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유소년 축구, 진통 속 ‘결실’ 기대

입력 2015.01.31 (08:01) 수정 2015.01.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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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남북한의 청소년들이 함께 참가한 4개국 유소년 축구대회가 이번 주부터 중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현 남북 정세를 반영하듯 대회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는데요.

현지 상황을 이현정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공항 출국장 한 쪽에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남북한과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유소년 축구대회를 위해 중국으로 떠나는 선수들입니다.

앳된 얼굴에 장난 끼 가득한 모습이지만, 처음 대면할 북한 선수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넘쳐납니다.

<인터뷰> 김찬희(설봉중학교 축구부 선수) : “실력도 엄청 궁금하고, 얼마나 빠른지 패스는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해요. 인사할 때 동무라고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인터뷰> 이광선(설봉중학교 축구부 감독) : “같은 한민족이니까 열심히 같이 친하게 지내라고 얘기했습니다. 승부를 떠나서 서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 배울 건 배우고 저희가 보여줄 건 보여주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비행기로만 5시간이 걸려 도착한 중국 쓰촨성의 청두...

숙소로 향하는 선수들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청두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쐉류 유소년 축구팀의 대회가 열리는 곳입니다.

대회 참가 선수들이 하나 둘 운동장에 모여들고, 이윽고 개막이 선포됩니다.

<녹취> “2015년 국제 남녀 유소년 축구대회 개회를 선언합니다.”

<녹취> 김희겸(경기도 행정2부지사) : “유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서 교류하고 이러한 교류가 다방면으로 퍼져 나간다면 앞으로 남과 북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통일을 하는데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대를 한껏 모았던 북한 선수단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측이 대회를 주최한 남북체육교류협회 측에 돌연 개막식 불참을 통보한 겁니다.

임원진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제외한 다른 공식 행사에는 참가할 수 없다는 게 북측 선수단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대회 주최 측 관계자 : “아직까지는 (임원진 참가) 승인이 안 떨어진 상태죠. (북측 임원진이) 개회식 참가를 안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선수단이) 노출되지 말라고 하는 거죠.”

개막식 직후 열기로 했던 15세 이하 남북 유소년 팀의 대결도 연기됐습니다.

<녹취> 황영성(경기도청 남북교류협력팀장) : “경기는 하는데, 남측과 경기를 안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북한 측은) 우즈베키스탄과 할 겁니다. 이따가 이동하셔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주최 측은 서둘러 한국과 중국 경기로 개막전을 대체해야 했습니다.

전반전이 끝난 뒤 대회 관계자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이동합니다.

당초 우리와 개막전을 펼칠 예정이었던 북측 4.25체육단 소속유소년 축구팀입니다.

대신 북측 선수들은 인근의 다른 축구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북측 관계자들은 경기장 촬영을 막을 정도로 남쪽 언론의 취재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북측 선수단 관계자 : “이리 오라요. 촬영 안하기로 했는데 왜 촬영하나? 좋게 얘기해주는데 얼굴 붉히지 말자요. 서로 입장이 있으니까 이해하고.”

2006년 처음 시작된 남북의 유소년 축구 교류는 힘겨루기가 거듭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해마다 성공적으로 진행돼왔습니다.

오는 4월에는 평양에서 대회를 여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변수입니다.

이번 대회처럼 남북 관계가 민간교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대회 주최 측 관계자 : “(이 대회가) 남북 교류가 아닌 것처럼 했지만 남북교류이고, (이런 대회가) 북한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환경이나 정세하고는 안 맞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기도 해요.”

첫 날 경기를 마치고 이어진 환영 만찬.

어린 선수들은 처음 대하는 음식 맛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인터뷰> 홍성미(설봉중학교 축구단 선수) : “으아, 맛 없어요. 적응 안돼요. 맛이요, 막 써요. 쓰고.설명할 수 없는 맛이에요.”

하지만 선수들과는 달리 대회 관계자들은 내심 걱정입니다.

북측 선수단이 만찬까지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희겸(경기도 행정2부지사) : “일단은 저쪽이랑 저녁이라도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하고 있어요. 제대로 될 것도 같은데, 그건 좀 봐야할 것 같아요.”

다음날 아침, 선수들이 묵고 있는 숙소입니다.

남북 대결이 미뤄져 경기 일정이 유동적인 가운데 우리 선수들이 훈련을 나섭니다.

<인터뷰> 방용준(15세 이하 남자 유소년 축구대표) : “경기를 서로 뛰면서 페어플레이 하면서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같이 경기를 못해서 아쉬워요.”

우리 선수들을 취재하던 도중 자체 훈련을 떠나는 북측 선수들을 만났습니다.

<녹취> 북측 선수단 관계자 : “(안녕하세요.)왜요? (훈련하는 거 저희가 촬영은 언제 쯤이나 그게 가능한 거죠?)모르겠는데...우리 임원진(북측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이 와야지. (그러면 그 때 촬영이나 이런 것들 협의가 그 때 이후에나 되는 건가요?) 촬영이나 그런 건 우리 민화협이 오니까 그 다음에 봅시다."

북측 임원진이 오늘(31일) 오후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회 주최 측은 세부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순연된 남북 유소년 축구 15세 이하 남자 경기도 곧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북측 선수단 관계자 : “(북측) 민화협이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 팀이 남한과의 접촉이라든가 공식 행사 참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1월 31일(오늘) 이후부터는 북한이 참가하는 개막식, 폐막식, 결승전, 예선전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입니다.”

분단 70년, 부침을 거듭해온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북을 이어주는 소중한 통로이자 메신저 역할을 해온 민간의 체육 교류.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질 어린 청소년들의 축구 교류가 진통을 극복하고 결실을 맺을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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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유소년 축구, 진통 속 ‘결실’ 기대
    • 입력 2015-01-31 08:27:34
    • 수정2015-01-31 08: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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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남북한의 청소년들이 함께 참가한 4개국 유소년 축구대회가 이번 주부터 중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현 남북 정세를 반영하듯 대회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는데요.

현지 상황을 이현정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공항 출국장 한 쪽에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남북한과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유소년 축구대회를 위해 중국으로 떠나는 선수들입니다.

앳된 얼굴에 장난 끼 가득한 모습이지만, 처음 대면할 북한 선수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넘쳐납니다.

<인터뷰> 김찬희(설봉중학교 축구부 선수) : “실력도 엄청 궁금하고, 얼마나 빠른지 패스는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해요. 인사할 때 동무라고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인터뷰> 이광선(설봉중학교 축구부 감독) : “같은 한민족이니까 열심히 같이 친하게 지내라고 얘기했습니다. 승부를 떠나서 서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 배울 건 배우고 저희가 보여줄 건 보여주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비행기로만 5시간이 걸려 도착한 중국 쓰촨성의 청두...

숙소로 향하는 선수들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청두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쐉류 유소년 축구팀의 대회가 열리는 곳입니다.

대회 참가 선수들이 하나 둘 운동장에 모여들고, 이윽고 개막이 선포됩니다.

<녹취> “2015년 국제 남녀 유소년 축구대회 개회를 선언합니다.”

<녹취> 김희겸(경기도 행정2부지사) : “유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서 교류하고 이러한 교류가 다방면으로 퍼져 나간다면 앞으로 남과 북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통일을 하는데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대를 한껏 모았던 북한 선수단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측이 대회를 주최한 남북체육교류협회 측에 돌연 개막식 불참을 통보한 겁니다.

임원진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제외한 다른 공식 행사에는 참가할 수 없다는 게 북측 선수단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대회 주최 측 관계자 : “아직까지는 (임원진 참가) 승인이 안 떨어진 상태죠. (북측 임원진이) 개회식 참가를 안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선수단이) 노출되지 말라고 하는 거죠.”

개막식 직후 열기로 했던 15세 이하 남북 유소년 팀의 대결도 연기됐습니다.

<녹취> 황영성(경기도청 남북교류협력팀장) : “경기는 하는데, 남측과 경기를 안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북한 측은) 우즈베키스탄과 할 겁니다. 이따가 이동하셔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주최 측은 서둘러 한국과 중국 경기로 개막전을 대체해야 했습니다.

전반전이 끝난 뒤 대회 관계자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이동합니다.

당초 우리와 개막전을 펼칠 예정이었던 북측 4.25체육단 소속유소년 축구팀입니다.

대신 북측 선수들은 인근의 다른 축구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북측 관계자들은 경기장 촬영을 막을 정도로 남쪽 언론의 취재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북측 선수단 관계자 : “이리 오라요. 촬영 안하기로 했는데 왜 촬영하나? 좋게 얘기해주는데 얼굴 붉히지 말자요. 서로 입장이 있으니까 이해하고.”

2006년 처음 시작된 남북의 유소년 축구 교류는 힘겨루기가 거듭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해마다 성공적으로 진행돼왔습니다.

오는 4월에는 평양에서 대회를 여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변수입니다.

이번 대회처럼 남북 관계가 민간교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대회 주최 측 관계자 : “(이 대회가) 남북 교류가 아닌 것처럼 했지만 남북교류이고, (이런 대회가) 북한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환경이나 정세하고는 안 맞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기도 해요.”

첫 날 경기를 마치고 이어진 환영 만찬.

어린 선수들은 처음 대하는 음식 맛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인터뷰> 홍성미(설봉중학교 축구단 선수) : “으아, 맛 없어요. 적응 안돼요. 맛이요, 막 써요. 쓰고.설명할 수 없는 맛이에요.”

하지만 선수들과는 달리 대회 관계자들은 내심 걱정입니다.

북측 선수단이 만찬까지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희겸(경기도 행정2부지사) : “일단은 저쪽이랑 저녁이라도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하고 있어요. 제대로 될 것도 같은데, 그건 좀 봐야할 것 같아요.”

다음날 아침, 선수들이 묵고 있는 숙소입니다.

남북 대결이 미뤄져 경기 일정이 유동적인 가운데 우리 선수들이 훈련을 나섭니다.

<인터뷰> 방용준(15세 이하 남자 유소년 축구대표) : “경기를 서로 뛰면서 페어플레이 하면서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같이 경기를 못해서 아쉬워요.”

우리 선수들을 취재하던 도중 자체 훈련을 떠나는 북측 선수들을 만났습니다.

<녹취> 북측 선수단 관계자 : “(안녕하세요.)왜요? (훈련하는 거 저희가 촬영은 언제 쯤이나 그게 가능한 거죠?)모르겠는데...우리 임원진(북측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이 와야지. (그러면 그 때 촬영이나 이런 것들 협의가 그 때 이후에나 되는 건가요?) 촬영이나 그런 건 우리 민화협이 오니까 그 다음에 봅시다."

북측 임원진이 오늘(31일) 오후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회 주최 측은 세부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순연된 남북 유소년 축구 15세 이하 남자 경기도 곧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북측 선수단 관계자 : “(북측) 민화협이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 팀이 남한과의 접촉이라든가 공식 행사 참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1월 31일(오늘) 이후부터는 북한이 참가하는 개막식, 폐막식, 결승전, 예선전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입니다.”

분단 70년, 부침을 거듭해온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북을 이어주는 소중한 통로이자 메신저 역할을 해온 민간의 체육 교류.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질 어린 청소년들의 축구 교류가 진통을 극복하고 결실을 맺을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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