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1월 회담 불발…남북 ‘골든타임’ 놓치나?

입력 2015.01.31 (07:48) 수정 2015.01.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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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신년사를 계기로 정부가 제의했던 1월 중 남북대화가 결국 불발됐습니다.

설 전후로 기대됐던 이산상봉도 일단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교착상태에 빠진 현 남북관계와 앞으로의 변수를 송지현 리포터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고, 꽁꽁 얼어붙은 강에 물길이 생겨납니다.

뜰다리로 불리는 ‘부교’가 설치되고, 그 위를 장갑차가 지나갑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발기에 따라 조선인민군 서부전선 기계화 타격집단 장갑보병 구분대들의 겨울철 도하 공격 연습이 진행되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기획한 북한군의 겨울철 도하훈련,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자주포 차량에, 서열 2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장갑차에 올라타 선두에서 훈련을 지휘합니다.

<녹취>조선중앙TV(지난 27일) : “미제와 특대형 도발자들이 계속 너덜거린다면(함부로 행동한다면) 사전 통고 없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대상에 대하여 무자비한 정의의 타격을 개시할 것이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서 지난 24일, 비행 전투 부대의 새해 첫 폭격 훈련도 직접 지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4일)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는 훈련에 앞서 직접 비행 항로와 좌표들을 찍어주시며 비행 전투 훈련 진행 순차와 방법 등 오늘 진행할 비행 전투 임무를 하달하셨습니다.”

북한의 잇단 무력 과시는 미국과 우리 정부를 동시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입니다.

<녹취>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에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새해 첫 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처럼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선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준비로 화답하며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녹취> “남북한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함께 통일의 문을 열어가길 바랍니다.”

하지만 두 정상의 강력한 의지 천명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지난 한 달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녹취>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지난 25일) : “북남 관계에서의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오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에 계속 도전해 나서는 경우 단호한 징벌로 다스려 나갈 것이다.”

신년사 이후 대화 공세에 주력해 온 북한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대남 비방 공세도 재개했습니다.

전단 살포와 한미군사훈련을 먼저 중단하라는 요구에서 더 나가, 이젠 5.24조치를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시켜 명시적으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북한 조평통 담화(지난 23일) : “(남조선 당국은) 말로만 이산가족 문제를 떠들지 말고 대결을 위해 고의적으로 만들어 놓은 차단 조치부터 제거해야 한다.”

1월 중 당국 간 대화를 갖자는 정부 제의에는 침묵한 채, 갈수록 요구사항만 늘려가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만약에 있게 될 그런 남북한 대화 이런 데에서 뭔가 북한이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고자 한다. 이것이 이제 주도권 문제거든요. 이런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일단은 여러 가지 비방이라든가 비난이라든가 이런 것을 집중 공세를 하고 이후에 이제 서서히 대화를 통해서 뭘 하자. 하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 그런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선제적으로 취할 조치는 없다고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북한의 요구는 남북이 만나 함께 협의해야 할 사안이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먼저 대화의 장에 나오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녹취> 류길재(통일부 장관/지난 28일) : “조건을 달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광복 70주년 맞이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입니다. 또한 그들 스스로 신년사 통해 밝힌 각종 과업도 공염불 될 것입니다."

결국 올해 남북관계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1월 중 당국 대화와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전격적으로 대화에 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썬 남북의 신경전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분석이 우세합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 “3월 달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가 기대하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고위급 접촉이 조만간에 가시화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대화의 일시적인 중단과 새로운 분위기 조성도 하나의 대화의 방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단계에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 고비가 지나고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난 다음에 5, 6, 7월 쯤에 항상 저들이 우리에 대해서 또 다른 역제의가 왔던 기록이 있습니다.”

향후 남북 관계와 관련해 주목되는 변수는 북미관계입니다.

새해 벽두 대북 제재 조치에 서명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엔 작심한 듯, 북한 붕괴론까지 직접 언급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북한 정권은 잔혹하고 폭압적입니다. 그래서 주민을 제대로 먹일 수조차 없습니다. 인터넷이 결국 북한으로 침투할 것이고, 그러면 요즘 같은 세상에 잔혹한 독재 정권을 유지하는 건 지극히 힘들 것입니다."

남북 관계와 별개로 강력한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할 수 없는 걸 뻔히 알면서 핵실험 중단하겠다는 것은 미국에서 어떻게 해석했냐면 핵실험 하겠다는 뜻으로 본거예요. 핵실험을 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명한다고 미국은 믿고 있고, 이 표현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가 반영된 거라고 봅니다.”

이번 주엔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9개월 만에 도쿄에서 회동을 가졌고,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한중일 순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온건론자로 꼽혀온 웬디 셔먼 국무 차관은 북한 붕괴론에 힘을 실으며, 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웬디 셔먼(美 국무 차관/지난 29일) : “북한 문제의 최우선 과제는 비핵화입니다. 한국인들이 한반도 분단을 종식하고 핵무기 없는 민주적 통일 국가에서 살기를 기대합니다.”

미국의 남북 대화 지지 입장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북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그만큼 남북의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에 직접 접촉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악화일로를 걸어온 북미관계에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남북의 힘겨루기가 길어지면서 예상치 못할 변수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2일, 정식 출간을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조문단으로 왔던 김기남 비서가 ‘남북정상회담을 원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북한이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정상회담 대가로 100억 달러 이상을 요구했고, 천안함 사건 등을 계기로 남북의 고위 인사들이 극비리에 오간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녹취> 김태효(前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 “북한이 먼저 원했고, 그쪽에서 먼저 타진을 했던 것인데, 결국 요구조건을 들어보니 내용은 좀 다르지만 성질은 그 이전의 두 차례 정상회담과 같더라는 것이죠.”

비밀 접촉의 은밀한 내용들이 공개되면서 북한의 반발은 물론, 향후 남북 접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3월초가 되면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 등 올해 첫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됩니다.

지금은 보류중인 탈북단체의 인터뷰 DVD 살포 역시 3월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지금의 기회를 놓칠 경우 한동안 대화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윱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계기는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뒤 5월 러시아에서 열릴 2차 대전 승전 기념행사입니다.

<녹취> 라브로프(러시아 외무 장관 (지난 21일) : "(김정은 제1위원장의 참석에 대해) 긍정적인 1차 북한 답신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20개국 지도자가 참석하겠다고 확답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져 김정은의 국제 외교 무대 데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남북 정상이 함께 외교 무대에 설 경우, 새로운 형태의 남북 대화도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 “국제적인 회담, 다자채널 속에서 그 안에서 그 밖에서 남북대화를 해 나가면서 충분히 서로의 의중을 전달하고 상호의 이해를 도모하는 그런 데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세심한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사실은 진정으로 대화를 통해서 뭔가를 해결하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그런 조건들을 붙이지 말아야 되죠. 일단 대화는 조건 없이 나오되, 그 대화를 통해서 5.24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상호 그런 필요성이, 필요조건을 구비한다든가, 이런 건 논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1월 중 대화와 설 이산 상봉 무산으로 사실상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은 놓친 상황. 정부는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북한의 조치를 지켜본다는 입장입니다.

분단 70년, 과연 남북관계를 풀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이제는 북한이 답을 내놔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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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1월 회담 불발…남북 ‘골든타임’ 놓치나?
    • 입력 2015-01-31 08:17:19
    • 수정2015-01-31 10:31:35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신년사를 계기로 정부가 제의했던 1월 중 남북대화가 결국 불발됐습니다.

설 전후로 기대됐던 이산상봉도 일단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교착상태에 빠진 현 남북관계와 앞으로의 변수를 송지현 리포터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고, 꽁꽁 얼어붙은 강에 물길이 생겨납니다.

뜰다리로 불리는 ‘부교’가 설치되고, 그 위를 장갑차가 지나갑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발기에 따라 조선인민군 서부전선 기계화 타격집단 장갑보병 구분대들의 겨울철 도하 공격 연습이 진행되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기획한 북한군의 겨울철 도하훈련,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자주포 차량에, 서열 2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장갑차에 올라타 선두에서 훈련을 지휘합니다.

<녹취>조선중앙TV(지난 27일) : “미제와 특대형 도발자들이 계속 너덜거린다면(함부로 행동한다면) 사전 통고 없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대상에 대하여 무자비한 정의의 타격을 개시할 것이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서 지난 24일, 비행 전투 부대의 새해 첫 폭격 훈련도 직접 지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4일)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는 훈련에 앞서 직접 비행 항로와 좌표들을 찍어주시며 비행 전투 훈련 진행 순차와 방법 등 오늘 진행할 비행 전투 임무를 하달하셨습니다.”

북한의 잇단 무력 과시는 미국과 우리 정부를 동시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입니다.

<녹취>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에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새해 첫 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처럼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선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준비로 화답하며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녹취> “남북한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함께 통일의 문을 열어가길 바랍니다.”

하지만 두 정상의 강력한 의지 천명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지난 한 달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녹취>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지난 25일) : “북남 관계에서의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오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에 계속 도전해 나서는 경우 단호한 징벌로 다스려 나갈 것이다.”

신년사 이후 대화 공세에 주력해 온 북한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대남 비방 공세도 재개했습니다.

전단 살포와 한미군사훈련을 먼저 중단하라는 요구에서 더 나가, 이젠 5.24조치를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시켜 명시적으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북한 조평통 담화(지난 23일) : “(남조선 당국은) 말로만 이산가족 문제를 떠들지 말고 대결을 위해 고의적으로 만들어 놓은 차단 조치부터 제거해야 한다.”

1월 중 당국 간 대화를 갖자는 정부 제의에는 침묵한 채, 갈수록 요구사항만 늘려가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만약에 있게 될 그런 남북한 대화 이런 데에서 뭔가 북한이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고자 한다. 이것이 이제 주도권 문제거든요. 이런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일단은 여러 가지 비방이라든가 비난이라든가 이런 것을 집중 공세를 하고 이후에 이제 서서히 대화를 통해서 뭘 하자. 하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 그런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선제적으로 취할 조치는 없다고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북한의 요구는 남북이 만나 함께 협의해야 할 사안이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먼저 대화의 장에 나오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녹취> 류길재(통일부 장관/지난 28일) : “조건을 달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광복 70주년 맞이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입니다. 또한 그들 스스로 신년사 통해 밝힌 각종 과업도 공염불 될 것입니다."

결국 올해 남북관계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1월 중 당국 대화와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전격적으로 대화에 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썬 남북의 신경전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분석이 우세합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 “3월 달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가 기대하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고위급 접촉이 조만간에 가시화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대화의 일시적인 중단과 새로운 분위기 조성도 하나의 대화의 방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단계에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 고비가 지나고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난 다음에 5, 6, 7월 쯤에 항상 저들이 우리에 대해서 또 다른 역제의가 왔던 기록이 있습니다.”

향후 남북 관계와 관련해 주목되는 변수는 북미관계입니다.

새해 벽두 대북 제재 조치에 서명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엔 작심한 듯, 북한 붕괴론까지 직접 언급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북한 정권은 잔혹하고 폭압적입니다. 그래서 주민을 제대로 먹일 수조차 없습니다. 인터넷이 결국 북한으로 침투할 것이고, 그러면 요즘 같은 세상에 잔혹한 독재 정권을 유지하는 건 지극히 힘들 것입니다."

남북 관계와 별개로 강력한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할 수 없는 걸 뻔히 알면서 핵실험 중단하겠다는 것은 미국에서 어떻게 해석했냐면 핵실험 하겠다는 뜻으로 본거예요. 핵실험을 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명한다고 미국은 믿고 있고, 이 표현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가 반영된 거라고 봅니다.”

이번 주엔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9개월 만에 도쿄에서 회동을 가졌고,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한중일 순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온건론자로 꼽혀온 웬디 셔먼 국무 차관은 북한 붕괴론에 힘을 실으며, 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웬디 셔먼(美 국무 차관/지난 29일) : “북한 문제의 최우선 과제는 비핵화입니다. 한국인들이 한반도 분단을 종식하고 핵무기 없는 민주적 통일 국가에서 살기를 기대합니다.”

미국의 남북 대화 지지 입장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북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그만큼 남북의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에 직접 접촉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악화일로를 걸어온 북미관계에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남북의 힘겨루기가 길어지면서 예상치 못할 변수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2일, 정식 출간을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조문단으로 왔던 김기남 비서가 ‘남북정상회담을 원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북한이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정상회담 대가로 100억 달러 이상을 요구했고, 천안함 사건 등을 계기로 남북의 고위 인사들이 극비리에 오간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녹취> 김태효(前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 “북한이 먼저 원했고, 그쪽에서 먼저 타진을 했던 것인데, 결국 요구조건을 들어보니 내용은 좀 다르지만 성질은 그 이전의 두 차례 정상회담과 같더라는 것이죠.”

비밀 접촉의 은밀한 내용들이 공개되면서 북한의 반발은 물론, 향후 남북 접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3월초가 되면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 등 올해 첫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됩니다.

지금은 보류중인 탈북단체의 인터뷰 DVD 살포 역시 3월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지금의 기회를 놓칠 경우 한동안 대화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윱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계기는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뒤 5월 러시아에서 열릴 2차 대전 승전 기념행사입니다.

<녹취> 라브로프(러시아 외무 장관 (지난 21일) : "(김정은 제1위원장의 참석에 대해) 긍정적인 1차 북한 답신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20개국 지도자가 참석하겠다고 확답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져 김정은의 국제 외교 무대 데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남북 정상이 함께 외교 무대에 설 경우, 새로운 형태의 남북 대화도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 “국제적인 회담, 다자채널 속에서 그 안에서 그 밖에서 남북대화를 해 나가면서 충분히 서로의 의중을 전달하고 상호의 이해를 도모하는 그런 데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세심한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사실은 진정으로 대화를 통해서 뭔가를 해결하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그런 조건들을 붙이지 말아야 되죠. 일단 대화는 조건 없이 나오되, 그 대화를 통해서 5.24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상호 그런 필요성이, 필요조건을 구비한다든가, 이런 건 논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1월 중 대화와 설 이산 상봉 무산으로 사실상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은 놓친 상황. 정부는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북한의 조치를 지켜본다는 입장입니다.

분단 70년, 과연 남북관계를 풀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이제는 북한이 답을 내놔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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