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노숙에 쓸쓸한 죽음까지 ‘필리핀 카지노의 그늘’

입력 2015.06.16 (18:02) 수정 2015.06.1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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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이 대형 카지노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경쟁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죠.

한국인 관광객들도 주요 고객인데요.

도박에 중독돼 동남아 카지노 주변을 떠도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카지노 주위를 돌며 생활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는 이들이 2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 도박 실태 취재한 방콕 특파원과 알아봅니다.

구본국 특파원..

<질문>
동남아시아 카지노에서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이 문제가 되곤 하는데 많은 이들이 도박에 중독되나 봅니다?

<답변>
네 취재진이 찾은 카지노는 올 2월 개장한 필리핀 최대 규모의 카지노였는데요.

많은 내외국인이 카지노 게임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 속에서 한국인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름 전 이곳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 박 모 씨는 3일 만에 천만 원을 잃었습니다.

예정된 귀국일은 지났고 친구들로부터 송금받은 항공편 기간 연장 요금마저 날렸습니다.

<인터뷰> 박 모 씨(카지노 고객) : "리턴비로 한 5~6만 원 보내주는 친구는 둘이 있었어요. 그걸로는 비용이 안 되니까 카지노 가서 여비를 만들기 위해서 2~3일 카지노를 갔었죠."

한 해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들은 백만 명이 넘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관광 코스로 카지노를 찾습니다.

일부 카지노 브로커들은 항공료와 호텔비 등 여행 경비 일체를 지원해 주며 한국인 카지노 고객을 유혹하기도 합니다.

<질문>
전 재산을 탕진하고 카지노 주변을 떠도는 한국인들도 많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여행을 와서 카지노 게임을 즐기는 한국 관광객들 주변에는 또 다른 한국인이 있었는데요.

이른바 뒷전이라고 불리는 한국인입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앞전, 앞전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잔심부름해 주며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뒷전이라고 부릅니다.

뒷전 생활을 하는 한국인이 약 2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뒷전 가운데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까지 있었는데요.

김 모 씨는 후배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강원랜드로 간 게 뒷전 생활의 발단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 씨(카지노 뒷전) : "중국 공안이 쏘는 총알이 귀 옆으로 빵빵 지나가도 죽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것도 인간이 하는 짓이니까. 물론 해 보니까 만만치는 않지만 되는 날이 있을 거다. 심장이 뛰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브로커를 만나 2년 전 필리핀에 왔습니다.

3억 원이 넘는 재산을 날린 뒤 결국, 뒷전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손님의 비위를 맞춰주고 김 씨가 받는 돈은 5천 원에서 만원 정도.

노숙에다 사흘 만에 처음 밥을 먹을 정도로 삶이 망가진 상태지만 돈이 생기면 다시 도박에 나서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질문>
뒷전이 2백여 명이나 된다니 적은 숫자가 아닌데요.

많은 사람이 결국 노숙자 신세가 된다면서요?

<답변>
네 뒷전 생활을 통해 그나마 돈을 구한 날은 2, 3천 원짜리 싸구려 숙소라도 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대부분 노숙 생활입니다.

마닐라 해변에는 크고 작은 카지노 10여 곳이나 있는데요.

해변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현지인 사이로 한국인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노숙하는 한국인은 하루 평균 열 명 정돈데요.

한국인뿐만 싱가포르인과 중국인, 일본과 미국인 등 수많은 외국인이 돈을 잃고 이곳에서 노숙하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건 물론, 생사를 알 수 없는 한국인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숙 한국인 : "춥지 않으니까 일단 생활하는 데는. 여기서 잠만 자는 거지. 식사는 제대로 할 수 없죠. 10~20페소(5백 원)로도 생활할 수 있고. 사는 게 아니죠. 사실은."

지난달엔 노숙 생활을 하다 결핵에 걸린 46살의 한국인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대사관의 도움으로 겨우 장례를 치르기는 했지만 쓸쓸한 모습이었습니다.

<질문>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노숙은 대부분 현지 부랑자들과 함께 하게 되는 데요.

노숙을 하다 보니 현지인들의 강도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반항하다 흉기에 찔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이 없다 보니 카지노 브로커들에게 대포 통장용 명의를 팔거나 전화 금융사기 조직에 가담하기도 합니다.

필리핀은 지난해 카지노 매출이 25억 달러였는데 오는 2025년에는 매출을 100억 달러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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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노숙에 쓸쓸한 죽음까지 ‘필리핀 카지노의 그늘’
    • 입력 2015-06-16 18:49:05
    • 수정2015-06-16 19:14:15
    글로벌24
<앵커 멘트>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이 대형 카지노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경쟁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죠.

한국인 관광객들도 주요 고객인데요.

도박에 중독돼 동남아 카지노 주변을 떠도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카지노 주위를 돌며 생활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는 이들이 2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 도박 실태 취재한 방콕 특파원과 알아봅니다.

구본국 특파원..

<질문>
동남아시아 카지노에서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이 문제가 되곤 하는데 많은 이들이 도박에 중독되나 봅니다?

<답변>
네 취재진이 찾은 카지노는 올 2월 개장한 필리핀 최대 규모의 카지노였는데요.

많은 내외국인이 카지노 게임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 속에서 한국인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보름 전 이곳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 박 모 씨는 3일 만에 천만 원을 잃었습니다.

예정된 귀국일은 지났고 친구들로부터 송금받은 항공편 기간 연장 요금마저 날렸습니다.

<인터뷰> 박 모 씨(카지노 고객) : "리턴비로 한 5~6만 원 보내주는 친구는 둘이 있었어요. 그걸로는 비용이 안 되니까 카지노 가서 여비를 만들기 위해서 2~3일 카지노를 갔었죠."

한 해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들은 백만 명이 넘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관광 코스로 카지노를 찾습니다.

일부 카지노 브로커들은 항공료와 호텔비 등 여행 경비 일체를 지원해 주며 한국인 카지노 고객을 유혹하기도 합니다.

<질문>
전 재산을 탕진하고 카지노 주변을 떠도는 한국인들도 많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여행을 와서 카지노 게임을 즐기는 한국 관광객들 주변에는 또 다른 한국인이 있었는데요.

이른바 뒷전이라고 불리는 한국인입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앞전, 앞전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잔심부름해 주며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뒷전이라고 부릅니다.

뒷전 생활을 하는 한국인이 약 2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뒷전 가운데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까지 있었는데요.

김 모 씨는 후배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강원랜드로 간 게 뒷전 생활의 발단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 씨(카지노 뒷전) : "중국 공안이 쏘는 총알이 귀 옆으로 빵빵 지나가도 죽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것도 인간이 하는 짓이니까. 물론 해 보니까 만만치는 않지만 되는 날이 있을 거다. 심장이 뛰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브로커를 만나 2년 전 필리핀에 왔습니다.

3억 원이 넘는 재산을 날린 뒤 결국, 뒷전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손님의 비위를 맞춰주고 김 씨가 받는 돈은 5천 원에서 만원 정도.

노숙에다 사흘 만에 처음 밥을 먹을 정도로 삶이 망가진 상태지만 돈이 생기면 다시 도박에 나서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질문>
뒷전이 2백여 명이나 된다니 적은 숫자가 아닌데요.

많은 사람이 결국 노숙자 신세가 된다면서요?

<답변>
네 뒷전 생활을 통해 그나마 돈을 구한 날은 2, 3천 원짜리 싸구려 숙소라도 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대부분 노숙 생활입니다.

마닐라 해변에는 크고 작은 카지노 10여 곳이나 있는데요.

해변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현지인 사이로 한국인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노숙하는 한국인은 하루 평균 열 명 정돈데요.

한국인뿐만 싱가포르인과 중국인, 일본과 미국인 등 수많은 외국인이 돈을 잃고 이곳에서 노숙하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건 물론, 생사를 알 수 없는 한국인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노숙 한국인 : "춥지 않으니까 일단 생활하는 데는. 여기서 잠만 자는 거지. 식사는 제대로 할 수 없죠. 10~20페소(5백 원)로도 생활할 수 있고. 사는 게 아니죠. 사실은."

지난달엔 노숙 생활을 하다 결핵에 걸린 46살의 한국인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대사관의 도움으로 겨우 장례를 치르기는 했지만 쓸쓸한 모습이었습니다.

<질문>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노숙은 대부분 현지 부랑자들과 함께 하게 되는 데요.

노숙을 하다 보니 현지인들의 강도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반항하다 흉기에 찔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이 없다 보니 카지노 브로커들에게 대포 통장용 명의를 팔거나 전화 금융사기 조직에 가담하기도 합니다.

필리핀은 지난해 카지노 매출이 25억 달러였는데 오는 2025년에는 매출을 100억 달러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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