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와 민원에 학생들만 볼모

입력 2002.03.09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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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학교들이 많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볼모로 이권 다툼에만 열중인 어른들 때문입니다.
전종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신 학기 첫 주, 한창 수업이 진행돼야 할 시간이지만 교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대신 상견례를 하면서 시간을 때웁니다.
강의는 언제 시작될지 그러나 아직 수강신청조차 못한 실정입니다.
⊙황 성(신입생): 저희는 같은 등록금 내 가면서 수업 못 받고 그러는 게 불만이 많고...
⊙윤원용(2학년): 노조나 학교측이나 서로 자기 밥그릇 싸움 하는 것 같아요.
⊙기자: 이 대학의 수업차질은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는 교직원노조와 학교측의 갈등에서 비롯됐습니다.
노조가 지난 1월부터 파업을 시작하면서 학사 행정이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박정원(유한대학 교학처장): 행정 부서 직원이 있으면 아무 문제 없는데 지금 전산이 완전히 정지됐거든요.
수작업을 하다 보니까 10년 전 방식으로 되돌아 간 겁니다.
⊙기자: 이 고등학교에는 책걸상 수백 개가 엉뚱하게도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 놓여 있습니다.
재단의 퇴진을 요구하는 일부 교사들과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심정은 절박합니다.
⊙2학년 학생: 이런 식으로 학생 발목을 잡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고3 학생 학부모: 진학해야 되는데 3학년 1년 지나면 누가 책임집니까?
부패재단 문제는 동문들끼리 얼마든지 싸울 수 있잖아요.
⊙기자: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은 전철 기지창 건설에 반발해 통학로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자녀들을 이틀 동안 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백남정(송화초등학교 교장): 학부모님들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서 애들 등교 거부 시킨다는 것은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심지어는 유치원 건물 분양을 둘러싼 다툼 때문에 유치원에 등록한 어린이 180여 명이 아예 유치원에 못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치원이 재개발조합측과 분양가 문제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원아를 모집했고 조합측은 입학식 날부터 출입구를 봉쇄했습니다.
⊙윤미경(학부모): 다른 유치원 여러 군데 전화해 봤는데 다 찼다고 하더라고요, 자리도 없고...
그래서 지금 애 유치원도 못 보내고요.
⊙기자: 이런 사태가 빚어질 경우 교육당국이 중재에 나서지만 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강한 행정처분을 내릴 경우 대부분 소송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김화진(서울시 교육청 교육지원국장): 임시이사를 파견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맞소송이 들어오게 되고 그래서 재판에서 법리 논쟁으로 이어져서 장기화 됩니다.
⊙기자: 학내 분규나 집단민원 등으로 현재 수업 차질을 빚는 학교와 대학교는 10여 곳입니다.
어른들의 다툼에 학생들의 수업권이 기약없이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전종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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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규와 민원에 학생들만 볼모
    • 입력 2002-03-09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학교들이 많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볼모로 이권 다툼에만 열중인 어른들 때문입니다. 전종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신 학기 첫 주, 한창 수업이 진행돼야 할 시간이지만 교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대신 상견례를 하면서 시간을 때웁니다. 강의는 언제 시작될지 그러나 아직 수강신청조차 못한 실정입니다. ⊙황 성(신입생): 저희는 같은 등록금 내 가면서 수업 못 받고 그러는 게 불만이 많고... ⊙윤원용(2학년): 노조나 학교측이나 서로 자기 밥그릇 싸움 하는 것 같아요. ⊙기자: 이 대학의 수업차질은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는 교직원노조와 학교측의 갈등에서 비롯됐습니다. 노조가 지난 1월부터 파업을 시작하면서 학사 행정이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박정원(유한대학 교학처장): 행정 부서 직원이 있으면 아무 문제 없는데 지금 전산이 완전히 정지됐거든요. 수작업을 하다 보니까 10년 전 방식으로 되돌아 간 겁니다. ⊙기자: 이 고등학교에는 책걸상 수백 개가 엉뚱하게도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 놓여 있습니다. 재단의 퇴진을 요구하는 일부 교사들과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심정은 절박합니다. ⊙2학년 학생: 이런 식으로 학생 발목을 잡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고3 학생 학부모: 진학해야 되는데 3학년 1년 지나면 누가 책임집니까? 부패재단 문제는 동문들끼리 얼마든지 싸울 수 있잖아요. ⊙기자: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은 전철 기지창 건설에 반발해 통학로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자녀들을 이틀 동안 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백남정(송화초등학교 교장): 학부모님들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서 애들 등교 거부 시킨다는 것은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심지어는 유치원 건물 분양을 둘러싼 다툼 때문에 유치원에 등록한 어린이 180여 명이 아예 유치원에 못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치원이 재개발조합측과 분양가 문제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원아를 모집했고 조합측은 입학식 날부터 출입구를 봉쇄했습니다. ⊙윤미경(학부모): 다른 유치원 여러 군데 전화해 봤는데 다 찼다고 하더라고요, 자리도 없고... 그래서 지금 애 유치원도 못 보내고요. ⊙기자: 이런 사태가 빚어질 경우 교육당국이 중재에 나서지만 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강한 행정처분을 내릴 경우 대부분 소송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김화진(서울시 교육청 교육지원국장): 임시이사를 파견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맞소송이 들어오게 되고 그래서 재판에서 법리 논쟁으로 이어져서 장기화 됩니다. ⊙기자: 학내 분규나 집단민원 등으로 현재 수업 차질을 빚는 학교와 대학교는 10여 곳입니다. 어른들의 다툼에 학생들의 수업권이 기약없이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전종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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