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미술 70년 만의 만남

입력 2015.03.21 (08:18) 수정 2015.03.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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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맨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 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 미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북한 거장들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는데요,

그 현장을 이현정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장엄하게 표현한 ‘백두산 천지’

봄의 전령 진달래는 흰 구름이 걸려있는 금강산 자락에 곱게 피었습니다.

백두산과 한라산, 그리고 금강산이 서울 한복판에 모였습니다.

분단을 넘어 남북한의 미술 작품들이 한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남과 북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각 70점씩 총 140점이 시민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어떤 북한 미술 작품들이 소개 될까요?

이른 아침 경복궁 역, 먼 길을 돌아 남한 땅에 온 북한 그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많은 남북한 작가들의 작품이 공동으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녹취> 최상균(국제델픽위원회 사무차장) : "1관 쪽은 원로 선생님들 작품, 돌아가신 선생님 작품이고. 2관은 신진 작품들이... "

전시회장인 경복궁역 서울 메트로 미술관은 시민들을 맞이할 준비로 바삐 움직입니다.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전시회장에 들어선 시민들.

어느새 북한 미술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사실적인 묘사에 빠져듭니다.

<녹취> "(조선화랑 한국화랑 이렇게 갈라진 거예요?) 아무래도 서로 다르게 발전을 했죠. 70년이나 지났으니까, 갈라진 지가.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소박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북한 그림의 특징."

시민들은 우리의 산하를 정겹게 그린 북한 화가들의 작품에 발을 떼지 못합니다.

<인터뷰>최경태(인천 부평구) : "통일, 통일 하는데 문화부터 먼저 (교류해야지). 사람이 먼저 다녀야 해. 좋든 나쁘든"

<인터뷰> 이종효(서울 동작구) : "내가 못 가본 것처럼 그들도 남한에 와서 보고 싶을 텐데. 그런 향수 같은 것, 그런 게 느껴져서 조금 마음이 애틋하고.'

끊임없는 시민들의 발길에 당초 17일 마감 예정이던 전시회는 장소를 옮겨 4월까지 연장됐고,

오는 6월엔 베를린에서 남북한 작가의 합동전도 추진 중입니다.

사실 이 전시회에는 눈 여겨 볼 작가가 있습니다.

북한 최고의 화가로 명성을 날린 선우영 화백, 그리고 월북 작가로 인민예술가 칭호를 얻은 정창모 화백입니다.

<녹취> 최상균(국제델픽위원회 사무차장) : "월북 작가 선생님들도 사실은 고향이 북쪽에 있는 사람들처럼 똑같이 고향인 남쪽을 얼마나 평생 동안 가보고 싶었겠어요. 그런데 생전에 못 오시고 이렇게 작품으로 오셨다는 게 우리 민족의 비극이죠."

남북한은 물론 세계 화단에서도 인정받는 선우영, 정창모 화백.

우리는 두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미국 조선미술협회의 신동훈 회장을 만났습니다.

북한을 100 차례 이상 방문해 두 화가의 작업 과정을 직접 지켜봤던 신 회장의 평은 이렇습니다.

<인터뷰> 신동훈(조선미술협회장) : “한 분(정창모 화백)은 남쪽에서 올라오셔서 북에서 인정하는 최고 화가, 명화가가 되셨고. 선우영 선생님은 평양 출신인데 완전히 다른 장르의 그림을 최고 경지에서 그리셨으니까. 그런데 두 분이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어요.”

고요한 푸른 물이 장엄하게 펼쳐진 백두산 천지.

백두산 향도봉은 따사한 아침 햇살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최초 공개되는 정창모, 선우영 화백의 작품, ‘백두산 천지’, 그리고 ‘향도봉의 해돋이’입니다.

대상물을 화려하고 선명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진채세화’라는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한 선우영 화백.

선우 화백이 남긴 작품들에선 생동감 넘치는 강렬함과 화려한 색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녹취> 故 선우영 화백 : "나는 칼날처럼 예리하고 색감이 강하고 이런 특징이 있어서..."

생전 영상을 통해 그의 거침없는 작화 과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선우 화백은 갈 수 없었던 독도를 그리며 남북한 공동 전시를 꿈꿨는데요.

2009년 타계한 선우 화백의 꿈은 지난달 미국 뉴저지의 한 갤러리에서 뒤늦게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밑그림 없이 한 번에 그려내는 몰골법의 대가, 정창모 화백.

북한 예술가들의 최고 영예인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북한 대표 화가로 남한에 고향을 둔 월북 작갑니다.

한반도의 동쪽 바다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독도. 그 독도의 옹골찬 기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독도의 새벽>

원래 북한 자연을 즐겨 그리던 정 화백은 2010년 타계 전 독도를 소재로 한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녹취> 故 정창모 화백 (2010년) : "(독도는) 우리 땅이란 것을 말하자면 피의 절규로서 그걸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3천여 점의 작품을 남긴 정창모 화백, 작품 곳곳에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녹취> 故 정창모 화백 (2000년) : "통일된 마당에서 정말 서로 자유로이 오가기를 바란다."

지난 2000년 이산가족상봉을 통해 50여 년 만에 남쪽의 동생들과 재회한 정창모 화백.

이 만남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을까요?

상봉 이후 작품에선 남한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 처음 공개된 ‘민족의 비운’과 ‘분계선의 옛 집터’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동훈(조선미술협회 회장) : "다시 누이동생들도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시고, 또 간절하게. 그림에서 보여요, 그런 어떤 간절한 마음이 보이고. 또 그것을 넘어서서 이 분단 세계가 마감되고 빨리 하나가 돼야 당신(정창모 화백)의 삶도 달라지지 않겠냐."

남한 땅을 찾은 두 사람의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들,

아마도 남북 작가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붓을 들 날을 그려보지 않을까요?

<인터뷰> 최상균(국제델픽위원회 사무차장) : "남한 작가들은 백두산에 우리나라 쪽에서 마음 놓고 사생을 하고, 스케치를 하고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또 북한에 계신 미술가 선생님들은 한라산 기슭에서 마음 놓고 백록담도 그리고 제주의 풍광도 그리는 그런 시절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둘로 나뉜 한반도,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온 남북한의 예술.

통일로 가는 지금, 남북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도 문화 예술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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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미술 70년 만의 만남
    • 입력 2015-03-21 08:26:16
    • 수정2015-03-21 14:46:29
    남북의 창
<앵커 맨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 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 미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북한 거장들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는데요,

그 현장을 이현정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장엄하게 표현한 ‘백두산 천지’

봄의 전령 진달래는 흰 구름이 걸려있는 금강산 자락에 곱게 피었습니다.

백두산과 한라산, 그리고 금강산이 서울 한복판에 모였습니다.

분단을 넘어 남북한의 미술 작품들이 한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남과 북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각 70점씩 총 140점이 시민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어떤 북한 미술 작품들이 소개 될까요?

이른 아침 경복궁 역, 먼 길을 돌아 남한 땅에 온 북한 그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많은 남북한 작가들의 작품이 공동으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녹취> 최상균(국제델픽위원회 사무차장) : "1관 쪽은 원로 선생님들 작품, 돌아가신 선생님 작품이고. 2관은 신진 작품들이... "

전시회장인 경복궁역 서울 메트로 미술관은 시민들을 맞이할 준비로 바삐 움직입니다.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전시회장에 들어선 시민들.

어느새 북한 미술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사실적인 묘사에 빠져듭니다.

<녹취> "(조선화랑 한국화랑 이렇게 갈라진 거예요?) 아무래도 서로 다르게 발전을 했죠. 70년이나 지났으니까, 갈라진 지가.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소박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북한 그림의 특징."

시민들은 우리의 산하를 정겹게 그린 북한 화가들의 작품에 발을 떼지 못합니다.

<인터뷰>최경태(인천 부평구) : "통일, 통일 하는데 문화부터 먼저 (교류해야지). 사람이 먼저 다녀야 해. 좋든 나쁘든"

<인터뷰> 이종효(서울 동작구) : "내가 못 가본 것처럼 그들도 남한에 와서 보고 싶을 텐데. 그런 향수 같은 것, 그런 게 느껴져서 조금 마음이 애틋하고.'

끊임없는 시민들의 발길에 당초 17일 마감 예정이던 전시회는 장소를 옮겨 4월까지 연장됐고,

오는 6월엔 베를린에서 남북한 작가의 합동전도 추진 중입니다.

사실 이 전시회에는 눈 여겨 볼 작가가 있습니다.

북한 최고의 화가로 명성을 날린 선우영 화백, 그리고 월북 작가로 인민예술가 칭호를 얻은 정창모 화백입니다.

<녹취> 최상균(국제델픽위원회 사무차장) : "월북 작가 선생님들도 사실은 고향이 북쪽에 있는 사람들처럼 똑같이 고향인 남쪽을 얼마나 평생 동안 가보고 싶었겠어요. 그런데 생전에 못 오시고 이렇게 작품으로 오셨다는 게 우리 민족의 비극이죠."

남북한은 물론 세계 화단에서도 인정받는 선우영, 정창모 화백.

우리는 두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미국 조선미술협회의 신동훈 회장을 만났습니다.

북한을 100 차례 이상 방문해 두 화가의 작업 과정을 직접 지켜봤던 신 회장의 평은 이렇습니다.

<인터뷰> 신동훈(조선미술협회장) : “한 분(정창모 화백)은 남쪽에서 올라오셔서 북에서 인정하는 최고 화가, 명화가가 되셨고. 선우영 선생님은 평양 출신인데 완전히 다른 장르의 그림을 최고 경지에서 그리셨으니까. 그런데 두 분이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어요.”

고요한 푸른 물이 장엄하게 펼쳐진 백두산 천지.

백두산 향도봉은 따사한 아침 햇살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최초 공개되는 정창모, 선우영 화백의 작품, ‘백두산 천지’, 그리고 ‘향도봉의 해돋이’입니다.

대상물을 화려하고 선명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진채세화’라는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한 선우영 화백.

선우 화백이 남긴 작품들에선 생동감 넘치는 강렬함과 화려한 색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녹취> 故 선우영 화백 : "나는 칼날처럼 예리하고 색감이 강하고 이런 특징이 있어서..."

생전 영상을 통해 그의 거침없는 작화 과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선우 화백은 갈 수 없었던 독도를 그리며 남북한 공동 전시를 꿈꿨는데요.

2009년 타계한 선우 화백의 꿈은 지난달 미국 뉴저지의 한 갤러리에서 뒤늦게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밑그림 없이 한 번에 그려내는 몰골법의 대가, 정창모 화백.

북한 예술가들의 최고 영예인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북한 대표 화가로 남한에 고향을 둔 월북 작갑니다.

한반도의 동쪽 바다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독도. 그 독도의 옹골찬 기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독도의 새벽>

원래 북한 자연을 즐겨 그리던 정 화백은 2010년 타계 전 독도를 소재로 한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녹취> 故 정창모 화백 (2010년) : "(독도는) 우리 땅이란 것을 말하자면 피의 절규로서 그걸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3천여 점의 작품을 남긴 정창모 화백, 작품 곳곳에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녹취> 故 정창모 화백 (2000년) : "통일된 마당에서 정말 서로 자유로이 오가기를 바란다."

지난 2000년 이산가족상봉을 통해 50여 년 만에 남쪽의 동생들과 재회한 정창모 화백.

이 만남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을까요?

상봉 이후 작품에선 남한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 처음 공개된 ‘민족의 비운’과 ‘분계선의 옛 집터’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동훈(조선미술협회 회장) : "다시 누이동생들도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시고, 또 간절하게. 그림에서 보여요, 그런 어떤 간절한 마음이 보이고. 또 그것을 넘어서서 이 분단 세계가 마감되고 빨리 하나가 돼야 당신(정창모 화백)의 삶도 달라지지 않겠냐."

남한 땅을 찾은 두 사람의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들,

아마도 남북 작가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붓을 들 날을 그려보지 않을까요?

<인터뷰> 최상균(국제델픽위원회 사무차장) : "남한 작가들은 백두산에 우리나라 쪽에서 마음 놓고 사생을 하고, 스케치를 하고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또 북한에 계신 미술가 선생님들은 한라산 기슭에서 마음 놓고 백록담도 그리고 제주의 풍광도 그리는 그런 시절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둘로 나뉜 한반도,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온 남북한의 예술.

통일로 가는 지금, 남북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도 문화 예술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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