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윤리 어디에? ‘성완종 리스트’ 보도
입력 2015.05.03 (17:11)
수정 2015.05.0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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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현 정권 유력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담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안을 놓고 언론들도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나거나 취재의 기본 원칙과 윤리를 지켰는지 의문이 드는 보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먼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언론 보도의 문제점, 최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최 기자, 태풍의 눈이 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먼저 확산 과정을 살펴볼까요?
<답변>
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향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와,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가 공개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전 정권에서 이뤄진 해외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리포트>
<녹취> 이완구(전 국무총리) :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근절해 나가겠습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원 개발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어 억울하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녹취> 故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 : ""(왜 제가) 자원 외교의 표적의 대상이 됐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 전 회장은 이 기자회견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50분 동안 통화하면서 현 정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말했고 경향신문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경향 4.10 : "성완종, 김기춘 10만 달러·허태열 7억 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 유력 인사 8명의 이름과 금품 액수가 적힌 성 전 회장의 메모가 시신에서 발견되면서 언론은 일제히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4.11 : "성완종의 56자 박 정권을 겨누다."
<녹취> 중앙일보 4.11 : "성완종 리스트 정국 강타."
언론들은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 원이 든 비타민 음료 박스를 전달받았다는 의혹 등 구체적인 증언과 관련된 정황들을 후속 보도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4.15 : "성완종 비망록엔 이완구와 만남 23차례."
<녹취> SBS 뉴스 4.19 :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전화는 1년간 모두 217차례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성완종 전 회장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며 금품수수의혹을 부인하던 이완구 전 총리는 열흘 뒤인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질문>
초기에 주로 경향신문의 독점 보도를 다른 언론들이 따라가는 모습이었는데, JTBC가 성 전 회장과 경향신문 기자의 통화 녹음파일을 방송해서 취재 윤리 문제도 불거졌죠?
<답변>
네, JTBC가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 한 녹음 파일을 경향신문과 유가족들의 반대를 하는데도 방송해 무리를 빚었습니다.
<리포트>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과의 통화내용을 활용해 닷새 동안 앞선 보도를 하다 4월 16일 조간에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유족의 반대 때문에 음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 "성완종 전 회장 녹음 파일 검찰 제공...유족 뜻에 따라 검찰에 녹음파일을 제공하되 녹음 육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JTBC는 경향신문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기 몇시간 전 녹음파일 복제를 도왔던 컴퓨터 전문가에게서 성 전 회장의 음성 녹음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녹취> 손석희 앵커 : "잠시 후 2부에서는 경향신문이 입수했던 성완종 씨 육성 인터뷰 내용을 입수해서 대부분 방송해드릴 예정입니다."
JTBC는 인터뷰를 한 당사자인 경향신문이나, 성 전 회장의 유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음성녹취를 공개하지 말라는 유족의 요구도 무시한 채 방송을 강행했습니다.
JTBC는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해 방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손석희 앵커 : "시청자 여러분들의 알 권리를 우선하고 그동안 단편적으로 보도된 통화내용 외에 전체적인 맥락을 그대로 전해드림으로써 그 뜻이 무엇인가, 어떠한 내용을 함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많은 분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하지만 경향신문 기자들은 JTBC가 절취행위를 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녹취>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 :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서둘러 음성파일 일부를 잘라서 보도한 것이 공익과 진실 찾기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묻고 싶다."
일부 언론들도 JTBC의 성 전 회장 육성공개가 기자의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보도하는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비판 의견을 실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4.17 :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고 불법과 불의를 파헤치는 기자들에게는 다른 분야보다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인터뷰> 김민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공익을 위한 보도라고 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판단의 기준에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양심에 따라 판단을 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음성파일이 공적 자산이기 때문에 공개가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성 전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한 이유는 발언내용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중언(한겨레신문 디지털에디터) : "우리 사회를 향한 하나의 발언이다. 그 내용 역시 이 사회의 권력층에 대해서 누가 얼마나의 정치 자금을 줬고/ 이런 내용은 누구 한 사람, 누구 한 언론사의 개인 자산일 수가 없다."
또, 한 방송은 이 녹취파일 일부를 사용하면서 경향신문이라는 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녹취> MBC 뉴스 4.14 : "선거사무소에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도 3천만 원 주고."
이에 대해 MBC는 경향신문이 보도한 원 자료를 사용한 것이고 기사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처럼 언론의 중요한 취재물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취재 윤리 논란 이면에는 언론사간 과열 경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경항신문이 의제를 며칠간 주도해 나가서 경쟁 언론으로서 상당히 부담감을 느꼈으리라고 판단합니다. 그런 부담감이 언론의 윤리를 저버리는 그런 행위로 결과된 것이 아닌가..."
<질문>
취재 윤리만큼 중요한 부분이 취재원 검증 아닙니까. 그런데도 가장 기본적인 이런 취재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죠?
<답변>
네, 일부긴 하지만 취재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5일, 성완종 전 회장이 2013년 당시 이완구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3천만 원이 든 비타민 음료 박스를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 측근의 진술이 보도됐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4.15 :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
다른 언론들도 두 사람이 이날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했다는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MBN은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 오지 않았다는 정 반대의 주장을 전화 인터뷰로 전했습니다.
인터뷰한 A씨는 당시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기자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A씨는 한때 이완구 전 총리 측근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MBN은 이후 인터뷰에 특정한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당시 방송 동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중요하다 판단되는 취재원이 무엇이라 이야기했다는 점을 따옴표로 헤드라인을 달고 보도함으로써 언론은 그것에 관해서 면책을 받고/정작 그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분석은 결여되는..."
<질문>
그런데 이번 사건 초기에는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갈수록 야권, 또 이전 정부에까지 파문이 확산되고 있죠?
<답변>
네, 사실 파문이 야권으로 확산된데는 언론 보도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초기부터 일부 언론은 화살을 야권에도 돌렸습니다.
<녹취> 동아 4.13 사설 : "노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때 사면을 주도한 라인은 민정수석관실로 전해철 이호철 씨가 수석비서관이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비서실장이었다."
<녹취> 조선 4.11 : "성완종 마당발 인맥...여야 안가려..추가 리스트 있을 가능성."
이 신문은 또 검찰이 야당 인사들의 명단까지 기재된 로비 장부를 입수했다고 크게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4.17. 여야 인사 14명 ‘성완종 장부’ 나왔다 "현 정부 유력 인사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등 야당 정치인 7~8명에게도 금품을 준 내역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조선일보가 말한 장부를 확보한 적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녹취> 채널A 4.17 : "검찰이 하지 않은 일로 인해 공격을 받는 상황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검찰이 부인했는데도 이 신문은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녹취> 4.18 : "성완종 장부에 야도 긴장."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성 전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여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문들의 보도 방향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분석 결과 성 전 회장이 자살한 다음날인 10일부터 이완구 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20일 사이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검찰 수사와 관련한 5개 일간지의 보도는 635건.
이완구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에 대한 보도가 153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불법 대선 자금과 관련해서는 한겨레와 경향이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다룬 반면, 야당 책임론은 조선,중앙,동아의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CG out]
<인터뷰>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있다라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데 보수 신문들이 이미 야당책임론을 초창기부터, 사건이 터지면서부터 바로 들고 나와서 특별사면, 그리고 야당의 정치자금도 수사하자.. 그런 식의 태도를 이미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는 속보 경쟁 속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취재 윤리와 원칙만큼 중요한 것이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라는 점에서 ‘성완종 리스트’는 우리 언론에 커다란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현 정권 유력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담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안을 놓고 언론들도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나거나 취재의 기본 원칙과 윤리를 지켰는지 의문이 드는 보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먼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언론 보도의 문제점, 최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최 기자, 태풍의 눈이 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먼저 확산 과정을 살펴볼까요?
<답변>
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향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와,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가 공개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전 정권에서 이뤄진 해외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리포트>
<녹취> 이완구(전 국무총리) :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근절해 나가겠습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원 개발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어 억울하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녹취> 故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 : ""(왜 제가) 자원 외교의 표적의 대상이 됐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 전 회장은 이 기자회견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50분 동안 통화하면서 현 정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말했고 경향신문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경향 4.10 : "성완종, 김기춘 10만 달러·허태열 7억 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 유력 인사 8명의 이름과 금품 액수가 적힌 성 전 회장의 메모가 시신에서 발견되면서 언론은 일제히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4.11 : "성완종의 56자 박 정권을 겨누다."
<녹취> 중앙일보 4.11 : "성완종 리스트 정국 강타."
언론들은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 원이 든 비타민 음료 박스를 전달받았다는 의혹 등 구체적인 증언과 관련된 정황들을 후속 보도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4.15 : "성완종 비망록엔 이완구와 만남 23차례."
<녹취> SBS 뉴스 4.19 :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전화는 1년간 모두 217차례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성완종 전 회장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며 금품수수의혹을 부인하던 이완구 전 총리는 열흘 뒤인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질문>
초기에 주로 경향신문의 독점 보도를 다른 언론들이 따라가는 모습이었는데, JTBC가 성 전 회장과 경향신문 기자의 통화 녹음파일을 방송해서 취재 윤리 문제도 불거졌죠?
<답변>
네, JTBC가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 한 녹음 파일을 경향신문과 유가족들의 반대를 하는데도 방송해 무리를 빚었습니다.
<리포트>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과의 통화내용을 활용해 닷새 동안 앞선 보도를 하다 4월 16일 조간에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유족의 반대 때문에 음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 "성완종 전 회장 녹음 파일 검찰 제공...유족 뜻에 따라 검찰에 녹음파일을 제공하되 녹음 육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JTBC는 경향신문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기 몇시간 전 녹음파일 복제를 도왔던 컴퓨터 전문가에게서 성 전 회장의 음성 녹음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녹취> 손석희 앵커 : "잠시 후 2부에서는 경향신문이 입수했던 성완종 씨 육성 인터뷰 내용을 입수해서 대부분 방송해드릴 예정입니다."
JTBC는 인터뷰를 한 당사자인 경향신문이나, 성 전 회장의 유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음성녹취를 공개하지 말라는 유족의 요구도 무시한 채 방송을 강행했습니다.
JTBC는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해 방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손석희 앵커 : "시청자 여러분들의 알 권리를 우선하고 그동안 단편적으로 보도된 통화내용 외에 전체적인 맥락을 그대로 전해드림으로써 그 뜻이 무엇인가, 어떠한 내용을 함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많은 분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하지만 경향신문 기자들은 JTBC가 절취행위를 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녹취>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 :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서둘러 음성파일 일부를 잘라서 보도한 것이 공익과 진실 찾기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묻고 싶다."
일부 언론들도 JTBC의 성 전 회장 육성공개가 기자의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보도하는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비판 의견을 실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4.17 :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고 불법과 불의를 파헤치는 기자들에게는 다른 분야보다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인터뷰> 김민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공익을 위한 보도라고 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판단의 기준에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양심에 따라 판단을 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음성파일이 공적 자산이기 때문에 공개가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성 전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한 이유는 발언내용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중언(한겨레신문 디지털에디터) : "우리 사회를 향한 하나의 발언이다. 그 내용 역시 이 사회의 권력층에 대해서 누가 얼마나의 정치 자금을 줬고/ 이런 내용은 누구 한 사람, 누구 한 언론사의 개인 자산일 수가 없다."
또, 한 방송은 이 녹취파일 일부를 사용하면서 경향신문이라는 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녹취> MBC 뉴스 4.14 : "선거사무소에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도 3천만 원 주고."
이에 대해 MBC는 경향신문이 보도한 원 자료를 사용한 것이고 기사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처럼 언론의 중요한 취재물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취재 윤리 논란 이면에는 언론사간 과열 경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경항신문이 의제를 며칠간 주도해 나가서 경쟁 언론으로서 상당히 부담감을 느꼈으리라고 판단합니다. 그런 부담감이 언론의 윤리를 저버리는 그런 행위로 결과된 것이 아닌가..."
<질문>
취재 윤리만큼 중요한 부분이 취재원 검증 아닙니까. 그런데도 가장 기본적인 이런 취재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죠?
<답변>
네, 일부긴 하지만 취재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5일, 성완종 전 회장이 2013년 당시 이완구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3천만 원이 든 비타민 음료 박스를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 측근의 진술이 보도됐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4.15 :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
다른 언론들도 두 사람이 이날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했다는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MBN은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 오지 않았다는 정 반대의 주장을 전화 인터뷰로 전했습니다.
인터뷰한 A씨는 당시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기자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A씨는 한때 이완구 전 총리 측근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MBN은 이후 인터뷰에 특정한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당시 방송 동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중요하다 판단되는 취재원이 무엇이라 이야기했다는 점을 따옴표로 헤드라인을 달고 보도함으로써 언론은 그것에 관해서 면책을 받고/정작 그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분석은 결여되는..."
<질문>
그런데 이번 사건 초기에는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갈수록 야권, 또 이전 정부에까지 파문이 확산되고 있죠?
<답변>
네, 사실 파문이 야권으로 확산된데는 언론 보도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초기부터 일부 언론은 화살을 야권에도 돌렸습니다.
<녹취> 동아 4.13 사설 : "노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때 사면을 주도한 라인은 민정수석관실로 전해철 이호철 씨가 수석비서관이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비서실장이었다."
<녹취> 조선 4.11 : "성완종 마당발 인맥...여야 안가려..추가 리스트 있을 가능성."
이 신문은 또 검찰이 야당 인사들의 명단까지 기재된 로비 장부를 입수했다고 크게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4.17. 여야 인사 14명 ‘성완종 장부’ 나왔다 "현 정부 유력 인사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등 야당 정치인 7~8명에게도 금품을 준 내역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조선일보가 말한 장부를 확보한 적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녹취> 채널A 4.17 : "검찰이 하지 않은 일로 인해 공격을 받는 상황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검찰이 부인했는데도 이 신문은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녹취> 4.18 : "성완종 장부에 야도 긴장."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성 전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여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문들의 보도 방향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분석 결과 성 전 회장이 자살한 다음날인 10일부터 이완구 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20일 사이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검찰 수사와 관련한 5개 일간지의 보도는 635건.
이완구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에 대한 보도가 153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불법 대선 자금과 관련해서는 한겨레와 경향이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다룬 반면, 야당 책임론은 조선,중앙,동아의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CG out]
<인터뷰>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있다라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데 보수 신문들이 이미 야당책임론을 초창기부터, 사건이 터지면서부터 바로 들고 나와서 특별사면, 그리고 야당의 정치자금도 수사하자.. 그런 식의 태도를 이미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는 속보 경쟁 속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취재 윤리와 원칙만큼 중요한 것이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라는 점에서 ‘성완종 리스트’는 우리 언론에 커다란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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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윤리 어디에? ‘성완종 리스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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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5-03 17:58:21
- 수정2015-05-03 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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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유력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담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안을 놓고 언론들도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나거나 취재의 기본 원칙과 윤리를 지켰는지 의문이 드는 보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먼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언론 보도의 문제점, 최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최 기자, 태풍의 눈이 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먼저 확산 과정을 살펴볼까요?
<답변>
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향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와,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가 공개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전 정권에서 이뤄진 해외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리포트>
<녹취> 이완구(전 국무총리) :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근절해 나가겠습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원 개발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어 억울하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녹취> 故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 : ""(왜 제가) 자원 외교의 표적의 대상이 됐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 전 회장은 이 기자회견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50분 동안 통화하면서 현 정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말했고 경향신문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경향 4.10 : "성완종, 김기춘 10만 달러·허태열 7억 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 유력 인사 8명의 이름과 금품 액수가 적힌 성 전 회장의 메모가 시신에서 발견되면서 언론은 일제히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4.11 : "성완종의 56자 박 정권을 겨누다."
<녹취> 중앙일보 4.11 : "성완종 리스트 정국 강타."
언론들은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 원이 든 비타민 음료 박스를 전달받았다는 의혹 등 구체적인 증언과 관련된 정황들을 후속 보도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4.15 : "성완종 비망록엔 이완구와 만남 23차례."
<녹취> SBS 뉴스 4.19 :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전화는 1년간 모두 217차례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성완종 전 회장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며 금품수수의혹을 부인하던 이완구 전 총리는 열흘 뒤인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질문>
초기에 주로 경향신문의 독점 보도를 다른 언론들이 따라가는 모습이었는데, JTBC가 성 전 회장과 경향신문 기자의 통화 녹음파일을 방송해서 취재 윤리 문제도 불거졌죠?
<답변>
네, JTBC가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 한 녹음 파일을 경향신문과 유가족들의 반대를 하는데도 방송해 무리를 빚었습니다.
<리포트>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과의 통화내용을 활용해 닷새 동안 앞선 보도를 하다 4월 16일 조간에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유족의 반대 때문에 음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 "성완종 전 회장 녹음 파일 검찰 제공...유족 뜻에 따라 검찰에 녹음파일을 제공하되 녹음 육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JTBC는 경향신문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기 몇시간 전 녹음파일 복제를 도왔던 컴퓨터 전문가에게서 성 전 회장의 음성 녹음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녹취> 손석희 앵커 : "잠시 후 2부에서는 경향신문이 입수했던 성완종 씨 육성 인터뷰 내용을 입수해서 대부분 방송해드릴 예정입니다."
JTBC는 인터뷰를 한 당사자인 경향신문이나, 성 전 회장의 유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음성녹취를 공개하지 말라는 유족의 요구도 무시한 채 방송을 강행했습니다.
JTBC는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해 방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손석희 앵커 : "시청자 여러분들의 알 권리를 우선하고 그동안 단편적으로 보도된 통화내용 외에 전체적인 맥락을 그대로 전해드림으로써 그 뜻이 무엇인가, 어떠한 내용을 함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많은 분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하지만 경향신문 기자들은 JTBC가 절취행위를 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녹취>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 :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서둘러 음성파일 일부를 잘라서 보도한 것이 공익과 진실 찾기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묻고 싶다."
일부 언론들도 JTBC의 성 전 회장 육성공개가 기자의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보도하는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비판 의견을 실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4.17 :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고 불법과 불의를 파헤치는 기자들에게는 다른 분야보다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인터뷰> 김민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공익을 위한 보도라고 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판단의 기준에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양심에 따라 판단을 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음성파일이 공적 자산이기 때문에 공개가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성 전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한 이유는 발언내용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중언(한겨레신문 디지털에디터) : "우리 사회를 향한 하나의 발언이다. 그 내용 역시 이 사회의 권력층에 대해서 누가 얼마나의 정치 자금을 줬고/ 이런 내용은 누구 한 사람, 누구 한 언론사의 개인 자산일 수가 없다."
또, 한 방송은 이 녹취파일 일부를 사용하면서 경향신문이라는 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녹취> MBC 뉴스 4.14 : "선거사무소에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도 3천만 원 주고."
이에 대해 MBC는 경향신문이 보도한 원 자료를 사용한 것이고 기사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처럼 언론의 중요한 취재물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취재 윤리 논란 이면에는 언론사간 과열 경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경항신문이 의제를 며칠간 주도해 나가서 경쟁 언론으로서 상당히 부담감을 느꼈으리라고 판단합니다. 그런 부담감이 언론의 윤리를 저버리는 그런 행위로 결과된 것이 아닌가..."
<질문>
취재 윤리만큼 중요한 부분이 취재원 검증 아닙니까. 그런데도 가장 기본적인 이런 취재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죠?
<답변>
네, 일부긴 하지만 취재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5일, 성완종 전 회장이 2013년 당시 이완구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3천만 원이 든 비타민 음료 박스를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 측근의 진술이 보도됐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4.15 :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
다른 언론들도 두 사람이 이날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했다는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MBN은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 오지 않았다는 정 반대의 주장을 전화 인터뷰로 전했습니다.
인터뷰한 A씨는 당시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기자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A씨는 한때 이완구 전 총리 측근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MBN은 이후 인터뷰에 특정한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당시 방송 동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중요하다 판단되는 취재원이 무엇이라 이야기했다는 점을 따옴표로 헤드라인을 달고 보도함으로써 언론은 그것에 관해서 면책을 받고/정작 그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분석은 결여되는..."
<질문>
그런데 이번 사건 초기에는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갈수록 야권, 또 이전 정부에까지 파문이 확산되고 있죠?
<답변>
네, 사실 파문이 야권으로 확산된데는 언론 보도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초기부터 일부 언론은 화살을 야권에도 돌렸습니다.
<녹취> 동아 4.13 사설 : "노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때 사면을 주도한 라인은 민정수석관실로 전해철 이호철 씨가 수석비서관이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비서실장이었다."
<녹취> 조선 4.11 : "성완종 마당발 인맥...여야 안가려..추가 리스트 있을 가능성."
이 신문은 또 검찰이 야당 인사들의 명단까지 기재된 로비 장부를 입수했다고 크게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4.17. 여야 인사 14명 ‘성완종 장부’ 나왔다 "현 정부 유력 인사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등 야당 정치인 7~8명에게도 금품을 준 내역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조선일보가 말한 장부를 확보한 적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녹취> 채널A 4.17 : "검찰이 하지 않은 일로 인해 공격을 받는 상황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검찰이 부인했는데도 이 신문은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녹취> 4.18 : "성완종 장부에 야도 긴장."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성 전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여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문들의 보도 방향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분석 결과 성 전 회장이 자살한 다음날인 10일부터 이완구 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20일 사이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검찰 수사와 관련한 5개 일간지의 보도는 635건.
이완구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에 대한 보도가 153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불법 대선 자금과 관련해서는 한겨레와 경향이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다룬 반면, 야당 책임론은 조선,중앙,동아의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CG out]
<인터뷰>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있다라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데 보수 신문들이 이미 야당책임론을 초창기부터, 사건이 터지면서부터 바로 들고 나와서 특별사면, 그리고 야당의 정치자금도 수사하자.. 그런 식의 태도를 이미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는 속보 경쟁 속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취재 윤리와 원칙만큼 중요한 것이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라는 점에서 ‘성완종 리스트’는 우리 언론에 커다란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현 정권 유력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담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안을 놓고 언론들도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나거나 취재의 기본 원칙과 윤리를 지켰는지 의문이 드는 보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먼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언론 보도의 문제점, 최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최 기자, 태풍의 눈이 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먼저 확산 과정을 살펴볼까요?
<답변>
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향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와, 시신에서 발견된 메모가 공개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전 정권에서 이뤄진 해외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리포트>
<녹취> 이완구(전 국무총리) :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근절해 나가겠습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원 개발과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어 억울하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녹취> 故 성완종(전 경남기업 회장) : ""(왜 제가) 자원 외교의 표적의 대상이 됐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 전 회장은 이 기자회견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50분 동안 통화하면서 현 정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말했고 경향신문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경향 4.10 : "성완종, 김기춘 10만 달러·허태열 7억 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 유력 인사 8명의 이름과 금품 액수가 적힌 성 전 회장의 메모가 시신에서 발견되면서 언론은 일제히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4.11 : "성완종의 56자 박 정권을 겨누다."
<녹취> 중앙일보 4.11 : "성완종 리스트 정국 강타."
언론들은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 원이 든 비타민 음료 박스를 전달받았다는 의혹 등 구체적인 증언과 관련된 정황들을 후속 보도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4.15 : "성완종 비망록엔 이완구와 만남 23차례."
<녹취> SBS 뉴스 4.19 :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전화는 1년간 모두 217차례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성완종 전 회장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며 금품수수의혹을 부인하던 이완구 전 총리는 열흘 뒤인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질문>
초기에 주로 경향신문의 독점 보도를 다른 언론들이 따라가는 모습이었는데, JTBC가 성 전 회장과 경향신문 기자의 통화 녹음파일을 방송해서 취재 윤리 문제도 불거졌죠?
<답변>
네, JTBC가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 한 녹음 파일을 경향신문과 유가족들의 반대를 하는데도 방송해 무리를 빚었습니다.
<리포트>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과의 통화내용을 활용해 닷새 동안 앞선 보도를 하다 4월 16일 조간에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유족의 반대 때문에 음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 "성완종 전 회장 녹음 파일 검찰 제공...유족 뜻에 따라 검찰에 녹음파일을 제공하되 녹음 육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JTBC는 경향신문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기 몇시간 전 녹음파일 복제를 도왔던 컴퓨터 전문가에게서 성 전 회장의 음성 녹음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녹취> 손석희 앵커 : "잠시 후 2부에서는 경향신문이 입수했던 성완종 씨 육성 인터뷰 내용을 입수해서 대부분 방송해드릴 예정입니다."
JTBC는 인터뷰를 한 당사자인 경향신문이나, 성 전 회장의 유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음성녹취를 공개하지 말라는 유족의 요구도 무시한 채 방송을 강행했습니다.
JTBC는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해 방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손석희 앵커 : "시청자 여러분들의 알 권리를 우선하고 그동안 단편적으로 보도된 통화내용 외에 전체적인 맥락을 그대로 전해드림으로써 그 뜻이 무엇인가, 어떠한 내용을 함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많은 분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하지만 경향신문 기자들은 JTBC가 절취행위를 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녹취>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 :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서둘러 음성파일 일부를 잘라서 보도한 것이 공익과 진실 찾기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묻고 싶다."
일부 언론들도 JTBC의 성 전 회장 육성공개가 기자의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보도하는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비판 의견을 실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4.17 :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고 불법과 불의를 파헤치는 기자들에게는 다른 분야보다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인터뷰> 김민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공익을 위한 보도라고 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판단의 기준에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양심에 따라 판단을 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음성파일이 공적 자산이기 때문에 공개가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성 전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한 이유는 발언내용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중언(한겨레신문 디지털에디터) : "우리 사회를 향한 하나의 발언이다. 그 내용 역시 이 사회의 권력층에 대해서 누가 얼마나의 정치 자금을 줬고/ 이런 내용은 누구 한 사람, 누구 한 언론사의 개인 자산일 수가 없다."
또, 한 방송은 이 녹취파일 일부를 사용하면서 경향신문이라는 출처를 밝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녹취> MBC 뉴스 4.14 : "선거사무소에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도 3천만 원 주고."
이에 대해 MBC는 경향신문이 보도한 원 자료를 사용한 것이고 기사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처럼 언론의 중요한 취재물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취재 윤리 논란 이면에는 언론사간 과열 경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경항신문이 의제를 며칠간 주도해 나가서 경쟁 언론으로서 상당히 부담감을 느꼈으리라고 판단합니다. 그런 부담감이 언론의 윤리를 저버리는 그런 행위로 결과된 것이 아닌가..."
<질문>
취재 윤리만큼 중요한 부분이 취재원 검증 아닙니까. 그런데도 가장 기본적인 이런 취재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죠?
<답변>
네, 일부긴 하지만 취재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5일, 성완종 전 회장이 2013년 당시 이완구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3천만 원이 든 비타민 음료 박스를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 측근의 진술이 보도됐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4.15 : "성완종 측, 차에서 비타500 박스 꺼내 전달"
다른 언론들도 두 사람이 이날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했다는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MBN은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 오지 않았다는 정 반대의 주장을 전화 인터뷰로 전했습니다.
인터뷰한 A씨는 당시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기자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A씨는 한때 이완구 전 총리 측근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MBN은 이후 인터뷰에 특정한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당시 방송 동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인터뷰>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중요하다 판단되는 취재원이 무엇이라 이야기했다는 점을 따옴표로 헤드라인을 달고 보도함으로써 언론은 그것에 관해서 면책을 받고/정작 그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분석은 결여되는..."
<질문>
그런데 이번 사건 초기에는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갈수록 야권, 또 이전 정부에까지 파문이 확산되고 있죠?
<답변>
네, 사실 파문이 야권으로 확산된데는 언론 보도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초기부터 일부 언론은 화살을 야권에도 돌렸습니다.
<녹취> 동아 4.13 사설 : "노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때 사면을 주도한 라인은 민정수석관실로 전해철 이호철 씨가 수석비서관이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비서실장이었다."
<녹취> 조선 4.11 : "성완종 마당발 인맥...여야 안가려..추가 리스트 있을 가능성."
이 신문은 또 검찰이 야당 인사들의 명단까지 기재된 로비 장부를 입수했다고 크게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4.17. 여야 인사 14명 ‘성완종 장부’ 나왔다 "현 정부 유력 인사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중진 의원 등 야당 정치인 7~8명에게도 금품을 준 내역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조선일보가 말한 장부를 확보한 적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녹취> 채널A 4.17 : "검찰이 하지 않은 일로 인해 공격을 받는 상황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검찰이 부인했는데도 이 신문은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녹취> 4.18 : "성완종 장부에 야도 긴장."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성 전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여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문들의 보도 방향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분석 결과 성 전 회장이 자살한 다음날인 10일부터 이완구 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20일 사이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의 검찰 수사와 관련한 5개 일간지의 보도는 635건.
이완구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에 대한 보도가 153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불법 대선 자금과 관련해서는 한겨레와 경향이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다룬 반면, 야당 책임론은 조선,중앙,동아의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CG out]
<인터뷰>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있다라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데 보수 신문들이 이미 야당책임론을 초창기부터, 사건이 터지면서부터 바로 들고 나와서 특별사면, 그리고 야당의 정치자금도 수사하자.. 그런 식의 태도를 이미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는 속보 경쟁 속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취재 윤리와 원칙만큼 중요한 것이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라는 점에서 ‘성완종 리스트’는 우리 언론에 커다란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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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희 기자 yuriyur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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