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미-쿠바 정상, 59년 만에 마주 앉다

입력 2015.04.14 (18:07) 수정 2015.04.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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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쿠바와 미국, 가깝고도 멀었던 두 나라의 정상이 지난 주말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무려 59년 만인데요.

양국 정상은 갈등을 끝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미국과 쿠바 정상의 만남,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지난해 말에 국교정상화에 합의하긴 했지만, 만난 건 처음이었죠?

<답변>
네, 국교 정상화 합의 이후 4개월 만에 두 정상이 만났습니다.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면서 냉전은 끝났다, 역사적인 만남이다라면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번에 두 정상이 만난 곳은 파나마였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모여서 미주기구 정상회의를 열었는데요.

각국 정상들의 연설이 끝난 뒤에 두 사람만 따로 자리를 옮겨서 미니 회담을 가진 겁니다.

양국 국기도 없는 작은 방에서 테이블 하나만 두고 마주 앉았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겨 두 나라의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녹취> 라울 카스트로(쿠바 의장) : "모든 사안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습니다. 방금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듯이 협상은 가능합니다."

<질문>
두 정상이 만난 건 처음은 아니죠?

<답변>
네, 지난 2013년 말에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추모식 때였는데요.

두 사람은 우연인 것처럼 반갑게 악수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서로 간단한 소개와 인사만 했습니다만 이후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고, 이번에 다시 만난 겁니다.

앞서 미국과 쿠바 정상이 만난 건 1956년이었습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당시 쿠바의 독재자지요 바티스타 대통령이 회담을 가졌었는데요.

당시 회담 장소도 공교롭게 이번과 똑같은 파나마였고, 회담의 계기도 바로 미주기구 정상회의였습니다.

<질문>
그동안 미국과 쿠바가 왜 적대관계였는지, 역사도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답변>
원래 쿠바는 스페인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기면서 쿠바는 1900년 대 초에 독립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쿠바가 독립한 뒤에도 친미 독재정권을 지원하면서 내정에 간섭했습니다.

결국 피델 카스트로는 지난 1959년 쿠바 혁명을 일으켜 독재자 바티스타를 몰아내고 사회주의 국가를 세웠죠.

쿠바에 엄청난 이권을 갖고있던 미국 자본도 모두 쫓겨났습니다.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에 쿠바와 국교를 단절했고, 정권 전복도 시도했습니다.

CIA가 훈련시킨 쿠바 망명자 천5백 명을 침투시킨 '피그만 침공' 사건인테 참담한 실패로 돌아가 당시 케네디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군사적, 경제적으로 쿠바를 50년 넘게 봉쇄했습니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주 최남단에서 불과 150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또 쿠바 영토 내에는 미 해군이 영구 임대해서 운영하는 관타나모 기지가 있고요.

냉전 시대에는 쿠바 미사일 배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소련이 핵 전쟁 위기를 겪기도 했죠?

이렇게 지정학적, 이념적, 군사적인 중요성 때문에 미국 쿠바 정상회담의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나요?

<답변>
양국 정상이 화해하고, 덕담을 나눈 건 맞지만 갈 길은 아직 멉니다.

두 사람은 미국과 쿠바 양국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는 문제와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조심스러워 했고, 카스트로 의장은 빠른 결정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카스트로 : "오바마 대통령의 긍정적인 선언에 감사하며,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빨리 결정되길 바랍니다."

미국 내에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보수 강경파와 쿠바 이민자들이 많은 것도 변수입니다.

<질문>
미국이 쿠바 뿐만 아니라 다른 중남미 국가와도 관계 개선에 나섰죠?

<답변>
네, 남미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강했던 지역이지만 최근 들어 관계가 소원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정책 변화를 시사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미국이 남미에 간섭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오바마의 이번 발언은 남미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동시에 중국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은 외환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와 통화 교환협정을 체결하고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같은 반미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영향력을 키워 왔습니다.

<질문>
남미 국가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답변>
미국의 구애를 마다하지는 않으면서도 크게 반기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반감을 숨기지 않았는데요.들어보시죠.

<녹취>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 "난 오바마 대통령 당신을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존중하지만, 역시 신뢰하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 뿐입니다."

미국이 지난해 야당 인사 탄압과 인권 침해를 이유로 베네수엘라 고위 관리 24명을 입국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도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비판했습니다.

<기자 멘트>
하지만 많은 중남미 국가들이 경제가 악화되면서 사회적인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내심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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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미-쿠바 정상, 59년 만에 마주 앉다
    • 입력 2015-04-14 19:09:57
    • 수정2015-04-14 20:08:33
    글로벌24
<앵커 멘트>

쿠바와 미국, 가깝고도 멀었던 두 나라의 정상이 지난 주말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무려 59년 만인데요.

양국 정상은 갈등을 끝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미국과 쿠바 정상의 만남,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지난해 말에 국교정상화에 합의하긴 했지만, 만난 건 처음이었죠?

<답변>
네, 국교 정상화 합의 이후 4개월 만에 두 정상이 만났습니다.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면서 냉전은 끝났다, 역사적인 만남이다라면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번에 두 정상이 만난 곳은 파나마였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모여서 미주기구 정상회의를 열었는데요.

각국 정상들의 연설이 끝난 뒤에 두 사람만 따로 자리를 옮겨서 미니 회담을 가진 겁니다.

양국 국기도 없는 작은 방에서 테이블 하나만 두고 마주 앉았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겨 두 나라의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녹취> 라울 카스트로(쿠바 의장) : "모든 사안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습니다. 방금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듯이 협상은 가능합니다."

<질문>
두 정상이 만난 건 처음은 아니죠?

<답변>
네, 지난 2013년 말에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추모식 때였는데요.

두 사람은 우연인 것처럼 반갑게 악수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서로 간단한 소개와 인사만 했습니다만 이후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고, 이번에 다시 만난 겁니다.

앞서 미국과 쿠바 정상이 만난 건 1956년이었습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당시 쿠바의 독재자지요 바티스타 대통령이 회담을 가졌었는데요.

당시 회담 장소도 공교롭게 이번과 똑같은 파나마였고, 회담의 계기도 바로 미주기구 정상회의였습니다.

<질문>
그동안 미국과 쿠바가 왜 적대관계였는지, 역사도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답변>
원래 쿠바는 스페인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기면서 쿠바는 1900년 대 초에 독립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쿠바가 독립한 뒤에도 친미 독재정권을 지원하면서 내정에 간섭했습니다.

결국 피델 카스트로는 지난 1959년 쿠바 혁명을 일으켜 독재자 바티스타를 몰아내고 사회주의 국가를 세웠죠.

쿠바에 엄청난 이권을 갖고있던 미국 자본도 모두 쫓겨났습니다.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에 쿠바와 국교를 단절했고, 정권 전복도 시도했습니다.

CIA가 훈련시킨 쿠바 망명자 천5백 명을 침투시킨 '피그만 침공' 사건인테 참담한 실패로 돌아가 당시 케네디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군사적, 경제적으로 쿠바를 50년 넘게 봉쇄했습니다.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주 최남단에서 불과 150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또 쿠바 영토 내에는 미 해군이 영구 임대해서 운영하는 관타나모 기지가 있고요.

냉전 시대에는 쿠바 미사일 배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소련이 핵 전쟁 위기를 겪기도 했죠?

이렇게 지정학적, 이념적, 군사적인 중요성 때문에 미국 쿠바 정상회담의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나요?

<답변>
양국 정상이 화해하고, 덕담을 나눈 건 맞지만 갈 길은 아직 멉니다.

두 사람은 미국과 쿠바 양국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는 문제와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조심스러워 했고, 카스트로 의장은 빠른 결정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카스트로 : "오바마 대통령의 긍정적인 선언에 감사하며,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빨리 결정되길 바랍니다."

미국 내에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보수 강경파와 쿠바 이민자들이 많은 것도 변수입니다.

<질문>
미국이 쿠바 뿐만 아니라 다른 중남미 국가와도 관계 개선에 나섰죠?

<답변>
네, 남미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강했던 지역이지만 최근 들어 관계가 소원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정책 변화를 시사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미국이 남미에 간섭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오바마의 이번 발언은 남미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동시에 중국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은 외환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와 통화 교환협정을 체결하고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같은 반미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영향력을 키워 왔습니다.

<질문>
남미 국가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답변>
미국의 구애를 마다하지는 않으면서도 크게 반기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반감을 숨기지 않았는데요.들어보시죠.

<녹취>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 "난 오바마 대통령 당신을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존중하지만, 역시 신뢰하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 뿐입니다."

미국이 지난해 야당 인사 탄압과 인권 침해를 이유로 베네수엘라 고위 관리 24명을 입국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도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비판했습니다.

<기자 멘트>
하지만 많은 중남미 국가들이 경제가 악화되면서 사회적인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내심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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