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라진 길고양이 알고 보니…

입력 2015.05.26 (08:31) 수정 2015.05.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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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5개월 전, 뉴스 따라잡기를 통해 방송됐던 영상입니다.

울산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서 수백 마리의 길고양이가 사라졌다며, 동물 단체들이 나서 범인을 찾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이 대체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일부 업자들에 의해 불법으로 도살돼 약재로 팔리고 있다는 의혹만 무성할 뿐이었는데요.

그런데 의혹뿐이었던 길고양이 도살장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확인한 것만 무려 6백 마리의 고양이를 도살했다는 한 업자.

먼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낡은 창고 건물.

냉동고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색 고기가 보관돼 있고, 쓰레기통에는 동물의 내장이 한가득입니다.

끓는 물이 가득한 양동이와 나사가 촘촘하게 박힌 정체 모를 기계도 보입니다.

그리고 한쪽에 쌓여 있는 노란색 상자.

철창 안에 들어있는 건, 다름 아닌 고양이입니다.

<녹취> 단속 경찰관 : “(고양이를 잡아서 (죽일) 계획했다,) 네? (그리고 장소도 고양이를 잡는 곳이다, 맞죠?)"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양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고가 잇따르는 건, 지난해 10월부터입니다.

<인터뷰> 신00(울산캣맘연대/2014.12.9방송) :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TNR (중성화 수술)을 해서 내보내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수술을 했다면 보통 3~5일 정도 있다가 돌아와야 되는데 안 돌아오는 거예요.”

울산과 포항, 부산 할 것 없이 도심 곳곳에서 수백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

<인터뷰> 강원 대표(울산캣맘연대/2014.12.9방송) : “저는 4년 동안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있는데요. 제가 돌보고 있는 3분의 1 이상의 고양이들이 더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 보호단체들은 사라지고 있는 고양이의 흔적을 추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뷰> 심인섭(팀장/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 “조사를 하던 중에 건강원에 가공되어 냉동되어진 그런 고양이 사체를 확인하고 정말 생각만 했던 그런 전문적인 조직, 업체, 업자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경찰에 고발한 (겁니다.) ”

사라진 고양이들이 불법으로 포획돼 식용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는 얘기.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도, 당시 재래시장 건강원 등을 돌며, 비슷한 내용의 제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A 건강원 주인(음성변조/2014.12.9방송) : “약용으로 쓴다는 말이 있어요. 고양이 뼈 달여 먹으면 효과 있다고 하거든요.”

<녹취> B 건강원 주인(음성변조/2014.12.9방송) : “관절 아프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해서 가요. 고양이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봐.”

동물 보호단체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고양이 고기가 유통된다는 첩보가 입수된 곳은 부산의 한 재래시장.

경찰은 이곳에서 실제 고양이 고기가 유통되는 현장을 포착합니다.

그리고 고기를 공급하는 납품업자를 기다린 다음, 그 뒤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당시 경찰이 납품업자의 뒤를 쫒아 도착한 경남 김해의 한 창고 건물입니다.

도착한 남성이 차에서 무언가를 들고 내리더니, 창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녹취> 잠복경찰 : “옮긴다. 옮긴다. 옮긴다.”

경찰은 곧바로 현장을 덮쳤습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길고양이 포획장치.

한 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강선욱(경위/부산 북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줄을 위에 고정시켜서 치킨같은 먹이를 달고 먹이를 고양이가 당겼을 때 자연스럽게 빠지면서 차단기가 내려가는 방식입니다. "

철사로 입구를 막아 놓은 플라스틱 상자 안에는 이런 식으로 잡아 온 고양이들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곧 도살될 위기에 있었던 고양이들.

건물 안에는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솥을 포함해, 고양이를 도살할 때 쓰는 낯선 장비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심인섭(팀장/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 “(고양이가 담긴) 그 플라스틱 우리를 뜨거운 솥에다가 담그는 거죠. 담그고 나면 익사 한 이후에는 그 옆에 보면 털 뽑는 기계 장치가 있거든요. 거기서 돌려서 털을 뽑고…….”

냉동고 안에는 도살을 끝낸 고양이 고기가 보관돼 있던 상황. 쓰레기통 안에 동물 내장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이미 상당수의 고양이가 도살된 걸로 보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지난해 2월부터, 이런 식으로 모두 6백 마리의 고양이를 불법 도살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이 만든 포획틀을 가지고, 부산과 경남 일대 주택가를 돌며, 주로 길고양이를 잡아온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인터뷰> 피의자(음성변조) : "신경통에 좋다고 하니까 돈이 되는가 싶어서 장날이 되면 가지고 나가서 (팔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도살된 고양이 고기를 사간 건 누굴까?

<인터뷰> 윤영균(경감/부산 북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나비탕, 고양이 탕이죠. 고양이가 관절염에 좋다는 속설을 믿고 그런 속설을 믿은 사람들이 구매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양이 고기가 관절염 치료제로 팔리고 있다는 얘기.

취재팀은 손님으로 가장해 직접 건강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정말 적지 않은 수의 건강원들이 고양이 탕, 속칭 ‘나비탕’을 취급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건강원 관계자(음성변조) : “주문하시면 화요일까지 저희가 해드릴 수 있어요. 병원에 다녀도 효과를 못 보셔서 결국에는 견딜 수가 없어서 오시더라고요.”

<녹취>건강원 관계자(음성변조) : “고양이? 관절 때문에? 하죠. (많이 찾아요?)고양이가 좋긴 좋지. 고양이는 2층, 3층에서 떨어져도 안 죽어요. 그만큼 뼈가 단단해요. 그거 먹어본 사람은 다른 거 안 먹어요.”

일부 건강원은 길고양이를 재료로 쓴다고 당당하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건강원 관계자(음성변조) : “들고양이들 있잖아. 다니는 거. 그걸로 하는 거예요.”

<녹취> 건강원 관계자(음성변조) : “다 야생에 가서 덫 놔서 잡아서 하는 거지. 상관없는 부분이에요. 고아서 하는 건데 날로 먹는 게 아니고.“

그렇다면, 고양이가 정말 관절염에 효과가 있긴 한걸까?

전문가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김한겸(한의사/대한한의사협회) : “고양이탕이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거나 증상을 경감시킨다는 것에 대해서는 케이스 논문도 하나도 없고요. 과거 논문을 찾아보아도 고양이가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길고양이의 경우, 무엇을 먹었을지 모르기 때문에,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였습니다.

<인터뷰> 김한겸(한의사/대한한의사협회이사) : “호랑이 뼈가 관절염에 좋다는 얘기가 들리다 보니까 아 그럼 같은 과인 고양이도 좋지 않을까. 고양이가 높은 데서도 잘 뛰어내리고 관절이 튼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절이 좋아지지 않을까 이런 미신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효과가 확인되지도 않은 관절염 약을 위해 수많은 고양이가 희생된 셈.

경찰은 검거된 피의자에게 동물 학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하고, 길고양이 불법 유통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여나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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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사라진 길고양이 알고 보니…
    • 입력 2015-05-26 08:32:36
    • 수정2015-05-26 15: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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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5개월 전, 뉴스 따라잡기를 통해 방송됐던 영상입니다.

울산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서 수백 마리의 길고양이가 사라졌다며, 동물 단체들이 나서 범인을 찾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이 대체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일부 업자들에 의해 불법으로 도살돼 약재로 팔리고 있다는 의혹만 무성할 뿐이었는데요.

그런데 의혹뿐이었던 길고양이 도살장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확인한 것만 무려 6백 마리의 고양이를 도살했다는 한 업자.

먼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낡은 창고 건물.

냉동고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색 고기가 보관돼 있고, 쓰레기통에는 동물의 내장이 한가득입니다.

끓는 물이 가득한 양동이와 나사가 촘촘하게 박힌 정체 모를 기계도 보입니다.

그리고 한쪽에 쌓여 있는 노란색 상자.

철창 안에 들어있는 건, 다름 아닌 고양이입니다.

<녹취> 단속 경찰관 : “(고양이를 잡아서 (죽일) 계획했다,) 네? (그리고 장소도 고양이를 잡는 곳이다, 맞죠?)"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양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고가 잇따르는 건, 지난해 10월부터입니다.

<인터뷰> 신00(울산캣맘연대/2014.12.9방송) :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TNR (중성화 수술)을 해서 내보내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수술을 했다면 보통 3~5일 정도 있다가 돌아와야 되는데 안 돌아오는 거예요.”

울산과 포항, 부산 할 것 없이 도심 곳곳에서 수백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

<인터뷰> 강원 대표(울산캣맘연대/2014.12.9방송) : “저는 4년 동안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있는데요. 제가 돌보고 있는 3분의 1 이상의 고양이들이 더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 보호단체들은 사라지고 있는 고양이의 흔적을 추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뷰> 심인섭(팀장/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 “조사를 하던 중에 건강원에 가공되어 냉동되어진 그런 고양이 사체를 확인하고 정말 생각만 했던 그런 전문적인 조직, 업체, 업자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경찰에 고발한 (겁니다.) ”

사라진 고양이들이 불법으로 포획돼 식용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는 얘기.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도, 당시 재래시장 건강원 등을 돌며, 비슷한 내용의 제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A 건강원 주인(음성변조/2014.12.9방송) : “약용으로 쓴다는 말이 있어요. 고양이 뼈 달여 먹으면 효과 있다고 하거든요.”

<녹취> B 건강원 주인(음성변조/2014.12.9방송) : “관절 아프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해서 가요. 고양이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봐.”

동물 보호단체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고양이 고기가 유통된다는 첩보가 입수된 곳은 부산의 한 재래시장.

경찰은 이곳에서 실제 고양이 고기가 유통되는 현장을 포착합니다.

그리고 고기를 공급하는 납품업자를 기다린 다음, 그 뒤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당시 경찰이 납품업자의 뒤를 쫒아 도착한 경남 김해의 한 창고 건물입니다.

도착한 남성이 차에서 무언가를 들고 내리더니, 창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녹취> 잠복경찰 : “옮긴다. 옮긴다. 옮긴다.”

경찰은 곧바로 현장을 덮쳤습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길고양이 포획장치.

한 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강선욱(경위/부산 북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줄을 위에 고정시켜서 치킨같은 먹이를 달고 먹이를 고양이가 당겼을 때 자연스럽게 빠지면서 차단기가 내려가는 방식입니다. "

철사로 입구를 막아 놓은 플라스틱 상자 안에는 이런 식으로 잡아 온 고양이들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곧 도살될 위기에 있었던 고양이들.

건물 안에는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솥을 포함해, 고양이를 도살할 때 쓰는 낯선 장비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심인섭(팀장/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 “(고양이가 담긴) 그 플라스틱 우리를 뜨거운 솥에다가 담그는 거죠. 담그고 나면 익사 한 이후에는 그 옆에 보면 털 뽑는 기계 장치가 있거든요. 거기서 돌려서 털을 뽑고…….”

냉동고 안에는 도살을 끝낸 고양이 고기가 보관돼 있던 상황. 쓰레기통 안에 동물 내장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이미 상당수의 고양이가 도살된 걸로 보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지난해 2월부터, 이런 식으로 모두 6백 마리의 고양이를 불법 도살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이 만든 포획틀을 가지고, 부산과 경남 일대 주택가를 돌며, 주로 길고양이를 잡아온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인터뷰> 피의자(음성변조) : "신경통에 좋다고 하니까 돈이 되는가 싶어서 장날이 되면 가지고 나가서 (팔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도살된 고양이 고기를 사간 건 누굴까?

<인터뷰> 윤영균(경감/부산 북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나비탕, 고양이 탕이죠. 고양이가 관절염에 좋다는 속설을 믿고 그런 속설을 믿은 사람들이 구매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양이 고기가 관절염 치료제로 팔리고 있다는 얘기.

취재팀은 손님으로 가장해 직접 건강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정말 적지 않은 수의 건강원들이 고양이 탕, 속칭 ‘나비탕’을 취급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건강원 관계자(음성변조) : “주문하시면 화요일까지 저희가 해드릴 수 있어요. 병원에 다녀도 효과를 못 보셔서 결국에는 견딜 수가 없어서 오시더라고요.”

<녹취>건강원 관계자(음성변조) : “고양이? 관절 때문에? 하죠. (많이 찾아요?)고양이가 좋긴 좋지. 고양이는 2층, 3층에서 떨어져도 안 죽어요. 그만큼 뼈가 단단해요. 그거 먹어본 사람은 다른 거 안 먹어요.”

일부 건강원은 길고양이를 재료로 쓴다고 당당하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건강원 관계자(음성변조) : “들고양이들 있잖아. 다니는 거. 그걸로 하는 거예요.”

<녹취> 건강원 관계자(음성변조) : “다 야생에 가서 덫 놔서 잡아서 하는 거지. 상관없는 부분이에요. 고아서 하는 건데 날로 먹는 게 아니고.“

그렇다면, 고양이가 정말 관절염에 효과가 있긴 한걸까?

전문가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김한겸(한의사/대한한의사협회) : “고양이탕이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거나 증상을 경감시킨다는 것에 대해서는 케이스 논문도 하나도 없고요. 과거 논문을 찾아보아도 고양이가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길고양이의 경우, 무엇을 먹었을지 모르기 때문에,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였습니다.

<인터뷰> 김한겸(한의사/대한한의사협회이사) : “호랑이 뼈가 관절염에 좋다는 얘기가 들리다 보니까 아 그럼 같은 과인 고양이도 좋지 않을까. 고양이가 높은 데서도 잘 뛰어내리고 관절이 튼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절이 좋아지지 않을까 이런 미신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효과가 확인되지도 않은 관절염 약을 위해 수많은 고양이가 희생된 셈.

경찰은 검거된 피의자에게 동물 학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하고, 길고양이 불법 유통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여나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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