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신 실크로드, 경제 대국의 야망

입력 2015.01.17 (08:27) 수정 2015.01.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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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실크로드, 비단길은 고대 중국과 서양 사이 문물 교류의 통로였죠.

중국 중원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교역로였습니다.

이 실크로드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대중화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이른바 신 실크로드 전략 때문입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실크로드 경제지대 건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데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망이 담겨 있습니다.

실크로드는 당나라 때 전성기를 누렸는데요.

이 당나라의 수도였던 시안이 신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가 되고 있습니다.

시안 등 실크로드 부활의 현장을 김명주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수출 화물을 가득 실은 장안호 국제 열차가 기적 소리를 내며 출발합니다.

지난 2013년 11월 첫 운행 이후 매주 한 차례씩 수출 화물을 중앙아시아 5개 국가 44개 도시로 실어나릅니다.

<인터뷰> 리자오(시안국제내륙항 주임) : "샨시성 이외 지역 화물이 70%를 차지하는데요. 생활 용품과 농산물, 석유시추 설비, 건축 장비 등이 주로 많습니다."

시안이 지리적으로 중국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보니, 전국 각지에서 화물이 몰려듭니다.

중국이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바로 교통 인프라 확충입니다.

시안은 장안호 화물열차가 개통된 이후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물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대 서역 상인들이 드나들던 시안 '따탕시스' 시장.

광장 양쪽에 세워진 낙타상은 실크로드 교역을 상징합니다.

당나라 때 이 곳에는 상점이 4만여 개나 될 정도로 국제무역이 번성했습니다.

<인터뷰> 지아오보 시안('따탕시스' 그룹 부총감독) : "이 조형물은 실크로드 출발점을 상징합니다. 천4백여 년 전인 당나라 시절 이 곳이 국제무역의 중심지였다는 걸 의미합니다."

시안시 정부는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따탕시스' 터를 발굴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실크로드를 재현한 거리에는 외국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과 상점도 잇따라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인터뷰> 메이린(이란 상인) : "실크로드 부활 정책으로 문화 교류의 대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무역 거래도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녹취> "(매운 음식 잘 먹나요?) 매운 거 좋아해요. (그럼 요리도 직접 할 수 있어요?) 네. 음식을 직접 만들 때도 있어요."

중국어 실력은 아직 서툴지만, 배움의 열기가 가득합니다.

이 대학에는 3백여 명의 중앙아시아 유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중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나(우크라이나 유학생) : "중국어가 유용하다는 인식 때문에 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러 오고 있어요.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중국 정부의 신 실크로드 전략으로 중국 기업들의 중앙아시아 진출도 속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대학은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현지 채용 직원들의 중국어 교육도 전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팡광화(시안 시베이대학 교장) : "저희 대학에는 중앙아시아 관련 전공이 다수 개설돼 있고, 실크로드 경제지대 건설에 필요한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 중심가엔 아직도 무장 병력이 배치돼 있습니다.

위구르 독립 세력의 테러 여파 속에서도 우루무치는 실크로드 거점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러시아어 간판이 즐비한 우루무치 비엔장빈관.

구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나라 상인들에게 중국 제품을 도매로 판매하는 곳입니다.

비엔장빈관은 우루무치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도매 상점이 무려 3천여 개에 달합니다.

중국 각지에서 생산된 공산품들은 이 곳을 거쳐 중앙아시아 각지로 수출되는데요.

변경 무역의 전방 기지인 셈입니다.

이 시장에서 10년째 신발 도매상을 운영하는 마야 씨.

한족인데도 능숙한 러시아어로 중앙아시아 상인들을 맞이합니다.

마야 씨와 같은 시장 상인들은 정부의 신 실크로드 전략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야(신발 도매상 운영 : "실크로드 경제지대가 건설돼 주변국 세관 통관이 더 잘 되면 저희가 장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우루무치 시내에는 거대 규모의 국가급 기술개발 단지도 잇따라 조성되고 있습니다.

교통 인프라 확충, 무역거래 활성화와 더불어 과학기술 개발은 신 실크로드 전략의 핵심 요소입니다.

<인터뷰> 제수르(진펑과학기술유한공사 부총경리) : " 전에는 중앙아시아 시장 확장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의 실크로드 발전 모델을 활용해 쉽게 진출할 수 있습니다."

우루무치에서 차로 9시간 거리인 카자흐스탄 접경 도시 훠얼궈쓰.

양국 접경 지역엔 여의도 크기 만한 자유무역지대가 들어서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도시에 고속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지금까지 240억 위안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하루 평균 2천여 명의 카자흐스탄 무역상들이 자유무역지대를 드나듭니다.

저는 지금 중국과 카자흐스탄 접경을 걸어서 통과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지대 안에서는 양국 상인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 별도의 출입국 절차 없이 자유롭게 국경을 드나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이 곳을 거쳐 간 양국간 교역 물동량은 100만 톤을 넘어섰습니다.

중국 제품을 사가는 카자흐스탄 상인들에게는 하루 8천 위안의 면세 혜택도 주어집니다.

<인터뷰> 마르타시(카자흐스탄 상인) : "매일 이 시장에서 제품을 사서 카자흐스탄으로 가져갑니다. 이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자유무역지대 안에는 호텔과 은행 등 각종 편의 시설도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인구 8만5천여 명의 작은 도시는 중국의 실크로드 야망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하오 : "중국측 관리위원회 부주임 이 곳은 중국에서 유일한 국경 자유무역지대입니다. 훠얼궈쓰는 중국에서 유럽 중심부까지 30억 인구의 경제 발전을 아우르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5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을 주변국들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400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도 내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유라시아에 대중화경제권을 형성해 미국의 영향력을 압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인터뷰>시진핑(중국 국가주석/2013년 9월 카자흐스탄 방문시) : "실크로드 경제지대를 공동 건설하는 대사업은 유럽과 아시아 모든 지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게 될 것입니다."

중국은 이미 아시아권에서 원조개발국으로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우리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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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신 실크로드, 경제 대국의 야망
    • 입력 2015-01-16 10:29:22
    • 수정2015-01-17 09:20:2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실크로드, 비단길은 고대 중국과 서양 사이 문물 교류의 통로였죠.

중국 중원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교역로였습니다.

이 실크로드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대중화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이른바 신 실크로드 전략 때문입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실크로드 경제지대 건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데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망이 담겨 있습니다.

실크로드는 당나라 때 전성기를 누렸는데요.

이 당나라의 수도였던 시안이 신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가 되고 있습니다.

시안 등 실크로드 부활의 현장을 김명주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수출 화물을 가득 실은 장안호 국제 열차가 기적 소리를 내며 출발합니다.

지난 2013년 11월 첫 운행 이후 매주 한 차례씩 수출 화물을 중앙아시아 5개 국가 44개 도시로 실어나릅니다.

<인터뷰> 리자오(시안국제내륙항 주임) : "샨시성 이외 지역 화물이 70%를 차지하는데요. 생활 용품과 농산물, 석유시추 설비, 건축 장비 등이 주로 많습니다."

시안이 지리적으로 중국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보니, 전국 각지에서 화물이 몰려듭니다.

중국이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바로 교통 인프라 확충입니다.

시안은 장안호 화물열차가 개통된 이후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물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대 서역 상인들이 드나들던 시안 '따탕시스' 시장.

광장 양쪽에 세워진 낙타상은 실크로드 교역을 상징합니다.

당나라 때 이 곳에는 상점이 4만여 개나 될 정도로 국제무역이 번성했습니다.

<인터뷰> 지아오보 시안('따탕시스' 그룹 부총감독) : "이 조형물은 실크로드 출발점을 상징합니다. 천4백여 년 전인 당나라 시절 이 곳이 국제무역의 중심지였다는 걸 의미합니다."

시안시 정부는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따탕시스' 터를 발굴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실크로드를 재현한 거리에는 외국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과 상점도 잇따라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인터뷰> 메이린(이란 상인) : "실크로드 부활 정책으로 문화 교류의 대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무역 거래도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녹취> "(매운 음식 잘 먹나요?) 매운 거 좋아해요. (그럼 요리도 직접 할 수 있어요?) 네. 음식을 직접 만들 때도 있어요."

중국어 실력은 아직 서툴지만, 배움의 열기가 가득합니다.

이 대학에는 3백여 명의 중앙아시아 유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중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나(우크라이나 유학생) : "중국어가 유용하다는 인식 때문에 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러 오고 있어요.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중국 정부의 신 실크로드 전략으로 중국 기업들의 중앙아시아 진출도 속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대학은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고, 현지 채용 직원들의 중국어 교육도 전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팡광화(시안 시베이대학 교장) : "저희 대학에는 중앙아시아 관련 전공이 다수 개설돼 있고, 실크로드 경제지대 건설에 필요한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 중심가엔 아직도 무장 병력이 배치돼 있습니다.

위구르 독립 세력의 테러 여파 속에서도 우루무치는 실크로드 거점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러시아어 간판이 즐비한 우루무치 비엔장빈관.

구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나라 상인들에게 중국 제품을 도매로 판매하는 곳입니다.

비엔장빈관은 우루무치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도매 상점이 무려 3천여 개에 달합니다.

중국 각지에서 생산된 공산품들은 이 곳을 거쳐 중앙아시아 각지로 수출되는데요.

변경 무역의 전방 기지인 셈입니다.

이 시장에서 10년째 신발 도매상을 운영하는 마야 씨.

한족인데도 능숙한 러시아어로 중앙아시아 상인들을 맞이합니다.

마야 씨와 같은 시장 상인들은 정부의 신 실크로드 전략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야(신발 도매상 운영 : "실크로드 경제지대가 건설돼 주변국 세관 통관이 더 잘 되면 저희가 장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우루무치 시내에는 거대 규모의 국가급 기술개발 단지도 잇따라 조성되고 있습니다.

교통 인프라 확충, 무역거래 활성화와 더불어 과학기술 개발은 신 실크로드 전략의 핵심 요소입니다.

<인터뷰> 제수르(진펑과학기술유한공사 부총경리) : " 전에는 중앙아시아 시장 확장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부의 실크로드 발전 모델을 활용해 쉽게 진출할 수 있습니다."

우루무치에서 차로 9시간 거리인 카자흐스탄 접경 도시 훠얼궈쓰.

양국 접경 지역엔 여의도 크기 만한 자유무역지대가 들어서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도시에 고속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지금까지 240억 위안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하루 평균 2천여 명의 카자흐스탄 무역상들이 자유무역지대를 드나듭니다.

저는 지금 중국과 카자흐스탄 접경을 걸어서 통과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지대 안에서는 양국 상인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 별도의 출입국 절차 없이 자유롭게 국경을 드나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이 곳을 거쳐 간 양국간 교역 물동량은 100만 톤을 넘어섰습니다.

중국 제품을 사가는 카자흐스탄 상인들에게는 하루 8천 위안의 면세 혜택도 주어집니다.

<인터뷰> 마르타시(카자흐스탄 상인) : "매일 이 시장에서 제품을 사서 카자흐스탄으로 가져갑니다. 이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자유무역지대 안에는 호텔과 은행 등 각종 편의 시설도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인구 8만5천여 명의 작은 도시는 중국의 실크로드 야망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하오 : "중국측 관리위원회 부주임 이 곳은 중국에서 유일한 국경 자유무역지대입니다. 훠얼궈쓰는 중국에서 유럽 중심부까지 30억 인구의 경제 발전을 아우르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5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을 주변국들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400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도 내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유라시아에 대중화경제권을 형성해 미국의 영향력을 압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인터뷰>시진핑(중국 국가주석/2013년 9월 카자흐스탄 방문시) : "실크로드 경제지대를 공동 건설하는 대사업은 유럽과 아시아 모든 지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게 될 것입니다."

중국은 이미 아시아권에서 원조개발국으로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우리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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