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망치는 조기교육

입력 2002.03.15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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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조기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신체 이상은 물론 정신질환까지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과도한 조기교육은 오히려 어린이를 망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입니다.
천희성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넉 달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의 그림입니다.
뒤돌아선 사람과 창문의 창살에서 외부와 닫힌 마음 상태가 나타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기자: 거기 들어가면 누가누가 있지?
⊙인터뷰: 몰라요...
⊙기자: 초등학교 2학년인 이 어린이는 네 살 때부터 영어와 미술, 수영 등 학원을 예닐곱 개나 다녔습니다.
2년 전부터는 성격이 난폭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학부모: 사람을 기피하고 심할 때는 장난감, 책을 던지기도
해요.
⊙기자: 이처럼 너무 어렸을 때부터 학원과 학습지에 시달린 어린이들 상당수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호소합니다.
⊙정찬호(정신과 전문의): 아이들하고 만나서 노는 걸 꺼려하고요.
심지어는 자살해 버리겠다는 얘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또한 자기만의 세상에서 완전히 고립된 채로 사는 자폐증상을 보이기도 하죠.
⊙기자: 올해 7살인 이 어린이도 몇 달째 정신과 상담과 함께 언어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발음이 부정확하고 말하는 속도가 상당히 느리더라고요.
⊙기자: 어머니는 서너 살 때부터 갖가지 학원을 다니도록 한 것이 화근이 됐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도 복통이나 두통, 구토가 나타나는 어린이들도 많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오는 이런 부작용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더 심해집니다.
친구들과 놀면서 상호작용을 익히지 못한 어린이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싸우는 일도 잦습니다.
기대와 달리 오히려 학습장애를 보이는 초등학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효숙(초등학교 교사): 친구와 대화하고 생각하고 이런 것이 부족해요.
그리고 사고력 같은 것도 학원을 안 다닌 아이들은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려고 해요.
그런데 학원을 다닌 애들은 어떤 정답이 정해져 있어요, 항상.
⊙기자: 특히 6살 이전까지는 조기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뇌가 성장하는 데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뇌는 단계적으로 발달합니다.
여섯 살까지는 종합적인 사고기능과 인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과도한 언어교육은 뇌기능을 떨어뜨린다고 학계에서 말합니다.
⊙서유헌(서울대 신경과학연구소 소장): 아직 발달하지 않은 부위의 기능을 학습을 통해서 강조하다 보면 과잉학습장애증후군이 나타나고 회로가 오히려 타버리게 되고 그래서 평생 공부에 대한 혐오감을 굉장히 증가시켜 주는 게 큰 문제입니다.
⊙기자: 이 경우 어른이 된 후에도 집중력과 기억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KBS뉴스 천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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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망치는 조기교육
    • 입력 2002-03-15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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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조기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신체 이상은 물론 정신질환까지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과도한 조기교육은 오히려 어린이를 망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입니다. 천희성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넉 달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의 그림입니다. 뒤돌아선 사람과 창문의 창살에서 외부와 닫힌 마음 상태가 나타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기자: 거기 들어가면 누가누가 있지? ⊙인터뷰: 몰라요... ⊙기자: 초등학교 2학년인 이 어린이는 네 살 때부터 영어와 미술, 수영 등 학원을 예닐곱 개나 다녔습니다. 2년 전부터는 성격이 난폭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학부모: 사람을 기피하고 심할 때는 장난감, 책을 던지기도 해요. ⊙기자: 이처럼 너무 어렸을 때부터 학원과 학습지에 시달린 어린이들 상당수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호소합니다. ⊙정찬호(정신과 전문의): 아이들하고 만나서 노는 걸 꺼려하고요. 심지어는 자살해 버리겠다는 얘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또한 자기만의 세상에서 완전히 고립된 채로 사는 자폐증상을 보이기도 하죠. ⊙기자: 올해 7살인 이 어린이도 몇 달째 정신과 상담과 함께 언어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발음이 부정확하고 말하는 속도가 상당히 느리더라고요. ⊙기자: 어머니는 서너 살 때부터 갖가지 학원을 다니도록 한 것이 화근이 됐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도 복통이나 두통, 구토가 나타나는 어린이들도 많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오는 이런 부작용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더 심해집니다. 친구들과 놀면서 상호작용을 익히지 못한 어린이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싸우는 일도 잦습니다. 기대와 달리 오히려 학습장애를 보이는 초등학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효숙(초등학교 교사): 친구와 대화하고 생각하고 이런 것이 부족해요. 그리고 사고력 같은 것도 학원을 안 다닌 아이들은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려고 해요. 그런데 학원을 다닌 애들은 어떤 정답이 정해져 있어요, 항상. ⊙기자: 특히 6살 이전까지는 조기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뇌가 성장하는 데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뇌는 단계적으로 발달합니다. 여섯 살까지는 종합적인 사고기능과 인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과도한 언어교육은 뇌기능을 떨어뜨린다고 학계에서 말합니다. ⊙서유헌(서울대 신경과학연구소 소장): 아직 발달하지 않은 부위의 기능을 학습을 통해서 강조하다 보면 과잉학습장애증후군이 나타나고 회로가 오히려 타버리게 되고 그래서 평생 공부에 대한 혐오감을 굉장히 증가시켜 주는 게 큰 문제입니다. ⊙기자: 이 경우 어른이 된 후에도 집중력과 기억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KBS뉴스 천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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