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미국 명문대생 자살 급증…왜?

입력 2015.07.30 (18:08) 수정 2015.07.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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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8개 명문 대학, 아이비리그 학생들을 중심으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이들이,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국제부 우정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우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기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러움을 받는 학생들 아닙니까?

<답변>
네, 공부 뿐만 아니라, 운동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의 경우를 보시겠습니다.

밝고 생기 넘쳐보이는 이 여학생.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육상팀 스타로 불린 매디슨 홀러란입니다.

8백미터를 2분 8초에 뛸 정도로 달리기를 잘 했는데요, 문제는 매디슨이 이 육상팀에 들어와 인정을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공부를 잘 해야 하는 것은물론이고, 육상팀에서도 '잘 해야 한다, 계속 칭찬을 받아야 한다' 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고합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지만, 자신의 SNS에는 힘든 현실 대신, 행복한 모습만 올렸는데요.

하지만 결국,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녹취> 짐 홀러란(故 매디슨 홀러란 아버지) : "딸은 늘 해내고 싶어했고, 그동안 해온 대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녹취> 몽고매리(故 매디슨 홀러란 학교 친구) : "대학에서는 운동과 사교, 학업 등에서 균형을 맞춰 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무척 어렵습니다."

<질문>
힘겹다는 거네요!

극단적 선택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서 문제인 거지요?

<답변>
네, 최근 들어서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에서도 느는 추세인데 명문대일수록 더 급격히 늘고있습니다.

미 대학생의 자살률은 지난 10년 간 10만 명 당 6.5~7.5명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명문 MIT는 2배 정도 많은 12.5명 이었고, 하버드도 11.8 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하버드는 칼리지 매거진이라는 매체가 선정한 스트레스가 심한 대학 1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또 펜실베니아 대학은 최근 1년 새 6명이 숨졌고, 코넬대와 뉴욕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대학 내 상담센터들은 하나같이 센터를 방문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다"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질문>
명문대 생활의 엄청난 압박감이 존재한다는 건데 미국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답변>
네, '이긴 사람이 살아남는다'.

끊임없는 경쟁,남에 의지하지 않는 독립심을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관이기도 하지요.

미국사회,그리고 당연히 대학 문화에도 만연한 가치관입니다.

이러다 보니 실패가 허용이 안 되는, 그러다 보니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생긴 겁니다.

<녹취> 여대생 : "항상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심호흡을 할 때, 그 때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구나' 생각합니다."

미국 사회의 '1등이 최고'란 가치관이 대학사회에서, 명문대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이는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학생들이 고스란히 겪고 있는 것이죠.

<질문>
그런데, 사실 명문대를 들어온 학생들은 그 동안 이런 경쟁에서 이겼던 학생들일텐데요?

<답변>
네, 그렇게 경쟁에 이겨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자신이 최고인 줄 알았던 학생들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과 '새로운 경쟁' 을 하게 됩니다.

수재들이 몰려있어도 꼴지는 있겠죠.

이 경쟁에서 진 학생들은 예전엔 경험하지 못한, 경쟁에서 지는 자신을 처음 발견하는 거죠.

<녹취> 여대생 : "대학에서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는 지, 전혀 준비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더 심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 감당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질문>
이런 사회 분위기도 문제지만, 개인적인 문제는 없습니까?

미국 언론에서는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을 지적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런 부모들을 가리켜 '잔디깎기 맘' 이라고 했습니다.

잔디를 깎으면서 모든 장애물을 치워주듯이 과할 정도로, 자녀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주는 부모들을 가리킵니다.

지나친 간섭과 지원, 그리고 기대가 학생들을 짓누르고, 힘들고 지쳐도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질문>
이런 환경만 문제일까요?

학생 자신의 문제는 없습니까?

<답변>
네, 펜실베니아 대학이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점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었습니다.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관찰하고, 공통적으로 발견된 모습을 용어로 정리했는데요.

바로 '팬 페이스' 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너무 힘들지만 겉으로는 행복한 척, 웃으면서 자신의 불행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을 가리킵니다.

또 SNS도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행복한 순간만 SNS에 올리다보니, 이걸 보는 학생들은 '나만 불행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건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녹취> 폴라 데이비스 랙(스트레스 관리 전문가) : "대학 생활 동안 겪게 될 도전들과 변화, 그리고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다독이고 지킬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미국만의 문제라기 보다 이제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는 모든 대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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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미국 명문대생 자살 급증…왜?
    • 입력 2015-07-30 18:12:04
    • 수정2015-07-30 18:40:23
    글로벌24
<앵커 멘트>

미국 8개 명문 대학, 아이비리그 학생들을 중심으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이들이,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국제부 우정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우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기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러움을 받는 학생들 아닙니까?

<답변>
네, 공부 뿐만 아니라, 운동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의 경우를 보시겠습니다.

밝고 생기 넘쳐보이는 이 여학생.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육상팀 스타로 불린 매디슨 홀러란입니다.

8백미터를 2분 8초에 뛸 정도로 달리기를 잘 했는데요, 문제는 매디슨이 이 육상팀에 들어와 인정을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공부를 잘 해야 하는 것은물론이고, 육상팀에서도 '잘 해야 한다, 계속 칭찬을 받아야 한다' 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고합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지만, 자신의 SNS에는 힘든 현실 대신, 행복한 모습만 올렸는데요.

하지만 결국,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녹취> 짐 홀러란(故 매디슨 홀러란 아버지) : "딸은 늘 해내고 싶어했고, 그동안 해온 대로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녹취> 몽고매리(故 매디슨 홀러란 학교 친구) : "대학에서는 운동과 사교, 학업 등에서 균형을 맞춰 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무척 어렵습니다."

<질문>
힘겹다는 거네요!

극단적 선택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서 문제인 거지요?

<답변>
네, 최근 들어서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에서도 느는 추세인데 명문대일수록 더 급격히 늘고있습니다.

미 대학생의 자살률은 지난 10년 간 10만 명 당 6.5~7.5명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명문 MIT는 2배 정도 많은 12.5명 이었고, 하버드도 11.8 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하버드는 칼리지 매거진이라는 매체가 선정한 스트레스가 심한 대학 1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또 펜실베니아 대학은 최근 1년 새 6명이 숨졌고, 코넬대와 뉴욕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대학 내 상담센터들은 하나같이 센터를 방문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다"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질문>
명문대 생활의 엄청난 압박감이 존재한다는 건데 미국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답변>
네, '이긴 사람이 살아남는다'.

끊임없는 경쟁,남에 의지하지 않는 독립심을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관이기도 하지요.

미국사회,그리고 당연히 대학 문화에도 만연한 가치관입니다.

이러다 보니 실패가 허용이 안 되는, 그러다 보니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생긴 겁니다.

<녹취> 여대생 : "항상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심호흡을 할 때, 그 때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구나' 생각합니다."

미국 사회의 '1등이 최고'란 가치관이 대학사회에서, 명문대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이는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학생들이 고스란히 겪고 있는 것이죠.

<질문>
그런데, 사실 명문대를 들어온 학생들은 그 동안 이런 경쟁에서 이겼던 학생들일텐데요?

<답변>
네, 그렇게 경쟁에 이겨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자신이 최고인 줄 알았던 학생들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과 '새로운 경쟁' 을 하게 됩니다.

수재들이 몰려있어도 꼴지는 있겠죠.

이 경쟁에서 진 학생들은 예전엔 경험하지 못한, 경쟁에서 지는 자신을 처음 발견하는 거죠.

<녹취> 여대생 : "대학에서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는 지, 전혀 준비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더 심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 감당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질문>
이런 사회 분위기도 문제지만, 개인적인 문제는 없습니까?

미국 언론에서는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을 지적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런 부모들을 가리켜 '잔디깎기 맘' 이라고 했습니다.

잔디를 깎으면서 모든 장애물을 치워주듯이 과할 정도로, 자녀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주는 부모들을 가리킵니다.

지나친 간섭과 지원, 그리고 기대가 학생들을 짓누르고, 힘들고 지쳐도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질문>
이런 환경만 문제일까요?

학생 자신의 문제는 없습니까?

<답변>
네, 펜실베니아 대학이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점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었습니다.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관찰하고, 공통적으로 발견된 모습을 용어로 정리했는데요.

바로 '팬 페이스' 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너무 힘들지만 겉으로는 행복한 척, 웃으면서 자신의 불행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을 가리킵니다.

또 SNS도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행복한 순간만 SNS에 올리다보니, 이걸 보는 학생들은 '나만 불행하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건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녹취> 폴라 데이비스 랙(스트레스 관리 전문가) : "대학 생활 동안 겪게 될 도전들과 변화, 그리고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다독이고 지킬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미국만의 문제라기 보다 이제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는 모든 대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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