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시장 주변 10차례 방화…왜?

입력 2015.03.18 (08:09) 수정 2015.03.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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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화재가 일어나 소방관들이 긴급히 출동을 했습니다.

화재야 물론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합니다만,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 일대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가 그것도 10건이나 연쇄적으로 발생을 한 건데요.

알고 봤더니, 누군가 일부러 불을 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누가 도대체 왜 이런일을 저지른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금요일 새벽.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건물 안팎에서 희뿌연 연기와 유독가스가 쉼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집 안에 갇혀 있던 주민들.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건물을 빠져나옵니다.

<인터뷰> 이근철(팀장/서울 관악소방서 지휘3팀) : “구조대원을 투입해서 옥상 층으로 대피를 시키고 지상으로 유도해서 총 18명을 더 구조해 냈습니다.”

소방관들의 구조덕에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연기를 들이 마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녹취> 김00(화재 피해자) : “일어나려니까 완전히 연기가 차가지고 새카만데……. 그러다가 어떻게 해서 그냥 몰라요. 부축해서 가는데 이거를 못 내려가서 산소 그거 있잖아. 그거를 꽂아 주더라고.”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화재.

그렇다면 불은 왜 일어난 걸까?

<인터뷰> 이근철(팀장/서울 관악소방서 지휘 3 팀) : “화재는 지하층 계단 아래 신발장 쪽에서 점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그런데) 인화물질도 없고 어떤 전기선이 지나가거나 이런 상황도 없고.”

특별한 화재 원인을 찾기 힘들다는 소방관의 말.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이렇게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화재가, 최근들어 잇따라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이근철(팀장/서울 관악 소방서 지휘3 팀) : “예를 들면 주택가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 같은 경우에 외부에서 타들어 간 것으로 보이는데 특별한 원인을 찾기가 곤란한 상태였죠.”

이 근방에서 처음 의문의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 12일이었습니다.

재래시장 안에 있는 떡집과 가죽공장에서, 연이어 불길이 치솟은 건데요.

<녹취> 피해 공장 관계자 : “3층에서 일을 마치고 밥을 먹었어요. 고기 구워서 먹는데 연기가 올라오는 그사이로 검은 연기가 바로 올라오더라고요.”

다행히 직원들의 신속한 조치로 불은 곧바로 진화됐지만, 공장 안에는 화약 약품과 원단이 가득 차 있어, 자칫 큰 재앙으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녹취> 피해 공장 관계자 : “직원들이 1층 내려가서 소화기를 갖고 와서 미리 꺼버린거죠. 안 그랬으면 물론 우리 건물 자체도 전소가 됐을 거고 이 주변 일대에 대형 인사사고가 날 뻔했던…….”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새도 없이 얼마 뒤에는 시장 근처 주택가에 세워놓은 오토바이와 우편물에서 잇따라 불길이 치솟았고, 며칠 뒤에는 재래시장 안에 소금포대가 불에 타는가 하면,

<녹취> 시장 상인 : “그 아줌마가 막 불이야, 불이야 하면서 막 끄더라고. 이게 불이 녹아내리면서 다 구멍 뚫어놓은 거야. 이런 거 다 지금 테이프로 발라 놨잖아요. 이 밑에도 하얀 테이프로 발라 놓은 거예요.”

시장 안에 세워놨던 오토바이가 전소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피해 오토바이 주인 : “동네사람들이 전화 와서 오토바이 세워 놓은 거 있느냐고 그래서 나가보니까 벌써 다 탔더라고요. 오토바이가 완전히 전소가 돼 버렸어요. 그리고 옆에 세워 놓은 곳 2층이 좀 그을렸고.”

이렇게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여 동안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발생한 의문의 화재가 확인된 것만 무려 10건.

주민들은 언제 화를 입게 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녹취> 피해 가죽공장 관계자 : “차량 오토바이가 불나고, 건물도 불나고 이래서 계속 많았잖아요. 이게 누가 전문적으로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녹취> 시장 상인 : “불안하죠. 또 와서 할까 봐 깊은 잠도 못 자. 그렇게 또 오면 어떻게 하지하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전담반을 꾸려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누가 고의로 불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인터뷰> 김병한(강력계장/서울 관악경찰서) : “통상적으로 발화할 수 있는 요인이 없는데 발화가 됐기 때문에 아 이것은 방화로 본다. 우리가 그렇게 추정을 했습니다.”

경찰의 예상대로, 화재 현장 주변에 설치된 CCTV에는 흐릿하게나마 연쇄 방화 용의자가 모습을 나타냅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지난 5일 밤,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이 시장에 나타나, 라이터로 소금자루에 불을 붙이는 장면입니다.

잠시 뒤에는, 3백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는데요.

이번에도 라이터를 꺼내 들고 어딘가에 불을 붙이는 듯한 동작이 확인됩니다.

<인터뷰> 김병한(강력계장/서울 관악경찰서) : “발화 장소가 보면 일정하게 어떤 그 경로를 형성해서 이뤄지더라고요. 어느 한 사람이 자기가 이동하는 통로에서 우발적으로 방화하는구나.”

탐문에 나선 경찰은 CCTV 속 용의자의 모습을 알아본 한 주민의 진술을 확보했고, 얼마간의 잠복 끝에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성공합니다.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는 20대 남성 이 모씨.

이 씨는 사회복무요원 신분이었지만, 불성실한 근무를 이유로 현재 복무가 중지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처음 방화는 지인이 돈을 갚지 않아 술김에 그랬고, 이후에는 여자 친구와의 다툼이 원인이 돼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피의자 : “변변한 직장이 없어서 변변한 직장 때문에 (여자 친구와) 결혼 얘기가 오고 가고 그랬는데 그거 때문에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스트레스를 정말 이상한 데다가 풀어서 그 스트레스로 피해 보신 분들께 정말 사죄드리고 정말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경찰은 이 씨가 이미 확인된 10건의 방화 이외에도, 20건의 방화를 더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씨를 방화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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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시장 주변 10차례 방화…왜?
    • 입력 2015-03-18 08:12:03
    • 수정2015-03-18 10: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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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화재가 일어나 소방관들이 긴급히 출동을 했습니다.

화재야 물론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합니다만,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 일대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가 그것도 10건이나 연쇄적으로 발생을 한 건데요.

알고 봤더니, 누군가 일부러 불을 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누가 도대체 왜 이런일을 저지른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금요일 새벽.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건물 안팎에서 희뿌연 연기와 유독가스가 쉼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집 안에 갇혀 있던 주민들.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건물을 빠져나옵니다.

<인터뷰> 이근철(팀장/서울 관악소방서 지휘3팀) : “구조대원을 투입해서 옥상 층으로 대피를 시키고 지상으로 유도해서 총 18명을 더 구조해 냈습니다.”

소방관들의 구조덕에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연기를 들이 마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녹취> 김00(화재 피해자) : “일어나려니까 완전히 연기가 차가지고 새카만데……. 그러다가 어떻게 해서 그냥 몰라요. 부축해서 가는데 이거를 못 내려가서 산소 그거 있잖아. 그거를 꽂아 주더라고.”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화재.

그렇다면 불은 왜 일어난 걸까?

<인터뷰> 이근철(팀장/서울 관악소방서 지휘 3 팀) : “화재는 지하층 계단 아래 신발장 쪽에서 점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그런데) 인화물질도 없고 어떤 전기선이 지나가거나 이런 상황도 없고.”

특별한 화재 원인을 찾기 힘들다는 소방관의 말.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이렇게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화재가, 최근들어 잇따라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이근철(팀장/서울 관악 소방서 지휘3 팀) : “예를 들면 주택가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 같은 경우에 외부에서 타들어 간 것으로 보이는데 특별한 원인을 찾기가 곤란한 상태였죠.”

이 근방에서 처음 의문의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 12일이었습니다.

재래시장 안에 있는 떡집과 가죽공장에서, 연이어 불길이 치솟은 건데요.

<녹취> 피해 공장 관계자 : “3층에서 일을 마치고 밥을 먹었어요. 고기 구워서 먹는데 연기가 올라오는 그사이로 검은 연기가 바로 올라오더라고요.”

다행히 직원들의 신속한 조치로 불은 곧바로 진화됐지만, 공장 안에는 화약 약품과 원단이 가득 차 있어, 자칫 큰 재앙으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녹취> 피해 공장 관계자 : “직원들이 1층 내려가서 소화기를 갖고 와서 미리 꺼버린거죠. 안 그랬으면 물론 우리 건물 자체도 전소가 됐을 거고 이 주변 일대에 대형 인사사고가 날 뻔했던…….”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새도 없이 얼마 뒤에는 시장 근처 주택가에 세워놓은 오토바이와 우편물에서 잇따라 불길이 치솟았고, 며칠 뒤에는 재래시장 안에 소금포대가 불에 타는가 하면,

<녹취> 시장 상인 : “그 아줌마가 막 불이야, 불이야 하면서 막 끄더라고. 이게 불이 녹아내리면서 다 구멍 뚫어놓은 거야. 이런 거 다 지금 테이프로 발라 놨잖아요. 이 밑에도 하얀 테이프로 발라 놓은 거예요.”

시장 안에 세워놨던 오토바이가 전소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피해 오토바이 주인 : “동네사람들이 전화 와서 오토바이 세워 놓은 거 있느냐고 그래서 나가보니까 벌써 다 탔더라고요. 오토바이가 완전히 전소가 돼 버렸어요. 그리고 옆에 세워 놓은 곳 2층이 좀 그을렸고.”

이렇게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여 동안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발생한 의문의 화재가 확인된 것만 무려 10건.

주민들은 언제 화를 입게 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녹취> 피해 가죽공장 관계자 : “차량 오토바이가 불나고, 건물도 불나고 이래서 계속 많았잖아요. 이게 누가 전문적으로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녹취> 시장 상인 : “불안하죠. 또 와서 할까 봐 깊은 잠도 못 자. 그렇게 또 오면 어떻게 하지하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전담반을 꾸려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누가 고의로 불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인터뷰> 김병한(강력계장/서울 관악경찰서) : “통상적으로 발화할 수 있는 요인이 없는데 발화가 됐기 때문에 아 이것은 방화로 본다. 우리가 그렇게 추정을 했습니다.”

경찰의 예상대로, 화재 현장 주변에 설치된 CCTV에는 흐릿하게나마 연쇄 방화 용의자가 모습을 나타냅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지난 5일 밤,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이 시장에 나타나, 라이터로 소금자루에 불을 붙이는 장면입니다.

잠시 뒤에는, 3백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는데요.

이번에도 라이터를 꺼내 들고 어딘가에 불을 붙이는 듯한 동작이 확인됩니다.

<인터뷰> 김병한(강력계장/서울 관악경찰서) : “발화 장소가 보면 일정하게 어떤 그 경로를 형성해서 이뤄지더라고요. 어느 한 사람이 자기가 이동하는 통로에서 우발적으로 방화하는구나.”

탐문에 나선 경찰은 CCTV 속 용의자의 모습을 알아본 한 주민의 진술을 확보했고, 얼마간의 잠복 끝에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성공합니다.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는 20대 남성 이 모씨.

이 씨는 사회복무요원 신분이었지만, 불성실한 근무를 이유로 현재 복무가 중지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처음 방화는 지인이 돈을 갚지 않아 술김에 그랬고, 이후에는 여자 친구와의 다툼이 원인이 돼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피의자 : “변변한 직장이 없어서 변변한 직장 때문에 (여자 친구와) 결혼 얘기가 오고 가고 그랬는데 그거 때문에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스트레스를 정말 이상한 데다가 풀어서 그 스트레스로 피해 보신 분들께 정말 사죄드리고 정말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경찰은 이 씨가 이미 확인된 10건의 방화 이외에도, 20건의 방화를 더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씨를 방화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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