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미 대학 쩐의 전쟁!…‘상아탑은 없다’

입력 2015.06.10 (18:07) 수정 2015.06.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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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 대학이 최근 4억 달러나 되는 역대 최고액의 기부금을 받았습니다.

기부를 한 사람은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존 폴슨인데요.

비윤리적으로 번 돈을 가뜩이나 부자 대학인 하버드가 받는게 옳으냐를 두고, 미국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소식,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이번에 존 폴슨이 기부한 돈이 무려 4천 4백억 원이 넘는 거네요?

<답변>
맞습니다.

먼저 존 폴슨이란 사람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대로 헤지펀드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억만장자고,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입니다.

미국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고위험 금융상품을 만들었는데 정작 본인은 망하는 쪽에 투자해 무려 10억 달러를 번 사람입니다.

존 폴슨이 4억 달러를 기부한 곳은 하버드의 단과대인 공학응용과학대학입니다.

폴슨 회장은 하버드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세계적 영향력을 미치면서 인류를 이롭게 했다면서 오늘 기부가 이런 유산을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돈 번 방법에 비하면 기부 명분은 그럴싸합니다.

하버드 대학은 즉각 환영 성명을 내고, 단과대학 이름을 '존 폴슨 공학 응용과학대'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질문>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기부금인데, 미국 유명인사들 반응은 상당히 비판적이군요?

<답변>
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대학에 4억 달러가 웬말이냐.

'참 잘했다'라면서 다음엔 명품 매장인 에르메스에 기부해서 세계 최고의 소매점으로 키우라고 비꼬았습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 존 폴슨이 낸 기부금은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실에서 나온 돈,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피눈물이라며 하버드대의 무분별한 기부금 모집을 꼬집었습니다.

기부자를 대학 이름에 붙이는 건 드문 일은 아니지만, 하버드는 예외였습니다.

2013년까지는 케네디 스쿨 뿐이었거든요.

하버드 의대 전 교수는 "하버드는 이런 식으로 학교 이름을 다 팔 것냐면서 폴슨의 이름으로 바꾼데 분노를 표시했습니다"

<질문>
미국 대학들 간에 기부금 모금이 과열되고 있다, 이건데... 전체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답변>
지난 한 해 하버드가 받은 기부금 총액이 1조 2천억 원이 넘습니다.

스탠포드대도 1조 원 이상을 받았고요.

USC나 노스웨스턴, 존스홉킨스도 5억 달러 이상 모금했습니다.

쌓여 있는 기부금도 많겠죠?

2013년 기준 하버드는 36조 원,

예일과 텍사스주립대는 23조 원,

스탠포드도 21조 원이나 됩니다.

미국 대학들은 이 기부금을 고위험 금융상품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역시 논란입니다.

<질문>
그런데 꼭 이런 기부금을 나쁘게 볼 수만은 없잖아요?

<답변>
네 일각에선 부의 불평등은 엄연한 현실인 것 아니냐, 기부금으로 부를 나누려는 행동은 오히려 칭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돈이 저소득층의 장학금으로 쓰이면 부의 재분배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모든 대학으로 기부금이 골고루 가는 게 아니란 점입니다.

미국에 대학이 한 3천개 되거든요.

이 가운데 20개 대학이 전체 기부금의 30%를 가져갑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은 재정난이 더 심해지고 장학금 규모도 쪼그라들었습니다.

지금 미국 대학생들, 학자금 대출 총액이 얼마인지 아세요?

무려 천4백조 원에 달합니다.

상상이 안 되는 큰 액수입니다.

유명 대학들은 막대한 기부금을 굴리고, 반면에 대다수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의 굴레를 쓴 채 졸업해서 빚 부담을 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게 현재의 미국 모습입니다.

<질문>
그래서인가요.

요즘 미국 대학생들이 독일로 유학을 많이 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네요.

<답변>
네, BBC 방송이 최근에 심층 보도를 했는데요.

최소 4천6백 명의 미국 학생들이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3년 새 20% 증가했습니다.

이유는 역시 돈이겠죠?

미국의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3천만 원에서 많은 곳은 7천만 원이나 합니다.

<녹취> 제이 말론(독일 유학생) : "독일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한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물론 등록금이 없다는 거죠."

독일에서는 2013년, 대학 등록금 제도가 완전 폐지됐습니다.

이런 규정은 외국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회 분담금으로 매 학기 약 15만 원 정도만 내면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독일 정부 입장에선 손해 아닌가요?

왜 이런 정책을 하는 건가요?

<답변>
독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이익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취업한 유학생의 40%만 독일에 남아서 5년 이상 세금을 내면 투자금을 뽑는다는 거죠.

<녹취> 포르베크(독일 학술교류처) ; "독일에 와서 학교를 마치는 학생들을 계속 유치할 수 있다면 저희에게는 정말 유리한 결과입니다. 교육이 끝날 때, 언어문제도 없어지고 독일 문화에도 익숙하니까."

실제 해외 유학생 절반 가량은 계속 독일에 머무르면서 취업도 하고 창업도 합니다.

정답이야 없겠지만 미국 대학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한국 대학들, 그리고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숙고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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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미 대학 쩐의 전쟁!…‘상아탑은 없다’
    • 입력 2015-06-10 18:51:37
    • 수정2015-06-11 11:22:19
    글로벌24
<앵커 멘트>

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 대학이 최근 4억 달러나 되는 역대 최고액의 기부금을 받았습니다.

기부를 한 사람은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존 폴슨인데요.

비윤리적으로 번 돈을 가뜩이나 부자 대학인 하버드가 받는게 옳으냐를 두고, 미국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소식,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이번에 존 폴슨이 기부한 돈이 무려 4천 4백억 원이 넘는 거네요?

<답변>
맞습니다.

먼저 존 폴슨이란 사람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대로 헤지펀드계의 제왕으로 불리는 억만장자고,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입니다.

미국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고위험 금융상품을 만들었는데 정작 본인은 망하는 쪽에 투자해 무려 10억 달러를 번 사람입니다.

존 폴슨이 4억 달러를 기부한 곳은 하버드의 단과대인 공학응용과학대학입니다.

폴슨 회장은 하버드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세계적 영향력을 미치면서 인류를 이롭게 했다면서 오늘 기부가 이런 유산을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돈 번 방법에 비하면 기부 명분은 그럴싸합니다.

하버드 대학은 즉각 환영 성명을 내고, 단과대학 이름을 '존 폴슨 공학 응용과학대'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질문>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기부금인데, 미국 유명인사들 반응은 상당히 비판적이군요?

<답변>
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대학에 4억 달러가 웬말이냐.

'참 잘했다'라면서 다음엔 명품 매장인 에르메스에 기부해서 세계 최고의 소매점으로 키우라고 비꼬았습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 존 폴슨이 낸 기부금은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실에서 나온 돈,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피눈물이라며 하버드대의 무분별한 기부금 모집을 꼬집었습니다.

기부자를 대학 이름에 붙이는 건 드문 일은 아니지만, 하버드는 예외였습니다.

2013년까지는 케네디 스쿨 뿐이었거든요.

하버드 의대 전 교수는 "하버드는 이런 식으로 학교 이름을 다 팔 것냐면서 폴슨의 이름으로 바꾼데 분노를 표시했습니다"

<질문>
미국 대학들 간에 기부금 모금이 과열되고 있다, 이건데... 전체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답변>
지난 한 해 하버드가 받은 기부금 총액이 1조 2천억 원이 넘습니다.

스탠포드대도 1조 원 이상을 받았고요.

USC나 노스웨스턴, 존스홉킨스도 5억 달러 이상 모금했습니다.

쌓여 있는 기부금도 많겠죠?

2013년 기준 하버드는 36조 원,

예일과 텍사스주립대는 23조 원,

스탠포드도 21조 원이나 됩니다.

미국 대학들은 이 기부금을 고위험 금융상품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역시 논란입니다.

<질문>
그런데 꼭 이런 기부금을 나쁘게 볼 수만은 없잖아요?

<답변>
네 일각에선 부의 불평등은 엄연한 현실인 것 아니냐, 기부금으로 부를 나누려는 행동은 오히려 칭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돈이 저소득층의 장학금으로 쓰이면 부의 재분배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모든 대학으로 기부금이 골고루 가는 게 아니란 점입니다.

미국에 대학이 한 3천개 되거든요.

이 가운데 20개 대학이 전체 기부금의 30%를 가져갑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은 재정난이 더 심해지고 장학금 규모도 쪼그라들었습니다.

지금 미국 대학생들, 학자금 대출 총액이 얼마인지 아세요?

무려 천4백조 원에 달합니다.

상상이 안 되는 큰 액수입니다.

유명 대학들은 막대한 기부금을 굴리고, 반면에 대다수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의 굴레를 쓴 채 졸업해서 빚 부담을 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게 현재의 미국 모습입니다.

<질문>
그래서인가요.

요즘 미국 대학생들이 독일로 유학을 많이 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네요.

<답변>
네, BBC 방송이 최근에 심층 보도를 했는데요.

최소 4천6백 명의 미국 학생들이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3년 새 20% 증가했습니다.

이유는 역시 돈이겠죠?

미국의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3천만 원에서 많은 곳은 7천만 원이나 합니다.

<녹취> 제이 말론(독일 유학생) : "독일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한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물론 등록금이 없다는 거죠."

독일에서는 2013년, 대학 등록금 제도가 완전 폐지됐습니다.

이런 규정은 외국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회 분담금으로 매 학기 약 15만 원 정도만 내면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독일 정부 입장에선 손해 아닌가요?

왜 이런 정책을 하는 건가요?

<답변>
독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이익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취업한 유학생의 40%만 독일에 남아서 5년 이상 세금을 내면 투자금을 뽑는다는 거죠.

<녹취> 포르베크(독일 학술교류처) ; "독일에 와서 학교를 마치는 학생들을 계속 유치할 수 있다면 저희에게는 정말 유리한 결과입니다. 교육이 끝날 때, 언어문제도 없어지고 독일 문화에도 익숙하니까."

실제 해외 유학생 절반 가량은 계속 독일에 머무르면서 취업도 하고 창업도 합니다.

정답이야 없겠지만 미국 대학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한국 대학들, 그리고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숙고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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