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만에 ‘활활’…CCTV 속 화재 현장

입력 2015.03.23 (12:01) 수정 2015.03.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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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텐트 한 구석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모든 걸 집어삼켰습니다.

손 쓸 틈조차 없이 5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안타까운 순간들이 캠핑장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먼저 김수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른들이 텐트에 들어간 지 한 시간 쯤 지난 새벽 2시 9분, 캠핑장 텐트 왼쪽 구석에서 불빛이 번쩍입니다.

순식간에 불길이 퍼지더니, 3분만에 5미터 높이의 텐트 전체가 화염에 휩싸입니다.

어린아이의 비명을 듣고 옆 텐트에서 잠을 자다 뛰쳐나온 43살 박모씨가 급히 텐트 입구를 열고, 그 사이 뛰어 온 다른 남성이 입구에 서 있던 아이를 구조합니다.

구조된 아이는 놀라, 마당에 쓰러집니다.

불길은 금세 옆 텐트로 번지고, 옆 텐트에 묵고 있던 아이도 긴급히 대피합니다.

소화기를 분사하고 화장실에서 떠온 물도 끼얹어 보지만, 역부족입니다.

불이 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텐트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 변조) : "옆에서 펑하는 소리가 나고. 불이 순식간에 번졌고. 안 번지게 하려고 물 끼얹었다."

의사인 천 씨와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씨는 중학교 동창 사이로 매우 친했으며, 가족끼리도 잘 알고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화마는 두 가정의 든든했던 가장과 채 피지 못한 아이들의 생명마저 앗아갔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앵커 멘트>

이번에 불이 난 곳은 일반 캠핑장이 아닌 글램핑장이라고 부릅니다.

화려하다는 의미의 '글래머러스'와 '캠핑'의 합성어로, 침대나 냉장고, TV 같은 편의 도구가 갖춰진 시설에서 안락하게 즐기는 캠핑을 말합니다.

야영 장비를 일일이 챙겨 떠나는 일반 캠핑과 달리 몸만 가면 되는 편리성 덕에 최근 이용객이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글램핑 탠트가 건축물도, 비건축물도 아닌 모호한 형태 탓에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지붕과 벽면 전기 콘센트까지 가설 주택처럼 운영되지만 텐트 형태라는 이유로 건축물에 적용되는 소방시설 기준과 안전 규정에서 제외됩니다.

이번에 불이 난 원뿔형 텐트, 일명 인디언 텐트는 일반 텐트와 달리 출입구가 하나 뿐입니다.

텐트 안에서 불이 나면 불길이 밖으로 퍼지는 게 아니라 먼저 천막 안에서 확 돌면서 급속히 산소를 고갈시키는 구좁니다.

글램핑장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정작 안전에는 여러 구멍이 뚫려있는 셈입니다.

계속해서 고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고 난 ‘글램핑 텐트’…안전은 사각

불이 난 텐트와 같은 텐트의 내붑니다.

16 제곱미터 크기에, 전기 열선을 깐 난방 시설은 물론,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에 전기 콘센트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른바 '글램핑'용 텐트인데, 건축물이 아니라서 신고도 돼 있지 않고, 소방법 적용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글램핑 업체 관계자 (음성변조) : "신고기준이라든가 허가기준이 없어가지고요. 일반적으로 야영장 해놓고서 (글램핑) 텐트 설치하고.."

텐트용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폴리에스테르 천입니다.

실제로 불이 붙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실험해보겠습니다.

불티가 옮겨붙자 조금씩 천을 따라 불이 번지더니,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뼈대만 남고 다 타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텐트에 불이 붙는 걸 막기 위해 방염 처리 된 천으로 텐트를 만들어도 외부에 노출돼 있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텐트에선 온열기구 대신 침낭과 뜨거운 물통 등의 보온장비를 활용하는 게 안전합니다.

<인터뷰> 이창우 (교수/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 "불편함을 감수하고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전기제품, 가스제품 이런 것들을 가급적 최소한으로 사용을 하시는 게 맞고요."

소방 전문가들은 숙박시설에 가까운 글램핑 텐트는 내부에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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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분 만에 ‘활활’…CCTV 속 화재 현장
    • 입력 2015-03-23 12:04:04
    • 수정2015-03-23 12: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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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텐트 한 구석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모든 걸 집어삼켰습니다.

손 쓸 틈조차 없이 5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안타까운 순간들이 캠핑장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먼저 김수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른들이 텐트에 들어간 지 한 시간 쯤 지난 새벽 2시 9분, 캠핑장 텐트 왼쪽 구석에서 불빛이 번쩍입니다.

순식간에 불길이 퍼지더니, 3분만에 5미터 높이의 텐트 전체가 화염에 휩싸입니다.

어린아이의 비명을 듣고 옆 텐트에서 잠을 자다 뛰쳐나온 43살 박모씨가 급히 텐트 입구를 열고, 그 사이 뛰어 온 다른 남성이 입구에 서 있던 아이를 구조합니다.

구조된 아이는 놀라, 마당에 쓰러집니다.

불길은 금세 옆 텐트로 번지고, 옆 텐트에 묵고 있던 아이도 긴급히 대피합니다.

소화기를 분사하고 화장실에서 떠온 물도 끼얹어 보지만, 역부족입니다.

불이 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텐트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 변조) : "옆에서 펑하는 소리가 나고. 불이 순식간에 번졌고. 안 번지게 하려고 물 끼얹었다."

의사인 천 씨와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씨는 중학교 동창 사이로 매우 친했으며, 가족끼리도 잘 알고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화마는 두 가정의 든든했던 가장과 채 피지 못한 아이들의 생명마저 앗아갔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앵커 멘트>

이번에 불이 난 곳은 일반 캠핑장이 아닌 글램핑장이라고 부릅니다.

화려하다는 의미의 '글래머러스'와 '캠핑'의 합성어로, 침대나 냉장고, TV 같은 편의 도구가 갖춰진 시설에서 안락하게 즐기는 캠핑을 말합니다.

야영 장비를 일일이 챙겨 떠나는 일반 캠핑과 달리 몸만 가면 되는 편리성 덕에 최근 이용객이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글램핑 탠트가 건축물도, 비건축물도 아닌 모호한 형태 탓에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지붕과 벽면 전기 콘센트까지 가설 주택처럼 운영되지만 텐트 형태라는 이유로 건축물에 적용되는 소방시설 기준과 안전 규정에서 제외됩니다.

이번에 불이 난 원뿔형 텐트, 일명 인디언 텐트는 일반 텐트와 달리 출입구가 하나 뿐입니다.

텐트 안에서 불이 나면 불길이 밖으로 퍼지는 게 아니라 먼저 천막 안에서 확 돌면서 급속히 산소를 고갈시키는 구좁니다.

글램핑장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정작 안전에는 여러 구멍이 뚫려있는 셈입니다.

계속해서 고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고 난 ‘글램핑 텐트’…안전은 사각

불이 난 텐트와 같은 텐트의 내붑니다.

16 제곱미터 크기에, 전기 열선을 깐 난방 시설은 물론, 냉장고와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에 전기 콘센트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른바 '글램핑'용 텐트인데, 건축물이 아니라서 신고도 돼 있지 않고, 소방법 적용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글램핑 업체 관계자 (음성변조) : "신고기준이라든가 허가기준이 없어가지고요. 일반적으로 야영장 해놓고서 (글램핑) 텐트 설치하고.."

텐트용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폴리에스테르 천입니다.

실제로 불이 붙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실험해보겠습니다.

불티가 옮겨붙자 조금씩 천을 따라 불이 번지더니,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뼈대만 남고 다 타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텐트에 불이 붙는 걸 막기 위해 방염 처리 된 천으로 텐트를 만들어도 외부에 노출돼 있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텐트에선 온열기구 대신 침낭과 뜨거운 물통 등의 보온장비를 활용하는 게 안전합니다.

<인터뷰> 이창우 (교수/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 "불편함을 감수하고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전기제품, 가스제품 이런 것들을 가급적 최소한으로 사용을 하시는 게 맞고요."

소방 전문가들은 숙박시설에 가까운 글램핑 텐트는 내부에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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