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 논란 여전…한국에서만 유독 비싼 이유는?

입력 2014.12.23 (12:36) 수정 2014.12.2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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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 한 해 유행했던 신조어 중에 '호갱'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호구 고객, 같은 물건도 비싸게 사는 소비자를 조롱하는 말인데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비싸지는 가격, 모은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스웨덴의 유명 가구 회사 '이케아'가 한국에 1호점을 열었습니다.

<녹취> "이케아 광명점 오프닝에 오신 것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 스타일에다, 실속저가형을 표방해 개장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제품인데도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비쌉니다.

환율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TV 장식장은 미국보다 한국이 17만 원 더 비싸고, 침대도 한국이 20만 원 더 비쌉니다.

소파는 일본과 무려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 정상호(경기도 안양시) : "꼭 해외 제품이 우리나라 들어올 때 거품이 더 심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만 왜 자꾸 이런 피해를 보나 싶어요."

<인터뷰> 김선실(경기도 남양주시) : "한국 소비자를 얕잡아 보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케아 측은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가격에도 물건이 팔리고 있는 걸까요?

<인터뷰> 김연화 원장(한국소비생활연구원) :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상당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라 할까요.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는 환경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원인도 있다고 봅니다."

호구 고객의 줄임말, 이른바 '호갱'. 단통법으로 촉발된 이 신조어가 이제는 다양한 상품들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 피자 업체, 똑같은 피자를 홈페이지에서 영어로 주문하면 5000원씩 더 싸게 살 수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업체에서는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호갱' 논란은 여전합니다.

커피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4,100원인 가격이 미국에선 2,700원, 훨씬 쌉니다.

<인터뷰> 서용구 학회장(한국유통학회) :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치재로 생각할수록 가격이 높아지고요. 두 번째는 공급업체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수입품의 가격은 다른 경쟁국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 관세청 조사 결과 15개 품목의 판매가가 수입가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여성 수영복은 8배 넘게 가격 차이가 났습니다.

국내 유통가를 믿을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은 이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용구 학회장(한국유통학회) : "쉽게 전 세계의 매장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구매) 투표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합리적인 소비 형태가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일수록, 비쌀 수록 제품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대신, 소비자들의 꼼꼼한 비교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김연화 원장(한국소비생활연구원) :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태도와 행동으로 보여줘서 시장에서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제하다 보면 경쟁력 있는 시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 소비자들은 클릭 몇번으로 물건을 더 싸게 살 정도로 똑똑해졌습니다.

그런 만큼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윤을 많이 붙여서 파는 일부 업체들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오래 사랑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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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갱’ 논란 여전…한국에서만 유독 비싼 이유는?
    • 입력 2014-12-23 12:40:00
    • 수정2014-12-23 12: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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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 한 해 유행했던 신조어 중에 '호갱'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호구 고객, 같은 물건도 비싸게 사는 소비자를 조롱하는 말인데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비싸지는 가격, 모은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스웨덴의 유명 가구 회사 '이케아'가 한국에 1호점을 열었습니다.

<녹취> "이케아 광명점 오프닝에 오신 것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 스타일에다, 실속저가형을 표방해 개장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제품인데도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비쌉니다.

환율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TV 장식장은 미국보다 한국이 17만 원 더 비싸고, 침대도 한국이 20만 원 더 비쌉니다.

소파는 일본과 무려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 정상호(경기도 안양시) : "꼭 해외 제품이 우리나라 들어올 때 거품이 더 심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만 왜 자꾸 이런 피해를 보나 싶어요."

<인터뷰> 김선실(경기도 남양주시) : "한국 소비자를 얕잡아 보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케아 측은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가격에도 물건이 팔리고 있는 걸까요?

<인터뷰> 김연화 원장(한국소비생활연구원) :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상당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라 할까요.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는 환경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원인도 있다고 봅니다."

호구 고객의 줄임말, 이른바 '호갱'. 단통법으로 촉발된 이 신조어가 이제는 다양한 상품들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 피자 업체, 똑같은 피자를 홈페이지에서 영어로 주문하면 5000원씩 더 싸게 살 수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업체에서는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호갱' 논란은 여전합니다.

커피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4,100원인 가격이 미국에선 2,700원, 훨씬 쌉니다.

<인터뷰> 서용구 학회장(한국유통학회) :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치재로 생각할수록 가격이 높아지고요. 두 번째는 공급업체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수입품의 가격은 다른 경쟁국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 관세청 조사 결과 15개 품목의 판매가가 수입가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여성 수영복은 8배 넘게 가격 차이가 났습니다.

국내 유통가를 믿을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은 이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용구 학회장(한국유통학회) : "쉽게 전 세계의 매장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구매) 투표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합리적인 소비 형태가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일수록, 비쌀 수록 제품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대신, 소비자들의 꼼꼼한 비교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김연화 원장(한국소비생활연구원) :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태도와 행동으로 보여줘서 시장에서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제하다 보면 경쟁력 있는 시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 소비자들은 클릭 몇번으로 물건을 더 싸게 살 정도로 똑똑해졌습니다.

그런 만큼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윤을 많이 붙여서 파는 일부 업체들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오래 사랑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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