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태국의 동물 학대, 관광 대국 먹칠

입력 2015.01.31 (08:40) 수정 2015.01.3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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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천 5백만명에 달했습니다.

쿠데타 등 정정 불안 때문에 줄어든 것인데요.

그래도 한국을 찾은 관광객보다 2배 가까이나 많습니다.

이렇게 태국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코끼리 트래킹이나 호랑이 쇼 같은 이른바 동물 관광인데요.

이 동물 관광이 문제입니다.

사람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동물 관광이지만 정작 동물들은 심한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겁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 두들겨 맞고 찔리기 일쑤입니다.

태국 당국은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라 학대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관광 대국 태국의 동물 학대 실태를 구본국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칸차나부리에 있는 한 사원 앞입니다.

입구 안쪽에 호랑이와 조련사가 지나가자 입장이 시작됩니다.

승려와 호랑이가 공존한다는 이른바 호랑이 사원입니다.

<녹취> 안내인 : "카메라의 조명은 꺼 주세요. 조명때문에 호랑이 눈이 상할 수 있습니다."

<녹취> 필립(관광객) : "아주 놀라워요. 144마리의 호랑이가 있다는데 한곳에서 한번에 많은 호랑이를 볼 수 있으니까요"

15년전 죽어가는 새끼 호랑이를 키우며 유명해진 사원.

이제는 백여마리가 넘는 호랑이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입장료만 2만원.

먹이 주기와 다른 체험을 하는데는 추가로 3만원을 더 내야 합니다.

애초 의도와 달리 호랑이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난에 사원측은 호랑이 보존을 위한 일이라고 항변합니다.

<인터뷰> 솜 챠(호랑이 사원 수의사) : " 더 많은 돈이 있을 수록 더 많은 선행을 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를 구하고 호랑이를 구할 수 있죠"

최근 들어 사원 앞에는 대형 호랑이 조형물이 등장했습니다. 불쌍한 호랑이 몇 마리를 돌봐주면서 시작된 일이 이젠 상당한 규모의 관광 사업이 되어 버렸습니다.

호랑이 권리에 대한 논란도 뜨겁습니다.

관광객과의 사진 촬영을 위해 조련사들은 호랑이를 때려거나 날카로운 꼬챙이로 찔러 깨웁니다.

<인터뷰> 관광객 : "많은 관광객들이 호랑이를 계속해서 만지니까 호랑이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일 것 같아요."

호랑이들이 자거나 힘이 빠져 있는 모습을 본 일부 전문가들은 호랑이에게 약물을 투여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

사원 측은 아직 한 마리의 호랑이도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음악과 춤이 넘쳐나는 푸껫의 밤거리.

붐비는 관광객들 사이로 각종 동물을 든 호객꾼들이 보입니다.

동물을 만지고 사진을 찍게 해주는 대신돈을 챙깁니다.

지난해 태국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2천 470만명에 이릅니다.

쓰고 간 돈은 38조 4천억원.

태국 국내 총생산의 10%에 이르는 금액입니다.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을 동물이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티삭(동물 구조 센터) : "어떤 관광객들은 귀엽다며 동물을 사기도 하는데요.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빨을 뽑고 발톱을 자르기도 합니다."

발이 묶인 어미 코끼리가 울부 짓습니다.

어린 새끼를 빼앗겼기때문입니다.

어미를 떠난 새끼들은 쇠사슬에 묶인 뒤 날카로운 꼬챙이에 찔리며 혹독한 훈련을 받습니다.

코끼리 관광을 위해서입니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일과에 몸 곳곳엔 상처가 생기고 말을 안 듣는 다는 이유로 쉴 새 없이 두들겨 맞기도 합니다.

<인터뷰> 차이 찬(태국 동물 학대 방지 센터 사무총장) :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해 학대에 가까운 훈련을 시키는 거죠. 그리고 그런 훈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넓은 초원과 조그만 호수까지 있는 한 동물 구조 센터.

태국 내 다친 동물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곳입니다.

한가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 코끼리.

하지만 다리 한쪽이 부러져 뼈가 튀어 나왔고 감염 상태도 심합니다.

이곳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중입니다.

30여년 동안 도심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다 이곳에 왔습니다.

불편한 왼쪽 팔을 치켜 들고 다니는 원숭이 코스모.

수술을 했지만 한쪽 팔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녹취> 에드윈 위크 : "수상시장에서 사람과 사진 찍다가 관광객을 물었어요. 주인이 코스모를 때려서 부러져. "

다른 원숭이 조조.

비틀거리며 걷는가 싶더니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계속 흔듭니다.

<녹취> "주인에게 머리를 맞아 신경계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

<인터뷰> 에드윈 위크(동물 구조 재단) : "관광객과 사진을 찍고 재롱을 피우다 주인에게 맞기도 하고 그러면서 육체와 정신이 모두 상하는 거죠."

웬만한 동물원 크기의 이 구조 센터에는 약 4백여마리의 동물들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른바 동물관광 과정에서 다쳤습니다.

한달이면 5마리에서 10마리의 각종 동물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인터뷰> 이티 삭(동물구조협회 수의사) : "일부 관광객들은 동물을 먹기도 합니다. 또 상아와 가죽 등을 얻기 위해 동물에게 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태국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동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두달 전 태국 정부는 관련 법을 강화했습니다.

동물 학대시 벌금을 4만 바트, 우리돈 150만원으로 올렸고 2년이하의 징역에도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효과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에드윈 위크(동물 구조 센터 이사장) : "코끼리 타기 등 동물 관광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 겁니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그리고 유럽에서 온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으니까요."

외국인들이 코끼리를 시원하게 씻겨줍니다.

한쪽에선 분주하게 코끼리 먹이를 준비합니다.

밀렵과 학대 과정에서 구조된 코끼리를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인터뷰> 자원봉사자 : "동물들을 위해 이렇게 일하는 게 좋습니다. 제 자신과 동물 모두에게 좋고 이렇게 코끼리도 보잖아요."

동물을 치료하고 돌봐 주는 이른바 동물 테라피 여행.

학대에 가까운 동물 투어 대신 자연과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을 키우는 겁니다.

일각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태국에서 동물 학대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 한장의 추억과 한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얼마 안되는 경제적 이득을 위해... 학대의 대상이 되는 동물들..

세계 10위 관광대국.. 태국의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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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태국의 동물 학대, 관광 대국 먹칠
    • 입력 2015-01-31 08:56:31
    • 수정2015-01-31 10:27:3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천 5백만명에 달했습니다.

쿠데타 등 정정 불안 때문에 줄어든 것인데요.

그래도 한국을 찾은 관광객보다 2배 가까이나 많습니다.

이렇게 태국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코끼리 트래킹이나 호랑이 쇼 같은 이른바 동물 관광인데요.

이 동물 관광이 문제입니다.

사람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동물 관광이지만 정작 동물들은 심한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겁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 두들겨 맞고 찔리기 일쑤입니다.

태국 당국은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라 학대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관광 대국 태국의 동물 학대 실태를 구본국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칸차나부리에 있는 한 사원 앞입니다.

입구 안쪽에 호랑이와 조련사가 지나가자 입장이 시작됩니다.

승려와 호랑이가 공존한다는 이른바 호랑이 사원입니다.

<녹취> 안내인 : "카메라의 조명은 꺼 주세요. 조명때문에 호랑이 눈이 상할 수 있습니다."

<녹취> 필립(관광객) : "아주 놀라워요. 144마리의 호랑이가 있다는데 한곳에서 한번에 많은 호랑이를 볼 수 있으니까요"

15년전 죽어가는 새끼 호랑이를 키우며 유명해진 사원.

이제는 백여마리가 넘는 호랑이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입장료만 2만원.

먹이 주기와 다른 체험을 하는데는 추가로 3만원을 더 내야 합니다.

애초 의도와 달리 호랑이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난에 사원측은 호랑이 보존을 위한 일이라고 항변합니다.

<인터뷰> 솜 챠(호랑이 사원 수의사) : " 더 많은 돈이 있을 수록 더 많은 선행을 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를 구하고 호랑이를 구할 수 있죠"

최근 들어 사원 앞에는 대형 호랑이 조형물이 등장했습니다. 불쌍한 호랑이 몇 마리를 돌봐주면서 시작된 일이 이젠 상당한 규모의 관광 사업이 되어 버렸습니다.

호랑이 권리에 대한 논란도 뜨겁습니다.

관광객과의 사진 촬영을 위해 조련사들은 호랑이를 때려거나 날카로운 꼬챙이로 찔러 깨웁니다.

<인터뷰> 관광객 : "많은 관광객들이 호랑이를 계속해서 만지니까 호랑이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일 것 같아요."

호랑이들이 자거나 힘이 빠져 있는 모습을 본 일부 전문가들은 호랑이에게 약물을 투여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

사원 측은 아직 한 마리의 호랑이도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음악과 춤이 넘쳐나는 푸껫의 밤거리.

붐비는 관광객들 사이로 각종 동물을 든 호객꾼들이 보입니다.

동물을 만지고 사진을 찍게 해주는 대신돈을 챙깁니다.

지난해 태국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2천 470만명에 이릅니다.

쓰고 간 돈은 38조 4천억원.

태국 국내 총생산의 10%에 이르는 금액입니다.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을 동물이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티삭(동물 구조 센터) : "어떤 관광객들은 귀엽다며 동물을 사기도 하는데요.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빨을 뽑고 발톱을 자르기도 합니다."

발이 묶인 어미 코끼리가 울부 짓습니다.

어린 새끼를 빼앗겼기때문입니다.

어미를 떠난 새끼들은 쇠사슬에 묶인 뒤 날카로운 꼬챙이에 찔리며 혹독한 훈련을 받습니다.

코끼리 관광을 위해서입니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일과에 몸 곳곳엔 상처가 생기고 말을 안 듣는 다는 이유로 쉴 새 없이 두들겨 맞기도 합니다.

<인터뷰> 차이 찬(태국 동물 학대 방지 센터 사무총장) :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해 학대에 가까운 훈련을 시키는 거죠. 그리고 그런 훈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넓은 초원과 조그만 호수까지 있는 한 동물 구조 센터.

태국 내 다친 동물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곳입니다.

한가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 코끼리.

하지만 다리 한쪽이 부러져 뼈가 튀어 나왔고 감염 상태도 심합니다.

이곳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중입니다.

30여년 동안 도심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다 이곳에 왔습니다.

불편한 왼쪽 팔을 치켜 들고 다니는 원숭이 코스모.

수술을 했지만 한쪽 팔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녹취> 에드윈 위크 : "수상시장에서 사람과 사진 찍다가 관광객을 물었어요. 주인이 코스모를 때려서 부러져. "

다른 원숭이 조조.

비틀거리며 걷는가 싶더니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계속 흔듭니다.

<녹취> "주인에게 머리를 맞아 신경계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

<인터뷰> 에드윈 위크(동물 구조 재단) : "관광객과 사진을 찍고 재롱을 피우다 주인에게 맞기도 하고 그러면서 육체와 정신이 모두 상하는 거죠."

웬만한 동물원 크기의 이 구조 센터에는 약 4백여마리의 동물들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른바 동물관광 과정에서 다쳤습니다.

한달이면 5마리에서 10마리의 각종 동물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인터뷰> 이티 삭(동물구조협회 수의사) : "일부 관광객들은 동물을 먹기도 합니다. 또 상아와 가죽 등을 얻기 위해 동물에게 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태국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동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두달 전 태국 정부는 관련 법을 강화했습니다.

동물 학대시 벌금을 4만 바트, 우리돈 150만원으로 올렸고 2년이하의 징역에도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효과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에드윈 위크(동물 구조 센터 이사장) : "코끼리 타기 등 동물 관광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 겁니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그리고 유럽에서 온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으니까요."

외국인들이 코끼리를 시원하게 씻겨줍니다.

한쪽에선 분주하게 코끼리 먹이를 준비합니다.

밀렵과 학대 과정에서 구조된 코끼리를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인터뷰> 자원봉사자 : "동물들을 위해 이렇게 일하는 게 좋습니다. 제 자신과 동물 모두에게 좋고 이렇게 코끼리도 보잖아요."

동물을 치료하고 돌봐 주는 이른바 동물 테라피 여행.

학대에 가까운 동물 투어 대신 자연과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을 키우는 겁니다.

일각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태국에서 동물 학대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 한장의 추억과 한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얼마 안되는 경제적 이득을 위해... 학대의 대상이 되는 동물들..

세계 10위 관광대국.. 태국의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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