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영화 같은 골동품 절도…결말은?

입력 2015.03.06 (08:08) 수정 2015.03.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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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절도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호텔 8층인데요.

한 절도범이 바깥 창문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객실에 침입하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습니다.

객실 안에 있던 무언가를 훔치기 위한 건데 그 수법이 굉장히 치밀했습니다.

그런데 절도범들은 이렇게 공들여 훔친 물건을 팔지도 또 쓰지도 못한 채 두 시간 만에 그냥 버리게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지난 1월 29일.

부산 해운대의 한 특급호텔.

어둑해진 시간, 객실 발코니에 매달린 한 남성이 난간을 넘어 옆 객실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조금 뒤, 위층에서 기다리던 다른 남성이 아래층으로 줄을 내리더니 무언가를 끌어올립니다.

CCTV에 고스란히 찍힌 이 영상은 3명의 절도범들이 골동품을 훔치는 장면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두 달 전인 지난 1월 초.

서울에서 골동품 수집상을 하고 있는 60대 남성 안 모씨.

안 씨는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오래된 중국 도자기와 불상 등 12점의 골동품을 들여와 보관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한 지인으로부터 골동품을 살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게 됩니다.

<녹취> 안00(피해자) : “내가 이제 이걸 팔려고 카톡으로 보내줬어요. 광주에 나 아는 지인한테. 그 사람이 이제 그 여자(지인)를 통해 그쪽에서 중국 사람을 아는데 큰 물건을 산다 이거예요. 그래서 좋다. 그러면 봐라.”

지인을 통해 알게 된 40대 남성 이 모 씨.

이 씨는 골동품을 사려는 다른 사람이 있다며,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합니다.

흔쾌히 이를 수락한 안 씨는 약속 당일인 1월 29일 저녁, 이 씨가 만나자고 한 호텔에 도착했는데요.

<녹취> 안00(피해자) : “816호에 (골동품을) 진열해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다 진열해 놨어요. 12점을 진열하고 사진을 다 찍어놨어요. 사진을 찍어 놓고 823호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 거죠.”

816호에 골동품을 전시한 다음, 맞은편 823호로 가서 쉬고 있으라는 이 씨.

뭔가 미심쩍긴 했지만, 안 씨는 맞은편에 있는 방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상대의 요구에 응했다고 합니다.

<녹취> 안00(피해자) : "(동행한 일행에게) '복도 좀 왔다 갔다 해 봐라, 사람 오나.’그래서 왔다 갔다 하니까 아무도 안 와요. 사람이 없어요.”

복도를 살펴가며, 30여 분이나 기다렸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 씨 일행.

이상한 느낌이 든 안 씨는 골동품을 진열해 둔 객실로 다시 들어가봤습니다.

그런데,

<녹취> 안00(피해자) : “아무것도 없는거예요. 문을 따니까 아무것도 없어요. 진열해 놓은 게.”

안 씨는 기가 막혔습니다.

분명, 복도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진열해 놨던 골동품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안 씨의 골동품을 훔쳐 간 건 사건 당일 만나기로 한 이 씨였습니다.

이 씨는 시가 30억 원에 이르는 골동품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2명의 공범을 끌어들입니다.

그리고는 치밀한 절도 계획을 세우는데요,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범행 장소를 호텔 객실로 잡고 범행 전날 범행 장소인 호텔 객실에 와서 베란다에서 다른 객실로 침입 가능한지 확인을 하고.”

골동품을 진열할 방과 이곳으로 침입하기 위한 옆 방, 그리고 훔친 물건을 끌어 올릴 윗방과 피해자를 유인할 방까지 모두 4개의 방을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범행 당일, 피해자 안 씨 일행이 다른 방으로 옮겨 복도를 감시하며 기다리는 사이, 바깥쪽 창문을 통해 객실로 들어간 다음, 미리 준비한 줄을 내려, 훔친 골동품을 감쪽같이 위층으로 옮겼습니다.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진열된 방 위층에서 밧줄을 내려 주면 피의자가 밑에서 충격 완충장치로 다 싸서 위쪽으로 올리면 밧줄을 위쪽으로 올리는 방법으로 해서 골동품을 먼저 올리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골동품을 훔쳐낸 이들.

바람처럼 호텔을 빠져나간 이들이 만나러 달려간 건, 훔친 물건을 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힙니다.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절도 후에 인근 호텔에서 골동품을 구매하려 한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그래서 그 사람한테 감정 및 구매 의사를 물어보니까 자기한테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며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 결과가 당초 예상과는 달랐는지,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돌아선 구매자.

이 씨는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당황한 이 씨에게 이번엔 피해자의 전화가 빗발칩니다.

금세 절도 사실이 들통난겁니다.

<녹취> 안00(피해자) : “‘너(피의자 이씨)랑 나랑 둘밖에 더 알아, 816호에 물건 있다는 걸. 안 가져오면 너는 신고한다.’니까 그 사람이 신고하지 말라고…….”

게다가, 호텔 CCTV와 렌터카 업체 등에는 이 씨 일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들이 잡히는 건 시간 문제였습니다.

결국 이들은 범행 두 시간 만에, 호텔 화단에 골동품을 버려둔 채 줄행랑을 칩니다.

하지만, 이미 증거를 확보한 경찰에게 얼마 못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피의자들이 사건 전날 렌터카를 타고 호텔에 미리 방문해 온 사실을 확인하고, 렌터카를 수사하여 렌터카를 반납하려고 하는 피의자를 체포하게 된 것입니다.”

치밀했던 호텔 절도와 달리, 다른 준비는 좀 허술해 보였던 이 씨 일행.

영화의 한 장면 같던 이들의 절도 행각은, 정말 영화처럼 두 시간여 만에 끝이 나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이런 수법들은 거의 희박하죠.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이고 실제로는 혼자서 하는 게 대부분인데 위쪽에서 밧줄로 당기고 사전에 객실을 미리 잡고 철저한 준비를 하는 건 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무사히 수거된 골동품을 주인인 안 씨에게 돌려주고, 이 씨 등 3명을 절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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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영화 같은 골동품 절도…결말은?
    • 입력 2015-03-06 08:10:41
    • 수정2015-03-06 10: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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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절도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호텔 8층인데요.

한 절도범이 바깥 창문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객실에 침입하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습니다.

객실 안에 있던 무언가를 훔치기 위한 건데 그 수법이 굉장히 치밀했습니다.

그런데 절도범들은 이렇게 공들여 훔친 물건을 팔지도 또 쓰지도 못한 채 두 시간 만에 그냥 버리게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해봤습니다.

지난 1월 29일.

부산 해운대의 한 특급호텔.

어둑해진 시간, 객실 발코니에 매달린 한 남성이 난간을 넘어 옆 객실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조금 뒤, 위층에서 기다리던 다른 남성이 아래층으로 줄을 내리더니 무언가를 끌어올립니다.

CCTV에 고스란히 찍힌 이 영상은 3명의 절도범들이 골동품을 훔치는 장면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두 달 전인 지난 1월 초.

서울에서 골동품 수집상을 하고 있는 60대 남성 안 모씨.

안 씨는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오래된 중국 도자기와 불상 등 12점의 골동품을 들여와 보관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한 지인으로부터 골동품을 살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게 됩니다.

<녹취> 안00(피해자) : “내가 이제 이걸 팔려고 카톡으로 보내줬어요. 광주에 나 아는 지인한테. 그 사람이 이제 그 여자(지인)를 통해 그쪽에서 중국 사람을 아는데 큰 물건을 산다 이거예요. 그래서 좋다. 그러면 봐라.”

지인을 통해 알게 된 40대 남성 이 모 씨.

이 씨는 골동품을 사려는 다른 사람이 있다며,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합니다.

흔쾌히 이를 수락한 안 씨는 약속 당일인 1월 29일 저녁, 이 씨가 만나자고 한 호텔에 도착했는데요.

<녹취> 안00(피해자) : “816호에 (골동품을) 진열해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다 진열해 놨어요. 12점을 진열하고 사진을 다 찍어놨어요. 사진을 찍어 놓고 823호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 거죠.”

816호에 골동품을 전시한 다음, 맞은편 823호로 가서 쉬고 있으라는 이 씨.

뭔가 미심쩍긴 했지만, 안 씨는 맞은편에 있는 방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 상대의 요구에 응했다고 합니다.

<녹취> 안00(피해자) : "(동행한 일행에게) '복도 좀 왔다 갔다 해 봐라, 사람 오나.’그래서 왔다 갔다 하니까 아무도 안 와요. 사람이 없어요.”

복도를 살펴가며, 30여 분이나 기다렸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 씨 일행.

이상한 느낌이 든 안 씨는 골동품을 진열해 둔 객실로 다시 들어가봤습니다.

그런데,

<녹취> 안00(피해자) : “아무것도 없는거예요. 문을 따니까 아무것도 없어요. 진열해 놓은 게.”

안 씨는 기가 막혔습니다.

분명, 복도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진열해 놨던 골동품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안 씨의 골동품을 훔쳐 간 건 사건 당일 만나기로 한 이 씨였습니다.

이 씨는 시가 30억 원에 이르는 골동품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2명의 공범을 끌어들입니다.

그리고는 치밀한 절도 계획을 세우는데요,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범행 장소를 호텔 객실로 잡고 범행 전날 범행 장소인 호텔 객실에 와서 베란다에서 다른 객실로 침입 가능한지 확인을 하고.”

골동품을 진열할 방과 이곳으로 침입하기 위한 옆 방, 그리고 훔친 물건을 끌어 올릴 윗방과 피해자를 유인할 방까지 모두 4개의 방을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범행 당일, 피해자 안 씨 일행이 다른 방으로 옮겨 복도를 감시하며 기다리는 사이, 바깥쪽 창문을 통해 객실로 들어간 다음, 미리 준비한 줄을 내려, 훔친 골동품을 감쪽같이 위층으로 옮겼습니다.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진열된 방 위층에서 밧줄을 내려 주면 피의자가 밑에서 충격 완충장치로 다 싸서 위쪽으로 올리면 밧줄을 위쪽으로 올리는 방법으로 해서 골동품을 먼저 올리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골동품을 훔쳐낸 이들.

바람처럼 호텔을 빠져나간 이들이 만나러 달려간 건, 훔친 물건을 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힙니다.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절도 후에 인근 호텔에서 골동품을 구매하려 한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그래서 그 사람한테 감정 및 구매 의사를 물어보니까 자기한테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며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 결과가 당초 예상과는 달랐는지,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돌아선 구매자.

이 씨는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당황한 이 씨에게 이번엔 피해자의 전화가 빗발칩니다.

금세 절도 사실이 들통난겁니다.

<녹취> 안00(피해자) : “‘너(피의자 이씨)랑 나랑 둘밖에 더 알아, 816호에 물건 있다는 걸. 안 가져오면 너는 신고한다.’니까 그 사람이 신고하지 말라고…….”

게다가, 호텔 CCTV와 렌터카 업체 등에는 이 씨 일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들이 잡히는 건 시간 문제였습니다.

결국 이들은 범행 두 시간 만에, 호텔 화단에 골동품을 버려둔 채 줄행랑을 칩니다.

하지만, 이미 증거를 확보한 경찰에게 얼마 못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피의자들이 사건 전날 렌터카를 타고 호텔에 미리 방문해 온 사실을 확인하고, 렌터카를 수사하여 렌터카를 반납하려고 하는 피의자를 체포하게 된 것입니다.”

치밀했던 호텔 절도와 달리, 다른 준비는 좀 허술해 보였던 이 씨 일행.

영화의 한 장면 같던 이들의 절도 행각은, 정말 영화처럼 두 시간여 만에 끝이 나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원중(경사/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 1팀) : “이런 수법들은 거의 희박하죠.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이고 실제로는 혼자서 하는 게 대부분인데 위쪽에서 밧줄로 당기고 사전에 객실을 미리 잡고 철저한 준비를 하는 건 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무사히 수거된 골동품을 주인인 안 씨에게 돌려주고, 이 씨 등 3명을 절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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