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술로 휘청

⊙앵커: 대학가에는 요즘 신입생 환영회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 신입생 환영회가 술판으로 얼룩져서 갖가지 불상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종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한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입니다.
짤막한 선후배 소개에 이어 막걸리통과 냉면그릇이 등장합니다.
이른바 사발의식을 치르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부어라! 마셔라! 막걸리! 취하도록!
⊙기자: 그릇에 가득 부운 술을 순서에 따라 한숨에 들이킵니다.
바로 옆에서는 억지술에 취한 여학생이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신입생 환영회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학 3년생: 1차 끝나고 술집 가서 뒤풀이 하죠.
보통 2차 가서 취하죠.
⊙기자: 자정이 지난 대학가는 그야말로 요지경입니다.
길에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업혀가기 일쑤입니다.
비틀비틀 택시를 잡는 학생이 위태롭기만 합니다.
이런 악습이 일부 학생들에게는 좋은 전통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대학 3년생: 옛날에 심한 경우는 빗자루로 운동장 쓸고 그걸 막걸리통에 집어넣고 머리 감고, 침 뱉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기자: 하지만 잘못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노용균(가정의학 전문의): 과도한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이 중추신경계의 호흡조절중추를 억제하여 호흡 곤란을 일으켜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기자: 실제 지난 5일 충북 보은에서는 환영회에 참석했던 신입생이 숨지는 등 술로 인한 대학생들의 사고는 끊이질 않습니다.
게다가 한 번 잘못 배운 주도는 평생을 따라 다니기도 합니다.
⊙장지현(한국 대학생 알코올 문제 예방협회): 그 시기에 어떤 식으로 음주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게 되느냐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쭉 자기의 어떤 중년이나 노년기까지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거든요.
⊙기자: 사라지지 않은 강압적인 음주 문화로 신학기 대학가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대학생들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원종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