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없어도 ‘쌍방과실’…피해자 분통

입력 2015.07.01 (12:37) 수정 2015.07.0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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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갑작기 두 개의 차선을 넘어 1차로로 끼어든 차량, 여러분 같으면 피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도 보험사가 8대2로 내게도 책임을 묻는다면, 억울하겠죠?

멀쩡히 도로를 달리는데 다른 차가 무작정 다가와 부딪혔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사고를 낸 차가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일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처럼 사고를 '당한' 차량이라도 최소 10% 이상은 같이 책임을 떠안는 게 관행처럼 돼 있습니다.

"바퀴가 구른 이상 당신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먼저 그 실태를 유호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달리던 승용차 뒤편을, 옆 차로의 트레일러가 갑자기 차로를 바꾸며 들이받습니다.

두 차량의 보험사는 같았는데, 보험사 측은 피해 차량 운전자에게 20%의 과실을 떠안으라고 압박했습니다.

한 달 내내 따졌더니, 이번엔 과실이 없는 걸로 해 주겠지만, 대신 렌트카 비용 등의 보상은 포기하라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 차량 운전자(음성변조) : "도로 위에서는 무과실이 절대 있을 수가 없대요. 제시한대로 하든지 아니면 당신이 피곤해질 거라고..."

앞차의 예상 못할 갈팡질팡 운전에 당한 사고나, 무작정 덤벼든 차량에 부딪힌 사고도, 피해 차량에 각각 10%와 25%의 과실이 부과됐습니다.

보험사 측은 판례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안성준(손해보험협회 구상금분쟁심의팀장) : "예전에도 소송 가서 분명히 8 대 2로, 또는 7 대 3으로 아마 나왔었던 판례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해 차량 쪽 보험사의 보험금 부담을 분담해 주려는 '관행'이라는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녹취> 보험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돌려막기 식으로…이번에는 6대4 했으니까 다음 번에는 반대로 4대6으로 하자, 암암리에 그렇게 하는 부분이 있어요. 보험사 직원들끼리도 잘 알거든요."

사고 책임을 단 10%라도 떠안은 차량은 나중에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할인을 못 받는 피해까지 입게 됩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손해보험협회의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 자체가 보험사 자율 협정을 통해 구성되다 보니 연간 2만 5천 건에 달하는 분쟁 심의 사례 가운데 '100 대 0'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심지어 억울하게 책임을 떠안았다며 80대 20 사고를 심의위에 넘겼더니 75 대 25로 오히려 피해자 측 과실 비율을 더 매긴 황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앞서 유호윤 기자의 보도에서 보셨듯이 한 개 보험사가 100% 져야 할 보험금 지급 부담을 다른 보험사가 나눠지는 일종의 '품앗이' 관행 탓이 큽니다.

구제 절차를 피해 바로 소송으로 가는 방법도 있죠 피해 차량 보험사가 가해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 보험사들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 소송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소송까지 가면, 피해 차량엔 과실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겁니다

때문에 처음부터 사고를 일으킨 쪽에 100% 책임을 묻는 미국 등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과거엔 양측 운전자의 말밖에 없어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이 쉽지 않았지만, 이젠 생생한 블랙박스 영상이 있습니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도저히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입증된다면 당연히 과실 비율도 100대 0이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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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 없어도 ‘쌍방과실’…피해자 분통
    • 입력 2015-07-01 12:40:57
    • 수정2015-07-01 13:01:44
    뉴스 12
<앵커 멘트>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갑작기 두 개의 차선을 넘어 1차로로 끼어든 차량, 여러분 같으면 피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도 보험사가 8대2로 내게도 책임을 묻는다면, 억울하겠죠?

멀쩡히 도로를 달리는데 다른 차가 무작정 다가와 부딪혔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사고를 낸 차가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일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방금 보신 장면처럼 사고를 '당한' 차량이라도 최소 10% 이상은 같이 책임을 떠안는 게 관행처럼 돼 있습니다.

"바퀴가 구른 이상 당신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먼저 그 실태를 유호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달리던 승용차 뒤편을, 옆 차로의 트레일러가 갑자기 차로를 바꾸며 들이받습니다.

두 차량의 보험사는 같았는데, 보험사 측은 피해 차량 운전자에게 20%의 과실을 떠안으라고 압박했습니다.

한 달 내내 따졌더니, 이번엔 과실이 없는 걸로 해 주겠지만, 대신 렌트카 비용 등의 보상은 포기하라고 했습니다.

<녹취> 피해 차량 운전자(음성변조) : "도로 위에서는 무과실이 절대 있을 수가 없대요. 제시한대로 하든지 아니면 당신이 피곤해질 거라고..."

앞차의 예상 못할 갈팡질팡 운전에 당한 사고나, 무작정 덤벼든 차량에 부딪힌 사고도, 피해 차량에 각각 10%와 25%의 과실이 부과됐습니다.

보험사 측은 판례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안성준(손해보험협회 구상금분쟁심의팀장) : "예전에도 소송 가서 분명히 8 대 2로, 또는 7 대 3으로 아마 나왔었던 판례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해 차량 쪽 보험사의 보험금 부담을 분담해 주려는 '관행'이라는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녹취> 보험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돌려막기 식으로…이번에는 6대4 했으니까 다음 번에는 반대로 4대6으로 하자, 암암리에 그렇게 하는 부분이 있어요. 보험사 직원들끼리도 잘 알거든요."

사고 책임을 단 10%라도 떠안은 차량은 나중에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할인을 못 받는 피해까지 입게 됩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손해보험협회의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 자체가 보험사 자율 협정을 통해 구성되다 보니 연간 2만 5천 건에 달하는 분쟁 심의 사례 가운데 '100 대 0'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심지어 억울하게 책임을 떠안았다며 80대 20 사고를 심의위에 넘겼더니 75 대 25로 오히려 피해자 측 과실 비율을 더 매긴 황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앞서 유호윤 기자의 보도에서 보셨듯이 한 개 보험사가 100% 져야 할 보험금 지급 부담을 다른 보험사가 나눠지는 일종의 '품앗이' 관행 탓이 큽니다.

구제 절차를 피해 바로 소송으로 가는 방법도 있죠 피해 차량 보험사가 가해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 보험사들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 소송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소송까지 가면, 피해 차량엔 과실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겁니다

때문에 처음부터 사고를 일으킨 쪽에 100% 책임을 묻는 미국 등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과거엔 양측 운전자의 말밖에 없어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이 쉽지 않았지만, 이젠 생생한 블랙박스 영상이 있습니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도저히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입증된다면 당연히 과실 비율도 100대 0이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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