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학교, 흔들리는 공동체

입력 2015.08.02 (23:43) 수정 2015.08.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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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강원도 평창 읍내에 자리 잡은 한 시골 초등학굡니다.

2층에 있는 6학년 교실, 학생은 승현이와 지영이 단 두명.

선생님은 아예 칠판 앞보다 아이들 책상 맡이 더 익숙해 보입니다.

쉬는시간에도 복도며 운동장이 적막합니다.

한 반에 두 명씩, 세 학년.

전교생이 이렇게 6명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이 학교 학생은 백 명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4~5년전부턴 스무 명이 됐다, 열 명이 됐다, 지금은 6명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최승훈(학생) : "졸업하니까 사람들이 더 줄고, 사람이 없으니까 또 사람들이 전학을 가면서 사람이 많이 줄었어요"

학생을 유치해 보려고 교직원들이 읍내에 전단도 돌리고, 집집마다 방문도 해봤지만 역부족.

결국, 내년에 인근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에 통폐합될 예정입니다.

<인터뷰> 이기옥(교장) : "폐교라는 이야기를 하면 지금도 부끄러운, 학교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마음이 교직원들이 갖고 있는 심정입니다"

40년 넘게 학생들과 함께 숨 쉬던 이 학교는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안녕을 고하고 있습니다.

엄기숙 참 작고 아담한 시골의 학굡니다.

하지만 이 시골학교들은 도심의 학교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배울거리, 놀거리가 부족한 학생들에겐 교육의 장이 되고, 어른들에겐 즐거운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누는 지역의 구심점이 됩니다.

그런데 이 시골마을의 작은 학교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농산어촌 마을의 걱정과 위기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라진 학교, 그리고 사라질 학교 그 현장의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춘천 남면의 한 시골 마을.

지혜와 순배, 보배, 유치원생 준배까지, 4남매가 통학버스에 오릅니다.

매일 이 버스를 타고 이웃 남산면으로 유학아닌 유학을 다닙니다.

4남매가 살고 있는 남면에는 학교가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후 3시 50분, 수업이 끝나고, 4남매가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5시 30분.

통학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집에 오기까지 1시간 40분이 걸립니다.

<인터뷰> 송지혜(초등학생) : "수업이 네 시쯤에 끝나는데 저희는 버스를 40분 동안 타니까 너무 지루해요. 가까이 있는 학교는 3~4분 가면 바로 있는데"

천 5백 명의 주민이 살던 남면에는 원래 4곳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면서 지난 1993년부터 하나둘 사라져 지금은 한 곳도 없습니다.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과도하게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1면 1개교'라는 농어촌 교육 환경의 마지노선마저 무너지고 만 겁니다.

<인터뷰> 송병림(4남매 학부모) : "내 마을의 걸 지키지 못하고 다른 마을에서 소속감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을 위탁하는 것 자체가 불만도 되고"

마을에 학교가 한 곳도 없다 보니 인근 지역으로 통학해야 하는 60명의 학생이나 학부모는 이래저래 고충이 큽니다.

학교가 있는 곳을 찾아 마을을 떠나는 주민도 있습니다.

<인터뷰> 유연경(주민) : "(학교 때문에) 나는 여기 있고, 아내는 나가고 아이 데리고, 시내에 방을 얻던가 이렇게 하다 보니까 이중생활이 되고 이중고가 돼버리는 거죠"

학생 수가 적어 학교를 폐교했는데, 마을에 학교가 없어 살던 주민마저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가 모두 없어진 춘천 남면의 경우, 20년 동안 인구가 2/3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유희동(주민) : "동네 꼴이 안되는 거에요. 전부 다 여기가 다 60대 이상이에요. 그런 학교조차 없어지니까,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 수가 없는 거에요 교육을 가르칠 수가 없잖아."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갔다 8년 전, 다시 귀농한 박도영 씨.

자연 속에서의 새로운 삶을 택했지만,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요즘, 고민이 부쩍 커졌습니다.

자녀의 학교 문제 때문입니다.

집 인근의 학교 2곳은 이미 폐교가 됐고, 유치원생인 막내를 보낼 초등학교가 1곳 뿐인데 통학버스는 집 근처까지 다니질 않습니다.

<인터뷰> 박도영 : "시내에서도 먹고살 수 있고 귀농해서도 먹고살 수 있잖아요. 귀농해서 아이들 가르칠 수 없으면 당연히 시내로 나가는 거죠."

농산어촌의 학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화천읍내에서 떨어져 있어 학생수가 30명으로 줄었던 이 초등학교.

맞춤형 급식은 기본입니다.

학생 한명 한명에 맞춘 참여형 수업을 진행합니다.

<녹취> "선생님이 하나씩 나눠주면 부모님께서 읽어보실 수 있도록 부모님께 갖다 드리는 거에요~" "네~"

예비 초등학생인 유치원생은 중요한 고객입니다.

학부모에게, 학교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담은 홍보 소식지를 챙겨 보냅니다.

이 생태 연못은 빠듯한 학교 재정을 대신해 동문선배가 마련해 기증했고, 읍내 학생들의 통학을 돕기 위해 읍내에서 학교까지 바로 오가는 시내버스 특별 노선까지 만들었습니다.

읍내 학생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학생도 45명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광해(교장) : "편안하게 학교에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치들을 했는데 우선 통학이 문제잖아요. 운수업체하고 협의가 돼서"

지난해 학교 통합을 두고 인근 마을 주민과 소송전까지 벌어졌던 경상북도 청송의 현서고등학교.

신입생이 부족해지자, 마을 주민 9명이 입학하기도 했습니다.

34년 동안 마을과 함께했던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막자는 마을 주민들의 고육지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언제까지 학교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학교 통폐합 정책이 시작된 건 지난 1982년.

이후 3천5백여 곳의 학교가 사라졌습니다.

전남이 780여 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경북, 경남, 강원 순으로, 대부분이 농산어촌 지역입니다.

정부는 학교 통폐합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학교 통폐합 실적을 점수로 매겨 지방 교육청에 인센티브를 차등지급하고 통폐합 지원금도 늘려 교육청의 통폐합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5월 발표했습니다.

<인터뷰> 이보형(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장) : "(통폐합 추진을 위한 주민동의 여건 등)공통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하고, 재정 인센티브를 통해서 적극 유도하겠다는 입장이고요"

오는 2020년이 되면 2011년보다 학생 수가 4분의 1가량 줄게 돼, 학교 유지가 어렵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보형(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장) : "수학 선생님이 과학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이렇게 됨으로써 농산어촌 같은 지역은 교육결손이 심한 상태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은 도심은 학생 2백 명, 읍면의 경우 학생 수 60명 이하의 학교입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전국적으로 2천 개가 넘는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해당합니다.

강원도와 전남, 경북의 경우 절반 가까운 초등학교가 없어질 상황입니다.

앞서 춘천시 남면의 예처럼 면 전체에 학교가 한곳도 없는 곳이 속출할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녹취> "강원교육 파탄내는 교육재정 효율화 방안 증각 중단하라!"

강원지역 7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통폐합에 반대하는 강원도민 서명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 사회의 갈등이나, 인구 유출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분석이나 대책도 없이 통폐합이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민병희(강원도 교육감) :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 아토피 같은 질병이 있는 아이들이 꼭 필요로 하는 학교들이 이런 작은 학교들이에요. 소중하게 살려서 육성해 나가야지. 단순히 효율성만 가지고 말살시켜선 안 된다고 봅니다."

도심의 학교들이 수업으로 한창일 오전 시간.

<녹취> "물자라 보여주고 물자라야~ 물자라 알도 있어요!"

이 학교 학생들은 자율학습을 합니다.

직접 잡아온 곤충을 들여다보고, 만져보는 '살아있는 과학 시간'입니다.

<녹취> "토마토 이거밖에 안 익었어?"

학교 교정 안에는 텃밭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나와 직접 심은 감자와 옥수수에 물을 주고, 잘 자라는지 확인합니다.

수확한 뒤 요리해 먹는 일도 이곳의 수업입니다.

2학년과 4학년이 짝을 지어 함께 하는 수업, 핵가족 속에선 찾기 힘든 다양한 관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서영은(4학년) : "수학이랑 국어만 하면 머리가 좀 아픈데 이런 수업을 하면 친구들이랑 친해질 수도 있고, 머리가 안 아파서 좋아요"

이 학교의 현장 학습이 입소문 나면서 도시 학생들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6년 전, 50명까지 줄며 통폐합을 걱정하던 학교는 이제 학생 수가 170명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철준(교장) : "수도권에서 이사 오고 외부에서 이사 와서 우리 학교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에도 보탬이 된다고 봅니다"

지역사회와의 유기적인 협조로 위기를 벗어난 학교도 있습니다.

전국의 면 가운데 11번째로 작은 전남 강진군 옴천면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인근 농가에 하숙하며 학교를 다니는 '산촌 유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숙비의 절반은 지자체에서 지원합니다.

건강한 환경을 찾아 도시에서 전학오는 학생이 늘면서 학생 수가 3년 만에 14명에서 32명이 됐습니다.

<인터뷰> 임금순(교장) : "지자체의 50%의 지원과 학교의 프로그램이 좋은 것, 두 가지 이거든요.만약 이 두가지 중에 하나만 안돼도 우리학교는 되지 않았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농산어촌 학교들이 경제적 효율성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마상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 "(통폐합에 대한)최소한의 (유지)기준은 마련하고, 학생수 감소와 같은 위기에 처한 지역의 경우는, 학생수 기준이 아니라 별도의 지원을 통해서 그 학교가 다시 살아날 수 있게끔"

저출산과 이농 현상 등으로 학생 수가 자연 감소함에 따라, '덜 필요해진 학교'가 농산어촌에 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 한 곳이 사라지면, 마을 공동체 자체가 흔들린다는데 있습니다.

농산어촌에서도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더 나아가서 마을 공동체가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작은 학교를 지키는 일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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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는 학교, 흔들리는 공동체
    • 입력 2015-08-02 23:45:11
    • 수정2015-08-03 00:15:11
    취재파일K
<프롤로그>

강원도 평창 읍내에 자리 잡은 한 시골 초등학굡니다.

2층에 있는 6학년 교실, 학생은 승현이와 지영이 단 두명.

선생님은 아예 칠판 앞보다 아이들 책상 맡이 더 익숙해 보입니다.

쉬는시간에도 복도며 운동장이 적막합니다.

한 반에 두 명씩, 세 학년.

전교생이 이렇게 6명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이 학교 학생은 백 명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4~5년전부턴 스무 명이 됐다, 열 명이 됐다, 지금은 6명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최승훈(학생) : "졸업하니까 사람들이 더 줄고, 사람이 없으니까 또 사람들이 전학을 가면서 사람이 많이 줄었어요"

학생을 유치해 보려고 교직원들이 읍내에 전단도 돌리고, 집집마다 방문도 해봤지만 역부족.

결국, 내년에 인근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에 통폐합될 예정입니다.

<인터뷰> 이기옥(교장) : "폐교라는 이야기를 하면 지금도 부끄러운, 학교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마음이 교직원들이 갖고 있는 심정입니다"

40년 넘게 학생들과 함께 숨 쉬던 이 학교는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안녕을 고하고 있습니다.

엄기숙 참 작고 아담한 시골의 학굡니다.

하지만 이 시골학교들은 도심의 학교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배울거리, 놀거리가 부족한 학생들에겐 교육의 장이 되고, 어른들에겐 즐거운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누는 지역의 구심점이 됩니다.

그런데 이 시골마을의 작은 학교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농산어촌 마을의 걱정과 위기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라진 학교, 그리고 사라질 학교 그 현장의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춘천 남면의 한 시골 마을.

지혜와 순배, 보배, 유치원생 준배까지, 4남매가 통학버스에 오릅니다.

매일 이 버스를 타고 이웃 남산면으로 유학아닌 유학을 다닙니다.

4남매가 살고 있는 남면에는 학교가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후 3시 50분, 수업이 끝나고, 4남매가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5시 30분.

통학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집에 오기까지 1시간 40분이 걸립니다.

<인터뷰> 송지혜(초등학생) : "수업이 네 시쯤에 끝나는데 저희는 버스를 40분 동안 타니까 너무 지루해요. 가까이 있는 학교는 3~4분 가면 바로 있는데"

천 5백 명의 주민이 살던 남면에는 원래 4곳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면서 지난 1993년부터 하나둘 사라져 지금은 한 곳도 없습니다.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과도하게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1면 1개교'라는 농어촌 교육 환경의 마지노선마저 무너지고 만 겁니다.

<인터뷰> 송병림(4남매 학부모) : "내 마을의 걸 지키지 못하고 다른 마을에서 소속감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을 위탁하는 것 자체가 불만도 되고"

마을에 학교가 한 곳도 없다 보니 인근 지역으로 통학해야 하는 60명의 학생이나 학부모는 이래저래 고충이 큽니다.

학교가 있는 곳을 찾아 마을을 떠나는 주민도 있습니다.

<인터뷰> 유연경(주민) : "(학교 때문에) 나는 여기 있고, 아내는 나가고 아이 데리고, 시내에 방을 얻던가 이렇게 하다 보니까 이중생활이 되고 이중고가 돼버리는 거죠"

학생 수가 적어 학교를 폐교했는데, 마을에 학교가 없어 살던 주민마저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가 모두 없어진 춘천 남면의 경우, 20년 동안 인구가 2/3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유희동(주민) : "동네 꼴이 안되는 거에요. 전부 다 여기가 다 60대 이상이에요. 그런 학교조차 없어지니까,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 수가 없는 거에요 교육을 가르칠 수가 없잖아."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갔다 8년 전, 다시 귀농한 박도영 씨.

자연 속에서의 새로운 삶을 택했지만,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요즘, 고민이 부쩍 커졌습니다.

자녀의 학교 문제 때문입니다.

집 인근의 학교 2곳은 이미 폐교가 됐고, 유치원생인 막내를 보낼 초등학교가 1곳 뿐인데 통학버스는 집 근처까지 다니질 않습니다.

<인터뷰> 박도영 : "시내에서도 먹고살 수 있고 귀농해서도 먹고살 수 있잖아요. 귀농해서 아이들 가르칠 수 없으면 당연히 시내로 나가는 거죠."

농산어촌의 학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화천읍내에서 떨어져 있어 학생수가 30명으로 줄었던 이 초등학교.

맞춤형 급식은 기본입니다.

학생 한명 한명에 맞춘 참여형 수업을 진행합니다.

<녹취> "선생님이 하나씩 나눠주면 부모님께서 읽어보실 수 있도록 부모님께 갖다 드리는 거에요~" "네~"

예비 초등학생인 유치원생은 중요한 고객입니다.

학부모에게, 학교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담은 홍보 소식지를 챙겨 보냅니다.

이 생태 연못은 빠듯한 학교 재정을 대신해 동문선배가 마련해 기증했고, 읍내 학생들의 통학을 돕기 위해 읍내에서 학교까지 바로 오가는 시내버스 특별 노선까지 만들었습니다.

읍내 학생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학생도 45명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광해(교장) : "편안하게 학교에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치들을 했는데 우선 통학이 문제잖아요. 운수업체하고 협의가 돼서"

지난해 학교 통합을 두고 인근 마을 주민과 소송전까지 벌어졌던 경상북도 청송의 현서고등학교.

신입생이 부족해지자, 마을 주민 9명이 입학하기도 했습니다.

34년 동안 마을과 함께했던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막자는 마을 주민들의 고육지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언제까지 학교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학교 통폐합 정책이 시작된 건 지난 1982년.

이후 3천5백여 곳의 학교가 사라졌습니다.

전남이 780여 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경북, 경남, 강원 순으로, 대부분이 농산어촌 지역입니다.

정부는 학교 통폐합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학교 통폐합 실적을 점수로 매겨 지방 교육청에 인센티브를 차등지급하고 통폐합 지원금도 늘려 교육청의 통폐합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5월 발표했습니다.

<인터뷰> 이보형(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장) : "(통폐합 추진을 위한 주민동의 여건 등)공통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하고, 재정 인센티브를 통해서 적극 유도하겠다는 입장이고요"

오는 2020년이 되면 2011년보다 학생 수가 4분의 1가량 줄게 돼, 학교 유지가 어렵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보형(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장) : "수학 선생님이 과학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이렇게 됨으로써 농산어촌 같은 지역은 교육결손이 심한 상태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은 도심은 학생 2백 명, 읍면의 경우 학생 수 60명 이하의 학교입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전국적으로 2천 개가 넘는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해당합니다.

강원도와 전남, 경북의 경우 절반 가까운 초등학교가 없어질 상황입니다.

앞서 춘천시 남면의 예처럼 면 전체에 학교가 한곳도 없는 곳이 속출할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녹취> "강원교육 파탄내는 교육재정 효율화 방안 증각 중단하라!"

강원지역 7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통폐합에 반대하는 강원도민 서명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 사회의 갈등이나, 인구 유출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분석이나 대책도 없이 통폐합이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민병희(강원도 교육감) :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 아토피 같은 질병이 있는 아이들이 꼭 필요로 하는 학교들이 이런 작은 학교들이에요. 소중하게 살려서 육성해 나가야지. 단순히 효율성만 가지고 말살시켜선 안 된다고 봅니다."

도심의 학교들이 수업으로 한창일 오전 시간.

<녹취> "물자라 보여주고 물자라야~ 물자라 알도 있어요!"

이 학교 학생들은 자율학습을 합니다.

직접 잡아온 곤충을 들여다보고, 만져보는 '살아있는 과학 시간'입니다.

<녹취> "토마토 이거밖에 안 익었어?"

학교 교정 안에는 텃밭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나와 직접 심은 감자와 옥수수에 물을 주고, 잘 자라는지 확인합니다.

수확한 뒤 요리해 먹는 일도 이곳의 수업입니다.

2학년과 4학년이 짝을 지어 함께 하는 수업, 핵가족 속에선 찾기 힘든 다양한 관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서영은(4학년) : "수학이랑 국어만 하면 머리가 좀 아픈데 이런 수업을 하면 친구들이랑 친해질 수도 있고, 머리가 안 아파서 좋아요"

이 학교의 현장 학습이 입소문 나면서 도시 학생들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6년 전, 50명까지 줄며 통폐합을 걱정하던 학교는 이제 학생 수가 170명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철준(교장) : "수도권에서 이사 오고 외부에서 이사 와서 우리 학교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에도 보탬이 된다고 봅니다"

지역사회와의 유기적인 협조로 위기를 벗어난 학교도 있습니다.

전국의 면 가운데 11번째로 작은 전남 강진군 옴천면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인근 농가에 하숙하며 학교를 다니는 '산촌 유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숙비의 절반은 지자체에서 지원합니다.

건강한 환경을 찾아 도시에서 전학오는 학생이 늘면서 학생 수가 3년 만에 14명에서 32명이 됐습니다.

<인터뷰> 임금순(교장) : "지자체의 50%의 지원과 학교의 프로그램이 좋은 것, 두 가지 이거든요.만약 이 두가지 중에 하나만 안돼도 우리학교는 되지 않았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농산어촌 학교들이 경제적 효율성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마상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 "(통폐합에 대한)최소한의 (유지)기준은 마련하고, 학생수 감소와 같은 위기에 처한 지역의 경우는, 학생수 기준이 아니라 별도의 지원을 통해서 그 학교가 다시 살아날 수 있게끔"

저출산과 이농 현상 등으로 학생 수가 자연 감소함에 따라, '덜 필요해진 학교'가 농산어촌에 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 한 곳이 사라지면, 마을 공동체 자체가 흔들린다는데 있습니다.

농산어촌에서도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더 나아가서 마을 공동체가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작은 학교를 지키는 일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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