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시대 악단 정치…‘모란봉악단’”

입력 2015.06.06 (08:07) 수정 2015.06.0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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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식량’보다 더 중요하다고 극찬을 하며 띄우는 단체가 있는데요.

바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창단을 지시하고 이름까지 지어줬다는 ‘모란봉악단’입니다.

한때 파격적인 모습으로 개방적인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김정은 찬양 일색의 체제 선전대의 역할이 더 강한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김정은 시대 ‘악단정치’.

그 중심에 있는 모란봉악단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가리라 백두산으로’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흰색 미니스커트 차림에 다양한 동작이 가미된 경쾌한 율동.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7개월의 공백을 깨고 신곡을 발표했다.

<녹취> ‘내 마음’ : "날 키워준 정든 어머니 조국 없인 내 삶도 없어"

대표 가수 류진아의 청아한 음색과 한층 화려해진 무대 조명.

그리고 수준 높은 연주 실력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녹취> ‘천 리라도 만 리라도’ : "천 리라도 만 리라도 따르리 원수님만 끝까지 받들어"

신곡에선 변화도 감지됐다.

최근 북한 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백두산 정신’을 노래로 만드는 등,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찬양을 더욱 노골화한 것이다.

김정은의 지시로 전격 창단된 모란봉악단은 지난 2012년 7월 첫 공연을 가졌다.

키보드, 기타, 바이올린 등 10명의 연주자와 7명의 가수로 구성된 모란봉악단은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의 대표적인 상업영화 ‘록키’ 주제곡이 연주되는가 하면, 미키마우스 등 월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대거 등장해 공연의 흥을 돋운 것이다.

당시 TV로 공연을 지켜본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고 한다.

<인터뷰> 문OO(2014년 탈북) : "완전히 새로운 느낌. 말하자면 옷도 이렇게 작게 입게 나오고 우리 북한에서는 상상 못했던 몸을 막 흔들며 추고, 자유자재로 추는 정말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한 일곱 여덟 명이 나와서 이 형식 저 형식을 바꾸면서 (공연을) 하고 다 젊었고 다 이십대..."

공연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만족감을 표시한 김정은...

그의 곁엔,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부인 리설주가 있었다.

북한 ‘퍼스트레이디’로서 첫 행보를 모란봉악단 공연과 함께 한 것이다.

이후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군부대 위문공연을 비롯해 북한 주요 명절이나 행사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명실상부한 북한 최고 예술단으로 자리 잡는다.

여기엔 북한 당국의 대대적인 ‘모란봉악단 띄우기’도 큰 역할을 했다.

모란봉악단을 ‘강성국가 건설의 최후 승리를 위한 제일나팔수’라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지난 14일엔 노동신문 1면을 통해 모란봉악단의 음악이 ‘식량’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최고지도자와 당국이 앞장서 예술단 띄우기에 열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김정은 자체가 오랜 정치적 경험을 닦은 것도 아니고 이런 주체사상의 새로운 후계자로서의 이론적인 체계를 밟았던 것도 아니고,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던 부분들이 문화예술 쪽이나 방송 쪽이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모란봉악단과 음악정치라고 하는 걸 결합시켜서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다지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가 되고 있습니다."

모란봉악단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이른바 ‘악단정치’는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해 3월) : "연일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모여 온 관람자들로 4.25문화회관은 25일에도 초만원을 이뤘습니다."

북한 내 모란봉악단의 인기 때문이다.

실제 공연 티켓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지불할 만큼, 인기가 높다는 전언이다.

<인터뷰> 문OO(2014년 탈북) : "공연 참가자 대상은 일을 잘하는, 성과를 올린 이런 분들한테 표를 단체로 나누어주는 형식으로 주거든요. 그렇게 하고 그 좌석이 많으니까 나머지는 표를 판매합니다. 판매로 나가는데, 그건 거의 10배 가격으로 팔렸습니다. TV로 보는 느낌하고 직접 보는 느낌이 다르거든요. (모란봉악단 공연을) 한 번은 꼭 보자는 그런 생각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선 모란봉악단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춤 동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문OO(2014년 탈북) : "우선 그 옷차림이 치마를 짧게 입었는데 그걸 따라 하기 좋아합니다. 그걸 아가씨들이 ‘아 저렇게 입었으면’ 하고 따라 합니다. 그 전에는 우리가 무릎 아래까지 치마를 입게 했거든요. 근데 그 악단 공연이 나온 다음부터는 무릎 위에까지 살짝 올라가도 그렇게까지 단속 대상이 되질 않았고, 그 다음 머리스타일도 간편하고 산뜻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친구들끼리 노래 부르고 놀 때 그런 형식으로 몸을 흔들며 추려고 하고 그렇게 따라하는 외향이 많습니다."

북한에서 소해금 연주가로 활동했던 박성진 씨는 모란봉악단의 인기 비결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에서 찾는다.

<인터뷰> 박성진(소해금 연주가/평양예술학교출신) : "다른 나라 특히 이제 한류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거기 사람들이 지금 눈이 다 그쪽으로 가 있는데. 예전에 했던 것으로 아무리 방송을 켜놓는다면 누가 보겠어요. 그런데 지금 모란봉악단이 나오면서 짧은 치마의 여자들이 굉장히 엉덩이까지 막 들썩대면서 퍼포먼스가 강렬하잖아요. 그래서 그러한 단체가 나오게 되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데에는 굉장히 성공했다고 봐야 되겠죠."

모란봉악단 이전에도 북한은 체제 선전을 위한 수단으로 문화예술을 끊임없이 활용해 왔다.

일찍이 김일성 주석 시대엔 지도자를 우상화하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내용의 ‘혁명가극’을 통해 주민들의 사상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선전선동은 영화, 가극, 음악 등으로 그 폭을 더욱 넓혀나간다.

특히 김정일은 “음악의 감화력으로 정치를 펼쳐나가는 것이 북한 노동당의 독특한 정치방식”이라며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북한 음악이 가진 특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일단 북한의 가요는 전부 다 ‘절가화’ 되어 있거든요. 사음절로 이렇게 끊어져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음절로 끊어져서 쉬운 리듬에 불려지는 노래들은 굉장히 암송이 유리한 측면들이 있습니다. 쉽게 부를 수 있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일상적으로 주민들을 노력동원으로 내세운데 있어서 노래는 굉장히 유용한 측면들이 있는 부분들이 있죠."

때문에 경제난이 극에 달했던 1990년대, 북한의 악단정치는 더욱 강화된다.

북한 최초의 전자악기 도입과 서구적인 옷차림으로 화제를 모은 ‘왕재산 경음악단’, ‘보천보 전자악단’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2009년엔 리설주가 독창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던 은하수 관현악단이 북한 최고 예술단 자리에 오르지만, 그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른바 동영상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아예 공중분해된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모란봉악단이 등장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데뷔하고 등장한 것은 2012년으로 봐야 되기 때문에 2012년에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예술단을 만들고 그 예술단에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김정은 시대에 어떤 확고한 예술 영도력이라고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그렇다면 이전의 예술단과 차별화되는 모란봉악단의 특징은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격적인 형식이다.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에 짙은 화장, 화려한 퍼포먼스는 기존의 예술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란봉악단만의 특징으로 꼽힌다.

무대 연출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 예술단의 공연과 달리 돌출 무대로 객석과의 거리를 좁히고, 관객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이다.

이밖에 카메라 앵글이 다양화되고 화려한 무대장치가 동원된 데엔 김정은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뷰> 박성진(소해금 연주가/평양예술학교출신) : "김정은이는 당연히 서양에서 유학파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자기네가 보고 왔기 때문에 서양에서 봤던 것을 그대로 와서 해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무대 세팅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철저하게 김정은이가 만들어낸 작품이 아닐까..."

그러나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은 개방화된 겉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전승절, 인민군 창건일 등 북한의 주요 기념일에 군복을 차려입고 경례를 붙이는 모습..

<녹취> 조선중앙TV : "마음이 끌려 따르는 김정은 동지, 내 생명 다할 때까지 변함없을 이 마음."

노랫말 대부분도 ‘김정은 찬양가’ 일색이 되는 등 갈수록 나팔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지적’을 부각하는 것 역시 특징 중 하나이다.

광명성 3호기 발사 성공 후 열린 축하 공연에서 무대에 미사일 모형을 설치하고 김정은의 현지지도 모습을 반복해서 내보내며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킨 것은 이를 잘 드러낸다.

<녹취> ‘단숨에’ : "단숨에"

또 김정은이 강성대국건설을 위해 제시한 구호인 ‘단숨에’를 거의 매 공연마다 노래하는 등, 모란봉악단을 통한 김정은의 악단정치는 날이 갈수록 그 성격을 노골화하고 있다.

<녹취> 전혜영(‘휘파람’/보천보 전자악단) :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지난 3월, 북한 당국은 1970년대 이후 큰 인기를 누린 예술단들을 주축으로 ‘추억의 노래’ 공연을 펼쳤다.

<녹취> 리경숙(‘반갑습니다’/보천보 전자악단) :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정치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김정은이 모란봉악단에서 나아가 과거 예술단까지 체제결속에 활용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러한 악단정치는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현실생활에서의 어떤 뒷받침이라든가 현실생활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 동반 되어져야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은 이제 이 모란봉악단이 상당히 연주의 폭을 예전보다는 넓힌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변화가 동반될 때 가능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체제선전과 우상화에 앞장서 온 모란봉악단!

하지만 예술인들의 숙청까지 이어지는 등 내부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악단정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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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시대 악단 정치…‘모란봉악단’”
    • 입력 2015-06-06 08:37:57
    • 수정2015-06-06 22: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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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식량’보다 더 중요하다고 극찬을 하며 띄우는 단체가 있는데요.

바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창단을 지시하고 이름까지 지어줬다는 ‘모란봉악단’입니다.

한때 파격적인 모습으로 개방적인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김정은 찬양 일색의 체제 선전대의 역할이 더 강한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김정은 시대 ‘악단정치’.

그 중심에 있는 모란봉악단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가리라 백두산으로’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흰색 미니스커트 차림에 다양한 동작이 가미된 경쾌한 율동.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7개월의 공백을 깨고 신곡을 발표했다.

<녹취> ‘내 마음’ : "날 키워준 정든 어머니 조국 없인 내 삶도 없어"

대표 가수 류진아의 청아한 음색과 한층 화려해진 무대 조명.

그리고 수준 높은 연주 실력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녹취> ‘천 리라도 만 리라도’ : "천 리라도 만 리라도 따르리 원수님만 끝까지 받들어"

신곡에선 변화도 감지됐다.

최근 북한 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백두산 정신’을 노래로 만드는 등,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찬양을 더욱 노골화한 것이다.

김정은의 지시로 전격 창단된 모란봉악단은 지난 2012년 7월 첫 공연을 가졌다.

키보드, 기타, 바이올린 등 10명의 연주자와 7명의 가수로 구성된 모란봉악단은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의 대표적인 상업영화 ‘록키’ 주제곡이 연주되는가 하면, 미키마우스 등 월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대거 등장해 공연의 흥을 돋운 것이다.

당시 TV로 공연을 지켜본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고 한다.

<인터뷰> 문OO(2014년 탈북) : "완전히 새로운 느낌. 말하자면 옷도 이렇게 작게 입게 나오고 우리 북한에서는 상상 못했던 몸을 막 흔들며 추고, 자유자재로 추는 정말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한 일곱 여덟 명이 나와서 이 형식 저 형식을 바꾸면서 (공연을) 하고 다 젊었고 다 이십대..."

공연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만족감을 표시한 김정은...

그의 곁엔,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부인 리설주가 있었다.

북한 ‘퍼스트레이디’로서 첫 행보를 모란봉악단 공연과 함께 한 것이다.

이후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군부대 위문공연을 비롯해 북한 주요 명절이나 행사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명실상부한 북한 최고 예술단으로 자리 잡는다.

여기엔 북한 당국의 대대적인 ‘모란봉악단 띄우기’도 큰 역할을 했다.

모란봉악단을 ‘강성국가 건설의 최후 승리를 위한 제일나팔수’라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지난 14일엔 노동신문 1면을 통해 모란봉악단의 음악이 ‘식량’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최고지도자와 당국이 앞장서 예술단 띄우기에 열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김정은 자체가 오랜 정치적 경험을 닦은 것도 아니고 이런 주체사상의 새로운 후계자로서의 이론적인 체계를 밟았던 것도 아니고,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던 부분들이 문화예술 쪽이나 방송 쪽이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모란봉악단과 음악정치라고 하는 걸 결합시켜서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다지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가 되고 있습니다."

모란봉악단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이른바 ‘악단정치’는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해 3월) : "연일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모여 온 관람자들로 4.25문화회관은 25일에도 초만원을 이뤘습니다."

북한 내 모란봉악단의 인기 때문이다.

실제 공연 티켓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지불할 만큼, 인기가 높다는 전언이다.

<인터뷰> 문OO(2014년 탈북) : "공연 참가자 대상은 일을 잘하는, 성과를 올린 이런 분들한테 표를 단체로 나누어주는 형식으로 주거든요. 그렇게 하고 그 좌석이 많으니까 나머지는 표를 판매합니다. 판매로 나가는데, 그건 거의 10배 가격으로 팔렸습니다. TV로 보는 느낌하고 직접 보는 느낌이 다르거든요. (모란봉악단 공연을) 한 번은 꼭 보자는 그런 생각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선 모란봉악단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춤 동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문OO(2014년 탈북) : "우선 그 옷차림이 치마를 짧게 입었는데 그걸 따라 하기 좋아합니다. 그걸 아가씨들이 ‘아 저렇게 입었으면’ 하고 따라 합니다. 그 전에는 우리가 무릎 아래까지 치마를 입게 했거든요. 근데 그 악단 공연이 나온 다음부터는 무릎 위에까지 살짝 올라가도 그렇게까지 단속 대상이 되질 않았고, 그 다음 머리스타일도 간편하고 산뜻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친구들끼리 노래 부르고 놀 때 그런 형식으로 몸을 흔들며 추려고 하고 그렇게 따라하는 외향이 많습니다."

북한에서 소해금 연주가로 활동했던 박성진 씨는 모란봉악단의 인기 비결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에서 찾는다.

<인터뷰> 박성진(소해금 연주가/평양예술학교출신) : "다른 나라 특히 이제 한류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거기 사람들이 지금 눈이 다 그쪽으로 가 있는데. 예전에 했던 것으로 아무리 방송을 켜놓는다면 누가 보겠어요. 그런데 지금 모란봉악단이 나오면서 짧은 치마의 여자들이 굉장히 엉덩이까지 막 들썩대면서 퍼포먼스가 강렬하잖아요. 그래서 그러한 단체가 나오게 되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데에는 굉장히 성공했다고 봐야 되겠죠."

모란봉악단 이전에도 북한은 체제 선전을 위한 수단으로 문화예술을 끊임없이 활용해 왔다.

일찍이 김일성 주석 시대엔 지도자를 우상화하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내용의 ‘혁명가극’을 통해 주민들의 사상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선전선동은 영화, 가극, 음악 등으로 그 폭을 더욱 넓혀나간다.

특히 김정일은 “음악의 감화력으로 정치를 펼쳐나가는 것이 북한 노동당의 독특한 정치방식”이라며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북한 음악이 가진 특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일단 북한의 가요는 전부 다 ‘절가화’ 되어 있거든요. 사음절로 이렇게 끊어져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음절로 끊어져서 쉬운 리듬에 불려지는 노래들은 굉장히 암송이 유리한 측면들이 있습니다. 쉽게 부를 수 있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일상적으로 주민들을 노력동원으로 내세운데 있어서 노래는 굉장히 유용한 측면들이 있는 부분들이 있죠."

때문에 경제난이 극에 달했던 1990년대, 북한의 악단정치는 더욱 강화된다.

북한 최초의 전자악기 도입과 서구적인 옷차림으로 화제를 모은 ‘왕재산 경음악단’, ‘보천보 전자악단’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2009년엔 리설주가 독창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던 은하수 관현악단이 북한 최고 예술단 자리에 오르지만, 그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른바 동영상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아예 공중분해된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모란봉악단이 등장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데뷔하고 등장한 것은 2012년으로 봐야 되기 때문에 2012년에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예술단을 만들고 그 예술단에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김정은 시대에 어떤 확고한 예술 영도력이라고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그렇다면 이전의 예술단과 차별화되는 모란봉악단의 특징은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격적인 형식이다.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에 짙은 화장, 화려한 퍼포먼스는 기존의 예술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란봉악단만의 특징으로 꼽힌다.

무대 연출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 예술단의 공연과 달리 돌출 무대로 객석과의 거리를 좁히고, 관객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이다.

이밖에 카메라 앵글이 다양화되고 화려한 무대장치가 동원된 데엔 김정은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뷰> 박성진(소해금 연주가/평양예술학교출신) : "김정은이는 당연히 서양에서 유학파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자기네가 보고 왔기 때문에 서양에서 봤던 것을 그대로 와서 해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무대 세팅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철저하게 김정은이가 만들어낸 작품이 아닐까..."

그러나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은 개방화된 겉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전승절, 인민군 창건일 등 북한의 주요 기념일에 군복을 차려입고 경례를 붙이는 모습..

<녹취> 조선중앙TV : "마음이 끌려 따르는 김정은 동지, 내 생명 다할 때까지 변함없을 이 마음."

노랫말 대부분도 ‘김정은 찬양가’ 일색이 되는 등 갈수록 나팔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지적’을 부각하는 것 역시 특징 중 하나이다.

광명성 3호기 발사 성공 후 열린 축하 공연에서 무대에 미사일 모형을 설치하고 김정은의 현지지도 모습을 반복해서 내보내며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킨 것은 이를 잘 드러낸다.

<녹취> ‘단숨에’ : "단숨에"

또 김정은이 강성대국건설을 위해 제시한 구호인 ‘단숨에’를 거의 매 공연마다 노래하는 등, 모란봉악단을 통한 김정은의 악단정치는 날이 갈수록 그 성격을 노골화하고 있다.

<녹취> 전혜영(‘휘파람’/보천보 전자악단) :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지난 3월, 북한 당국은 1970년대 이후 큰 인기를 누린 예술단들을 주축으로 ‘추억의 노래’ 공연을 펼쳤다.

<녹취> 리경숙(‘반갑습니다’/보천보 전자악단) :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정치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김정은이 모란봉악단에서 나아가 과거 예술단까지 체제결속에 활용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러한 악단정치는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현실생활에서의 어떤 뒷받침이라든가 현실생활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 동반 되어져야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은 이제 이 모란봉악단이 상당히 연주의 폭을 예전보다는 넓힌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변화가 동반될 때 가능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체제선전과 우상화에 앞장서 온 모란봉악단!

하지만 예술인들의 숙청까지 이어지는 등 내부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악단정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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