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입력 2015.03.15 (23:47) 수정 2015.03.16 (00: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녹취> 송해 : "팔팔할 때니까 염려말아요. 팔팔해요."

<녹취> 이승엽 : "언젠가는 제 마음 속에서는 항상 (최다 홈런 기록을)깰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녹취> 강수진 : "저는요, 지금이 좋아요. 지금의 제가 느끼는 이 안에서의 강한 에너지가"

이곳은 지난 2009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실버전용극장입니다.

전국 극장 가운데 좌석 점유율이 가장 높을 만큼 실버 세대의 상징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실버 세대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부른다는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존 사회적 통념과 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픈 염원이 담겨 있는 건데, 비단 우리 중장년층만의 이야기일까요?

한국인 애창곡 1위, '내 나이가 어때서'를 통해 우리 시대상을 짚어봤습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지난 4일.

고령의 14인조 실버 밴드가 부산에서 서울 원정 공연을 왔습니다.

<녹취> 박태식(79살 단장) : "우리는 좀 추운 데서 많이 공연해서 괜찮은데 관객들이 없을 거 같아. 다 가버리고."

<인터뷰> 임경은(서울 서대문구) : "연세가 드신 분들인데도 되게 실력이 좋으시고 감동적인 거 같아요."

<인터뷰> 박동녘(경기도 남양주시) : "뽕짝 이런 거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고 되게 느낌있고 멋있는 거 같아요."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단원들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터뷰> 박태식(단장) : "추워서 음정이 안맞아서 자꾸 내려가고 그래서 애먹었어요."

<인터뷰> 김영오(86살 색소폰 연주자) : "우리 연주를 듣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우린 그걸로 만족합니다."

실버 밴드의 평균 나이는 68살.

86살의 최고령 단원에게도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경오(86살 색소폰 연주) : "복식호흡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거 하면서 하면 호흡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도 우리 폐는 더 셉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10대 소년 시절에 품은 감성만큼은 그대로입니다.

<인터뷰> 이수열(77살 보컬) :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팝송을 듣게 된 거라. 옛날에는 AFKN이라고 하는 그 미군 방송, 5분 뉴스하고 음악만 나오는 거라. 맨날 들으니까 뭐 이거 어렸을 때 그 감수성이 있잖아요. 그게 딱 몸에 젖은 거라."

공연을 하며 모은 기부금으로 노인 급식 봉사를 하자는 데 뜻을 모으면서 이 실버밴드는 탄생했습니다.

<인터뷰> 정규태(80살 트럼본) : "고등학교 때 연주하던 후배 친구들이 지금도 모여서 연주하고 옛날 얘기하고 그러니까 그때가 제일 즐겁고 보람되고 재밌어요."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중장년층.

이들은 스스로를 몇 살쯤이라고 느낄까?

<인터뷰> 이세구(75살) : "(실제 연세는 75이지만, 느끼시는 나이는 몇 살이세요?) 한 60대 같아요."

<인터뷰> 김금례(85살) : "(85살인데 느끼시는 나이는요?) 80살요./마음은 젊고 더 오래 살고 싶고"

<인터뷰> 박영화(87살) : "마음은 젊은 청춘이야. 애들 같아 마음이. 늙어도 마음은 안 늙어."

한 조사 결과 55살 이상 응답자의 88%는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9살 정도 젊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노래를 들어본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이세구(75살) :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 들어보셨어요?) 직감적으로 마음에 와닿아요. 나이하고는 상관없이 내 나이에 비해서 젊게 살아요. 젊게 또 살고 싶고."

그렇다면 젊은 세대라면 다를까요?

제대 후 돌아온 복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이상준(복학생) : "저희가 11학번이라고 말하면 이번에 들어온 15학번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저 사람이 학교에 있지? 그런 식으로 반응을 할 때 솔직히 학번이 부끄러운 게 아닌데 학번 말하기 약간 부끄럽고."

행동에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임현열(복학생) : "신입생이 있으면 아무래도 말하는 거에 좀 조심을 하게 되죠. 저 나이 먹고 저 오빠는 왜 저렇게 말을 할까라고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

30대 초중반 여성들에게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

<인터뷰> 정유리(32살 통역사) : "해외에서 되게 오래 살았는데 4년 전에 왔어요. 정확히 제 시계가 4년 전부터 시작된 느낌? 한 해 지나갈 때마다 결혼해야 되는데 이런 압박과 그래서 결혼 적령기라는 거의 강박을 갖고 사는 정도예요."

사회적 통념 때문에 부담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인터뷰> 안현주(직장인 35살) : "서른 세살이 넘으면 꼭 결혼을 해야 되고 서른 두살이 지나가기 전에 결혼해야지 이런 얘기를 하는데/주위 사람들이 좀더 그걸 부추기는 게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결혼적령기라는 기준에 거부감을 갖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연경(직장인 34살) : "결혼적령기가 저에게 있어서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내가 뭔가 평생을 도모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에 대해선 자신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공감합니다.

<인터뷰> 정유리 : "저는 되게 슬펐어요. 내 나이가 어때서, 되게 외침 같잖아요. 모든 세대의 어떤 외침같이 들렸고, 저 또한 그런 경험도 있고."

<인터뷰> 이택광(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원래 이 노래는 노년 세대들이 우리 마음은 아직 젊다 이런 걸 보여주려고 하는 건데 젊은 세대들도 이 노래를 즐겨부르게 됐다는 거죠. 그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나이에 대한 강박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뜻이고"

이 탱고 수업의 강사는 60대, 수강생은 70대입니다.

70살 유희동 씨는 6년 전 탱고를 처음 배웠습니다.

<인터뷰> 유희동(70살 탱고 수강생) : "젊었을 때 아르헨티나를 여러번 다녔는데 현지에서 하는 걸 보니까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기회가 있으면 한번 배워야겠다 싶었는데"

강사 황순갑 씨는 63살로 은행 지점장 출신입니다.

14년 전 탱고의 매력에 빠져 탱고 교사자격증을 땄고 은퇴 후 강사로 나서면서 제 2의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황순갑 : "제 삶에 활력이 되죠. 제 생활에 리듬을 찾아다주는 거예요. 이게 없다면 제가 오늘은 뭘 할까, 내일은 뭘 할까 고민을 하고 방황하겠지만."

지난해 전국 장년층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울 서초구 노인 복지관팀입니다.

룸바와 자이브 등 장르를 넘나들며 춤사위를 펼칩니다.

대부분 70대지만 수준급 실력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인터뷰> 이영숙(77살 시니어 댄스스포츠팀) : "딱 봐도 좀 회춘한 거 같지 않아요? 우리가 언제 이 나이에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스텝을 맞추면서 호흡을 맞추면서 춤춘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이른바 '춤바람'이라는 그릇된 편견도 이들의 열정 앞에선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원유천(74살 시니어 댄스스포츠팀) : "엔돌핀이 돌고 자기 나이를 잊어버릴 정도야. 좋은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다보면."

하지만 대다수 장년층에겐 이런 변화의 바람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합니다.

우리 장년층에서 보기 드문 청바지 차림이나 긴머리의 노인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인터뷰> 최시범(83살) : "우리는 저런 건 좋지 않아요."

<인터뷰> 이정덕(76살) : "좀 (술에) 취한 것 같애 취해."

<인터뷰> 정광섭(74살) : "신식 할머니라고 이제 그런 얘기는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별로야. 노인네들은 노인네다워야 해."

주위의 시선도 신경이 쓰입니다.

<인터뷰> 정용구(70살) :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제한이 있고 또 주위의 눈치도 받게 되더라고 이제. 맛 갔나?(정신이 나갔나) 그렇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를 바탕에 깔고 있는 언어 표현들, 가령 '주책맞다'나 주책바가지, 나잇값, 심지어 노망났다라는 표현 등이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것도 우리의 나이 중시 문화와 무관해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성도(고려대 언어학과 교수) : "나이라는 요인으로 볼 때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굉장히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언어 가운데 하나가 한국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일상적인 어법에서 나이라는 걸 갖다가 중요한 요인으로 노골적으로 사용하냐의 여부인데 그 점에서는 좀 생소합니다."

76살 황안나 씨가 오늘도 길을 나섭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황 씨는 65살의 나이에 도보 여행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첫 도전은 국토 종단이었습니다.

땅끝 마을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800km를 23일 만에 완주했습니다.

<인터뷰> 황안나 : "무모하다, 미련하다, 무식하다 별별 소리를 다 들었어요. 저도 갈등도 많이 했고, 많이 무섭기도 했고, 길도 잃었었고 그랬죠. 근데 마치고 나니까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하게 겁낼 게 아니더라고요."

이후 4200km의 국내 해안 일주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등 지난 10년간 황 씨가 걸은 길은 지구 반바퀴 거리에 맞먹습니다.

굽이 닳아버린 운동화 일곱 켤레는 지난 시간의 증표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아 10년 전 처음으로 쓴 책 제목이 바로 '내 나이가 어때서'입니다.

<인터뷰> 황안나 : "저는 할 수 있는데, 왜 주변에서 자꾸 연세도 있으신데 이 소리들을 자꾸 해요. 그래서 내 나이가 어때서...근데 좀 도전적이죠?"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젊은 노인들은 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주역들입니다.

이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건강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탱고 강사 : "아르헨티나에서는 80대 중반까지 춤을 추거든요. 저도 앞으로 25년은 더 출 수 있지 않겠어요? "

<인터뷰> 실버밴드 보컬 : "호흡이 있는 동안까지 음악과 더불어 살고 싶어요. "

그들은 말합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요.

<인터뷰> 김경오(실버밴드 색소폰 연주자) : "우리는 어떤 정신을 갖고 하냐면, 아 아직도 나는 할 수 있어."

<인터뷰> 황안나(도보여행가) :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제일 빠른 때에요. 늦었다고 생각하시지 마시고 그냥 현관문을 열고 나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내 나이가 어때서”
    • 입력 2015-03-15 23:53:22
    • 수정2015-03-16 00:23:29
    취재파일K
<녹취> 송해 : "팔팔할 때니까 염려말아요. 팔팔해요."

<녹취> 이승엽 : "언젠가는 제 마음 속에서는 항상 (최다 홈런 기록을)깰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녹취> 강수진 : "저는요, 지금이 좋아요. 지금의 제가 느끼는 이 안에서의 강한 에너지가"

이곳은 지난 2009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실버전용극장입니다.

전국 극장 가운데 좌석 점유율이 가장 높을 만큼 실버 세대의 상징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실버 세대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부른다는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존 사회적 통념과 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픈 염원이 담겨 있는 건데, 비단 우리 중장년층만의 이야기일까요?

한국인 애창곡 1위, '내 나이가 어때서'를 통해 우리 시대상을 짚어봤습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지난 4일.

고령의 14인조 실버 밴드가 부산에서 서울 원정 공연을 왔습니다.

<녹취> 박태식(79살 단장) : "우리는 좀 추운 데서 많이 공연해서 괜찮은데 관객들이 없을 거 같아. 다 가버리고."

<인터뷰> 임경은(서울 서대문구) : "연세가 드신 분들인데도 되게 실력이 좋으시고 감동적인 거 같아요."

<인터뷰> 박동녘(경기도 남양주시) : "뽕짝 이런 거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고 되게 느낌있고 멋있는 거 같아요."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단원들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터뷰> 박태식(단장) : "추워서 음정이 안맞아서 자꾸 내려가고 그래서 애먹었어요."

<인터뷰> 김영오(86살 색소폰 연주자) : "우리 연주를 듣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우린 그걸로 만족합니다."

실버 밴드의 평균 나이는 68살.

86살의 최고령 단원에게도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경오(86살 색소폰 연주) : "복식호흡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거 하면서 하면 호흡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도 우리 폐는 더 셉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10대 소년 시절에 품은 감성만큼은 그대로입니다.

<인터뷰> 이수열(77살 보컬) :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팝송을 듣게 된 거라. 옛날에는 AFKN이라고 하는 그 미군 방송, 5분 뉴스하고 음악만 나오는 거라. 맨날 들으니까 뭐 이거 어렸을 때 그 감수성이 있잖아요. 그게 딱 몸에 젖은 거라."

공연을 하며 모은 기부금으로 노인 급식 봉사를 하자는 데 뜻을 모으면서 이 실버밴드는 탄생했습니다.

<인터뷰> 정규태(80살 트럼본) : "고등학교 때 연주하던 후배 친구들이 지금도 모여서 연주하고 옛날 얘기하고 그러니까 그때가 제일 즐겁고 보람되고 재밌어요."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중장년층.

이들은 스스로를 몇 살쯤이라고 느낄까?

<인터뷰> 이세구(75살) : "(실제 연세는 75이지만, 느끼시는 나이는 몇 살이세요?) 한 60대 같아요."

<인터뷰> 김금례(85살) : "(85살인데 느끼시는 나이는요?) 80살요./마음은 젊고 더 오래 살고 싶고"

<인터뷰> 박영화(87살) : "마음은 젊은 청춘이야. 애들 같아 마음이. 늙어도 마음은 안 늙어."

한 조사 결과 55살 이상 응답자의 88%는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9살 정도 젊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노래를 들어본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이세구(75살) :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 들어보셨어요?) 직감적으로 마음에 와닿아요. 나이하고는 상관없이 내 나이에 비해서 젊게 살아요. 젊게 또 살고 싶고."

그렇다면 젊은 세대라면 다를까요?

제대 후 돌아온 복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이상준(복학생) : "저희가 11학번이라고 말하면 이번에 들어온 15학번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저 사람이 학교에 있지? 그런 식으로 반응을 할 때 솔직히 학번이 부끄러운 게 아닌데 학번 말하기 약간 부끄럽고."

행동에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임현열(복학생) : "신입생이 있으면 아무래도 말하는 거에 좀 조심을 하게 되죠. 저 나이 먹고 저 오빠는 왜 저렇게 말을 할까라고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

30대 초중반 여성들에게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

<인터뷰> 정유리(32살 통역사) : "해외에서 되게 오래 살았는데 4년 전에 왔어요. 정확히 제 시계가 4년 전부터 시작된 느낌? 한 해 지나갈 때마다 결혼해야 되는데 이런 압박과 그래서 결혼 적령기라는 거의 강박을 갖고 사는 정도예요."

사회적 통념 때문에 부담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인터뷰> 안현주(직장인 35살) : "서른 세살이 넘으면 꼭 결혼을 해야 되고 서른 두살이 지나가기 전에 결혼해야지 이런 얘기를 하는데/주위 사람들이 좀더 그걸 부추기는 게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결혼적령기라는 기준에 거부감을 갖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연경(직장인 34살) : "결혼적령기가 저에게 있어서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내가 뭔가 평생을 도모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에 대해선 자신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공감합니다.

<인터뷰> 정유리 : "저는 되게 슬펐어요. 내 나이가 어때서, 되게 외침 같잖아요. 모든 세대의 어떤 외침같이 들렸고, 저 또한 그런 경험도 있고."

<인터뷰> 이택광(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원래 이 노래는 노년 세대들이 우리 마음은 아직 젊다 이런 걸 보여주려고 하는 건데 젊은 세대들도 이 노래를 즐겨부르게 됐다는 거죠. 그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나이에 대한 강박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뜻이고"

이 탱고 수업의 강사는 60대, 수강생은 70대입니다.

70살 유희동 씨는 6년 전 탱고를 처음 배웠습니다.

<인터뷰> 유희동(70살 탱고 수강생) : "젊었을 때 아르헨티나를 여러번 다녔는데 현지에서 하는 걸 보니까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기회가 있으면 한번 배워야겠다 싶었는데"

강사 황순갑 씨는 63살로 은행 지점장 출신입니다.

14년 전 탱고의 매력에 빠져 탱고 교사자격증을 땄고 은퇴 후 강사로 나서면서 제 2의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황순갑 : "제 삶에 활력이 되죠. 제 생활에 리듬을 찾아다주는 거예요. 이게 없다면 제가 오늘은 뭘 할까, 내일은 뭘 할까 고민을 하고 방황하겠지만."

지난해 전국 장년층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울 서초구 노인 복지관팀입니다.

룸바와 자이브 등 장르를 넘나들며 춤사위를 펼칩니다.

대부분 70대지만 수준급 실력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인터뷰> 이영숙(77살 시니어 댄스스포츠팀) : "딱 봐도 좀 회춘한 거 같지 않아요? 우리가 언제 이 나이에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스텝을 맞추면서 호흡을 맞추면서 춤춘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이른바 '춤바람'이라는 그릇된 편견도 이들의 열정 앞에선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원유천(74살 시니어 댄스스포츠팀) : "엔돌핀이 돌고 자기 나이를 잊어버릴 정도야. 좋은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다보면."

하지만 대다수 장년층에겐 이런 변화의 바람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합니다.

우리 장년층에서 보기 드문 청바지 차림이나 긴머리의 노인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인터뷰> 최시범(83살) : "우리는 저런 건 좋지 않아요."

<인터뷰> 이정덕(76살) : "좀 (술에) 취한 것 같애 취해."

<인터뷰> 정광섭(74살) : "신식 할머니라고 이제 그런 얘기는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별로야. 노인네들은 노인네다워야 해."

주위의 시선도 신경이 쓰입니다.

<인터뷰> 정용구(70살) :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제한이 있고 또 주위의 눈치도 받게 되더라고 이제. 맛 갔나?(정신이 나갔나) 그렇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를 바탕에 깔고 있는 언어 표현들, 가령 '주책맞다'나 주책바가지, 나잇값, 심지어 노망났다라는 표현 등이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것도 우리의 나이 중시 문화와 무관해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성도(고려대 언어학과 교수) : "나이라는 요인으로 볼 때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굉장히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언어 가운데 하나가 한국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일상적인 어법에서 나이라는 걸 갖다가 중요한 요인으로 노골적으로 사용하냐의 여부인데 그 점에서는 좀 생소합니다."

76살 황안나 씨가 오늘도 길을 나섭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황 씨는 65살의 나이에 도보 여행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첫 도전은 국토 종단이었습니다.

땅끝 마을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800km를 23일 만에 완주했습니다.

<인터뷰> 황안나 : "무모하다, 미련하다, 무식하다 별별 소리를 다 들었어요. 저도 갈등도 많이 했고, 많이 무섭기도 했고, 길도 잃었었고 그랬죠. 근데 마치고 나니까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하게 겁낼 게 아니더라고요."

이후 4200km의 국내 해안 일주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등 지난 10년간 황 씨가 걸은 길은 지구 반바퀴 거리에 맞먹습니다.

굽이 닳아버린 운동화 일곱 켤레는 지난 시간의 증표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아 10년 전 처음으로 쓴 책 제목이 바로 '내 나이가 어때서'입니다.

<인터뷰> 황안나 : "저는 할 수 있는데, 왜 주변에서 자꾸 연세도 있으신데 이 소리들을 자꾸 해요. 그래서 내 나이가 어때서...근데 좀 도전적이죠?"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젊은 노인들은 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주역들입니다.

이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건강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탱고 강사 : "아르헨티나에서는 80대 중반까지 춤을 추거든요. 저도 앞으로 25년은 더 출 수 있지 않겠어요? "

<인터뷰> 실버밴드 보컬 : "호흡이 있는 동안까지 음악과 더불어 살고 싶어요. "

그들은 말합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요.

<인터뷰> 김경오(실버밴드 색소폰 연주자) : "우리는 어떤 정신을 갖고 하냐면, 아 아직도 나는 할 수 있어."

<인터뷰> 황안나(도보여행가) :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제일 빠른 때에요. 늦었다고 생각하시지 마시고 그냥 현관문을 열고 나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