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행인 방치’ ‘응급 환자 구호’…엇갈린 경찰관 이야기

입력 2014.12.12 (08:10) 수정 2014.12.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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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날씨가 부쩍 더 추워졌는데요,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외출을 했다 지병이 악화되는 환자도 많고, 또,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일겁니다.

그리고 이런 환자나 주취자를 일선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게 경찰관들일텐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이런 상황에서, 비난에 직면하게 된 경찰관과 생명의 은인이 된 경찰관의 다소 엇갈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포트>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달 21일 입니다.

술에 취해 길가에 쓰러져있던 한 남성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요,

<녹취> 목격자 :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7시 10분에 전화한 거예요. 여기서 이렇게 벌러덩 누워 있는 걸 내가 확인했다고."

곧바로 도착한 순찰차.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굉장히 그분이 욕설을 많이 하면서 ‘경찰 필요 없다. 혼자 가겠다.’ 말씀하시고 완강히 거부를 하시고 그러니까 저희가 단순 주취자로 판단을 하게 된 거죠."

주취자의 말을 듣고, 별 다른 조치 없이 발길을 돌린 경찰.

그런데 두어 시간 뒤 같은 신고가 또 다시 접수됩니다.

<녹취> 목격자 : "경찰한테 분명히 얘기했다고 ‘집까지 데려다 주세요.’ 그렇게 하면 ‘네.’ 그러더라고."

두 번째로 출동한 경찰은 이번엔 술에 취한 남성을 순찰차에 태운 뒤 집을 찾으러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입장에서도 빨리 집에 가셔야 안전하니까 2바퀴 돌아다니다가 다시 내려가지고 걸어서 주변을, 집을 같이 찾던 와중에 아저씨가 혼자 갈 테니까 가라 또 이렇게 하니까"

혼자 가겠다는 취객의 말에, 이번에도 다시 철수한 경찰. 그리고 다섯 시간이 지난 다음날 새벽.

세 번째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경찰은 이번에는 주취자를 인근 마을 정자로 데려가 이불을 덮어주고는 발길을 돌렸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다음날 이 남성은 의식을 잃은채로 발견됩니다.

<녹취> 목격자 : "여기 자리, 여기서 발은 저쪽에 있고 머리는 이쪽에 있고, 이불을 덮어놨더라고. 바로 119에 신고를 한 거지."

병원으로 옮겨진 남성은 뇌출혈 증세를 보였고, 결국 며칠 뒤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유족(사건당시) : "대처를 안 해주고 이렇게 했던 게 서운한 거예요. 사고는 났다 이거예요, 어차피. 이런 사고, 저런 사고 다 나는데 왜 초동 대처를 안 해주느냐 이거예요."

<기자 멘트>

경찰도 이런저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는 합니다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런데 여기 너무나도 다른 대처를 한 경찰관이 있습니다.

기습적인 추위가 찾아왔던, 지난 4일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출근길에 나섰던 40대 여성 박모씨는 전철 안에서 갑자기 가슴에 무거운 통증을 느꼈습니다.

몸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박 씨.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곧바로 한 전철역에 내렸는데요,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진 통증에 박 씨는 걸음을 옮길 수 조차 없었습니다.

벤치에 기대 그대로 주저앉고만 박 씨. 말마저 나오지 않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1분 1초가 급한 출근길, 지나가는 사람 누구하나 박 씨를 돕지 않았는데요, 그저 술에 취해 잠이 든 취객으로만 여겼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조금씩 정신을 잃어갔습니다.

환자의 의식이 그렇게 희미해질 무렵, 한 남성이 나타나 박 씨에게로 다가갑니다.

박 씨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인지한 이 남성은 곧바로 119에 도움을 요청한 한 뒤, 환자의 팔 다리를 주무르며,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인터뷰> 조기상(구급대원/이촌 119안전센터) : "심장질환 관련 호흡곤란으로 119신고가 됐다고 08시 09분 정도였고요. 그러니까 용산역에 저희가 12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환자분이 많이 힘들어하시니까 옷을 벗어서 엎어주셨더라고요."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때, 박 씨는 무척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조기상(구급대원/이촌 119안전센터) : "호흡곤란을 많이 호소하셨어요. 과호흡 증상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증상처럼 손이 뻣뻣해지고 그런 상태로 계속 계셨습니다."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한 차례 위기를 맞게 된 박 씨.

구급대원들은 차량안에서 긴급히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위정희(교수/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의학과) : "심장이 멎으셨다가 119에서 전기충격 두 번을 주고 나서 심장은 돌아왔는데 뇌가 아직 안 깨어난 거죠. 그래서 혼수상태. 저희가 저체온 치료라는 것을 시행하고"

다행히 혼수상태에 빠졌던 박 씨는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인터뷰> 위정희(교수/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의학과) : "(저체온 치료를) 저희가 24시간 정도 시행을 하거든요. 그러고 나서 환자분의 의식이 멀쩡하게 깨서 검사를 해봤더니 이형성 협심증, 심장이 막힌 데는 없는데 어떤 자극이 있으면 심장 혈관이 쪼그라들어서 그래서 그런 부정맥이 생긴 거거든요."

박 씨를 치료한 의료진은 119 구조대의 기민한 대처도 있었지만, 박 씨의 목숨을 살린건,

다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한 행인의 공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위정희(교수/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의학과) : "신고 시간이 늦어지거나 발견 시간이 늦어지면 그만큼 심정지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러면 뇌에 산소 공급이 떨어지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만큼 환자의 뇌 기능은 저하되고 위험한 상황으로 다시 빠질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위기에 빠진 생명을 구한 행인은 누굴까?

알고보니 이 남성은 출근중이었던, 한 경찰서 교통계 소속 경찰관이었습니다.

이 경찰관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며, 자신에 대한 취재 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는데요,

<녹취> 환자 가족 : "김동형 경장님이 신고해 주셨고 와서 확인해 주고 주물러 주고, 그것까지는 (아내가)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지금) 많이 좋아졌고 당연히 고마움이 많죠. 당연하죠."

너무나 다른 두 사건.

환자 가족들은 경찰관의 적극적인 대처가 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생명을 살렸다며, 크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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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행인 방치’ ‘응급 환자 구호’…엇갈린 경찰관 이야기
    • 입력 2014-12-12 08:11:35
    • 수정2014-12-12 10: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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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날씨가 부쩍 더 추워졌는데요,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외출을 했다 지병이 악화되는 환자도 많고, 또,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일겁니다.

그리고 이런 환자나 주취자를 일선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게 경찰관들일텐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이런 상황에서, 비난에 직면하게 된 경찰관과 생명의 은인이 된 경찰관의 다소 엇갈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포트>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달 21일 입니다.

술에 취해 길가에 쓰러져있던 한 남성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요,

<녹취> 목격자 :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7시 10분에 전화한 거예요. 여기서 이렇게 벌러덩 누워 있는 걸 내가 확인했다고."

곧바로 도착한 순찰차.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굉장히 그분이 욕설을 많이 하면서 ‘경찰 필요 없다. 혼자 가겠다.’ 말씀하시고 완강히 거부를 하시고 그러니까 저희가 단순 주취자로 판단을 하게 된 거죠."

주취자의 말을 듣고, 별 다른 조치 없이 발길을 돌린 경찰.

그런데 두어 시간 뒤 같은 신고가 또 다시 접수됩니다.

<녹취> 목격자 : "경찰한테 분명히 얘기했다고 ‘집까지 데려다 주세요.’ 그렇게 하면 ‘네.’ 그러더라고."

두 번째로 출동한 경찰은 이번엔 술에 취한 남성을 순찰차에 태운 뒤 집을 찾으러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입장에서도 빨리 집에 가셔야 안전하니까 2바퀴 돌아다니다가 다시 내려가지고 걸어서 주변을, 집을 같이 찾던 와중에 아저씨가 혼자 갈 테니까 가라 또 이렇게 하니까"

혼자 가겠다는 취객의 말에, 이번에도 다시 철수한 경찰. 그리고 다섯 시간이 지난 다음날 새벽.

세 번째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경찰은 이번에는 주취자를 인근 마을 정자로 데려가 이불을 덮어주고는 발길을 돌렸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다음날 이 남성은 의식을 잃은채로 발견됩니다.

<녹취> 목격자 : "여기 자리, 여기서 발은 저쪽에 있고 머리는 이쪽에 있고, 이불을 덮어놨더라고. 바로 119에 신고를 한 거지."

병원으로 옮겨진 남성은 뇌출혈 증세를 보였고, 결국 며칠 뒤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유족(사건당시) : "대처를 안 해주고 이렇게 했던 게 서운한 거예요. 사고는 났다 이거예요, 어차피. 이런 사고, 저런 사고 다 나는데 왜 초동 대처를 안 해주느냐 이거예요."

<기자 멘트>

경찰도 이런저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는 합니다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런데 여기 너무나도 다른 대처를 한 경찰관이 있습니다.

기습적인 추위가 찾아왔던, 지난 4일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출근길에 나섰던 40대 여성 박모씨는 전철 안에서 갑자기 가슴에 무거운 통증을 느꼈습니다.

몸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박 씨.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곧바로 한 전철역에 내렸는데요,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진 통증에 박 씨는 걸음을 옮길 수 조차 없었습니다.

벤치에 기대 그대로 주저앉고만 박 씨. 말마저 나오지 않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1분 1초가 급한 출근길, 지나가는 사람 누구하나 박 씨를 돕지 않았는데요, 그저 술에 취해 잠이 든 취객으로만 여겼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조금씩 정신을 잃어갔습니다.

환자의 의식이 그렇게 희미해질 무렵, 한 남성이 나타나 박 씨에게로 다가갑니다.

박 씨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인지한 이 남성은 곧바로 119에 도움을 요청한 한 뒤, 환자의 팔 다리를 주무르며,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인터뷰> 조기상(구급대원/이촌 119안전센터) : "심장질환 관련 호흡곤란으로 119신고가 됐다고 08시 09분 정도였고요. 그러니까 용산역에 저희가 12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환자분이 많이 힘들어하시니까 옷을 벗어서 엎어주셨더라고요."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때, 박 씨는 무척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조기상(구급대원/이촌 119안전센터) : "호흡곤란을 많이 호소하셨어요. 과호흡 증상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증상처럼 손이 뻣뻣해지고 그런 상태로 계속 계셨습니다."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한 차례 위기를 맞게 된 박 씨.

구급대원들은 차량안에서 긴급히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위정희(교수/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의학과) : "심장이 멎으셨다가 119에서 전기충격 두 번을 주고 나서 심장은 돌아왔는데 뇌가 아직 안 깨어난 거죠. 그래서 혼수상태. 저희가 저체온 치료라는 것을 시행하고"

다행히 혼수상태에 빠졌던 박 씨는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인터뷰> 위정희(교수/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의학과) : "(저체온 치료를) 저희가 24시간 정도 시행을 하거든요. 그러고 나서 환자분의 의식이 멀쩡하게 깨서 검사를 해봤더니 이형성 협심증, 심장이 막힌 데는 없는데 어떤 자극이 있으면 심장 혈관이 쪼그라들어서 그래서 그런 부정맥이 생긴 거거든요."

박 씨를 치료한 의료진은 119 구조대의 기민한 대처도 있었지만, 박 씨의 목숨을 살린건,

다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한 행인의 공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위정희(교수/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의학과) : "신고 시간이 늦어지거나 발견 시간이 늦어지면 그만큼 심정지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러면 뇌에 산소 공급이 떨어지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만큼 환자의 뇌 기능은 저하되고 위험한 상황으로 다시 빠질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위기에 빠진 생명을 구한 행인은 누굴까?

알고보니 이 남성은 출근중이었던, 한 경찰서 교통계 소속 경찰관이었습니다.

이 경찰관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며, 자신에 대한 취재 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는데요,

<녹취> 환자 가족 : "김동형 경장님이 신고해 주셨고 와서 확인해 주고 주물러 주고, 그것까지는 (아내가)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지금) 많이 좋아졌고 당연히 고마움이 많죠. 당연하죠."

너무나 다른 두 사건.

환자 가족들은 경찰관의 적극적인 대처가 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생명을 살렸다며, 크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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