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그라운드 위의 꿈 ‘FC미래’

입력 2015.04.11 (08:19) 수정 2015.04.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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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만 되면 축구를 통해 함께 꿈을 키워가는 젊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바로 탈북 청년들만으로 이루어진 FC미래 축구단 얘기인데요.

이현정 리포터가 이들 탈북 축구 선수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운동장을 거침없이 가르는 드리블!

힘이 실린 강력한 슛팅.

그리고 철저한 대인 방어까지.

날렵한 축구실력을 뽐내는 청년들, 도대체 누구일까요?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교 운동장입니다.

매주 일요일 같은 시간 축구 경기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일주일 중 오늘만 기다리는 사람들, FC미래 축구단입니다.

탈북 청년 마흔 명으로 이뤄진 FC미래 축구단.

5년 전 창단 때만 해도 몸 따로 공 따로, 심할 때는 0:20의 쓴 패배를 맛보기도 했는데요.

<녹취> 최현준(통일미래연대 대표) : "꿈과 희망 나눔, 이런 축구 대회입니다. 축구 대회에서 저희들이 우승해서 우승상 받았고요."

이젠 우승을 논할 정도로 일취월장 했습니다.

FC미래의 자랑은 실력보다는 가족처럼 똘똘 뭉친 팀워크라고 하는데요.

<녹취> 최현준(통일미래연대 대표) : "순전히 축구로만 하라고 저희가 이 축구단을 조직한 게 아닙니다. 서로 형제로 만나서 이 과정에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고 외로움도 덜면서도 사회 정착에 필요한 정보도 서로 교환하고..."

이웃에 살던 탈북 청년이 남한 사회에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종적을 감춘 데 충격을 받은 최 대표.

<녹취> 최현준(통일미래연대 대표) : "내가 미리 잡아줬으면 됐을 걸 하는 후회가 엄청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모은 게) 지금 우리 회원들입니다. 탈북 청년들."

탈북 청년들의 정착을 돕고자 FC미래를 창단한 최 대표는 축구를 통해 안정을 찾아가는 팀원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평소,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벚꽃이 만개한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북녘에 고향을 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FC미래에 들어갔다는 새내기, 김강남 선수를 만났습니다.

<녹취> 김강남(FC미래 선수) : "(지금 어디가시는 건가요?) 저 수업 가고 있습니다. 전공 수업."

<녹취> 최응렬(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번 시간에 배울 내용들이 주로 경비위해요소가 뭐냐..."

주말엔 운동장 위에서, 평일엔 책상 앞에서 열정을 쏟는 김강남 선수입니다.

<녹취> 김강남(FC미래 선수) : "원래는 하늘같은 선배인데 동생하고 형님 사이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수업이 끝나고 오랜만에 과 선배지만 나이는 동생인 병훈씨를 만났습니다.

<녹취> 유병훈(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옛날에 축구 모임에 있었는데, 같이 축구 했었어요."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는 ‘축구’, 선배에게 입단 소식을 알립니다.

<녹취> "축구 동아리 이번에 다니는데."

<녹취> "이번에 (동아리) 해요, 형?"

<녹취> "그런데 거기서 제일 공을 잘 차는 사람이 나야.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녹취> "에이, 내가 형 실력을 아는데."

객쩍은 변명은 뒤로하고 병훈씨와 나란히 저녁 식탁 앞에 앉았습니다.

<녹취> "이거랑 (북한 족발이랑) 똑같아요, 그러면?"

<녹취> "음식마다 조금 다른데 맛은 이거보다 더 맛있어."

술까지 한잔 걸치니 속에 감춰 뒀던 깊은 얘기까지 나옵니다.

<녹취> 김강남(FC미래 선수) : "내가 이 친구하고 지금 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게임이 안 된다는 거지."

<녹취> 유병훈(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형은 근데 형만의 그런 독특한 분야가 있으니까, 형은 누구도 형을 따라 올 수 없잖아요. 그 분야에서는."

태어난 곳은 달라도 똑같이 사회의 출발선에 함께 서있는 두 사람.

학생 김강남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그리고 일요일.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미래FC 선수들이 지역 축구동호회 강북FC 선수들과 마주 섰는데요.

경기는 전, 후반 각각 25분! 불꽃 튀는 승부가 시작됐습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집요하게 공을 쫓아가며 일진일퇴가 거듭되는데...

선제골은 강북FC의 차지.

미래FC의 공격은 철통같은 수비에 번번이 막히고 맙니다.

<녹취> "광일아 아빠 운동하잖아, 아빠 이겨요!"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다시 전력을 다해 운동장을 누빕니다.

<녹취> "진혁이하고 동희하고 저쪽에 붙어 있어!"

<녹취> "뭐든지 딱 경기장 안에 들어가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알아서 해 봐."

아쉽게도 경기는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에 승부는 중요치 않습니다.

<녹취> 채훈기(FC강북 감독) : "탈북을 했기 때문에 약간 좀 무섭다고 해야 되나? 지금은 많이 보고, 거의 가족처럼 생활하다 보니까..."

<녹취> 이광현(FC강북 선수) : "초반에는 조금 티격태격하는 것도 있었는데 매주 차다 보니까 다 친해지고 인사도 나누고 더 좋아지고도 하고..."

주말에 축구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들.

하지만 탈북자라는 이유로 남몰래 눈물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축구는 힘든 장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정착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습니다.

<녹취> "오늘 다들 수고하셨고요. 저희 미래FC 항상 좋은 모습으로 축구하길 바라겠습니다. 자 건배하시죠!"

<녹취> "미래FC! (파이팅, 위하여!)

보글보글, 맛있게 끓어오르는 저녁 식사.

<녹취> “야, 고기 좀 더 넣고.”

한바탕 열심히 뛰고 나니 밥맛이 더욱 꿀맛입니다.

<녹취> 최진구(FC미래 선수) : "전에 먹던 닭갈비랑 뭔가 차원이 달라요. 운동 끝나고 그리고 한 팀 같이 이렇게 한 자리 앉아 먹으니까 더 맛있고..."

내일이면 FC미래 선수들은 학교로, 일터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축구, 그리고 서로를 생각하며 다시 돌아올 일요일을 기다리겠죠?

<녹취> 박남일(FC미래 사무국장) : "축구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한 형제처럼 생활을 해가면서 이 사회에 바르게 정착해서 어엿한 사람이 되는 게 제일 큰 바람이죠."

<녹취> 최진구(FC미래 선수) : "앞으로도 그냥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쭉 그냥 아파서 축구 못할 때까지, 늙을 때까지 그냥 같이 쭉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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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그라운드 위의 꿈 ‘FC미래’
    • 입력 2015-04-11 08:23:59
    • 수정2015-04-11 10:08:44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만 되면 축구를 통해 함께 꿈을 키워가는 젊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바로 탈북 청년들만으로 이루어진 FC미래 축구단 얘기인데요.

이현정 리포터가 이들 탈북 축구 선수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운동장을 거침없이 가르는 드리블!

힘이 실린 강력한 슛팅.

그리고 철저한 대인 방어까지.

날렵한 축구실력을 뽐내는 청년들, 도대체 누구일까요?

서울 노원구의 한 대학교 운동장입니다.

매주 일요일 같은 시간 축구 경기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일주일 중 오늘만 기다리는 사람들, FC미래 축구단입니다.

탈북 청년 마흔 명으로 이뤄진 FC미래 축구단.

5년 전 창단 때만 해도 몸 따로 공 따로, 심할 때는 0:20의 쓴 패배를 맛보기도 했는데요.

<녹취> 최현준(통일미래연대 대표) : "꿈과 희망 나눔, 이런 축구 대회입니다. 축구 대회에서 저희들이 우승해서 우승상 받았고요."

이젠 우승을 논할 정도로 일취월장 했습니다.

FC미래의 자랑은 실력보다는 가족처럼 똘똘 뭉친 팀워크라고 하는데요.

<녹취> 최현준(통일미래연대 대표) : "순전히 축구로만 하라고 저희가 이 축구단을 조직한 게 아닙니다. 서로 형제로 만나서 이 과정에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고 외로움도 덜면서도 사회 정착에 필요한 정보도 서로 교환하고..."

이웃에 살던 탈북 청년이 남한 사회에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종적을 감춘 데 충격을 받은 최 대표.

<녹취> 최현준(통일미래연대 대표) : "내가 미리 잡아줬으면 됐을 걸 하는 후회가 엄청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모은 게) 지금 우리 회원들입니다. 탈북 청년들."

탈북 청년들의 정착을 돕고자 FC미래를 창단한 최 대표는 축구를 통해 안정을 찾아가는 팀원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평소,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벚꽃이 만개한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북녘에 고향을 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FC미래에 들어갔다는 새내기, 김강남 선수를 만났습니다.

<녹취> 김강남(FC미래 선수) : "(지금 어디가시는 건가요?) 저 수업 가고 있습니다. 전공 수업."

<녹취> 최응렬(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번 시간에 배울 내용들이 주로 경비위해요소가 뭐냐..."

주말엔 운동장 위에서, 평일엔 책상 앞에서 열정을 쏟는 김강남 선수입니다.

<녹취> 김강남(FC미래 선수) : "원래는 하늘같은 선배인데 동생하고 형님 사이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수업이 끝나고 오랜만에 과 선배지만 나이는 동생인 병훈씨를 만났습니다.

<녹취> 유병훈(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옛날에 축구 모임에 있었는데, 같이 축구 했었어요."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는 ‘축구’, 선배에게 입단 소식을 알립니다.

<녹취> "축구 동아리 이번에 다니는데."

<녹취> "이번에 (동아리) 해요, 형?"

<녹취> "그런데 거기서 제일 공을 잘 차는 사람이 나야.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녹취> "에이, 내가 형 실력을 아는데."

객쩍은 변명은 뒤로하고 병훈씨와 나란히 저녁 식탁 앞에 앉았습니다.

<녹취> "이거랑 (북한 족발이랑) 똑같아요, 그러면?"

<녹취> "음식마다 조금 다른데 맛은 이거보다 더 맛있어."

술까지 한잔 걸치니 속에 감춰 뒀던 깊은 얘기까지 나옵니다.

<녹취> 김강남(FC미래 선수) : "내가 이 친구하고 지금 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게임이 안 된다는 거지."

<녹취> 유병훈(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형은 근데 형만의 그런 독특한 분야가 있으니까, 형은 누구도 형을 따라 올 수 없잖아요. 그 분야에서는."

태어난 곳은 달라도 똑같이 사회의 출발선에 함께 서있는 두 사람.

학생 김강남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그리고 일요일.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미래FC 선수들이 지역 축구동호회 강북FC 선수들과 마주 섰는데요.

경기는 전, 후반 각각 25분! 불꽃 튀는 승부가 시작됐습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집요하게 공을 쫓아가며 일진일퇴가 거듭되는데...

선제골은 강북FC의 차지.

미래FC의 공격은 철통같은 수비에 번번이 막히고 맙니다.

<녹취> "광일아 아빠 운동하잖아, 아빠 이겨요!"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다시 전력을 다해 운동장을 누빕니다.

<녹취> "진혁이하고 동희하고 저쪽에 붙어 있어!"

<녹취> "뭐든지 딱 경기장 안에 들어가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알아서 해 봐."

아쉽게도 경기는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에 승부는 중요치 않습니다.

<녹취> 채훈기(FC강북 감독) : "탈북을 했기 때문에 약간 좀 무섭다고 해야 되나? 지금은 많이 보고, 거의 가족처럼 생활하다 보니까..."

<녹취> 이광현(FC강북 선수) : "초반에는 조금 티격태격하는 것도 있었는데 매주 차다 보니까 다 친해지고 인사도 나누고 더 좋아지고도 하고..."

주말에 축구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들.

하지만 탈북자라는 이유로 남몰래 눈물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축구는 힘든 장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정착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습니다.

<녹취> "오늘 다들 수고하셨고요. 저희 미래FC 항상 좋은 모습으로 축구하길 바라겠습니다. 자 건배하시죠!"

<녹취> "미래FC! (파이팅, 위하여!)

보글보글, 맛있게 끓어오르는 저녁 식사.

<녹취> “야, 고기 좀 더 넣고.”

한바탕 열심히 뛰고 나니 밥맛이 더욱 꿀맛입니다.

<녹취> 최진구(FC미래 선수) : "전에 먹던 닭갈비랑 뭔가 차원이 달라요. 운동 끝나고 그리고 한 팀 같이 이렇게 한 자리 앉아 먹으니까 더 맛있고..."

내일이면 FC미래 선수들은 학교로, 일터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축구, 그리고 서로를 생각하며 다시 돌아올 일요일을 기다리겠죠?

<녹취> 박남일(FC미래 사무국장) : "축구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한 형제처럼 생활을 해가면서 이 사회에 바르게 정착해서 어엿한 사람이 되는 게 제일 큰 바람이죠."

<녹취> 최진구(FC미래 선수) : "앞으로도 그냥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쭉 그냥 아파서 축구 못할 때까지, 늙을 때까지 그냥 같이 쭉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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