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요금이 샌다!

입력 2015.03.08 (23:40) 수정 2015.03.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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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한 4~5억 원이 남습니다. 낙찰만 돼버리면 뭐 반 로또가 되는 거예요."

<녹취> "8개 수도사업소 중에 4개를 따가지고 관리하고 이랬었는데..."

<녹취> "관피아 성격의 이런 배점 제도를 공정하게 다시 정리할 필요가..."

<기자 멘트>

수도요금은 수돗물을 쓴 만큼 냅니다.

수돗물을 얼마나 썼는지는 매달 계량기를 확인해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도 계량기를 확인하는 일을 '검침'이라고 하는데, 이 검침 업무를 수행하는 곳은 지자체나 수도사업소가 아닌, 민간 업체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민간 업체들은 어떻게 선정되는 걸까요?

또 이 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은 누굴까요?

검침 업무를 둘러싼 퇴직 공무원과 소수 업체들의 잇속 챙기기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부터 수도 검침원으로 일하고 있는 임성렬 씨.

육중한 맨홀 뚜껑을 들어올리고,

<녹취> 임성렬(수도 계량기 검침원) : "(뚜껑 자체가 무게가 꽤 되겠어요?) 네. 무거운 거는 한 40킬로그램 정도 되는 것도 있습니다."

계량기에 적힌 숫자를 확인해 단말기에 기록합니다.

<녹취> 임성렬(수도 계량기 검침원) : "PDA에 계량기 숫자를 입력하고 전송을 해야지만 수도사업소에 전산실로 이 자료가 전달이 되는 겁니다."

이런 수도 계량기는 서울에만 2백만 개.

임 씨는 하루 최대 5백 개를 검침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만은 않습니다.

지하 깊은 곳에 설치된 계량기를 검침할 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녹취> 임성렬(수도 계량기 검침원) : "깊이가 한 4미터 되는 것도 있고, 여름에는 안에 가스가 발생해서 만약에 잘못들어갔다고 하면 사고사를 당하는 거예요."

수도 계량기 검침원들은 서울에만 약 4백 명.

이들을 고용한 곳은 서울시 수도사업본부가 아닌, 민간업체입니다.

서울시가 지난 2001년, 수도 검침 업무를 민간위탁으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의 8개 사업소는 각각 1년 혹은 2년 마다 검침 업무를 수행할 민간 위탁업체를 선정해 계약합니다.

선정된 업체들은 검침원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합니다.

위탁업체가 바뀌더라도 검침원은 그대로 근무할 수 있도록한 서울시 조례에 따른 겁니다.

김모 씨도 지난해 7월 중부수도사업소가 발주한 검침 용업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특별한 추가 비용이 없어 이익이 많이 남는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실제로 서울 중부수도사업소가 지난해 검침 용역 업체에 지급한 예산은 약 16억여 원.

이 가운데 검침원 45명의 임금으로 10억여 원이 쓰이고,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임금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만 4~5억 원이 남는다는 게 김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검침 업체 대표) : "인건비가 평균 200만 원 들어갑니다. 한 사람 앞에. 200만 원 들어가는데, 직원 두 명 둔다고 하더라도 다 털고라도 한 4~5억이 남습니다. 남는 장사입니다. 낙찰만 되면 뭐 반 로또가 되는 거예요."

업체 백여 곳이 참여한 입찰.

기대와 달리 김 씨는 입찰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런데, 업체 선정 과정에 적용되는 적격심사 기준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적격심사 항목과 배점입니다.

입찰가와 별도로 적격심사에서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받은 업체만 선정될 수 있는데, 과거 이행실적이 35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7년 동안 같은 종류의 용역 이행실적이 많을 경우 만점인 35점을 받고, 실적이 없을 경우 최하점인 27.5점을 받습니다.

실적이 없어 최하점을 받는다면, 이미 7.5점이 깎여 92.5점, 다른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내더라도 기준인 95점 아래로 떨어져 자동 탈락하게 되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이행 실적이 없는 신생 업체는 아무리 낮은 입찰가를 써 내도 탈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성로(안동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이행실적에 35점이 들어가 있잖아요. 이행실적에 지나친 배점을 해서, 외부에서 새로운 업체가 경쟁에 참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도요금과 직결되는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과거 실적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 : "시민의 권익이라든가 그런게 직접 연결되잖아요. 수도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정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업체가 들어와야만이 좀 할 수 있는 일이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비교적 단순한 업무이고, 고용 승계로 인해 서비스 질이 유지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의 적격심사 기준은 신생 업체들에겐 너무 가혹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성로(안동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이건 단순한 노동 집약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과거에 어떤 축적된 기술이 꼭 필요한 그런 업무 분야가 아닙니다. 그리고 무슨 고도의 자본이 축적되는 그런 분야도 아니고..."

신생 업체들의 진입을 막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존 업체들의 이익만 챙겨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핵심은 상수도 계량기 검침 업무를 원활하게 문제 없이 국민들한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능력의 평가거든요. '더 좋은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다'라는 제안 입찰. 그러니까 제안서 제출을 통해서 해야 되는데 대부분은 이행 실적이 과도하게 높고요."

김 씨가 참여했던 지난해 7월, 입찰 결과는 어땠을까?

입찰 금액에서 1위와 2위 업체가 있었지만 모두 적격심사에서 95점 이하 점수를 받아 탈락했습니다.

특히 2위 업체는 과거 이행실적에서 점수를 크게 잃었습니다.

<녹취> 탈락 업체 관계자 : "확실한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실적이 좀 미흡하다... 그런 거거든요. 서울시 적격심사 기준표를 그렇게 만들어놨더라고요."

최종 선정된 곳은 3위 업체. 이렇게 이행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순위가 뒤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김 씨는 주장합니다.

<녹취> 김○○(검침 업체 대표) : "1위가 미끄러지면 2위가, 안 되면 3위로 넘어와요. 3위로 안 되면 4위로 넘어오고, 이렇게 해서 이 사람들이 옛날에 경력 있던 사람들이 낙엽 떨어지면 주워 먹듯이 주워 먹고 있는 거예요. 상수도 검침 경력 없는 사람들은 거기서 금액으로 낙찰이 되더라도 이행을 못 하는 거예요. 점수가 모자라니까."

취재진은 최종 선정된 이 3위 업체를 직접 찾았습니다.

직원이 2명뿐인 작은 건설업체입니다.

이 업체 이사는 A 씨.

<녹취> "(혹시 A이사님 계신가요?) 지금 안 계세요. 거의 중부수도사업소에서 업무 보세요."

그런데, A 씨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부수도사업소의 검침 용역을 수행했던 업체의 대표였습니다.

검침원들은 같은 사람이, 업체 이름만 바꿔 같은 용역을 연이어 따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수도 계량기 검침원) : "사실은 회장도 똑같고, 사장도 똑같고 실질적으로는 살짝 이름만 바꿔갖고 나온 거야."

이에 대해 A 씨는 업체 선정이 마무리됐던 지난해 7월 이후 회사를 옮겼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A씨(수도 검침 업체 이사) : "월급쟁이로 있었어요. 대표이사로 월급받고 있다가 중부수도사업소에서 제가 근무를 했기 때문에 (업체에서) 저한테 한 번 근무하게끔 해달라 그래서..."

하지만 지난해까지 두 업체는 사무실도 같은 건물에 있었고, 현재 용역 업체 대표는 과거 A 씨의 업체에 이사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연속으로 검침 용역 업무를 맡은 A 씨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퇴직 공무원입니다.

검침원들은 그가 수차례에 걸쳐 검침 용역을 따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 김○○(수도 계량기 검침원) : "8개 수도사업소 중에 4개를 따가지고 관리하고 이랬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전설적인 사람이고...."

A 씨도 여러 검침 용역을 따냈던 사실은 인정합니다.

<녹취> A씨(수도 검침 업체 이사) : "3개 업체를 땄어요. 1,2위 업체들이 낙찰 점수에 미달돼서 우연히 3개 사업소 한 번 땄어요."

한 번 낙찰받기도 어려운 이 경쟁에서 A 씨는 여러번 용역을 따냈습니다.

이러다 보니 A 씨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퇴직 공무원 출신이라 가능한 일 아니겠냐는 의혹 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검침 업체 선정은 전자 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외부 세력이 개입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적격 심사에서 이행 실적에 너무 많은 가중치를 둔다는 지적엔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합니다.

<녹취>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 "단계를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이든지, 대신 배점을 더 촘촘하게 하든지...개선을 검토해서 반영하는 걸로..."

서울시가 수도 계량기 검침 용역업체에 지급하는 돈은 한해 133억 원으로 우리가 내는 수도요금에 포함됩니다.

전국적으로는 수백억 원에 이릅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타 지자체도 동일하게 퇴임한 직원들이 만든 업체에 수탁을 주고, 그 기관들은 전직 퇴직한 공무원이나 직원들이 운영을 하고 있죠. 사실은 전국 광역 지자체에서 이런 은폐된 모순이 존재를 하는 거죠. 그래서 어디까지가 민간위탁이 해야될 영역이고, 전문성이 있는 기관에 맡겨야 될 영역이고, 어느 영역이 직접 운영해야 될 지 이제는 판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퇴직 공무원과 결탁해 국민이 내는 수도요금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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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요금이 샌다!
    • 입력 2015-03-08 23:08:16
    • 수정2015-03-09 00:03:46
    취재파일K
<녹취> "한 4~5억 원이 남습니다. 낙찰만 돼버리면 뭐 반 로또가 되는 거예요."

<녹취> "8개 수도사업소 중에 4개를 따가지고 관리하고 이랬었는데..."

<녹취> "관피아 성격의 이런 배점 제도를 공정하게 다시 정리할 필요가..."

<기자 멘트>

수도요금은 수돗물을 쓴 만큼 냅니다.

수돗물을 얼마나 썼는지는 매달 계량기를 확인해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도 계량기를 확인하는 일을 '검침'이라고 하는데, 이 검침 업무를 수행하는 곳은 지자체나 수도사업소가 아닌, 민간 업체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민간 업체들은 어떻게 선정되는 걸까요?

또 이 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은 누굴까요?

검침 업무를 둘러싼 퇴직 공무원과 소수 업체들의 잇속 챙기기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부터 수도 검침원으로 일하고 있는 임성렬 씨.

육중한 맨홀 뚜껑을 들어올리고,

<녹취> 임성렬(수도 계량기 검침원) : "(뚜껑 자체가 무게가 꽤 되겠어요?) 네. 무거운 거는 한 40킬로그램 정도 되는 것도 있습니다."

계량기에 적힌 숫자를 확인해 단말기에 기록합니다.

<녹취> 임성렬(수도 계량기 검침원) : "PDA에 계량기 숫자를 입력하고 전송을 해야지만 수도사업소에 전산실로 이 자료가 전달이 되는 겁니다."

이런 수도 계량기는 서울에만 2백만 개.

임 씨는 하루 최대 5백 개를 검침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만은 않습니다.

지하 깊은 곳에 설치된 계량기를 검침할 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녹취> 임성렬(수도 계량기 검침원) : "깊이가 한 4미터 되는 것도 있고, 여름에는 안에 가스가 발생해서 만약에 잘못들어갔다고 하면 사고사를 당하는 거예요."

수도 계량기 검침원들은 서울에만 약 4백 명.

이들을 고용한 곳은 서울시 수도사업본부가 아닌, 민간업체입니다.

서울시가 지난 2001년, 수도 검침 업무를 민간위탁으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의 8개 사업소는 각각 1년 혹은 2년 마다 검침 업무를 수행할 민간 위탁업체를 선정해 계약합니다.

선정된 업체들은 검침원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합니다.

위탁업체가 바뀌더라도 검침원은 그대로 근무할 수 있도록한 서울시 조례에 따른 겁니다.

김모 씨도 지난해 7월 중부수도사업소가 발주한 검침 용업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특별한 추가 비용이 없어 이익이 많이 남는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실제로 서울 중부수도사업소가 지난해 검침 용역 업체에 지급한 예산은 약 16억여 원.

이 가운데 검침원 45명의 임금으로 10억여 원이 쓰이고,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임금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만 4~5억 원이 남는다는 게 김 씨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검침 업체 대표) : "인건비가 평균 200만 원 들어갑니다. 한 사람 앞에. 200만 원 들어가는데, 직원 두 명 둔다고 하더라도 다 털고라도 한 4~5억이 남습니다. 남는 장사입니다. 낙찰만 되면 뭐 반 로또가 되는 거예요."

업체 백여 곳이 참여한 입찰.

기대와 달리 김 씨는 입찰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런데, 업체 선정 과정에 적용되는 적격심사 기준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적격심사 항목과 배점입니다.

입찰가와 별도로 적격심사에서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받은 업체만 선정될 수 있는데, 과거 이행실적이 35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7년 동안 같은 종류의 용역 이행실적이 많을 경우 만점인 35점을 받고, 실적이 없을 경우 최하점인 27.5점을 받습니다.

실적이 없어 최하점을 받는다면, 이미 7.5점이 깎여 92.5점, 다른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내더라도 기준인 95점 아래로 떨어져 자동 탈락하게 되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이행 실적이 없는 신생 업체는 아무리 낮은 입찰가를 써 내도 탈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성로(안동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이행실적에 35점이 들어가 있잖아요. 이행실적에 지나친 배점을 해서, 외부에서 새로운 업체가 경쟁에 참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도요금과 직결되는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과거 실적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 : "시민의 권익이라든가 그런게 직접 연결되잖아요. 수도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정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업체가 들어와야만이 좀 할 수 있는 일이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비교적 단순한 업무이고, 고용 승계로 인해 서비스 질이 유지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의 적격심사 기준은 신생 업체들에겐 너무 가혹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성로(안동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이건 단순한 노동 집약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과거에 어떤 축적된 기술이 꼭 필요한 그런 업무 분야가 아닙니다. 그리고 무슨 고도의 자본이 축적되는 그런 분야도 아니고..."

신생 업체들의 진입을 막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존 업체들의 이익만 챙겨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핵심은 상수도 계량기 검침 업무를 원활하게 문제 없이 국민들한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능력의 평가거든요. '더 좋은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다'라는 제안 입찰. 그러니까 제안서 제출을 통해서 해야 되는데 대부분은 이행 실적이 과도하게 높고요."

김 씨가 참여했던 지난해 7월, 입찰 결과는 어땠을까?

입찰 금액에서 1위와 2위 업체가 있었지만 모두 적격심사에서 95점 이하 점수를 받아 탈락했습니다.

특히 2위 업체는 과거 이행실적에서 점수를 크게 잃었습니다.

<녹취> 탈락 업체 관계자 : "확실한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실적이 좀 미흡하다... 그런 거거든요. 서울시 적격심사 기준표를 그렇게 만들어놨더라고요."

최종 선정된 곳은 3위 업체. 이렇게 이행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순위가 뒤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김 씨는 주장합니다.

<녹취> 김○○(검침 업체 대표) : "1위가 미끄러지면 2위가, 안 되면 3위로 넘어와요. 3위로 안 되면 4위로 넘어오고, 이렇게 해서 이 사람들이 옛날에 경력 있던 사람들이 낙엽 떨어지면 주워 먹듯이 주워 먹고 있는 거예요. 상수도 검침 경력 없는 사람들은 거기서 금액으로 낙찰이 되더라도 이행을 못 하는 거예요. 점수가 모자라니까."

취재진은 최종 선정된 이 3위 업체를 직접 찾았습니다.

직원이 2명뿐인 작은 건설업체입니다.

이 업체 이사는 A 씨.

<녹취> "(혹시 A이사님 계신가요?) 지금 안 계세요. 거의 중부수도사업소에서 업무 보세요."

그런데, A 씨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부수도사업소의 검침 용역을 수행했던 업체의 대표였습니다.

검침원들은 같은 사람이, 업체 이름만 바꿔 같은 용역을 연이어 따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수도 계량기 검침원) : "사실은 회장도 똑같고, 사장도 똑같고 실질적으로는 살짝 이름만 바꿔갖고 나온 거야."

이에 대해 A 씨는 업체 선정이 마무리됐던 지난해 7월 이후 회사를 옮겼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A씨(수도 검침 업체 이사) : "월급쟁이로 있었어요. 대표이사로 월급받고 있다가 중부수도사업소에서 제가 근무를 했기 때문에 (업체에서) 저한테 한 번 근무하게끔 해달라 그래서..."

하지만 지난해까지 두 업체는 사무실도 같은 건물에 있었고, 현재 용역 업체 대표는 과거 A 씨의 업체에 이사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연속으로 검침 용역 업무를 맡은 A 씨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퇴직 공무원입니다.

검침원들은 그가 수차례에 걸쳐 검침 용역을 따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 김○○(수도 계량기 검침원) : "8개 수도사업소 중에 4개를 따가지고 관리하고 이랬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전설적인 사람이고...."

A 씨도 여러 검침 용역을 따냈던 사실은 인정합니다.

<녹취> A씨(수도 검침 업체 이사) : "3개 업체를 땄어요. 1,2위 업체들이 낙찰 점수에 미달돼서 우연히 3개 사업소 한 번 땄어요."

한 번 낙찰받기도 어려운 이 경쟁에서 A 씨는 여러번 용역을 따냈습니다.

이러다 보니 A 씨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퇴직 공무원 출신이라 가능한 일 아니겠냐는 의혹 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검침 업체 선정은 전자 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외부 세력이 개입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적격 심사에서 이행 실적에 너무 많은 가중치를 둔다는 지적엔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합니다.

<녹취>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 "단계를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이든지, 대신 배점을 더 촘촘하게 하든지...개선을 검토해서 반영하는 걸로..."

서울시가 수도 계량기 검침 용역업체에 지급하는 돈은 한해 133억 원으로 우리가 내는 수도요금에 포함됩니다.

전국적으로는 수백억 원에 이릅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타 지자체도 동일하게 퇴임한 직원들이 만든 업체에 수탁을 주고, 그 기관들은 전직 퇴직한 공무원이나 직원들이 운영을 하고 있죠. 사실은 전국 광역 지자체에서 이런 은폐된 모순이 존재를 하는 거죠. 그래서 어디까지가 민간위탁이 해야될 영역이고, 전문성이 있는 기관에 맡겨야 될 영역이고, 어느 영역이 직접 운영해야 될 지 이제는 판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퇴직 공무원과 결탁해 국민이 내는 수도요금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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