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 현지지도’ 에 담긴 정치학

입력 2015.03.21 (08:07) 수정 2015.03.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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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현장을 가는 북한식 통치수단인 ‘현지지도’가 김정은 시대 들어 횟수가 부쩍 늘고, 양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지지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또 현지지도가 지닌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원산 앞바다 신도 방어중대 현지지도가 공개됐다.

김정은은 식량 창고와 목욕탕, 축사까지 살피는 이른바 ‘애민 행보’를 선보였다.

<녹취>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병실, 교양실, 세목장, 식당, 콩 창고, 축사, 무난방 온실들을 돌아보시면서 군인들의 생활을 친어버이 심정으로 따뜻이 보살펴 주셨습니다.”

이날 김정은을 수행한 인물은 여동생 김여정, 단 한사람이었다.

<녹취>조선중앙TV :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여정 동지가 동행하였습니다.”

군부대 시찰에 김여정만 동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 부문을 넘어 군사 부문까지, 김여정은 활발한 현지지도 수행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북한 매체가 거의 매일 전하고 있는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소식.

북한의 ‘현지지도 통치’는 김일성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근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한 김일성은 자신의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라 전국의 공장과 농촌, 어촌, 군부대라고 말할 만큼, 현지지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녹취> 김일성 기록영화 : “현지지도의 그 바쁘신 길에서도 희생된 전우의 혈육을 불러 만나주시면서 잘 싸운 동무였다고, 그 동무를 잊을 수 없다고 하신 어버이 수령님. 생활에 불편은 없는가, 건강은 어떤가 세심히 알아보시며...”

49년의 집권 기간 8,650일, 약 2만 600개 단위를 현지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조선중앙TV(2010년 2월 ) : “위대한 장군님께서 서부에서 동부로, 또다시 북방으로 수천, 수만리 초강도 경제 지도의 길을 이어가신 불멸의 헌신 속에 변혁의 날과 달이 흘렀습니다.”

후계자로 결정될 당시의 김정은처럼 김정일 역시 김일성의 현지지도에 동행하며 후계자로서 명분을 쌓았다. 당중앙위원회에 배치된 이후 김정일은 정치 활동의 1/3에 해당하는 시간을 현지지도로 보냈다고 북한당국은 선전하고 있다.

북한이 대를 이어 ‘현지지도 정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최고지도자의 우상화와 체제선전에 효과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현지지도를 통해 그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상황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왔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관영 매체는 이러한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를 가지고 소위 그 위대성을 주민들에게 선전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지도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그가 어떤 구상과 정책을 가지고 북한을 통치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장에서 밝힌 최고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곧바로 교시이자 정책이 된다. ‘1월 8일 수산사업소’ 건설이 단적인 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월) : “전국의 육아원, 애육원, 초등 및 중등학원, 양로원들에 물고기를 전문적으로 보장하는 수산사업소를 인민군대에 조직할 데 대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을 현지에서 하달하셨습니다.”

김정은은 군부대가 만든 수산물냉동시설 현지지도 당시, 취약계층을 위한 수산사업소 건설을 지시했고, 3개월 후 김정은의 생일을 딴 ‘1월 8일 수산사업소’가 건립됐다.

이처럼 현지지도는 최고지도자의 현장지시를 정책에 직접 반영하는 중앙집권적 통치행위인 셈이다.

최근 김정은의 발길이 잦은 곳은 수산사업소와 버섯공장이다.

그물 가득한 물고기를 보며 커다란 기쁨을 표현하는가 하면, 버섯 배양실을 둘러보며 주민들에게 단백질 공급량을 늘리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월) : “우리나라를 버섯의 나라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하시면서…”

김정은은 농업과 수산업에 ‘공장식 경영’ 도입을 지시하는 등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지지도 현장에서 이른바 ‘스킨십 정치’도 활발한 편이다.

주민과의 악수는 기본이고, 팔짱에 포옹까지 서슴지 않는다. 부모 잃은 고아들에게 측은한 마음을 드러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공개됐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월) : "장내는 눈물의 바다를 이루었고, 아이들을 바라보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눈가에도 뜨거운 것이 젖어 올랐습니다.“

‘친근한 지도자’를 표방했던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과 유사하다.

사전예고 없는 ‘불시 현지지도’도 등장했다.

<녹취>조선중앙TV(지난 1월) :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 구분대(공수부대)들의 야간 훈련을 지도하셨습니다."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침투 훈련, 붓한 매체는 병사들의 야간전투 능력을 검열하고자 김정은이 불시에 훈련을 조직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즉흥적인 현지지도 스타일에 수행원 규모는 줄어들었고, 경호는 더욱 삼엄해졌다.

철저한 계획 아래 소수의 주민과만 접촉했던 김정일 시대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현장을 방문해서 직접적으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지시하고 관료들에게 그런 문제점에 대해서 처벌을 할 수 있는 그런 메커니즘이 현지지도에서 작동했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도 역시 젊은 지도자가 이 관료를 장악하고 이런 정책 운영에 있어서 나름대로 통치적인 측면의 원활함을 갖기 위해서는 현지지도라는 수단이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취> 고영희(기록영화/2011년 제작) : “제대 군인 부부의 살림집들을 찾으셨을 때도 대견한 자식들을 만난 친어머니의 마음으로 그들의 생활을 보살펴주신 어머니.”

김정은의 생모이자 김정일의 부인, 고영희.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함께하며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했지만, 매체에 공개되기는 2012년, 김정일 사망 이후 1년이 지난 뒤였다.

반면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부인 리설주와의 공개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부족한 연륜에서 오는 불안감을 지우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김정은이 아버지와 다르게 그의 공식 활동에 리설주를 자주 동행시킨 것은 그의 젊은 나이가 주민들에게 줄 수 있는 불안정감을 해소하고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지지도는 지도자를 수행하는 횟수에 따라 권력 서열을 파악할 수 있는, ‘권력의 가늠자’ 역할도 하고 있다.

2인자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최룡해와 황병서.

최근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강등되며, 황병서가 다시 한 번 서열 2위에 올라섰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8일) : “황병서 동지, 최룡해 동지, 리재일 동지, 리병철 동지, 김여정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황병서는 올해 들어 19회로, 지난해에 이어 현지지도 수행 횟수가 가장 많은 반면, 최룡해는 3회에 그친다.

현지지도를 통해 권력의 부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김정은 공개 활동 수행임무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현재 어떤 인물들이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최룡해는 김정은의 신임을 어느 정도 상실함에 따라 올해 그의 수행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현지지도를 통해 부상한 인물은 단연 김여정,

지난해 스물일곱 나이로 최연소 부부장에 오른 김여정은 올해 현지지도 수행 횟수 역시 황병서와 한광상 당 재정부장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최룡해의 역할 축소와 맞물려 김여정의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측근을 테스트하고 있고 계속 뭔가 그걸 통해서 측근을 갖다가 선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굉장히 그런 불안정한 과정에서 옆에서 그런 지도자를 코디해주고 뭔가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에 가까운 특히 여러 성향들을 알고 보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가족인 김여정이 가장 유리하지 않을까.”

그러나 현지지도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현지지도를 앞두고 주민들은 생계까지 포기해가며 마을 꾸미기에 동원된다고 한다.

동원에 참가하지 못하면 벌금 형식의 돈을 내야 하기에 주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터뷰> 이소연(2008년 탈북) : “정말 낮과 밤이 따로 없이 나와서 그 시설을 새롭게 만들기 인력을 모두 동원돼서 해야 하고 부족한 자재는 걷어가면서 자재를 모아야 되고 또 돈이 따라줘야 되고 그러다 보니 밤에 잠도 못자죠 정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달픈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현지지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내린 지시들이 의무적으로 집행되다 보니, 근시안적인 정책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인터뷰> 이소연 (2008년 탈북) : “김정일이나 김정은은 말로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고요 그 옆의 일꾼들이 알아서 그 공사 현장을 벌려야 하는데 그 공사나 또는 현장을 새롭게 보수하기 위한 인력 동원 밖에 없기 때문에 아주 힘든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요 또 혜택 같은 것은 한번 왔다 갔기 때문에 그냥 현지 지도 받았고 그런 중앙당 혜택이 있겠지만 한 두 번의 선물로 끝날 뿐이지 실질적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은 일반 사람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통치자에 의해서 모든 것이 다 결정되기 때문에 부처 간 어떤 협력을 한 상태에서 뭐 정책이 건의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부처별로 제의서 형태로 최고지도자에게 건네지고 최고지도자가 그것이 오케이하면 모든 것이 다, 다른 부처의 요구라든가 이런 것이 무시되는 방식. 그래서 정책이 집행되고 하는 과정에서의 어떤 혼선, 경쟁 갈등 등이 상당히 유발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대중의 삶 속으로 다가가 실상에 맞는 정책을 펴겠다며 시작된 북한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집권 4년차를 맞아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지만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실을 맺을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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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 현지지도’ 에 담긴 정치학
    • 입력 2015-03-21 08:23:40
    • 수정2015-03-21 09: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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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현장을 가는 북한식 통치수단인 ‘현지지도’가 김정은 시대 들어 횟수가 부쩍 늘고, 양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지지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지, 또 현지지도가 지닌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원산 앞바다 신도 방어중대 현지지도가 공개됐다.

김정은은 식량 창고와 목욕탕, 축사까지 살피는 이른바 ‘애민 행보’를 선보였다.

<녹취>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병실, 교양실, 세목장, 식당, 콩 창고, 축사, 무난방 온실들을 돌아보시면서 군인들의 생활을 친어버이 심정으로 따뜻이 보살펴 주셨습니다.”

이날 김정은을 수행한 인물은 여동생 김여정, 단 한사람이었다.

<녹취>조선중앙TV :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여정 동지가 동행하였습니다.”

군부대 시찰에 김여정만 동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 부문을 넘어 군사 부문까지, 김여정은 활발한 현지지도 수행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북한 매체가 거의 매일 전하고 있는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소식.

북한의 ‘현지지도 통치’는 김일성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근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한 김일성은 자신의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라 전국의 공장과 농촌, 어촌, 군부대라고 말할 만큼, 현지지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녹취> 김일성 기록영화 : “현지지도의 그 바쁘신 길에서도 희생된 전우의 혈육을 불러 만나주시면서 잘 싸운 동무였다고, 그 동무를 잊을 수 없다고 하신 어버이 수령님. 생활에 불편은 없는가, 건강은 어떤가 세심히 알아보시며...”

49년의 집권 기간 8,650일, 약 2만 600개 단위를 현지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조선중앙TV(2010년 2월 ) : “위대한 장군님께서 서부에서 동부로, 또다시 북방으로 수천, 수만리 초강도 경제 지도의 길을 이어가신 불멸의 헌신 속에 변혁의 날과 달이 흘렀습니다.”

후계자로 결정될 당시의 김정은처럼 김정일 역시 김일성의 현지지도에 동행하며 후계자로서 명분을 쌓았다. 당중앙위원회에 배치된 이후 김정일은 정치 활동의 1/3에 해당하는 시간을 현지지도로 보냈다고 북한당국은 선전하고 있다.

북한이 대를 이어 ‘현지지도 정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최고지도자의 우상화와 체제선전에 효과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현지지도를 통해 그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상황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왔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관영 매체는 이러한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를 가지고 소위 그 위대성을 주민들에게 선전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지도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그가 어떤 구상과 정책을 가지고 북한을 통치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장에서 밝힌 최고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곧바로 교시이자 정책이 된다. ‘1월 8일 수산사업소’ 건설이 단적인 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1월) : “전국의 육아원, 애육원, 초등 및 중등학원, 양로원들에 물고기를 전문적으로 보장하는 수산사업소를 인민군대에 조직할 데 대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을 현지에서 하달하셨습니다.”

김정은은 군부대가 만든 수산물냉동시설 현지지도 당시, 취약계층을 위한 수산사업소 건설을 지시했고, 3개월 후 김정은의 생일을 딴 ‘1월 8일 수산사업소’가 건립됐다.

이처럼 현지지도는 최고지도자의 현장지시를 정책에 직접 반영하는 중앙집권적 통치행위인 셈이다.

최근 김정은의 발길이 잦은 곳은 수산사업소와 버섯공장이다.

그물 가득한 물고기를 보며 커다란 기쁨을 표현하는가 하면, 버섯 배양실을 둘러보며 주민들에게 단백질 공급량을 늘리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1월) : “우리나라를 버섯의 나라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하시면서…”

김정은은 농업과 수산업에 ‘공장식 경영’ 도입을 지시하는 등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지지도 현장에서 이른바 ‘스킨십 정치’도 활발한 편이다.

주민과의 악수는 기본이고, 팔짱에 포옹까지 서슴지 않는다. 부모 잃은 고아들에게 측은한 마음을 드러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공개됐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월) : "장내는 눈물의 바다를 이루었고, 아이들을 바라보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눈가에도 뜨거운 것이 젖어 올랐습니다.“

‘친근한 지도자’를 표방했던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과 유사하다.

사전예고 없는 ‘불시 현지지도’도 등장했다.

<녹취>조선중앙TV(지난 1월) :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 구분대(공수부대)들의 야간 훈련을 지도하셨습니다."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침투 훈련, 붓한 매체는 병사들의 야간전투 능력을 검열하고자 김정은이 불시에 훈련을 조직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즉흥적인 현지지도 스타일에 수행원 규모는 줄어들었고, 경호는 더욱 삼엄해졌다.

철저한 계획 아래 소수의 주민과만 접촉했던 김정일 시대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현장을 방문해서 직접적으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지시하고 관료들에게 그런 문제점에 대해서 처벌을 할 수 있는 그런 메커니즘이 현지지도에서 작동했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도 역시 젊은 지도자가 이 관료를 장악하고 이런 정책 운영에 있어서 나름대로 통치적인 측면의 원활함을 갖기 위해서는 현지지도라는 수단이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취> 고영희(기록영화/2011년 제작) : “제대 군인 부부의 살림집들을 찾으셨을 때도 대견한 자식들을 만난 친어머니의 마음으로 그들의 생활을 보살펴주신 어머니.”

김정은의 생모이자 김정일의 부인, 고영희.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함께하며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했지만, 매체에 공개되기는 2012년, 김정일 사망 이후 1년이 지난 뒤였다.

반면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부인 리설주와의 공개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부족한 연륜에서 오는 불안감을 지우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김정은이 아버지와 다르게 그의 공식 활동에 리설주를 자주 동행시킨 것은 그의 젊은 나이가 주민들에게 줄 수 있는 불안정감을 해소하고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지지도는 지도자를 수행하는 횟수에 따라 권력 서열을 파악할 수 있는, ‘권력의 가늠자’ 역할도 하고 있다.

2인자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최룡해와 황병서.

최근 최룡해가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강등되며, 황병서가 다시 한 번 서열 2위에 올라섰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8일) : “황병서 동지, 최룡해 동지, 리재일 동지, 리병철 동지, 김여정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황병서는 올해 들어 19회로, 지난해에 이어 현지지도 수행 횟수가 가장 많은 반면, 최룡해는 3회에 그친다.

현지지도를 통해 권력의 부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김정은 공개 활동 수행임무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현재 어떤 인물들이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최룡해는 김정은의 신임을 어느 정도 상실함에 따라 올해 그의 수행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현지지도를 통해 부상한 인물은 단연 김여정,

지난해 스물일곱 나이로 최연소 부부장에 오른 김여정은 올해 현지지도 수행 횟수 역시 황병서와 한광상 당 재정부장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최룡해의 역할 축소와 맞물려 김여정의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측근을 테스트하고 있고 계속 뭔가 그걸 통해서 측근을 갖다가 선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굉장히 그런 불안정한 과정에서 옆에서 그런 지도자를 코디해주고 뭔가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에 가까운 특히 여러 성향들을 알고 보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가족인 김여정이 가장 유리하지 않을까.”

그러나 현지지도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현지지도를 앞두고 주민들은 생계까지 포기해가며 마을 꾸미기에 동원된다고 한다.

동원에 참가하지 못하면 벌금 형식의 돈을 내야 하기에 주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터뷰> 이소연(2008년 탈북) : “정말 낮과 밤이 따로 없이 나와서 그 시설을 새롭게 만들기 인력을 모두 동원돼서 해야 하고 부족한 자재는 걷어가면서 자재를 모아야 되고 또 돈이 따라줘야 되고 그러다 보니 밤에 잠도 못자죠 정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달픈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현지지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내린 지시들이 의무적으로 집행되다 보니, 근시안적인 정책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인터뷰> 이소연 (2008년 탈북) : “김정일이나 김정은은 말로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고요 그 옆의 일꾼들이 알아서 그 공사 현장을 벌려야 하는데 그 공사나 또는 현장을 새롭게 보수하기 위한 인력 동원 밖에 없기 때문에 아주 힘든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요 또 혜택 같은 것은 한번 왔다 갔기 때문에 그냥 현지 지도 받았고 그런 중앙당 혜택이 있겠지만 한 두 번의 선물로 끝날 뿐이지 실질적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은 일반 사람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통치자에 의해서 모든 것이 다 결정되기 때문에 부처 간 어떤 협력을 한 상태에서 뭐 정책이 건의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부처별로 제의서 형태로 최고지도자에게 건네지고 최고지도자가 그것이 오케이하면 모든 것이 다, 다른 부처의 요구라든가 이런 것이 무시되는 방식. 그래서 정책이 집행되고 하는 과정에서의 어떤 혼선, 경쟁 갈등 등이 상당히 유발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대중의 삶 속으로 다가가 실상에 맞는 정책을 펴겠다며 시작된 북한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집권 4년차를 맞아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지만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실을 맺을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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