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상가 40여 곳 침수…한겨울 도심 물난리, 왜?

입력 2015.02.02 (08:13) 수정 2015.02.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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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6차선 도로와 주변 건물들이 온통 흙탕물에 잠겨 버렸습니다.

얼핏 보면 작은 호수가 생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이 장면은 지난여름 집중호우 때 촬영된 영상이 아니라, 불과 이틀 전 한 도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이틀 전 새벽, 경기도 평택에서 대형 상수도관이 터지며 주민들은 때아닌 겨울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평택시 송북동의 한 주택가.

평화롭던 토요일 아침의 정적을 깬 건, 어디선가 들려온 요란한 물소리였습니다.

<인터뷰> 장옥식(피해 주민) : "그때 자다가 전화를 받고 나왔는데 속수무책으로 접근을 못 했습니다. 너무 폭포같이 물이 쏟아지니까."

당시 한 시민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 거대한 물줄기.

땅속에서 솟구친 물은 순식간에 6차선의 도로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승용차가 물에 잠겨 떠다니고, 인근에 있던 버스정류장으로까지 흙탕물이 차올랐습니다.

<인터뷰> 박태현(센터장/송탄소방서 신장) : "119안전 센터 6차선 도로 200m가 물에 잠겨 있었으며, 잠긴 상태에서 승용차 2대가 갇혀 있었던 그런 상황이 되겠습니다."

새나온 물은 도로와 인도뿐만이 아니라 인근에 있던 상가와 아파트로까지 흘러들었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 : "밖에서 웅성웅성 대는 소리 들리고 너무 시끄러워서 베란다 쪽을 보니까 완전 물난리가 났더라고요. 물이 상가 쪽으로 계속 밀려드는 상황에서 당시 발목까지 잠겨있는 상태였고."

지금 보시는 건, 아파트 주차장으로 물이 차들어 오는 장면인데요.

밀려든 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아파트 1층 주차장이 온통 물바다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주민들은 황급히 뛰쳐나와 배수펌프를 연결해 물을 빼는데 안간힘을 써봅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 : "물이 이만큼 찼거든. 이웃집에 얘기해서 장화 있는 거 달라 해서 집사람만 업어다가 차에 태우고 그렇게 갔어요."

<인터뷰> 아파트 시설 관계자 : "기계실에서 근무를 하는데 아침 6시 5분쯤에 주민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도로가 침수가 돼 있는데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 괜찮은가 점검 좀 해달라고 해서 현장에 와봤어요."

상점들의 피해는 더 심각했습니다.

도로변에 있는 기계 공구 판매점.

물에 젖은 공구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인터뷰> 피해주민 : "들어가서 뒷문이라도 좀 열고 하면 물이 좀 빠지지 않겠나 했지만 통제하고 들어갈 엄두가 안 나. 여기 막 콸콸 쏟아지지,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흙탕물에 젖은 물건들을 꺼내 정성스레 닦고 또 말려도 보지만, 이미 상당수의 물건들이 못쓰게 돼버린 상황.

생각지도 못했던 물난리에 상점 주인의 가슴은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피해 주민 : "놀라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이게 천재지변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기가 막혀요, 한겨울에 이게 웬 홍수.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인근 세탁소로 가봤습니다.

물은 간신히 빼냈지만, 기계 사이사이 흙탕물이 들어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언제쯤 다시 기계를 가동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피해 주민 : "영업도 지금 뭐 기계를 못 돌리니까 기계를 돌려야 장사를 하는데, 지금 또 겨울이라 젖은 것도 말리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 하는 거죠."

인테리어 가게는 나무 바닥 안에 물이 들어와 바닥을 모두 뜯어내야 하게 생겼고, 중국 음식점은 수해 복구가 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걸어놨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점이 무려 40여 곳.

웬만한 장마철 수해 못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창구(소장/평택시청 안전건설교통사업소장) : "주변에 상가 42동하고 차량 13대가 현재 침수가 돼서 현재 37동에 대해서는 조사가 완료됐고."

그렇다면, 추운 겨울 때아닌 물난리는 왜 일어난 걸까?

사고는 이곳을 지나는 지금 1.2m짜리 노후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일어났습니다.

경기도 평택과 안성 등에 수도를 공급하는 70㎞ 길이의 대형 상수도관.

<인터뷰> 도성록(차장/한국수자원공사 성남권관리단 시설관리과) : "이 상수도관은 1988년도에 매설된 관으로써 약 25년 이상 된 노후관입니다."

관리주체인 수자원 공사는 노후된 상수도관이 겨울철 차가운 온도에 노출돼 수축이 된 상태에서 압력을 받아, 갑자기 파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성록(차장/한국수자원공사 성남권관리단 시설관리과) : "아무래도 겨울철 동파에 의해서 관에 대한 신축 작용이 일어나면 관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관 자체에 응력이 발생이 돼서 조그마한 충격에도 파열될 수 있는 그런 소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후 배관의 심각한 부식 문제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으로 진단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조원철(교수/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반경이 1,200mm 정도면 최소한 5~10cm 정도가 완전히 녹이 슨, 녹 때가 쫙 달라붙어 있습니다. 그러면 물이 흐르지 못해요. 물이 흐를 때 굉장한 압력이 필요하고 거기에서 물하고 녹 때 사이에 굉장한 마찰, 즉 압력이 걸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고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죠."

문제는 이런 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노후 상수도관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

전국적으로 20년 이상된 노후 상수도관이 30%에 이를 정도입니다.

교체가 어렵다면, 유지 보수라도 지속적으로 해야, 이번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인터뷰> 조원철(교수/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이게 한번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피해가 나는데 그걸 피해라고 생각지는 않고 유지관리 하는 데에 드는 경비를 (소극적으로) 사용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적은 돈을 분할해서 유지관리 함으로써 한꺼번에 큰 재앙을 만나지 않는 그런 지혜가 꼭 필요합니다."

한겨울 때아닌 물난리를 겪은 주민들은 지금 망연자실한 상황입니다.

신속한 사고 수습과 더불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일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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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상가 40여 곳 침수…한겨울 도심 물난리, 왜?
    • 입력 2015-02-02 08:16:06
    • 수정2015-02-02 1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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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6차선 도로와 주변 건물들이 온통 흙탕물에 잠겨 버렸습니다.

얼핏 보면 작은 호수가 생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이 장면은 지난여름 집중호우 때 촬영된 영상이 아니라, 불과 이틀 전 한 도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이틀 전 새벽, 경기도 평택에서 대형 상수도관이 터지며 주민들은 때아닌 겨울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평택시 송북동의 한 주택가.

평화롭던 토요일 아침의 정적을 깬 건, 어디선가 들려온 요란한 물소리였습니다.

<인터뷰> 장옥식(피해 주민) : "그때 자다가 전화를 받고 나왔는데 속수무책으로 접근을 못 했습니다. 너무 폭포같이 물이 쏟아지니까."

당시 한 시민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 거대한 물줄기.

땅속에서 솟구친 물은 순식간에 6차선의 도로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승용차가 물에 잠겨 떠다니고, 인근에 있던 버스정류장으로까지 흙탕물이 차올랐습니다.

<인터뷰> 박태현(센터장/송탄소방서 신장) : "119안전 센터 6차선 도로 200m가 물에 잠겨 있었으며, 잠긴 상태에서 승용차 2대가 갇혀 있었던 그런 상황이 되겠습니다."

새나온 물은 도로와 인도뿐만이 아니라 인근에 있던 상가와 아파트로까지 흘러들었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 : "밖에서 웅성웅성 대는 소리 들리고 너무 시끄러워서 베란다 쪽을 보니까 완전 물난리가 났더라고요. 물이 상가 쪽으로 계속 밀려드는 상황에서 당시 발목까지 잠겨있는 상태였고."

지금 보시는 건, 아파트 주차장으로 물이 차들어 오는 장면인데요.

밀려든 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아파트 1층 주차장이 온통 물바다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주민들은 황급히 뛰쳐나와 배수펌프를 연결해 물을 빼는데 안간힘을 써봅니다.

<인터뷰> 아파트 주민 : "물이 이만큼 찼거든. 이웃집에 얘기해서 장화 있는 거 달라 해서 집사람만 업어다가 차에 태우고 그렇게 갔어요."

<인터뷰> 아파트 시설 관계자 : "기계실에서 근무를 하는데 아침 6시 5분쯤에 주민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도로가 침수가 돼 있는데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 괜찮은가 점검 좀 해달라고 해서 현장에 와봤어요."

상점들의 피해는 더 심각했습니다.

도로변에 있는 기계 공구 판매점.

물에 젖은 공구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인터뷰> 피해주민 : "들어가서 뒷문이라도 좀 열고 하면 물이 좀 빠지지 않겠나 했지만 통제하고 들어갈 엄두가 안 나. 여기 막 콸콸 쏟아지지,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흙탕물에 젖은 물건들을 꺼내 정성스레 닦고 또 말려도 보지만, 이미 상당수의 물건들이 못쓰게 돼버린 상황.

생각지도 못했던 물난리에 상점 주인의 가슴은 타들어갑니다.

<인터뷰> 피해 주민 : "놀라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이게 천재지변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기가 막혀요, 한겨울에 이게 웬 홍수.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인근 세탁소로 가봤습니다.

물은 간신히 빼냈지만, 기계 사이사이 흙탕물이 들어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언제쯤 다시 기계를 가동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피해 주민 : "영업도 지금 뭐 기계를 못 돌리니까 기계를 돌려야 장사를 하는데, 지금 또 겨울이라 젖은 것도 말리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 하는 거죠."

인테리어 가게는 나무 바닥 안에 물이 들어와 바닥을 모두 뜯어내야 하게 생겼고, 중국 음식점은 수해 복구가 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걸어놨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점이 무려 40여 곳.

웬만한 장마철 수해 못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창구(소장/평택시청 안전건설교통사업소장) : "주변에 상가 42동하고 차량 13대가 현재 침수가 돼서 현재 37동에 대해서는 조사가 완료됐고."

그렇다면, 추운 겨울 때아닌 물난리는 왜 일어난 걸까?

사고는 이곳을 지나는 지금 1.2m짜리 노후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일어났습니다.

경기도 평택과 안성 등에 수도를 공급하는 70㎞ 길이의 대형 상수도관.

<인터뷰> 도성록(차장/한국수자원공사 성남권관리단 시설관리과) : "이 상수도관은 1988년도에 매설된 관으로써 약 25년 이상 된 노후관입니다."

관리주체인 수자원 공사는 노후된 상수도관이 겨울철 차가운 온도에 노출돼 수축이 된 상태에서 압력을 받아, 갑자기 파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성록(차장/한국수자원공사 성남권관리단 시설관리과) : "아무래도 겨울철 동파에 의해서 관에 대한 신축 작용이 일어나면 관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관 자체에 응력이 발생이 돼서 조그마한 충격에도 파열될 수 있는 그런 소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후 배관의 심각한 부식 문제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으로 진단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조원철(교수/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반경이 1,200mm 정도면 최소한 5~10cm 정도가 완전히 녹이 슨, 녹 때가 쫙 달라붙어 있습니다. 그러면 물이 흐르지 못해요. 물이 흐를 때 굉장한 압력이 필요하고 거기에서 물하고 녹 때 사이에 굉장한 마찰, 즉 압력이 걸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고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죠."

문제는 이런 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노후 상수도관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

전국적으로 20년 이상된 노후 상수도관이 30%에 이를 정도입니다.

교체가 어렵다면, 유지 보수라도 지속적으로 해야, 이번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인터뷰> 조원철(교수/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이게 한번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피해가 나는데 그걸 피해라고 생각지는 않고 유지관리 하는 데에 드는 경비를 (소극적으로) 사용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적은 돈을 분할해서 유지관리 함으로써 한꺼번에 큰 재앙을 만나지 않는 그런 지혜가 꼭 필요합니다."

한겨울 때아닌 물난리를 겪은 주민들은 지금 망연자실한 상황입니다.

신속한 사고 수습과 더불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일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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