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가 만난 사람] ‘결혼 45년 차’ 여성학자 박혜란이 생각하는 ‘결혼’

입력 2015.03.06 (08:15) 수정 2015.03.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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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인데요.

오는 일요일입니다.

여성의 날을 맞아 앵커가 만난 사람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 여성학자 박혜란 님을 뵈었는데요

가수 이적 씨의 어머니로도 유명하신 분이죠

네, 이분 <나이듦에 대하여>,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등의 저서로도 알려져 계신데요.

이번에 또 신간이 나왔습니다.

함께 만나 보실까요?

<리포트>

여성학자이자 부모교육 강사, 박혜란 씨.

수많은 여성 문제와 마주했던 그녀가 2015년, 결혼이라는 화두를 세상에 던졌습니다.

결혼 45년차, 여성학자이자 주부인 그녀는 왜 이 때 결혼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요?

<앵커가 만난 사람> 오늘은 여성학자 박혜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녹취> "안녕하세요."

<녹취> "내일 모레가 세계 여성의 날이고 해서 이렇게 모시게 됐는데요. 여성학자로서 여성의 날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녹취> "여성의 삶이 해마다 많이 변하는 구나라고 느꼈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조금 정체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여성운동 여성학을 한지 30년이 지났는데 한 10-20년 동안 한국 사회의 여성의 지위가 엄청나게 달라졌거든요. 법이나 제도상으로는 무수한 차별들은 결국 다 없어졌어요 호주제 폐지를 정점으로 해서... 형식적인 의미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사실은 없어져서 이제는 다 동등하게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의식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여성이 살기 힘들다,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동등 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많고, 밑에서는 여성이 많이 진출하지만 위로 갈수록 여성의 수가 굉장히 적지요.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할 때 놀랄 만큼 아직도 하위권이에요.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어요."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2014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세계 142개국 중 117위, 임금 평등 수준은 125위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녹취> "선생님께서 그동안 책을 많이 내셨어요, 그런데 이번에 결혼을 주제로 한 책을 특별히 내셨거든요."

책에는 그녀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결혼에 대한 경험과 견해가 솔직히 드러나 있는데요,

<녹취> "결혼을 주제로 택하신 이유가 뭐예요? (녹취)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물어보거든요. 결혼해도 될까요? 너무 결혼이 두렵다. 예전에는 누구나 다 무조건 결혼을 했지만 지금은 결혼이 선택의 문제가 됐는데 결혼하기가 너무 두렵다. 돈도 없고...취직도 안 되는데..집값도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내가 혼자 살겠다’라고 결정한 사람들도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표현해요.‘내가 잘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요."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요? 거리에 나가 직접 여성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녹취> "여자는 결혼하면 잃을 게 더 많게 되니까 결혼을 진짜 해도 될지..."

<녹취> "우리 사회가 집안일을 여자들에게 많이 기울이는 분위기라서요.” (녹취) 솔직히 일과 육아를 같이 병행해서 하는 것은 여자들에게 조금 힘든 것이 사실이죠. 지금 같은 현실에서는."

2014년 통계청 조사를 봐도 우리 국민 41%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결혼에 대해 조금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이게 사회적인 현실로는 인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결혼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녹취> "지금은 그렇잖아요. 일이냐 결혼이냐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함께 하는 게 현실적으로 너무 지난하다는 것을 여성들이 아는 거지요. 선배들의 케이스를 통해서...그래서 겁이 나는 거지요."

<녹취> "여성이 희생하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요 일반적으로..."

<녹취> "그런데 그게 사회적으로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녹취> "그러니까 그야말로 아기를 마음대로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 저는 여성학자로서 약간 불만인 것이 저출산 문제를 순전히 여성의 생산 활동 참여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게 불만이에요. 아이들을 엄마가 키우는 것만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애를 낳아도 나만큼 잘 키워줄 수 있는 다른 기관이 있다면 왜 애를 안 낳겠어요?"

결혼 생활에 보다 충실하기 위한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제안했는데요.

<녹취> "책에서 좀 특이한 게 있었는데 여성학자로서‘결혼정년제’라는 것을 말씀하셨어요?"

<녹취> "정년이 몇 살이에요?"

<녹취> "몇 살이 아니라 정년 20년. 그러니까 결혼한 지 20년이 되면 상대 중에 한 명이라도 나는 여기서 결혼생활을 끝내고 싶다고 하면 그걸로 끝낼 수 있게... 이혼소송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게 만들면 사람들이 결혼 생활에 대해서 긴장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고 조금 더 충실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왜사냐,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냐,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서 행복하게 만들어 가자(는 겁니다)."

결혼해도 괜찮아, 안 해도 괜찮아, 하지만 모두 행복해야 되! 결혼으로 고민하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 결혼 45년차 멘토가 마음으로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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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3-06 1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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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인데요.

오는 일요일입니다.

여성의 날을 맞아 앵커가 만난 사람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 여성학자 박혜란 님을 뵈었는데요

가수 이적 씨의 어머니로도 유명하신 분이죠

네, 이분 <나이듦에 대하여>,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등의 저서로도 알려져 계신데요.

이번에 또 신간이 나왔습니다.

함께 만나 보실까요?

<리포트>

여성학자이자 부모교육 강사, 박혜란 씨.

수많은 여성 문제와 마주했던 그녀가 2015년, 결혼이라는 화두를 세상에 던졌습니다.

결혼 45년차, 여성학자이자 주부인 그녀는 왜 이 때 결혼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요?

<앵커가 만난 사람> 오늘은 여성학자 박혜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녹취> "안녕하세요."

<녹취> "내일 모레가 세계 여성의 날이고 해서 이렇게 모시게 됐는데요. 여성학자로서 여성의 날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녹취> "여성의 삶이 해마다 많이 변하는 구나라고 느꼈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조금 정체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여성운동 여성학을 한지 30년이 지났는데 한 10-20년 동안 한국 사회의 여성의 지위가 엄청나게 달라졌거든요. 법이나 제도상으로는 무수한 차별들은 결국 다 없어졌어요 호주제 폐지를 정점으로 해서... 형식적인 의미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사실은 없어져서 이제는 다 동등하게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의식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여성이 살기 힘들다,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동등 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많고, 밑에서는 여성이 많이 진출하지만 위로 갈수록 여성의 수가 굉장히 적지요.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할 때 놀랄 만큼 아직도 하위권이에요.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멀어요."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2014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세계 142개국 중 117위, 임금 평등 수준은 125위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녹취> "선생님께서 그동안 책을 많이 내셨어요, 그런데 이번에 결혼을 주제로 한 책을 특별히 내셨거든요."

책에는 그녀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결혼에 대한 경험과 견해가 솔직히 드러나 있는데요,

<녹취> "결혼을 주제로 택하신 이유가 뭐예요? (녹취)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물어보거든요. 결혼해도 될까요? 너무 결혼이 두렵다. 예전에는 누구나 다 무조건 결혼을 했지만 지금은 결혼이 선택의 문제가 됐는데 결혼하기가 너무 두렵다. 돈도 없고...취직도 안 되는데..집값도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내가 혼자 살겠다’라고 결정한 사람들도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표현해요.‘내가 잘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요."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요? 거리에 나가 직접 여성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녹취> "여자는 결혼하면 잃을 게 더 많게 되니까 결혼을 진짜 해도 될지..."

<녹취> "우리 사회가 집안일을 여자들에게 많이 기울이는 분위기라서요.” (녹취) 솔직히 일과 육아를 같이 병행해서 하는 것은 여자들에게 조금 힘든 것이 사실이죠. 지금 같은 현실에서는."

2014년 통계청 조사를 봐도 우리 국민 41%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결혼에 대해 조금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이게 사회적인 현실로는 인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결혼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녹취> "지금은 그렇잖아요. 일이냐 결혼이냐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함께 하는 게 현실적으로 너무 지난하다는 것을 여성들이 아는 거지요. 선배들의 케이스를 통해서...그래서 겁이 나는 거지요."

<녹취> "여성이 희생하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요 일반적으로..."

<녹취> "그런데 그게 사회적으로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녹취> "그러니까 그야말로 아기를 마음대로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 저는 여성학자로서 약간 불만인 것이 저출산 문제를 순전히 여성의 생산 활동 참여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게 불만이에요. 아이들을 엄마가 키우는 것만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애를 낳아도 나만큼 잘 키워줄 수 있는 다른 기관이 있다면 왜 애를 안 낳겠어요?"

결혼 생활에 보다 충실하기 위한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제안했는데요.

<녹취> "책에서 좀 특이한 게 있었는데 여성학자로서‘결혼정년제’라는 것을 말씀하셨어요?"

<녹취> "정년이 몇 살이에요?"

<녹취> "몇 살이 아니라 정년 20년. 그러니까 결혼한 지 20년이 되면 상대 중에 한 명이라도 나는 여기서 결혼생활을 끝내고 싶다고 하면 그걸로 끝낼 수 있게... 이혼소송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게 만들면 사람들이 결혼 생활에 대해서 긴장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고 조금 더 충실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왜사냐,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냐,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서 행복하게 만들어 가자(는 겁니다)."

결혼해도 괜찮아, 안 해도 괜찮아, 하지만 모두 행복해야 되! 결혼으로 고민하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 결혼 45년차 멘토가 마음으로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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