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메르스 사태’ 긴장과 공포의 한 달…앞으로 변수는?

입력 2015.06.19 (21:20) 수정 2015.06.19 (22: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박효정(서울 영등포구) : "정부에서 미리 병원을 좀 일찍 공지를 해주셨으면 전국적으로 전파되는 게 많이 없지 않았을까"

<인터뷰> 채혜진(서울 영등포구) : "아무래도 아기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당장 병원 가는 게 두려우니까"

<인터뷰> 박윤정(서울 강서구) : "지하철을 좀 타고 다니는데, 옆에 막 사람들 기침하면 막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하고 좀 그렇더라고요."

<기자 멘트>

신종 감염병 메르스는 우리의 방역체계가 얼마나 엉성한지를 드러냈습니다.

메르스에 안이했던 보건당국은 오판을 거듭했고 컨트롤 타워 없이 허둥대다가 뒤늦게 병원명을 공개해 사회적 불신을 키웠습니다.

의료진들의 사투에도 격리자들의 실종된 시민의식과 한국형 응급실 시스템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던 한 달을 윤지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긴장과 불안, 공포의 한달▼

<리포트>

<녹취> "중동지역에 다녀온 남성이 고열과 호흡곤란,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중동 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국내 첫 메르스 발병이었지만 보건 당국의 판단은 안이했습니다.

<인터뷰> 안명옥(국립중앙의료원장) : "전염력이 이것(메르스)은 대단히 낮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실은 우리 이 상황을 보시는 국민들께서 매우 걱정하실까 봐 제가 말씀을 드리는데"

당국은 첫 환자가 쓴 병실에만 방역의 그물을 쳤지만, 이미 바이러스는 병동 전체로 퍼진 상태였습니다.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정부는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인터뷰>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지난달 29일) :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해서"

보건 당국의 촘촘하지 못한 방역망은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당국의 격리 망 바깥에서 발생했습니다.

감염 사실을 모른 사람들은 전국 곳곳의 병원으로 흩어졌고, 바이러스도 함께 퍼져 나갔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삼성서울병원마저 방역 허점을 드러내며 환자 발생의 최대 진원지가 됐습니다.

<인터뷰> 송재훈(삼성서울병원장/지난 14일) : "메르스 총력 대응을 위하여 부분적으로 병원을 폐쇄하겠습니다."

일부 접촉자들은 자가격리를 격리를 거부하고 집 밖으로 이탈해 활보함으로써 주위에 공포와 불안을 더 확산시키기도 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외래 바이러스가 퍼진지 한 달, 선진국이라 자만하던 한국 보건의료시스템이 속수무책 뚫리면서 메르스 2위 국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습니다.

▼메르스 확산 추이…앞으로 변수는?▼

<기자 멘트>

국내 첫 메르스 환자는 5월 20일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합니다.

중동을 다녀온 68살 남성이었습니다.

20일 동안 같은 병동의 환자와 간병인 등 36명이 줄줄이 감염됐습니다.

최초의 슈퍼 전파자의 1차 유행입니다.

비슷한 시기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던 40대 남자는 메르스에 걸린 줄도 모르고 대전의 대청, 건양대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모두 24명을 감염시켰습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35세 남성은 방역망에서 벗어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가서 82명을 전염시킵니다.

제 3의 슈퍼전파자 때문에 다시 폭발적인 2차 유행이 나타납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온 환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진 사실이 드러나자 메르스 공포는 날로 번져갔습니다.

격리대상에서 빠진 응급실 이송요원이 병실 곳곳을 돌아다닌 사실이 드러나자 삼성병원은 일시적으로 폐쇄됐습니다.

증상 있는 직원은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있고 환자와 방문객 5만여 명은 추적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당국이 1차 진원지 평택성모병원에서 선제적으로 감염을 차단했다면 열흘 전 이미 한국에서 메르스는 종적을 감췄을 것입니다.

메르스의 새로운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고, 앞으로 또 다른 감염병이 생겼을 때 지난 한 달처럼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세정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투명한 정보 전달, 긴밀한 민관협력 필요▼

<리포트>

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정보가 대중과 관계자들에게 제때에, 정확하게, 이해하기 쉽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18일 뒤에야 병원 이름을 공개해 불신을 키웠습니다.

<인터뷰> 권준욱(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지난 2일) : "의료기관 이름을 잘못 전체적으로 공개했을 경우 이용했던 분들 중에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거나 과도하게 불안해할 것을 염두에 두고.."

좁은 응급실 복도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이른바 '빅5' 서울 대형병원엔 전국의 환자가 몰리고, 응급실은 입원 대기실이 됩니다.

많은 환자가 모여있는 병실 구조와 한국 특유의 간병 문화도 바꿔야 합니다

<인터뷰> 황승식(인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 : "의료진과 의료장비, 시설 수준이 높은 것이지, 감염관리와 기본적인 위험비용 부분이나 투자들은 그동안 부족했기 때문에 의료의 수준은 높지만 보건의 수준은 높지 않다."

감염병 차단의 주된 책임은 방역 당국에 있지만 격리자들의 솔선수범이 뒤따라야 합니다.

<인터뷰> 마거릿 챈(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 "지역사회의 협력과 지지가 중요하고, 정부와 보건당국의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초유의 메르스 사태를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정부와 지자체, 병원, 시민들이 한 몸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연관기사]

☞ [인터랙티브] ‘국민안심병원’ 어디? 쉽게 확인하세요

☞ [인터랙티브] 메르스 감염 실태, 한눈에 보기

☞ [인터랙티브] 추적! ‘메르스’ 이렇게 퍼졌다!

☞ [인포그래픽] 지도와 통계로 보는 메르스

☞ [인포그래픽] 그림으로 보는 메르스 발생 현황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메르스 사태’ 긴장과 공포의 한 달…앞으로 변수는?
    • 입력 2015-06-19 21:22:14
    • 수정2015-06-19 22:10:11
    뉴스 9
<인터뷰> 박효정(서울 영등포구) : "정부에서 미리 병원을 좀 일찍 공지를 해주셨으면 전국적으로 전파되는 게 많이 없지 않았을까"

<인터뷰> 채혜진(서울 영등포구) : "아무래도 아기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당장 병원 가는 게 두려우니까"

<인터뷰> 박윤정(서울 강서구) : "지하철을 좀 타고 다니는데, 옆에 막 사람들 기침하면 막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하고 좀 그렇더라고요."

<기자 멘트>

신종 감염병 메르스는 우리의 방역체계가 얼마나 엉성한지를 드러냈습니다.

메르스에 안이했던 보건당국은 오판을 거듭했고 컨트롤 타워 없이 허둥대다가 뒤늦게 병원명을 공개해 사회적 불신을 키웠습니다.

의료진들의 사투에도 격리자들의 실종된 시민의식과 한국형 응급실 시스템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던 한 달을 윤지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긴장과 불안, 공포의 한달▼

<리포트>

<녹취> "중동지역에 다녀온 남성이 고열과 호흡곤란,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중동 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국내 첫 메르스 발병이었지만 보건 당국의 판단은 안이했습니다.

<인터뷰> 안명옥(국립중앙의료원장) : "전염력이 이것(메르스)은 대단히 낮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실은 우리 이 상황을 보시는 국민들께서 매우 걱정하실까 봐 제가 말씀을 드리는데"

당국은 첫 환자가 쓴 병실에만 방역의 그물을 쳤지만, 이미 바이러스는 병동 전체로 퍼진 상태였습니다.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정부는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인터뷰>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지난달 29일) :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해서"

보건 당국의 촘촘하지 못한 방역망은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당국의 격리 망 바깥에서 발생했습니다.

감염 사실을 모른 사람들은 전국 곳곳의 병원으로 흩어졌고, 바이러스도 함께 퍼져 나갔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삼성서울병원마저 방역 허점을 드러내며 환자 발생의 최대 진원지가 됐습니다.

<인터뷰> 송재훈(삼성서울병원장/지난 14일) : "메르스 총력 대응을 위하여 부분적으로 병원을 폐쇄하겠습니다."

일부 접촉자들은 자가격리를 격리를 거부하고 집 밖으로 이탈해 활보함으로써 주위에 공포와 불안을 더 확산시키기도 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외래 바이러스가 퍼진지 한 달, 선진국이라 자만하던 한국 보건의료시스템이 속수무책 뚫리면서 메르스 2위 국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습니다.

▼메르스 확산 추이…앞으로 변수는?▼

<기자 멘트>

국내 첫 메르스 환자는 5월 20일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합니다.

중동을 다녀온 68살 남성이었습니다.

20일 동안 같은 병동의 환자와 간병인 등 36명이 줄줄이 감염됐습니다.

최초의 슈퍼 전파자의 1차 유행입니다.

비슷한 시기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던 40대 남자는 메르스에 걸린 줄도 모르고 대전의 대청, 건양대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모두 24명을 감염시켰습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35세 남성은 방역망에서 벗어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가서 82명을 전염시킵니다.

제 3의 슈퍼전파자 때문에 다시 폭발적인 2차 유행이 나타납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온 환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진 사실이 드러나자 메르스 공포는 날로 번져갔습니다.

격리대상에서 빠진 응급실 이송요원이 병실 곳곳을 돌아다닌 사실이 드러나자 삼성병원은 일시적으로 폐쇄됐습니다.

증상 있는 직원은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있고 환자와 방문객 5만여 명은 추적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당국이 1차 진원지 평택성모병원에서 선제적으로 감염을 차단했다면 열흘 전 이미 한국에서 메르스는 종적을 감췄을 것입니다.

메르스의 새로운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고, 앞으로 또 다른 감염병이 생겼을 때 지난 한 달처럼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세정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투명한 정보 전달, 긴밀한 민관협력 필요▼

<리포트>

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정보가 대중과 관계자들에게 제때에, 정확하게, 이해하기 쉽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18일 뒤에야 병원 이름을 공개해 불신을 키웠습니다.

<인터뷰> 권준욱(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지난 2일) : "의료기관 이름을 잘못 전체적으로 공개했을 경우 이용했던 분들 중에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거나 과도하게 불안해할 것을 염두에 두고.."

좁은 응급실 복도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이른바 '빅5' 서울 대형병원엔 전국의 환자가 몰리고, 응급실은 입원 대기실이 됩니다.

많은 환자가 모여있는 병실 구조와 한국 특유의 간병 문화도 바꿔야 합니다

<인터뷰> 황승식(인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 : "의료진과 의료장비, 시설 수준이 높은 것이지, 감염관리와 기본적인 위험비용 부분이나 투자들은 그동안 부족했기 때문에 의료의 수준은 높지만 보건의 수준은 높지 않다."

감염병 차단의 주된 책임은 방역 당국에 있지만 격리자들의 솔선수범이 뒤따라야 합니다.

<인터뷰> 마거릿 챈(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 "지역사회의 협력과 지지가 중요하고, 정부와 보건당국의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초유의 메르스 사태를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정부와 지자체, 병원, 시민들이 한 몸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연관기사]

☞ [인터랙티브] ‘국민안심병원’ 어디? 쉽게 확인하세요

☞ [인터랙티브] 메르스 감염 실태, 한눈에 보기

☞ [인터랙티브] 추적! ‘메르스’ 이렇게 퍼졌다!

☞ [인포그래픽] 지도와 통계로 보는 메르스

☞ [인포그래픽] 그림으로 보는 메르스 발생 현황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