해 김장에 나선 겁니다.
한파가 닥친 겨울날인데도 취재진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녹취> 김ㅇㅇ(신의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전기가 없으니까. 물을 풀 수가 없으니까. 강가에 나와서 초벌에 씻고. 양념 속에 묻혀서 김장하는 거죠. 겨울에 김장 한 번 하면, 김치에다 된장만 있으면, 그저 겨울 나는 것으로 생각을 해요."
강가에 나와 빨래를 하던 한 여성은 경계심을 드러내며 찬물이 춥지 않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손 안 시려요?) 사진 찍어, 사진? (찬물 물이 얼마나 차가운데 손으로 씻나, 그걸?) 물 더워요. (날 추운데 고생이네)"
그물을 던져 민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겨울철 압록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강 한 편에선 두툼한 옷을 차려입은 주민들이 연신 물속에 손을 넣어 뭔가를 건져 올립니다.
압록강에 많다는 ‘까막조개’를 채취해 통에 집어넣습니다.
북·중 접경지대 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는 데는 땔감 마련이 필수.
강변에서 베어낸 자기 몸집만한 잡초 한 무더기를 힘겹게 들고 가는 여인과 밭에서 옥수숫대를 걷어 올리는 노부부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성큼 다가온 겨울이 느껴집니다.
<녹취> 김ㅇㅇ(신의주 출신 탈북자) : "이거 보고 ‘샛부’라고 하거든요. 땔감이 없어서 이걸 베다가 집에 창고에 가득 넣어놔요. 겨울에 땔감을 무조건 많이 해놔요. 그래서 하루에 이거 한 단씩, 한 끼에 들여다가 난방도 하고, 밥도 하고."
접경 지역 초소의 북한 군인들도 모두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두꺼운 코트를 걸쳐 입고, 털모자를 눌러 쓴 북한 군인이 연신 간식을 먹으며 초소로 발길을 옮깁니다.
‘개털 코트’로 불리는 이 외투는 겨울철이 되면 초소별로 지급되지만, 물량이 부족해 장마당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하기도 합니다.
배를 타고 다가가는 취재진에게 한 군인은 금세 긴장이 풀린 듯, 담배를 건네자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녹취> 北 국경 경비대 : "(백 원만 달라(고)요?) 응 (좀 있으라요.)"
북·중 최대 교역 도시인 중국 단둥으로 다시 발길을 옮겼습니다.
북한을 드나드는 무역상들이 주요 단골인 ‘조선한국민속거리’.
컴퓨터 부품과 전자제품을 주로 파는 이 골목의 가게들은 한 달 넘게 일제히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중국 전자제품 판매점 직원 : "(왜 이렇게 문 닫은 가게가 많아요?) 몰라요. 아마 이제 안 들어올 것 같아요. 우리 상점도 내일모레 휴식해요."
지난 10월 말 에볼라 검역 강화 조치로 북한 당국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면서 북·중간 거래가 뜸해진 탓입니다.
관광 중단 조치가 석 달째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관광업체들은 직접 타격을 입었습니다.
에볼라의 여파로 중국에서의 북한 관련된 관광 상품 판매는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중국 여행사들도 언제 다시 재개될지는 모른다고 말합니다.
<녹취> 중국 여행사 직원 : "(관광 상품 있어요?) 없어요. 봉쇄됐어요. (언제요?) 10월 24일에 봉쇄됐고요. 몇 월 며칠에 다시 시작하도록 한다는 내용은 통지된 바 없어요. (철도는?) 철도는 정상 운행하죠. 관광 코스만 봉쇄됐어요."
이른바 ‘에볼라 조치’의 여파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화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녹취> 중국 단둥 주민 : "(최근에 또 여행자 물어보니까. 에볼란가? 그거 때문에 들어가면 일단 세 주 정도 (못 나온다던데)?) 평양 사람은 거기에 격리돼 있어요."
해마다 북한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연간 10만여 명.
그만큼 관광 중단에 따라 줄어드는 외화 수입 등 북한 경제가 입을 타격도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중국 관광객이 북한의 지역에 가서 관광하면서 소비하는 게 1인당 한 천 달러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에볼라 사태 이후에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최소한 3만 명이 실제로 북한에서 관광이 중단됨으로써 북한의 외화 수입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에볼라 조치에 따른 북·중간의 교역 차질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접경 세관의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 화물차들이 짐을 싣고 내리는 세관의 모습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북한 화물차들의 하차장은 텅 비어있습니다.
검역 조치 강화 이후 북한 물건을 싣고 중국으로 나오는 북한 차량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에볼라 조치는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온 중국 공장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 근로자 20여 명이 일해 온 이 공장은 최근 비자가 만료된 근로자들이 모두 북한으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떠난 뒤 이 공장은 일주일째 가동을 멈추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도 북한 노동자들이 일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공장 내부에 있는 직원 전용 식당은 텅 비어 있고, 북한 근로자들이 머물던 기숙사는 그들이 남기고 간 옷가지와 북한 달력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공장 말고도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온 중국 업체 상당수가 연말 비자 갱신을 위한 북한 근로자들의 철수로 가동을 일시 멈춘 상탭니다.
<녹취> 중국 공장 관계자 (음성변조) : "노동자들이 비자가. 일 년 비자가 만기가 되어서 다시 이제 평양으로 가서 다시 비자 수속을 해서 나와야 된단 말입니다. 내년도 2월, 2월 말이나 3월 초에 (중국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북한 근로자들의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한 게 원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에 들어간 근로자들이 최소 3주간 격리되는 등 재 출국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연말 귀국길에 오른 북한 근로자들이 모여든 중국 단둥역.
짐수레마다 가득 실은 가방과 보따리들, 한국의 라면 상자도 눈에 띕니다.
출국 심사를 기다리며 카드놀이를 하고 다른 한편에선 북한 관리원이 여권을 걷느라 분주합니다.
대부분은 다시 돌아와 중국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비자 발급 요건 강화에 에볼라 격리 조치까지 겹쳐 언제 다시 중국으로 나올 수 있을지 당분간 기약할 수 없습니다.
<녹취> 중국 현지 가이드 : "(집이 평양 인근이면 거기 가서 격리한다는 거예요?) 네, 평양 시내에는 못 들어가고 친척 집에 가서 격리하고요.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지방에서 격리한다고 해요. 단체로 이제 관광으로 갈 때는, 여관 하나에다 다 몰아넣죠."
10월 말 개통이 무기 연기된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찾았습니다.
대교 위 간판 설치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길이 3km인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건너가 북한 쪽에 다다르자, 도로는 툭 끊기고, 휑한 논밭 풍경만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녹취> 중국 현지 가이드 : "(다 논이네.) 네, 농장이니까."
연결 도로는 물론, 기반 시설 공사가 여전히 착공조차 못 한 겁니다.
북한 당국이 중국에 비용 부담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착공 4년이 지났지만 언제 정식 개통될지는 가늠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앞으로도 북·중 간의 경제협력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 협력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제 북한에 그동안 합의했던 투자 사업도 현재 중단하거나, 위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중 경제협력에서도 앞으로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중국과 북한을 가로지르는 압록강에 그 어느 때보다 매섭고 추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냉랭하게 얼어붙은 북-중 관계에, 관광이 중단되고 교역까지 침체되면서 북·중 접경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예상됩니다.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지난 10월 북한 당국은 에볼라 예방 조치로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했는데요.
그 여파로 북·중 접경의 교역과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압록강변 북중 접경지역과 압록강 너머 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 최성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성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절인 배추를 강물에 씻어냅니다.
차디찬 강물에 들어가 배추를 씻고, 겉잎을 솎아낸 뒤 수레에 차곡차곡 배추를 담습니다.
압록강 너머의 북한 주민들로 겨울을 날 ‘반년 식량’ 마련을 위해 김장에 나선 겁니다.
한파가 닥친 겨울날인데도 취재진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녹취> 김ㅇㅇ(신의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전기가 없으니까. 물을 풀 수가 없으니까. 강가에 나와서 초벌에 씻고. 양념 속에 묻혀서 김장하는 거죠. 겨울에 김장 한 번 하면, 김치에다 된장만 있으면, 그저 겨울 나는 것으로 생각을 해요."
강가에 나와 빨래를 하던 한 여성은 경계심을 드러내며 찬물이 춥지 않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손 안 시려요?) 사진 찍어, 사진? (찬물 물이 얼마나 차가운데 손으로 씻나, 그걸?) 물 더워요. (날 추운데 고생이네)"
그물을 던져 민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겨울철 압록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강 한 편에선 두툼한 옷을 차려입은 주민들이 연신 물속에 손을 넣어 뭔가를 건져 올립니다.
압록강에 많다는 ‘까막조개’를 채취해 통에 집어넣습니다.
북·중 접경지대 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는 데는 땔감 마련이 필수.
강변에서 베어낸 자기 몸집만한 잡초 한 무더기를 힘겹게 들고 가는 여인과 밭에서 옥수숫대를 걷어 올리는 노부부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성큼 다가온 겨울이 느껴집니다.
<녹취> 김ㅇㅇ(신의주 출신 탈북자) : "이거 보고 ‘샛부’라고 하거든요. 땔감이 없어서 이걸 베다가 집에 창고에 가득 넣어놔요. 겨울에 땔감을 무조건 많이 해놔요. 그래서 하루에 이거 한 단씩, 한 끼에 들여다가 난방도 하고, 밥도 하고."
접경 지역 초소의 북한 군인들도 모두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두꺼운 코트를 걸쳐 입고, 털모자를 눌러 쓴 북한 군인이 연신 간식을 먹으며 초소로 발길을 옮깁니다.
‘개털 코트’로 불리는 이 외투는 겨울철이 되면 초소별로 지급되지만, 물량이 부족해 장마당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하기도 합니다.
배를 타고 다가가는 취재진에게 한 군인은 금세 긴장이 풀린 듯, 담배를 건네자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녹취> 北 국경 경비대 : "(백 원만 달라(고)요?) 응 (좀 있으라요.)"
북·중 최대 교역 도시인 중국 단둥으로 다시 발길을 옮겼습니다.
북한을 드나드는 무역상들이 주요 단골인 ‘조선한국민속거리’.
컴퓨터 부품과 전자제품을 주로 파는 이 골목의 가게들은 한 달 넘게 일제히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중국 전자제품 판매점 직원 : "(왜 이렇게 문 닫은 가게가 많아요?) 몰라요. 아마 이제 안 들어올 것 같아요. 우리 상점도 내일모레 휴식해요."
지난 10월 말 에볼라 검역 강화 조치로 북한 당국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면서 북·중간 거래가 뜸해진 탓입니다.
관광 중단 조치가 석 달째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관광업체들은 직접 타격을 입었습니다.
에볼라의 여파로 중국에서의 북한 관련된 관광 상품 판매는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중국 여행사들도 언제 다시 재개될지는 모른다고 말합니다.
<녹취> 중국 여행사 직원 : "(관광 상품 있어요?) 없어요. 봉쇄됐어요. (언제요?) 10월 24일에 봉쇄됐고요. 몇 월 며칠에 다시 시작하도록 한다는 내용은 통지된 바 없어요. (철도는?) 철도는 정상 운행하죠. 관광 코스만 봉쇄됐어요."
이른바 ‘에볼라 조치’의 여파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화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녹취> 중국 단둥 주민 : "(최근에 또 여행자 물어보니까. 에볼란가? 그거 때문에 들어가면 일단 세 주 정도 (못 나온다던데)?) 평양 사람은 거기에 격리돼 있어요."
해마다 북한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연간 10만여 명.
그만큼 관광 중단에 따라 줄어드는 외화 수입 등 북한 경제가 입을 타격도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중국 관광객이 북한의 지역에 가서 관광하면서 소비하는 게 1인당 한 천 달러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에볼라 사태 이후에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최소한 3만 명이 실제로 북한에서 관광이 중단됨으로써 북한의 외화 수입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에볼라 조치에 따른 북·중간의 교역 차질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접경 세관의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 화물차들이 짐을 싣고 내리는 세관의 모습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북한 화물차들의 하차장은 텅 비어있습니다.
검역 조치 강화 이후 북한 물건을 싣고 중국으로 나오는 북한 차량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에볼라 조치는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온 중국 공장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 근로자 20여 명이 일해 온 이 공장은 최근 비자가 만료된 근로자들이 모두 북한으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떠난 뒤 이 공장은 일주일째 가동을 멈추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도 북한 노동자들이 일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공장 내부에 있는 직원 전용 식당은 텅 비어 있고, 북한 근로자들이 머물던 기숙사는 그들이 남기고 간 옷가지와 북한 달력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공장 말고도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온 중국 업체 상당수가 연말 비자 갱신을 위한 북한 근로자들의 철수로 가동을 일시 멈춘 상탭니다.
<녹취> 중국 공장 관계자 (음성변조) : "노동자들이 비자가. 일 년 비자가 만기가 되어서 다시 이제 평양으로 가서 다시 비자 수속을 해서 나와야 된단 말입니다. 내년도 2월, 2월 말이나 3월 초에 (중국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북한 근로자들의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한 게 원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에 들어간 근로자들이 최소 3주간 격리되는 등 재 출국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연말 귀국길에 오른 북한 근로자들이 모여든 중국 단둥역.
짐수레마다 가득 실은 가방과 보따리들, 한국의 라면 상자도 눈에 띕니다.
출국 심사를 기다리며 카드놀이를 하고 다른 한편에선 북한 관리원이 여권을 걷느라 분주합니다.
대부분은 다시 돌아와 중국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비자 발급 요건 강화에 에볼라 격리 조치까지 겹쳐 언제 다시 중국으로 나올 수 있을지 당분간 기약할 수 없습니다.
<녹취> 중국 현지 가이드 : "(집이 평양 인근이면 거기 가서 격리한다는 거예요?) 네, 평양 시내에는 못 들어가고 친척 집에 가서 격리하고요.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지방에서 격리한다고 해요. 단체로 이제 관광으로 갈 때는, 여관 하나에다 다 몰아넣죠."
10월 말 개통이 무기 연기된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찾았습니다.
대교 위 간판 설치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길이 3km인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건너가 북한 쪽에 다다르자, 도로는 툭 끊기고, 휑한 논밭 풍경만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녹취> 중국 현지 가이드 : "(다 논이네.) 네, 농장이니까."
연결 도로는 물론, 기반 시설 공사가 여전히 착공조차 못 한 겁니다.
북한 당국이 중국에 비용 부담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착공 4년이 지났지만 언제 정식 개통될지는 가늠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앞으로도 북·중 간의 경제협력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 협력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제 북한에 그동안 합의했던 투자 사업도 현재 중단하거나, 위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중 경제협력에서도 앞으로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중국과 북한을 가로지르는 압록강에 그 어느 때보다 매섭고 추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냉랭하게 얼어붙은 북-중 관계에, 관광이 중단되고 교역까지 침체되면서 북·중 접경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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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에볼라 한파’…북·중 접경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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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12-06 08:25:49
- 수정2014-12-06 08:36:20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지난 10월 북한 당국은 에볼라 예방 조치로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했는데요.
그 여파로 북·중 접경의 교역과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압록강변 북중 접경지역과 압록강 너머 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 최성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성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절인 배추를 강물에 씻어냅니다.
차디찬 강물에 들어가 배추를 씻고, 겉잎을 솎아낸 뒤 수레에 차곡차곡 배추를 담습니다.
압록강 너머의 북한 주민들로 겨울을 날 ‘반년 식량’ 마련을 위해 김장에 나선 겁니다.
한파가 닥친 겨울날인데도 취재진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녹취> 김ㅇㅇ(신의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전기가 없으니까. 물을 풀 수가 없으니까. 강가에 나와서 초벌에 씻고. 양념 속에 묻혀서 김장하는 거죠. 겨울에 김장 한 번 하면, 김치에다 된장만 있으면, 그저 겨울 나는 것으로 생각을 해요."
강가에 나와 빨래를 하던 한 여성은 경계심을 드러내며 찬물이 춥지 않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손 안 시려요?) 사진 찍어, 사진? (찬물 물이 얼마나 차가운데 손으로 씻나, 그걸?) 물 더워요. (날 추운데 고생이네)"
그물을 던져 민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겨울철 압록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강 한 편에선 두툼한 옷을 차려입은 주민들이 연신 물속에 손을 넣어 뭔가를 건져 올립니다.
압록강에 많다는 ‘까막조개’를 채취해 통에 집어넣습니다.
북·중 접경지대 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는 데는 땔감 마련이 필수.
강변에서 베어낸 자기 몸집만한 잡초 한 무더기를 힘겹게 들고 가는 여인과 밭에서 옥수숫대를 걷어 올리는 노부부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성큼 다가온 겨울이 느껴집니다.
<녹취> 김ㅇㅇ(신의주 출신 탈북자) : "이거 보고 ‘샛부’라고 하거든요. 땔감이 없어서 이걸 베다가 집에 창고에 가득 넣어놔요. 겨울에 땔감을 무조건 많이 해놔요. 그래서 하루에 이거 한 단씩, 한 끼에 들여다가 난방도 하고, 밥도 하고."
접경 지역 초소의 북한 군인들도 모두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두꺼운 코트를 걸쳐 입고, 털모자를 눌러 쓴 북한 군인이 연신 간식을 먹으며 초소로 발길을 옮깁니다.
‘개털 코트’로 불리는 이 외투는 겨울철이 되면 초소별로 지급되지만, 물량이 부족해 장마당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하기도 합니다.
배를 타고 다가가는 취재진에게 한 군인은 금세 긴장이 풀린 듯, 담배를 건네자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녹취> 北 국경 경비대 : "(백 원만 달라(고)요?) 응 (좀 있으라요.)"
북·중 최대 교역 도시인 중국 단둥으로 다시 발길을 옮겼습니다.
북한을 드나드는 무역상들이 주요 단골인 ‘조선한국민속거리’.
컴퓨터 부품과 전자제품을 주로 파는 이 골목의 가게들은 한 달 넘게 일제히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중국 전자제품 판매점 직원 : "(왜 이렇게 문 닫은 가게가 많아요?) 몰라요. 아마 이제 안 들어올 것 같아요. 우리 상점도 내일모레 휴식해요."
지난 10월 말 에볼라 검역 강화 조치로 북한 당국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면서 북·중간 거래가 뜸해진 탓입니다.
관광 중단 조치가 석 달째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관광업체들은 직접 타격을 입었습니다.
에볼라의 여파로 중국에서의 북한 관련된 관광 상품 판매는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중국 여행사들도 언제 다시 재개될지는 모른다고 말합니다.
<녹취> 중국 여행사 직원 : "(관광 상품 있어요?) 없어요. 봉쇄됐어요. (언제요?) 10월 24일에 봉쇄됐고요. 몇 월 며칠에 다시 시작하도록 한다는 내용은 통지된 바 없어요. (철도는?) 철도는 정상 운행하죠. 관광 코스만 봉쇄됐어요."
이른바 ‘에볼라 조치’의 여파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화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녹취> 중국 단둥 주민 : "(최근에 또 여행자 물어보니까. 에볼란가? 그거 때문에 들어가면 일단 세 주 정도 (못 나온다던데)?) 평양 사람은 거기에 격리돼 있어요."
해마다 북한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연간 10만여 명.
그만큼 관광 중단에 따라 줄어드는 외화 수입 등 북한 경제가 입을 타격도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중국 관광객이 북한의 지역에 가서 관광하면서 소비하는 게 1인당 한 천 달러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에볼라 사태 이후에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최소한 3만 명이 실제로 북한에서 관광이 중단됨으로써 북한의 외화 수입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에볼라 조치에 따른 북·중간의 교역 차질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접경 세관의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 화물차들이 짐을 싣고 내리는 세관의 모습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북한 화물차들의 하차장은 텅 비어있습니다.
검역 조치 강화 이후 북한 물건을 싣고 중국으로 나오는 북한 차량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에볼라 조치는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온 중국 공장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 근로자 20여 명이 일해 온 이 공장은 최근 비자가 만료된 근로자들이 모두 북한으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떠난 뒤 이 공장은 일주일째 가동을 멈추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도 북한 노동자들이 일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공장 내부에 있는 직원 전용 식당은 텅 비어 있고, 북한 근로자들이 머물던 기숙사는 그들이 남기고 간 옷가지와 북한 달력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공장 말고도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온 중국 업체 상당수가 연말 비자 갱신을 위한 북한 근로자들의 철수로 가동을 일시 멈춘 상탭니다.
<녹취> 중국 공장 관계자 (음성변조) : "노동자들이 비자가. 일 년 비자가 만기가 되어서 다시 이제 평양으로 가서 다시 비자 수속을 해서 나와야 된단 말입니다. 내년도 2월, 2월 말이나 3월 초에 (중국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북한 근로자들의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한 게 원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에 들어간 근로자들이 최소 3주간 격리되는 등 재 출국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연말 귀국길에 오른 북한 근로자들이 모여든 중국 단둥역.
짐수레마다 가득 실은 가방과 보따리들, 한국의 라면 상자도 눈에 띕니다.
출국 심사를 기다리며 카드놀이를 하고 다른 한편에선 북한 관리원이 여권을 걷느라 분주합니다.
대부분은 다시 돌아와 중국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비자 발급 요건 강화에 에볼라 격리 조치까지 겹쳐 언제 다시 중국으로 나올 수 있을지 당분간 기약할 수 없습니다.
<녹취> 중국 현지 가이드 : "(집이 평양 인근이면 거기 가서 격리한다는 거예요?) 네, 평양 시내에는 못 들어가고 친척 집에 가서 격리하고요.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지방에서 격리한다고 해요. 단체로 이제 관광으로 갈 때는, 여관 하나에다 다 몰아넣죠."
10월 말 개통이 무기 연기된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찾았습니다.
대교 위 간판 설치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길이 3km인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건너가 북한 쪽에 다다르자, 도로는 툭 끊기고, 휑한 논밭 풍경만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녹취> 중국 현지 가이드 : "(다 논이네.) 네, 농장이니까."
연결 도로는 물론, 기반 시설 공사가 여전히 착공조차 못 한 겁니다.
북한 당국이 중국에 비용 부담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착공 4년이 지났지만 언제 정식 개통될지는 가늠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앞으로도 북·중 간의 경제협력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 협력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제 북한에 그동안 합의했던 투자 사업도 현재 중단하거나, 위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중 경제협력에서도 앞으로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중국과 북한을 가로지르는 압록강에 그 어느 때보다 매섭고 추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냉랭하게 얼어붙은 북-중 관계에, 관광이 중단되고 교역까지 침체되면서 북·중 접경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예상됩니다.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지난 10월 북한 당국은 에볼라 예방 조치로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했는데요.
그 여파로 북·중 접경의 교역과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압록강변 북중 접경지역과 압록강 너머 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 최성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성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절인 배추를 강물에 씻어냅니다.
차디찬 강물에 들어가 배추를 씻고, 겉잎을 솎아낸 뒤 수레에 차곡차곡 배추를 담습니다.
압록강 너머의 북한 주민들로 겨울을 날 ‘반년 식량’ 마련을 위해 김장에 나선 겁니다.
한파가 닥친 겨울날인데도 취재진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녹취> 김ㅇㅇ(신의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전기가 없으니까. 물을 풀 수가 없으니까. 강가에 나와서 초벌에 씻고. 양념 속에 묻혀서 김장하는 거죠. 겨울에 김장 한 번 하면, 김치에다 된장만 있으면, 그저 겨울 나는 것으로 생각을 해요."
강가에 나와 빨래를 하던 한 여성은 경계심을 드러내며 찬물이 춥지 않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녹취> 북한 주민 : "(손 안 시려요?) 사진 찍어, 사진? (찬물 물이 얼마나 차가운데 손으로 씻나, 그걸?) 물 더워요. (날 추운데 고생이네)"
그물을 던져 민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겨울철 압록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강 한 편에선 두툼한 옷을 차려입은 주민들이 연신 물속에 손을 넣어 뭔가를 건져 올립니다.
압록강에 많다는 ‘까막조개’를 채취해 통에 집어넣습니다.
북·중 접경지대 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는 데는 땔감 마련이 필수.
강변에서 베어낸 자기 몸집만한 잡초 한 무더기를 힘겹게 들고 가는 여인과 밭에서 옥수숫대를 걷어 올리는 노부부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성큼 다가온 겨울이 느껴집니다.
<녹취> 김ㅇㅇ(신의주 출신 탈북자) : "이거 보고 ‘샛부’라고 하거든요. 땔감이 없어서 이걸 베다가 집에 창고에 가득 넣어놔요. 겨울에 땔감을 무조건 많이 해놔요. 그래서 하루에 이거 한 단씩, 한 끼에 들여다가 난방도 하고, 밥도 하고."
접경 지역 초소의 북한 군인들도 모두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두꺼운 코트를 걸쳐 입고, 털모자를 눌러 쓴 북한 군인이 연신 간식을 먹으며 초소로 발길을 옮깁니다.
‘개털 코트’로 불리는 이 외투는 겨울철이 되면 초소별로 지급되지만, 물량이 부족해 장마당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하기도 합니다.
배를 타고 다가가는 취재진에게 한 군인은 금세 긴장이 풀린 듯, 담배를 건네자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녹취> 北 국경 경비대 : "(백 원만 달라(고)요?) 응 (좀 있으라요.)"
북·중 최대 교역 도시인 중국 단둥으로 다시 발길을 옮겼습니다.
북한을 드나드는 무역상들이 주요 단골인 ‘조선한국민속거리’.
컴퓨터 부품과 전자제품을 주로 파는 이 골목의 가게들은 한 달 넘게 일제히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중국 전자제품 판매점 직원 : "(왜 이렇게 문 닫은 가게가 많아요?) 몰라요. 아마 이제 안 들어올 것 같아요. 우리 상점도 내일모레 휴식해요."
지난 10월 말 에볼라 검역 강화 조치로 북한 당국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면서 북·중간 거래가 뜸해진 탓입니다.
관광 중단 조치가 석 달째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관광업체들은 직접 타격을 입었습니다.
에볼라의 여파로 중국에서의 북한 관련된 관광 상품 판매는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중국 여행사들도 언제 다시 재개될지는 모른다고 말합니다.
<녹취> 중국 여행사 직원 : "(관광 상품 있어요?) 없어요. 봉쇄됐어요. (언제요?) 10월 24일에 봉쇄됐고요. 몇 월 며칠에 다시 시작하도록 한다는 내용은 통지된 바 없어요. (철도는?) 철도는 정상 운행하죠. 관광 코스만 봉쇄됐어요."
이른바 ‘에볼라 조치’의 여파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화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녹취> 중국 단둥 주민 : "(최근에 또 여행자 물어보니까. 에볼란가? 그거 때문에 들어가면 일단 세 주 정도 (못 나온다던데)?) 평양 사람은 거기에 격리돼 있어요."
해마다 북한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연간 10만여 명.
그만큼 관광 중단에 따라 줄어드는 외화 수입 등 북한 경제가 입을 타격도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중국 관광객이 북한의 지역에 가서 관광하면서 소비하는 게 1인당 한 천 달러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에볼라 사태 이후에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최소한 3만 명이 실제로 북한에서 관광이 중단됨으로써 북한의 외화 수입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에볼라 조치에 따른 북·중간의 교역 차질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접경 세관의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 화물차들이 짐을 싣고 내리는 세관의 모습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북한 화물차들의 하차장은 텅 비어있습니다.
검역 조치 강화 이후 북한 물건을 싣고 중국으로 나오는 북한 차량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에볼라 조치는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온 중국 공장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 근로자 20여 명이 일해 온 이 공장은 최근 비자가 만료된 근로자들이 모두 북한으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떠난 뒤 이 공장은 일주일째 가동을 멈추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도 북한 노동자들이 일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공장 내부에 있는 직원 전용 식당은 텅 비어 있고, 북한 근로자들이 머물던 기숙사는 그들이 남기고 간 옷가지와 북한 달력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공장 말고도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해온 중국 업체 상당수가 연말 비자 갱신을 위한 북한 근로자들의 철수로 가동을 일시 멈춘 상탭니다.
<녹취> 중국 공장 관계자 (음성변조) : "노동자들이 비자가. 일 년 비자가 만기가 되어서 다시 이제 평양으로 가서 다시 비자 수속을 해서 나와야 된단 말입니다. 내년도 2월, 2월 말이나 3월 초에 (중국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북한 근로자들의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한 게 원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에 들어간 근로자들이 최소 3주간 격리되는 등 재 출국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연말 귀국길에 오른 북한 근로자들이 모여든 중국 단둥역.
짐수레마다 가득 실은 가방과 보따리들, 한국의 라면 상자도 눈에 띕니다.
출국 심사를 기다리며 카드놀이를 하고 다른 한편에선 북한 관리원이 여권을 걷느라 분주합니다.
대부분은 다시 돌아와 중국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비자 발급 요건 강화에 에볼라 격리 조치까지 겹쳐 언제 다시 중국으로 나올 수 있을지 당분간 기약할 수 없습니다.
<녹취> 중국 현지 가이드 : "(집이 평양 인근이면 거기 가서 격리한다는 거예요?) 네, 평양 시내에는 못 들어가고 친척 집에 가서 격리하고요.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지방에서 격리한다고 해요. 단체로 이제 관광으로 갈 때는, 여관 하나에다 다 몰아넣죠."
10월 말 개통이 무기 연기된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찾았습니다.
대교 위 간판 설치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길이 3km인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건너가 북한 쪽에 다다르자, 도로는 툭 끊기고, 휑한 논밭 풍경만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녹취> 중국 현지 가이드 : "(다 논이네.) 네, 농장이니까."
연결 도로는 물론, 기반 시설 공사가 여전히 착공조차 못 한 겁니다.
북한 당국이 중국에 비용 부담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착공 4년이 지났지만 언제 정식 개통될지는 가늠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앞으로도 북·중 간의 경제협력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투자 협력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제 북한에 그동안 합의했던 투자 사업도 현재 중단하거나, 위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중 경제협력에서도 앞으로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중국과 북한을 가로지르는 압록강에 그 어느 때보다 매섭고 추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냉랭하게 얼어붙은 북-중 관계에, 관광이 중단되고 교역까지 침체되면서 북·중 접경 북한 주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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