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콜라 병 탄생 100년, 흔들리는 위상

입력 2015.04.11 (08:37) 수정 2015.04.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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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애플이나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등장하기 전 해마다 세계 브랜드 가치 1위를 독차지했던 기업이 바로 코카콜라죠.

코카콜라의 잘록한 병.

이게 등장한지 올해로 백년이라고 합니다.

한때 최고 인기를 누렸던 코카콜라는 10년 전 미국 초등학교 급식에서 추방당하는 등 대중적인 음료수로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콜라를 즐겨 마시는 소비층의 평균 연령이 56세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는데요.

그만큼 미래가 어둡다는 얘기입니다.

타임지 표지 인물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코카콜라.

지난 백년의 명암을 김성진 특파원이 소개합니다.

<리포트>

코카콜라 본사가 위치한 미국 동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본사 사옥 인근에 코카콜라가 운영하는 '코카콜라 세상'이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곳입니다.

싸지 않은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평일에도 그야말로 발디딜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인터뷰> 앰버 라이트 : "콜라병을 따면 '치' 하면서 거품이 '붑붑부붑' 올라오죠. 냄새가 아주 좋고 김이 나요."

이 곳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건 이 대형 금고입니다.

코카콜라 제조 비법이 들어있다는데, 제조 비법이 있다, 없다, 논란 자체가 판매 전략이다...말이 많아질수록 즐거운 건 코카콜라측입니다.

올해는 지금의 잘록한 유선형 코카콜라 병이 만들어진 지 꼭 100년 되는 해입니다.

각종 기념 행사들이 열리면서 애틀랜타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항간에 여성의 아름다운 몸매를 본떠 만든 걸로 알려진 코카콜라병은 착각의 산물입니다.

병 디자이너는 초기 콜라에 들어간 코카 열매를 코코아 열매로 착각했고 열매의 곡선과 굴곡을 표현한 병을 만들어냈습니다.

초기 일자형태로 출발한 코카콜라병은 1915년 현재의 모습을 뜨게 됩니다.

이 전시 공간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카콜라병 디자인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한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곡선 진 병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병 디자인만 4조원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됐습니다.

지난 1950년, 사람이 아닌 사물로는 처음으로 타임지 표지까지 장식했습니다.

<인터뷰> 테드 라이언 : "코카콜라 역사가 1915년에 코카콜라가 8개 미국 유리 회사에 디자인을 공모했습니다. 깨졌거나 어둠 속에 있더라도 알아볼 수 있는 병을 원했습니다."

예술작품 소재로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병 작품은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90억원에 낙찰됐습니다.

<인터뷰> 줄리아 포브스(박물관 학예관) : "1960년대에 워홀은 새로운 예술 기법을 탐험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코카콜라 병이 있었습니다. 더 상업적이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사물들을 그리고 싶어했습니다."

코카콜라는 전세계에서 하루 8억병 가량 팔리는 그야말로 대박 상품 중 대박 상품입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단순히 많이 팔리는 상품을 넘어서서 미국, 나아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콜라 마시는 북극곰은 콜라를 언제 어디서나 즐겁게 마신다는 이미지를, 빨간옷...흰 수염에 콜라병을 든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 할아버지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인터뷰> 라우라 파블레스 : "어렸을 때 학교에 코카콜라 자판기가 있었어요. 콜라병을 꺼낼 때 감촉이 아직도 기억나요. 값이 15센트였던 거 같아요."

하지만 100년 넘게 호시절을 보낸 코카콜라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콜라가 검은 설탕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부터입니다.

미국 초등학교 급식에서 콜라는 이미 10년 전 추방당했고 비만 퇴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통령 부인 미셸여사까지 나서서 콜라를 마시지 말자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녹취> 미셸 오바마(미국 대통령 부인) : " 각 가정과 어린이들에게 건강에 좋은 제품을 공급하도록 힘을 쏟아야 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더욱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관련 산업과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시는 지난 2013년부터 식당에서 대용량 콜라 판매를 규제하고 있고 최근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도 어린이 메뉴에서 콜라를 과일주스로 대체했습니다.

그렇다면 콜라병 제조 100년을 맞은 코카콜라는 미국인들에게 어떤 음료일까?

<인터뷰> 랜디 호르시 : "코카콜라를 오랫 동안 마셨습니다. 코카콜라는 항상 제 삶의 일부였어요. 어렸을 때 항상 집에서 마셨죠."

<인터뷰> 앤드류 김 : "전 아직도 코카콜라를 마셔요. 절제해서 마시면 됩니다. 콜라 말고도 뭐든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절제하면 나쁠 건 없습니다."

<인터뷰> 마르쿠스 저스쿠너 : "많은 사람들과 오랫 동안 코카콜라를 마셨습니다. 한모금 삼킬 때 톡쏘는 맛이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코카콜라를 평생 마시게 될 것 같아요."

콜라를 예술 소재로 승화시킨 앤디 워홀은 미국이 위대한 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같은 콜라를 마신다는 거라고 말했을 만큼 미국인들의 콜라 사랑은 아직은 진행형입니다.

브랜드 평가 업체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순위에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코카콜라는 2013년 애플과 구글에 1,2위 자리를 내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콜라를 즐겨마시는 소비층의 평균 연령이 56세라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그만큼 미래가 어둡다는 겁니다.

코카콜라가 콜라 외 100여가지 음료를 전세계적으로 하루 11억병 정도 파는 종합 음료회사로 탈바꿈한 건 이런 우려 탓입니다.

하지만 미국내 판매 감소와는 달리 제3세계 판매량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콜라 만큼 애증이 교차하는 음료가 또 있을까요?

입의 즐거움이냐 건강이냐?

콜라병 제조 100년을 맞아 미국 사회 논란이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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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콜라 병 탄생 100년, 흔들리는 위상
    • 입력 2015-04-11 08:46:19
    • 수정2015-04-11 09:43:0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애플이나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등장하기 전 해마다 세계 브랜드 가치 1위를 독차지했던 기업이 바로 코카콜라죠.

코카콜라의 잘록한 병.

이게 등장한지 올해로 백년이라고 합니다.

한때 최고 인기를 누렸던 코카콜라는 10년 전 미국 초등학교 급식에서 추방당하는 등 대중적인 음료수로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콜라를 즐겨 마시는 소비층의 평균 연령이 56세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는데요.

그만큼 미래가 어둡다는 얘기입니다.

타임지 표지 인물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코카콜라.

지난 백년의 명암을 김성진 특파원이 소개합니다.

<리포트>

코카콜라 본사가 위치한 미국 동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본사 사옥 인근에 코카콜라가 운영하는 '코카콜라 세상'이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곳입니다.

싸지 않은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평일에도 그야말로 발디딜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인터뷰> 앰버 라이트 : "콜라병을 따면 '치' 하면서 거품이 '붑붑부붑' 올라오죠. 냄새가 아주 좋고 김이 나요."

이 곳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건 이 대형 금고입니다.

코카콜라 제조 비법이 들어있다는데, 제조 비법이 있다, 없다, 논란 자체가 판매 전략이다...말이 많아질수록 즐거운 건 코카콜라측입니다.

올해는 지금의 잘록한 유선형 코카콜라 병이 만들어진 지 꼭 100년 되는 해입니다.

각종 기념 행사들이 열리면서 애틀랜타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항간에 여성의 아름다운 몸매를 본떠 만든 걸로 알려진 코카콜라병은 착각의 산물입니다.

병 디자이너는 초기 콜라에 들어간 코카 열매를 코코아 열매로 착각했고 열매의 곡선과 굴곡을 표현한 병을 만들어냈습니다.

초기 일자형태로 출발한 코카콜라병은 1915년 현재의 모습을 뜨게 됩니다.

이 전시 공간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카콜라병 디자인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한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곡선 진 병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병 디자인만 4조원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됐습니다.

지난 1950년, 사람이 아닌 사물로는 처음으로 타임지 표지까지 장식했습니다.

<인터뷰> 테드 라이언 : "코카콜라 역사가 1915년에 코카콜라가 8개 미국 유리 회사에 디자인을 공모했습니다. 깨졌거나 어둠 속에 있더라도 알아볼 수 있는 병을 원했습니다."

예술작품 소재로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병 작품은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90억원에 낙찰됐습니다.

<인터뷰> 줄리아 포브스(박물관 학예관) : "1960년대에 워홀은 새로운 예술 기법을 탐험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코카콜라 병이 있었습니다. 더 상업적이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사물들을 그리고 싶어했습니다."

코카콜라는 전세계에서 하루 8억병 가량 팔리는 그야말로 대박 상품 중 대박 상품입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단순히 많이 팔리는 상품을 넘어서서 미국, 나아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콜라 마시는 북극곰은 콜라를 언제 어디서나 즐겁게 마신다는 이미지를, 빨간옷...흰 수염에 콜라병을 든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 할아버지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인터뷰> 라우라 파블레스 : "어렸을 때 학교에 코카콜라 자판기가 있었어요. 콜라병을 꺼낼 때 감촉이 아직도 기억나요. 값이 15센트였던 거 같아요."

하지만 100년 넘게 호시절을 보낸 코카콜라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콜라가 검은 설탕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부터입니다.

미국 초등학교 급식에서 콜라는 이미 10년 전 추방당했고 비만 퇴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통령 부인 미셸여사까지 나서서 콜라를 마시지 말자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녹취> 미셸 오바마(미국 대통령 부인) : " 각 가정과 어린이들에게 건강에 좋은 제품을 공급하도록 힘을 쏟아야 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더욱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관련 산업과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시는 지난 2013년부터 식당에서 대용량 콜라 판매를 규제하고 있고 최근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도 어린이 메뉴에서 콜라를 과일주스로 대체했습니다.

그렇다면 콜라병 제조 100년을 맞은 코카콜라는 미국인들에게 어떤 음료일까?

<인터뷰> 랜디 호르시 : "코카콜라를 오랫 동안 마셨습니다. 코카콜라는 항상 제 삶의 일부였어요. 어렸을 때 항상 집에서 마셨죠."

<인터뷰> 앤드류 김 : "전 아직도 코카콜라를 마셔요. 절제해서 마시면 됩니다. 콜라 말고도 뭐든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절제하면 나쁠 건 없습니다."

<인터뷰> 마르쿠스 저스쿠너 : "많은 사람들과 오랫 동안 코카콜라를 마셨습니다. 한모금 삼킬 때 톡쏘는 맛이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코카콜라를 평생 마시게 될 것 같아요."

콜라를 예술 소재로 승화시킨 앤디 워홀은 미국이 위대한 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같은 콜라를 마신다는 거라고 말했을 만큼 미국인들의 콜라 사랑은 아직은 진행형입니다.

브랜드 평가 업체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순위에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코카콜라는 2013년 애플과 구글에 1,2위 자리를 내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콜라를 즐겨마시는 소비층의 평균 연령이 56세라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그만큼 미래가 어둡다는 겁니다.

코카콜라가 콜라 외 100여가지 음료를 전세계적으로 하루 11억병 정도 파는 종합 음료회사로 탈바꿈한 건 이런 우려 탓입니다.

하지만 미국내 판매 감소와는 달리 제3세계 판매량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콜라 만큼 애증이 교차하는 음료가 또 있을까요?

입의 즐거움이냐 건강이냐?

콜라병 제조 100년을 맞아 미국 사회 논란이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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