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 의자매, 희망의 ‘귀농 일기’

입력 2015.07.11 (08:20) 수정 2015.07.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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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탈북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뒤 농촌에서 함께 이웃으로 살며 희망을 키워가는 탈북 의자매가 있습니다.

충남 부여 한 농촌 마을에 사는 수경 씨, 혜옥 씨의 이야긴데요, 탈북 의자매가 함께 써내려가는 희망의 귀농일기, 이현정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먼동이 틀 무렵, 농촌에서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했을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한 출발.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푸르른 들녘이 펼쳐진 부여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여기는 충남 부여군 내지리.

이곳에 사는 탈북민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함께 사선을 넘어 한국으로 그리고 지금은 한 마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기막힌 우연 아닌 필연으로 맺어진 사이.

오늘의 주인공 수경 씨와 혜옥 씨의 이야기 입니다.

혜옥 씨 네 포도밭에 새참을 들고 나타난 수경 씨.

북한식 만두를 준비했습니다.

탈북민 수경 씨와 혜옥 씨는 내지리 생활에 푹 빠졌는데요.

<녹취> 김수경(탈북 영농인) : "시골이라고 하면 막 도리질 하거든. 근데 난 실제로 와보니까 재밌는 거예요."

의자매로 소문난 두 사람.

북한을 탈출한 뒤 태국에서 만나 벌써 10년째 친자매 못지않은 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녹취> 김수경(탈북영농인) : "태국에서부터 만났어요, 태국에서. (형제는 형제간이야?) 다 같은 고향인데 오면서 이렇게 만났지."

도시가 싫어 한국 땅을 밟을 때부터 농촌 생활을 원했던 수경 씨, 도시 생활을 꿈꿨던 혜옥 씨도 결국 수경 씨를 따라 내지리 행을 택했습니다.

<녹취> 김혜옥(탈북 영농인) : "언니 집 (놀러) 왔다가 저 사람이 막 꾀어서 말재주에 넘어가서 이 시골까지 왔네요."

<녹취> 김관태(혜옥 씨 남편) :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밤을 주우러 왔는데 (내가) 자기를 주운거지."

이곳에 온지 3년 된 혜옥 씨, 먼저 정착한 수경 씨와 주민들의 도움으로 완벽하게 적응중입니다.

<녹취> 이선희(내지리 주민) : "여기 며느리(혜옥 씨)가 참 진짜로 명랑하고 활발하고..."

포도송이 봉지 씌우기를 마치자마자 깨밭으로 향하는 수경 씨.

<녹취> 유문옥(농촌진흥청 고객지원담당관실 기술위원) : "아이고, 수경 씨 안녕하십니까."

<녹취> 김수경(탈북영농인) : "말뚝을 박아야 되잖아요. 말뚝을 못 박아서 비오면 엎어지진 않을까 걱정돼서..."

<녹취> 유문옥(농촌진흥청 고객지원담당관실 기술위원) : "바람이 여기에 불게 되면 도복인데(쓰러지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튼튼한 편이에요."

건축 일을 하는 남편 대신 농사일을 도맡아하는 수경 씨는 농촌진흥청의 도움까지 받아 전문가가 돼가는 중입니다.

<녹취> 전경성(농촌진흥청 고객지원담당관실 담당관) : "탈북 귀농하신 분들이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 전문가들이 멘토가 되어서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날 오후, 작업복도 벗지 못한 채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수경 씨.

<녹취> 김수경(탈북 영농인) : "여기로 와라, 여기로 와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자 했거든요. 그때 대답을 안 해 줬어요. 근데 오늘 갑자기 오겠다고 하면서..."

30년 만에 연락이 닿은 북한 땅 고향 언니를 만나러 갑니다.

최근 언니가 탈북 해 한국 땅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 끝에 연락이 된 겁니다.

<녹취> "언니, ㅇㅇ언니! 맞구나!"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던 걸까요?

언니는 그렇게 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던 수경 씨 얼굴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녹취> "야야, 나 기억나? (응.) 너 몇 살이냐? (몰라.) 애옥언니 보다 한 살 아래잖아."

두 사람 모두 누구보다 서로의 아픔을 알기에 이젠 이곳에서 함께 지내며 미래를 꿈꾸려합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쁘게 움직인 가운데 어느덧 해가 서산에 걸렸습니다.

평범한 시골마을의 일상을 살아가는 수경 씨와 혜옥 씨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오늘 수경 씨는 고마운 동네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난 언니를 위해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녹취> "(오, 맛있는 거 많이 하셨네.) 안녕하세요."

<녹취> "맛은 모르겠어요. 장담 못하고, 많이 드세요."

맛깔 나는 음식을 나누며 정을 쌓는 내지리 주민들.

특히나 수경 씨는 고향언니까지 만나 마음이 한껏 들떴습니다.

<녹취> 김수경(탈북 영농인) : "이 언니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오늘 만난 거에요. 솔직히 말하면. (진짜 반갑겠네, 언니.) 진짜 반갑지. (언니도 반갑죠?) 이 언니 그런데 나를 몰라줬어요. 내가 그래서 진짜 서운했어."

들뜬 수경 씨를 보고 있자니, 혜옥 씨는 탈북과정에서 헤어진 동생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녹취> 김혜옥(탈북영농인) : "함경북도 해령시 강안동에서 살았어요. 몰라요, 지금 기억은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 커서 헤어졌으니까 기억은 할 거 같아요, 동생이. 아버지는 김경호고요. 어머니는 안영애. 제발 방송을 보고 찾았으면 좋겠네."

혜옥 씨는 언젠가는 꼭 동생이 한국 땅에 들어와 다시 만날 거라 믿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수경 씨의 남편까지 합세하니, 저녁상은 더 풍요롭습니다.

탈북민이라는 편견도, 농사일의 고됨도, 두 사람이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서로가, 그리고 가족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씩씩한 내지리 의자매는 내일도 행복한 귀농일기를 써 내려 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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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 의자매, 희망의 ‘귀농 일기’
    • 입력 2015-07-11 08:25:18
    • 수정2015-07-11 09: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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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탈북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뒤 농촌에서 함께 이웃으로 살며 희망을 키워가는 탈북 의자매가 있습니다.

충남 부여 한 농촌 마을에 사는 수경 씨, 혜옥 씨의 이야긴데요, 탈북 의자매가 함께 써내려가는 희망의 귀농일기, 이현정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먼동이 틀 무렵, 농촌에서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했을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한 출발.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푸르른 들녘이 펼쳐진 부여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여기는 충남 부여군 내지리.

이곳에 사는 탈북민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함께 사선을 넘어 한국으로 그리고 지금은 한 마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기막힌 우연 아닌 필연으로 맺어진 사이.

오늘의 주인공 수경 씨와 혜옥 씨의 이야기 입니다.

혜옥 씨 네 포도밭에 새참을 들고 나타난 수경 씨.

북한식 만두를 준비했습니다.

탈북민 수경 씨와 혜옥 씨는 내지리 생활에 푹 빠졌는데요.

<녹취> 김수경(탈북 영농인) : "시골이라고 하면 막 도리질 하거든. 근데 난 실제로 와보니까 재밌는 거예요."

의자매로 소문난 두 사람.

북한을 탈출한 뒤 태국에서 만나 벌써 10년째 친자매 못지않은 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녹취> 김수경(탈북영농인) : "태국에서부터 만났어요, 태국에서. (형제는 형제간이야?) 다 같은 고향인데 오면서 이렇게 만났지."

도시가 싫어 한국 땅을 밟을 때부터 농촌 생활을 원했던 수경 씨, 도시 생활을 꿈꿨던 혜옥 씨도 결국 수경 씨를 따라 내지리 행을 택했습니다.

<녹취> 김혜옥(탈북 영농인) : "언니 집 (놀러) 왔다가 저 사람이 막 꾀어서 말재주에 넘어가서 이 시골까지 왔네요."

<녹취> 김관태(혜옥 씨 남편) :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밤을 주우러 왔는데 (내가) 자기를 주운거지."

이곳에 온지 3년 된 혜옥 씨, 먼저 정착한 수경 씨와 주민들의 도움으로 완벽하게 적응중입니다.

<녹취> 이선희(내지리 주민) : "여기 며느리(혜옥 씨)가 참 진짜로 명랑하고 활발하고..."

포도송이 봉지 씌우기를 마치자마자 깨밭으로 향하는 수경 씨.

<녹취> 유문옥(농촌진흥청 고객지원담당관실 기술위원) : "아이고, 수경 씨 안녕하십니까."

<녹취> 김수경(탈북영농인) : "말뚝을 박아야 되잖아요. 말뚝을 못 박아서 비오면 엎어지진 않을까 걱정돼서..."

<녹취> 유문옥(농촌진흥청 고객지원담당관실 기술위원) : "바람이 여기에 불게 되면 도복인데(쓰러지는데) 이 정도면 상당히 튼튼한 편이에요."

건축 일을 하는 남편 대신 농사일을 도맡아하는 수경 씨는 농촌진흥청의 도움까지 받아 전문가가 돼가는 중입니다.

<녹취> 전경성(농촌진흥청 고객지원담당관실 담당관) : "탈북 귀농하신 분들이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 전문가들이 멘토가 되어서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날 오후, 작업복도 벗지 못한 채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수경 씨.

<녹취> 김수경(탈북 영농인) : "여기로 와라, 여기로 와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자 했거든요. 그때 대답을 안 해 줬어요. 근데 오늘 갑자기 오겠다고 하면서..."

30년 만에 연락이 닿은 북한 땅 고향 언니를 만나러 갑니다.

최근 언니가 탈북 해 한국 땅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 끝에 연락이 된 겁니다.

<녹취> "언니, ㅇㅇ언니! 맞구나!"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던 걸까요?

언니는 그렇게 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던 수경 씨 얼굴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녹취> "야야, 나 기억나? (응.) 너 몇 살이냐? (몰라.) 애옥언니 보다 한 살 아래잖아."

두 사람 모두 누구보다 서로의 아픔을 알기에 이젠 이곳에서 함께 지내며 미래를 꿈꾸려합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쁘게 움직인 가운데 어느덧 해가 서산에 걸렸습니다.

평범한 시골마을의 일상을 살아가는 수경 씨와 혜옥 씨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오늘 수경 씨는 고마운 동네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난 언니를 위해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녹취> "(오, 맛있는 거 많이 하셨네.) 안녕하세요."

<녹취> "맛은 모르겠어요. 장담 못하고, 많이 드세요."

맛깔 나는 음식을 나누며 정을 쌓는 내지리 주민들.

특히나 수경 씨는 고향언니까지 만나 마음이 한껏 들떴습니다.

<녹취> 김수경(탈북 영농인) : "이 언니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오늘 만난 거에요. 솔직히 말하면. (진짜 반갑겠네, 언니.) 진짜 반갑지. (언니도 반갑죠?) 이 언니 그런데 나를 몰라줬어요. 내가 그래서 진짜 서운했어."

들뜬 수경 씨를 보고 있자니, 혜옥 씨는 탈북과정에서 헤어진 동생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녹취> 김혜옥(탈북영농인) : "함경북도 해령시 강안동에서 살았어요. 몰라요, 지금 기억은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 커서 헤어졌으니까 기억은 할 거 같아요, 동생이. 아버지는 김경호고요. 어머니는 안영애. 제발 방송을 보고 찾았으면 좋겠네."

혜옥 씨는 언젠가는 꼭 동생이 한국 땅에 들어와 다시 만날 거라 믿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수경 씨의 남편까지 합세하니, 저녁상은 더 풍요롭습니다.

탈북민이라는 편견도, 농사일의 고됨도, 두 사람이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서로가, 그리고 가족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씩씩한 내지리 의자매는 내일도 행복한 귀농일기를 써 내려 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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