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환전소 노리고 바다 건너 온 ‘도둑들’

입력 2014.12.11 (08:11) 수정 2014.12.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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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외국돈을 우리 돈으로 바꿔주는 환전소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요.

최근 이 환전소에 5인조 절도단이 들어와 수천 만 원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들이 지구 반대편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온 이른바 원정 절도단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왜 비행시간만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한국까지 건너와 이런 절도 행각을 벌이게 된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이들의 행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서울 명동의 한 사설 환전소.

환전소 직원이 가게 문을 잠그고 나가자 곧바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문을 따고 들어와 돈을 쓸어 담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훔친 돈을 들고는 곧바로 인파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30초.

다시 돌아온 직원은 감쪽같이 사라진 돈에 그저 기가 막힐 뿐입니다.

<녹취> 피해 환전소 직원(음성변조) : “번호 키로 잠가 놓고 가는데 그걸 연 게 아니고 전체를 뜯었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잠깐 사이에 이게 확 열려 있으니까 서랍이 열려있으니까 너무 놀란 거죠.“

이날 환전소에서 사라진 돈은 무려 5천7백만 원.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CCTV를 토대로 이들의 뒤를 쫒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5인조 절도단은 경찰에 덜미를 잡히게 됩니다.

경찰서로 압송된 피의자들.

그런데, 뜻밖에도 이들은 외국인이었습니다.

관광비자로 입국한 5명의 콜롬비아인.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CCT V 추적해서 그중에 한 명이 부산에 내려간 사 실을 확인하고 여행용 가방을 이렇게 끌고 가 는 거(를 보고) 모든 정황을 집중해서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왜 머나먼 한국까지 건너와 절도 행각을 벌이게 된 걸까?

경찰의 수사를 바탕으로 이들의 행적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에서부터 알고 지냈다는 이들.

이들 사이에서 우연찮게 한국의 얘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에 가면 돈을 훔치기가 좋다는 다소 뜬금없는 얘기.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이 사람 중 한 사람이 외국에서 외국 사람을 만났 을 때 ‘한국에 가면 이런 범행하기가 쉽다.’ 이 래서 한국에 오게 됐다고(합니다.)”

범행을 결정한 이들은 지난 10월, 날짜를 나눠 차례로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은밀하게 움직였습니다.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 “모텔 도 뭐 모텔 밀집지역에서도 여기 한 군데, 여기 한 군데 이렇게 묵었죠. 한 곳에 이렇게 투숙하 지는 않더라고요. 또 자주 이동하고요.”

답사 끝에 이들이 선정한 목표는 외국인들이 많은 명동.

그 가운데서도 현금이 많은 환전소였습니다.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출입 구를 열쇠로 잠가도 뜯기 쉽다 이런 거까지 다 파악을 하고 범행 대상을 고른 것 같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예상외로 치밀했습니다.

범행 당일 저녁 촬영된 CCTV 영상입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시 가게 문을 잠그고 나오는 직원.

직원이 나오자 이들은 각자 맡은 역할대로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한 명은 화장실 앞에서 환전소 직원을 살폈고, 그 사이 다른 한 명은 준비한 공구로 문을 따 돈을 쓸어 담기 시작합니다.

또 다른 두 명은 신문을 펴 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직원이 화장실에서 나와 환전소로 돌아가려는 찰라. 화장실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일당이 길을 물으며 시간을 끕니다.

<녹취> 피해 환전소 직원(음성변조) : “외국인이 말은 아니고 행동으로 길을 물어보더래요. 지도 로. 그러니까 모르겠다고 그러고 ‘이상한 사람 이야.’ 이렇게 생각을 하고 막 뛰어 왔는데 여 기 이제 화장실 갈 때 문을 잠가놓고 갔는데 그걸 뜯은 거죠.”

도주 수법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을 피해 미리 알아 둔 샛길로 움직였고.

짧은 시간에 옷까지 갈아 입은 뒤 인파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범행 하고 거기서 명동역까지 1km, 직선거리로는 1km 정도 될 텐데 벌써 옷을 바꿔 입고 가더 라고요. 치밀한 범행을 한 거죠.”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치밀한 수법의 외국인 절도단.

하지만, 한국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경찰은 거리에 깔린 CCTV를 정밀 분석해 공범 1명을 서울 이태원에서 붙잡았고, 나머지 4명도 지난 3일, 부산 해운대에서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갔는데요, 그런데 이 절도단, 혐의 내용이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고가의 카메라나 시계를 취급하는 서울 종로의 한 골목.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A모씨는 지난 10월, 외국인들에게 가방을 도둑맞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A 씨(음성변조) : “(외국인들이) 가 게 앞에서 시계 구경을 했어요. 가게 앞에서. 우리는 안에 있었죠.”

남미 사람으로 보이는 외국인 커플.

퇴근을 하려는 피해자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고 합니다.

<녹취>피해자 A 씨(음성변조) : “한 7시 50분인 가 퇴근을 하는데 가방을 메고 저는 버스를 타 러 가는데 툭툭 치더니 케첩이 묻었다고 하더 라고요.”

A씨의 옷에는 정말로 케첩이 묻어 있었고, 이를 닦기 위해 윗 옷을 벗는 A씨를 이들이 옆에서 도왔다고 합니다.

고맙다며 케첩을 닦은 A씨.

그런데!

<녹취> 피해자 A씨(음성변조) : “닦고 고맙다고 그러고 옷을 입고 가방을 보니까 가방이 없어 진거예요. 그러니까 그 사이에 그 뒤에 있던 남 자가 그 가방을 훔쳐간 거죠. (가방에) 현금만 1,520만 원 들어 있었어요.”

경찰 조사 결과, 이 남녀 커플도 콜롬비아 원정 절도단의 일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방 절도 때, 여성 한 명이 검거됐지만, 나머지 5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환전소 절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범행 을) 영화처럼 한 겁니다. 영화처럼. (해운대에 간 것도) 그쪽에 가서 다른 범행을 모의해서 하 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경찰은 절도 혐의로 콜로비아인 6명을 모 두구속하고, 여죄가 더 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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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환전소 노리고 바다 건너 온 ‘도둑들’
    • 입력 2014-12-11 08:13:16
    • 수정2014-12-11 10: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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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외국돈을 우리 돈으로 바꿔주는 환전소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요.

최근 이 환전소에 5인조 절도단이 들어와 수천 만 원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들이 지구 반대편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온 이른바 원정 절도단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왜 비행시간만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한국까지 건너와 이런 절도 행각을 벌이게 된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이들의 행적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서울 명동의 한 사설 환전소.

환전소 직원이 가게 문을 잠그고 나가자 곧바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문을 따고 들어와 돈을 쓸어 담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훔친 돈을 들고는 곧바로 인파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30초.

다시 돌아온 직원은 감쪽같이 사라진 돈에 그저 기가 막힐 뿐입니다.

<녹취> 피해 환전소 직원(음성변조) : “번호 키로 잠가 놓고 가는데 그걸 연 게 아니고 전체를 뜯었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잠깐 사이에 이게 확 열려 있으니까 서랍이 열려있으니까 너무 놀란 거죠.“

이날 환전소에서 사라진 돈은 무려 5천7백만 원.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CCTV를 토대로 이들의 뒤를 쫒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5인조 절도단은 경찰에 덜미를 잡히게 됩니다.

경찰서로 압송된 피의자들.

그런데, 뜻밖에도 이들은 외국인이었습니다.

관광비자로 입국한 5명의 콜롬비아인.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CCT V 추적해서 그중에 한 명이 부산에 내려간 사 실을 확인하고 여행용 가방을 이렇게 끌고 가 는 거(를 보고) 모든 정황을 집중해서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왜 머나먼 한국까지 건너와 절도 행각을 벌이게 된 걸까?

경찰의 수사를 바탕으로 이들의 행적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에서부터 알고 지냈다는 이들.

이들 사이에서 우연찮게 한국의 얘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에 가면 돈을 훔치기가 좋다는 다소 뜬금없는 얘기.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이 사람 중 한 사람이 외국에서 외국 사람을 만났 을 때 ‘한국에 가면 이런 범행하기가 쉽다.’ 이 래서 한국에 오게 됐다고(합니다.)”

범행을 결정한 이들은 지난 10월, 날짜를 나눠 차례로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은밀하게 움직였습니다.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 “모텔 도 뭐 모텔 밀집지역에서도 여기 한 군데, 여기 한 군데 이렇게 묵었죠. 한 곳에 이렇게 투숙하 지는 않더라고요. 또 자주 이동하고요.”

답사 끝에 이들이 선정한 목표는 외국인들이 많은 명동.

그 가운데서도 현금이 많은 환전소였습니다.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출입 구를 열쇠로 잠가도 뜯기 쉽다 이런 거까지 다 파악을 하고 범행 대상을 고른 것 같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예상외로 치밀했습니다.

범행 당일 저녁 촬영된 CCTV 영상입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시 가게 문을 잠그고 나오는 직원.

직원이 나오자 이들은 각자 맡은 역할대로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한 명은 화장실 앞에서 환전소 직원을 살폈고, 그 사이 다른 한 명은 준비한 공구로 문을 따 돈을 쓸어 담기 시작합니다.

또 다른 두 명은 신문을 펴 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직원이 화장실에서 나와 환전소로 돌아가려는 찰라. 화장실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일당이 길을 물으며 시간을 끕니다.

<녹취> 피해 환전소 직원(음성변조) : “외국인이 말은 아니고 행동으로 길을 물어보더래요. 지도 로. 그러니까 모르겠다고 그러고 ‘이상한 사람 이야.’ 이렇게 생각을 하고 막 뛰어 왔는데 여 기 이제 화장실 갈 때 문을 잠가놓고 갔는데 그걸 뜯은 거죠.”

도주 수법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을 피해 미리 알아 둔 샛길로 움직였고.

짧은 시간에 옷까지 갈아 입은 뒤 인파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범행 하고 거기서 명동역까지 1km, 직선거리로는 1km 정도 될 텐데 벌써 옷을 바꿔 입고 가더 라고요. 치밀한 범행을 한 거죠.”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치밀한 수법의 외국인 절도단.

하지만, 한국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경찰은 거리에 깔린 CCTV를 정밀 분석해 공범 1명을 서울 이태원에서 붙잡았고, 나머지 4명도 지난 3일, 부산 해운대에서 검거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갔는데요, 그런데 이 절도단, 혐의 내용이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고가의 카메라나 시계를 취급하는 서울 종로의 한 골목.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A모씨는 지난 10월, 외국인들에게 가방을 도둑맞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A 씨(음성변조) : “(외국인들이) 가 게 앞에서 시계 구경을 했어요. 가게 앞에서. 우리는 안에 있었죠.”

남미 사람으로 보이는 외국인 커플.

퇴근을 하려는 피해자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고 합니다.

<녹취>피해자 A 씨(음성변조) : “한 7시 50분인 가 퇴근을 하는데 가방을 메고 저는 버스를 타 러 가는데 툭툭 치더니 케첩이 묻었다고 하더 라고요.”

A씨의 옷에는 정말로 케첩이 묻어 있었고, 이를 닦기 위해 윗 옷을 벗는 A씨를 이들이 옆에서 도왔다고 합니다.

고맙다며 케첩을 닦은 A씨.

그런데!

<녹취> 피해자 A씨(음성변조) : “닦고 고맙다고 그러고 옷을 입고 가방을 보니까 가방이 없어 진거예요. 그러니까 그 사이에 그 뒤에 있던 남 자가 그 가방을 훔쳐간 거죠. (가방에) 현금만 1,520만 원 들어 있었어요.”

경찰 조사 결과, 이 남녀 커플도 콜롬비아 원정 절도단의 일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방 절도 때, 여성 한 명이 검거됐지만, 나머지 5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환전소 절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문정업(경위/서울 남대문경찰서) : “(범행 을) 영화처럼 한 겁니다. 영화처럼. (해운대에 간 것도) 그쪽에 가서 다른 범행을 모의해서 하 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경찰은 절도 혐의로 콜로비아인 6명을 모 두구속하고, 여죄가 더 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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