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모저모] 엘긴 마블스, 2백년 만의 해외 나들이 논란

입력 2014.12.10 (08:49) 수정 2014.12.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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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영국박물관이 소장 중인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조각물, '엘긴 마블스'가 2백년 만에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섰는데요.

그리스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이모저모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런던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한 번은 들린다는 '영국박물관'...

8백만 점을 소장중인 이곳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지난 한 해에만 670만 명이 다녀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붐비는 박물관이 됐습니다.

사실 영국박물관은 영국이 세계를 제패하던 시절 곳곳에서 약탈한 문화재들로 채워져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요.

영국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물이죠.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했던 대리석 조각들을 일컫는 엘긴 마블스 역시 그 중 하나...

'엘긴 마블스'는 19세기 초 그리스를 지배했던 오스만튀르크에 대사로 부임했던 영국 외교관 엘긴 경이 본국으로 가져오면서 현재의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그런데 영국에 둥지를 튼 후 지난 2백년 간 단 한 번도 해외로 반출된 적이 없는 엘긴 마블스가 최근 러시아로 건너갔습니다.

내년 1월 중순까지 러시아에 대여된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강의 신인 '일리소스'를 표현한 머리 없는 조각상인데요.

에르미타주 박물관 개관 250주년을 기념 그리스 예술품 전시회에 대여를 해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미하일 리오트로브스키(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 : "박물관들 사이에 굳건한 믿음이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박물관 간에 이런 결정은 원활히 이뤄집니다."

그런데 엘긴 마블스의 임대 사실이 공개되자마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그리스 정부가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영국박물관은 엘긴 마블스의 외부 이동 사례가 없다며 그리스의 반환 요청을 에둘러 거부해왔는데요.

영국박물관에 전시돼야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다는 명분도 내세워왔습니다.

<인터뷰> 코스타스 부잘리스(그리스 시민) : : "엘긴 마블스를 대여해주는 건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리스에서 임대를 해줬다면 훨씬 더 좋았겠지요. 먼저 그리스로 되돌아와서 전 세계로 보내져야 합니다."

특히 그리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연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 엘긴 마블스를 대여해준 건, 결국 그리스 국민을 모욕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는데요.

영국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일고 있습니다.

영국 파르테논 조각물 반환위원회 대표는 '엘긴 마블스 일부를 러시아에 임대한 건 그리스를 도발하는 최악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는데요.

하지만 영국박물관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리처드 램버트(대영박물관 이사회 의장) : "지난해 330개 박물관에 5000점 이상을 빌려줬습니다. 소장품이 반드시 돌아오고, 해당 박물관이 사람들에게 보여줄 게 확실하다면 우린 기꺼이 빌려줍니다."

이번 논란이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이어온 엘긴 마블스의 반환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사자인 영국과 그리스는 물론 문화재 반환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세계 여러나라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구촌 이모저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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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이모저모] 엘긴 마블스, 2백년 만의 해외 나들이 논란
    • 입력 2014-12-10 08:52:10
    • 수정2014-12-10 08: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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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영국박물관이 소장 중인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조각물, '엘긴 마블스'가 2백년 만에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섰는데요.

그리스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이모저모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런던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한 번은 들린다는 '영국박물관'...

8백만 점을 소장중인 이곳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지난 한 해에만 670만 명이 다녀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붐비는 박물관이 됐습니다.

사실 영국박물관은 영국이 세계를 제패하던 시절 곳곳에서 약탈한 문화재들로 채워져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요.

영국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물이죠.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했던 대리석 조각들을 일컫는 엘긴 마블스 역시 그 중 하나...

'엘긴 마블스'는 19세기 초 그리스를 지배했던 오스만튀르크에 대사로 부임했던 영국 외교관 엘긴 경이 본국으로 가져오면서 현재의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그런데 영국에 둥지를 튼 후 지난 2백년 간 단 한 번도 해외로 반출된 적이 없는 엘긴 마블스가 최근 러시아로 건너갔습니다.

내년 1월 중순까지 러시아에 대여된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강의 신인 '일리소스'를 표현한 머리 없는 조각상인데요.

에르미타주 박물관 개관 250주년을 기념 그리스 예술품 전시회에 대여를 해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미하일 리오트로브스키(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 : "박물관들 사이에 굳건한 믿음이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박물관 간에 이런 결정은 원활히 이뤄집니다."

그런데 엘긴 마블스의 임대 사실이 공개되자마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그리스 정부가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영국박물관은 엘긴 마블스의 외부 이동 사례가 없다며 그리스의 반환 요청을 에둘러 거부해왔는데요.

영국박물관에 전시돼야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다는 명분도 내세워왔습니다.

<인터뷰> 코스타스 부잘리스(그리스 시민) : : "엘긴 마블스를 대여해주는 건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리스에서 임대를 해줬다면 훨씬 더 좋았겠지요. 먼저 그리스로 되돌아와서 전 세계로 보내져야 합니다."

특히 그리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연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 엘긴 마블스를 대여해준 건, 결국 그리스 국민을 모욕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는데요.

영국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일고 있습니다.

영국 파르테논 조각물 반환위원회 대표는 '엘긴 마블스 일부를 러시아에 임대한 건 그리스를 도발하는 최악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는데요.

하지만 영국박물관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리처드 램버트(대영박물관 이사회 의장) : "지난해 330개 박물관에 5000점 이상을 빌려줬습니다. 소장품이 반드시 돌아오고, 해당 박물관이 사람들에게 보여줄 게 확실하다면 우린 기꺼이 빌려줍니다."

이번 논란이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이어온 엘긴 마블스의 반환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사자인 영국과 그리스는 물론 문화재 반환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세계 여러나라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구촌 이모저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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