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러 첸 박사가 본 북한의 기아실상

입력 2002.04.01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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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북한 주민 25명의 탈북을 돕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인 의사 폴러 첸 씨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기아 실상을 자신이 직접 찍은 비디오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금철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어둡고 음칙한 방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침대 두어 개.
변변한 약품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북한의 병원입니다.
영양실조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린이들이 몇 달째 빨지 않은 듯한 침대 시트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쉽니다.
독일인 폴러 첸 박사가 지난 2000년 12월 북한에서 추방되기전까지 환자를 돌보며 몰래 찍은 화면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놓는 정맥주사는 물에다 소금, 설탕을 섞은 것으로 그나마 맥주병에 담겨 있습니다.
소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맥주병입니다.
⊙폴러첸(박사/독일 긴급의사회 소속): 의사와 간호사들의 수준은 높지만, 아무런 재료도 심지어 붕대마저 없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기자: 핏자국이 선명한 수술대는 사용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그마저도 치료를 받지 못해 숨져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폴러첸(박사/독일 긴급의사회 소속): 해주·청진·원산·남포의 지방병원에 갔을 때는 너무 늦은 상태였습니다.
환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 폴러 첸 박사는 이런 실상을 보다 못해 화상환자에게 자신의 허벅지 피부를 이식했고 그 공로로 북한에서 공화국 친선메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같은 실상을 널리 알리는 길만이 북한의 어린이들을 기아와 질병에서 구하는 길임을 깨닫게 됐다고 폴러 첸 박사는 말합니다.
⊙폴러첸(박사/독일 긴급의사회 소속): 내가 그들을 돕지 않고 독일로 돌아간다면, 그들의 눈망울과 얼굴을 잊지 못해 죄책감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활동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기자: KBS뉴스 금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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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러 첸 박사가 본 북한의 기아실상
    • 입력 2002-04-01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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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북한 주민 25명의 탈북을 돕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인 의사 폴러 첸 씨가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기아 실상을 자신이 직접 찍은 비디오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금철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어둡고 음칙한 방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침대 두어 개. 변변한 약품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북한의 병원입니다. 영양실조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린이들이 몇 달째 빨지 않은 듯한 침대 시트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쉽니다. 독일인 폴러 첸 박사가 지난 2000년 12월 북한에서 추방되기전까지 환자를 돌보며 몰래 찍은 화면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놓는 정맥주사는 물에다 소금, 설탕을 섞은 것으로 그나마 맥주병에 담겨 있습니다. 소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맥주병입니다. ⊙폴러첸(박사/독일 긴급의사회 소속): 의사와 간호사들의 수준은 높지만, 아무런 재료도 심지어 붕대마저 없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기자: 핏자국이 선명한 수술대는 사용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그마저도 치료를 받지 못해 숨져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폴러첸(박사/독일 긴급의사회 소속): 해주·청진·원산·남포의 지방병원에 갔을 때는 너무 늦은 상태였습니다. 환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 폴러 첸 박사는 이런 실상을 보다 못해 화상환자에게 자신의 허벅지 피부를 이식했고 그 공로로 북한에서 공화국 친선메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같은 실상을 널리 알리는 길만이 북한의 어린이들을 기아와 질병에서 구하는 길임을 깨닫게 됐다고 폴러 첸 박사는 말합니다. ⊙폴러첸(박사/독일 긴급의사회 소속): 내가 그들을 돕지 않고 독일로 돌아간다면, 그들의 눈망울과 얼굴을 잊지 못해 죄책감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활동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기자: KBS뉴스 금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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