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고무줄 규제’의 경고

입력 2015.01.14 (07:35) 수정 2015.01.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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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언제부터일까요?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나 예고된 인재라는 용어에 길들여져왔습니다. 이번 의정부참사에서도 속절없이 또 듣고있지요,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쪼그라들며 자괴감의 늪에 빠지게하는 이런 후진적 사고로부터 언제쯤 해방될 수 있을까요?

의정부 참사는 알려진 대로 지난 정부 이른바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무분별한 건축규제완화 탓이라고 합니다. 도심지역에 서민들 살 곳을 많이 짓고 부동산 경기도 살려보려고 그랬답니다. 다닥다닥 붙은 데다 진입로가 좁아 불법주차가 일상화된 주택 35만채가 지난 5년동안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이번에 그랬듯이 소방차 진입이 힘들고 좁은 건물사이가 불길이 되기 십상인 구조였습니다. 주거편의를 위해 주거안전을 희생한 셈이지만 정책당국은 그 때는 이런 사고를 전혀 내다보지 못했을까요?
겉으로는 안전제일을 외치지만 상황에 따라 편의를 내세우며 안전을 희생시키기 일쑤였던 예전의 잘못된 관행이 불러일으킨 보복이라면 지나친 얘길까요? 일만 터지면 규제를 원칙 없이 죄고 풀던 ‘고뭇줄 규제’의 익숙한 경험들은 이번에도 작동합니다. 국회가 다그치며 당국이 부랴부랴 내논 방안들은 한결 같이 외벽 불연재를 의무화하는 등 건축기준의 강화에 맞춰져있습니다. 신속한 대응에 공감하기 보단 왠지 미덥지가 않습니다. 처방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 처방의 일관성 등이 담보되지 않을거라는 찜찜한 기억이 여전해서일 것입니다.

지금 절실한 건 대증적인 땜질처방이 아니라 백년을 지탱할 근본적인 대책입니다. 천박한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안전 대한민국’에 대한 신념을 반석같은 정책으로 구체화할 거라는 믿음이 심어져야합니다. 지난 반세기의 눈부신 성취에 가려졌던 안전소홀이라는 깊은 그늘을 이번에도 거둬내지 못하면 우리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허망함의 늪에 갇힐지 모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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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14 07:39:19
    • 수정2015-01-14 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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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언제부터일까요?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나 예고된 인재라는 용어에 길들여져왔습니다. 이번 의정부참사에서도 속절없이 또 듣고있지요,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쪼그라들며 자괴감의 늪에 빠지게하는 이런 후진적 사고로부터 언제쯤 해방될 수 있을까요?

의정부 참사는 알려진 대로 지난 정부 이른바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무분별한 건축규제완화 탓이라고 합니다. 도심지역에 서민들 살 곳을 많이 짓고 부동산 경기도 살려보려고 그랬답니다. 다닥다닥 붙은 데다 진입로가 좁아 불법주차가 일상화된 주택 35만채가 지난 5년동안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이번에 그랬듯이 소방차 진입이 힘들고 좁은 건물사이가 불길이 되기 십상인 구조였습니다. 주거편의를 위해 주거안전을 희생한 셈이지만 정책당국은 그 때는 이런 사고를 전혀 내다보지 못했을까요?
겉으로는 안전제일을 외치지만 상황에 따라 편의를 내세우며 안전을 희생시키기 일쑤였던 예전의 잘못된 관행이 불러일으킨 보복이라면 지나친 얘길까요? 일만 터지면 규제를 원칙 없이 죄고 풀던 ‘고뭇줄 규제’의 익숙한 경험들은 이번에도 작동합니다. 국회가 다그치며 당국이 부랴부랴 내논 방안들은 한결 같이 외벽 불연재를 의무화하는 등 건축기준의 강화에 맞춰져있습니다. 신속한 대응에 공감하기 보단 왠지 미덥지가 않습니다. 처방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 처방의 일관성 등이 담보되지 않을거라는 찜찜한 기억이 여전해서일 것입니다.

지금 절실한 건 대증적인 땜질처방이 아니라 백년을 지탱할 근본적인 대책입니다. 천박한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안전 대한민국’에 대한 신념을 반석같은 정책으로 구체화할 거라는 믿음이 심어져야합니다. 지난 반세기의 눈부신 성취에 가려졌던 안전소홀이라는 깊은 그늘을 이번에도 거둬내지 못하면 우리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허망함의 늪에 갇힐지 모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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