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 청소년 특수고용직

입력 2015.08.02 (23:31) 수정 2015.08.0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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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네. 지금가요. 지금가요. 죄송해요."

<녹취> "배달이요"

<녹취> "네. 금방 갖다 드릴께요"

<녹취> "15,000원 이요. 맛있게 드세요."

방학을 맞아서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만큼 위험할 때가 많지만, 사고가 나면 대부분의 경우 모든 책임을 본인이 져야합니다.

업체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일종의 프리랜서 개념인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 특수고용직에 종사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7살 송 모군은 음식점 대신 배달만 해주는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주말 저녁은 제일 바쁜 시간입니다.

송 군의 휴대전화에는 배달해야 할 음식들이 줄줄이 전송됩니다.

<인터뷰> "손님들이 문 빨리빨리 안 열어 주시거나, 주소 잘못 알려주시거나, 만약에 음식이 좀...가게가 바빠서 늦게 나온다. 이러면 다음 배달이 더 늦어지니까, 저는 더 마음이 조급해지요. 계속."

한 건 배달에 2천 원을 받습니다.

두 건에 4천 원, 세 건에 6천 원.

많이 하면, 그만큼 수입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 빨리, 더 많이. 자꾸 욕심이 생깁니다.

<인터뷰> "하루에 (배달 건수가) 3,40개 이렇게 되니까 그게 또 한 달 이어 봐요. (건 당) 500원 차이가 되게 커요. 몇 십만 원 이에요."

주문이 뜸한 밤 10시가 넘어서야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식사는 10분 만에 끝났습니다.

<녹취> "빨리 빨리 먹어요. (밥 먹는 것보다 배달의뢰가 더 중요한 거예요?) 밥 먹는 건 돈을 쓰는 건데, 배달의뢰 잡는건 돈을 받는 거니까."

다시 도로 위 질주가 시작됩니다.

<녹취> "저희는 많이 (배달을) 가면 갈수록 돈을 많이 버니까. 아무래도 신호 같은 건 잘 안 지키죠."

새벽 1시. 하루 일이 끝났습니다.

오늘 배달은 모두 40건. 8만 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오토바이 대여비 1만 원과 기름값, 밥값을 제하면.. 6만3천 원이 남습니다.

낮 12시부터 13시간 동안 오토바이 배달로 번 돈입니다.

평소엔 학생으로, 방학 땐 오토바이 배달원으로 벌써 1년 반 째.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무서워요. 그냥 무서워요. 제 (배달) 친구들 중 단체로 병원에, 7명이 입원한 적도 있었어요."

힘들고 무서워도 송군이 시간에 쫓기면서 한 건이라도 더 배달을 하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송 군이 속한 오토바이 배달대행업체는 '특수고용 사업장'으로 분류됩니다.

특수고용 종사자는 정해진 임금이 아니라 실적에 따른 수당을 받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더 많은 대가가 돌아오는 구조지만 법적인 보호는 취약합니다.

고용주와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자와 프리랜서의 계약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산재 보험, 건강 보험 등의 4대 보험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인터뷰> 배달대행업체 사장 : "사업자 대 사업자에요. 그 사람들(배달원)도 저한테 오더(배달의뢰)를 사 가는 거죠. (배달) 기사들한테 이야기를 해요. 산재보험을 가입하라고."

예를 들어, 치킨집에서 고용한 청소년 배달원과,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청소년 배달원.

하는 일은 똑같지만, 근로 조건은 완전히 틀립니다.

치킨집에서 일하는 청소년 배달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하루 최대 8시간 이상 일할 수 없고, 야간 근무를 하려면 사장이 노동부의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연장근로와 야간, 휴일 근로를 하면 임금의 50%를 더 받을 수 있고,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청소년 배달원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호소할 데가 마땅치 않습니다.

<인터뷰> 추규봉(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볼 수가 없다면 사실 우리 노동관계법이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지금 고용(노동)부로써는 그런 청소년들은 마땅히 보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자발적으로 배달원을 소속 직원으로 채용하는 곳도 생겼지만, 아직 대다수 배달대행업체는 특수고용 형태로 일할 사람을 모집합니다.

유독 10대 청소년을 선호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녹취> 배달대행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10대) 아이들을 쓰면 배달도 빠르고 하니까 아이들을 쓰죠. 또 타는 자체를 즐겨해요. 그러다 사고나면 자기네들이 알아서 책임을 지는 거고."

지난 2월, 오토바이로 피자를 배달하던 배달대행업체 10대 직원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오토바이는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 두 대와 부딪쳤고, 배달원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배달원은 특수고용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재량(사고 조사 경찰관) :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일방과실이라 할지라도 노동 중에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산재 적용이 가능했죠. 이 건 같은 경우는 안타깝게도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아 오토바이 운전자 본인은 어떤 보상도 못 받았습니다."

18살 김범준 군은 2년 전, 배달대행 업체에서 일하다 크게 다친 경험이 있습니다.

<녹취> "(이런데도 다 상처고..이건 뭐예요?) 배달하다가 오토바이 머플러 있잖아요. 거기에 살이 녹았어요. 데여가지고."

아직도 흔적이 선명한데, 따로 치료를 받진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범준 : "회사에 말하면 내일 병원 가봐라, 이 정도가 끝이고. 집에서 연고 바르고 일회용 밴드 붙이고 그게 끝인 것 같아요."

배달과 상관없는 업체의 허드렛일도 그의 몫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범준 : "잡일 같은 거. 그러니까 배달대행이라는 게 거의 7,80%가 오토바이 (대여) 센터에서 한단 말이에요. 거기에서 오토바이 오일을 갈아 준다든지 그런 작업. (그걸 안 한다고 그러면?) 안 한다 그럴 수 없죠. 사장님인데 일단."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 특수고용에 나이가 어리다는 입장이 더해져 근로 상황이 열악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윤지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사실, 실질은 노동자인데 사용자가 사용자로써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하여, 또는 근로자로써 보호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겉으로만 개인사업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 태반이거든요. 결국 그 청소년이 문제가 생겼을 떄 이의제기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고."

이 청소년 특수고용이 배달대행업체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최근 들어 콜센터를 비롯한 다른 업종에서도 청소년을 특수고용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늦은 밤, 하루 일을 끝낸 박건진 군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박 군은 16살 때 집에서 독립했습니다.

들고 나온 돈은 단 7만 원. 당장 먹고 살 게 급했습니다.

여러 아르바트를 전전하다 17살에 콜센터에서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휴대폰 단말기를 파는 일인데, 많이 팔수록 받는 돈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노동 강도는 셌습니다.

<인터뷰> 박건진 : "달성해야 될 개통 건수 같은 게 있어요. 한 달에. 큰 칠판에 별(실적)을 그려가면서 이렇게 처리를 했는데, 그런 것들에 가장, 부담을 좀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일한 시간보다 수당이 적은 것 같아 확인하러 갔다가 회사측으로부터 자신이 '특수고용직'이어서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박건진 : "회사에서 너는 이런 것(근로기준법)들을 적용을 못 받는다. 넌 근로자가 아니다. 연차휴가도 그렇고 최저임금도 그렇고. 그런 것들을 노동자가 아니게 되면 다 안 줘도 되는 것들이 되어 버리니까 그랬던 게 아닌가."

특수고용 종사자는 전국에 약 110만 명,

그러나 몇 명의 청소년이 어떤 직종에서, 어떻게 특수고용직으로 일하고 있는지 조사된 자료는 없습니다.

노동계에서도 대략 수 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할 뿐입니다.

<인터뷰> 이로사(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 "처음 먹는 (점심) 식사가 (오후) 5시, 6시 사이더라구요. 처음에 그게 억울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게 습관화 되어 있는 거예요. 이친구들은 나중에 자기가 무슨 사업을 하거나 일을 할 때, 또 누군가에게 그럴수도 있는 거라고 당연히 또 적용하지 않을까? 자기의 노동이나 인권을 그렇게 스스로 평가 절하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가슴이 아팠습니다."

콜센터에서 특수고용직으로 일했던 박건진 씨는 올해 20살이 됐습니다.

사람이 변한 건 아닌데, 단지 10대에서 20대가 됐다는 이유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회사 직원들은 그를 '어린애' 가 아니라 '동료'로 바라봅니다.

힘든 10대를 지나온 건진씨는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10대, 그들의 노동권을 지켜주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건진 : "사실 학교에서는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노동은 신성한거다. 가치있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한다는 게 굉장히 보람되고 소중한 거다 라고 얘기하는데, 제가 지금껏 해왔던 어떤 노동, 노동의 기억, 일자리들은 항상 제 존엄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기억들이었던 것 같아요."

돈이 필요해서 좀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위험을 떠안고 일하는 청소년들.

또 그런 점을 이용해서 청소년을 특수고용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들.

청소년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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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퍼] 치킨 배달하는 김 군은 ‘근로자’가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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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의 사각지대’ 청소년 특수고용직
    • 입력 2015-08-02 23:42:49
    • 수정2015-08-03 08:24:38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네. 지금가요. 지금가요. 죄송해요."

<녹취> "배달이요"

<녹취> "네. 금방 갖다 드릴께요"

<녹취> "15,000원 이요. 맛있게 드세요."

방학을 맞아서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만큼 위험할 때가 많지만, 사고가 나면 대부분의 경우 모든 책임을 본인이 져야합니다.

업체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일종의 프리랜서 개념인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 특수고용직에 종사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7살 송 모군은 음식점 대신 배달만 해주는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주말 저녁은 제일 바쁜 시간입니다.

송 군의 휴대전화에는 배달해야 할 음식들이 줄줄이 전송됩니다.

<인터뷰> "손님들이 문 빨리빨리 안 열어 주시거나, 주소 잘못 알려주시거나, 만약에 음식이 좀...가게가 바빠서 늦게 나온다. 이러면 다음 배달이 더 늦어지니까, 저는 더 마음이 조급해지요. 계속."

한 건 배달에 2천 원을 받습니다.

두 건에 4천 원, 세 건에 6천 원.

많이 하면, 그만큼 수입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 빨리, 더 많이. 자꾸 욕심이 생깁니다.

<인터뷰> "하루에 (배달 건수가) 3,40개 이렇게 되니까 그게 또 한 달 이어 봐요. (건 당) 500원 차이가 되게 커요. 몇 십만 원 이에요."

주문이 뜸한 밤 10시가 넘어서야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식사는 10분 만에 끝났습니다.

<녹취> "빨리 빨리 먹어요. (밥 먹는 것보다 배달의뢰가 더 중요한 거예요?) 밥 먹는 건 돈을 쓰는 건데, 배달의뢰 잡는건 돈을 받는 거니까."

다시 도로 위 질주가 시작됩니다.

<녹취> "저희는 많이 (배달을) 가면 갈수록 돈을 많이 버니까. 아무래도 신호 같은 건 잘 안 지키죠."

새벽 1시. 하루 일이 끝났습니다.

오늘 배달은 모두 40건. 8만 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오토바이 대여비 1만 원과 기름값, 밥값을 제하면.. 6만3천 원이 남습니다.

낮 12시부터 13시간 동안 오토바이 배달로 번 돈입니다.

평소엔 학생으로, 방학 땐 오토바이 배달원으로 벌써 1년 반 째.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무서워요. 그냥 무서워요. 제 (배달) 친구들 중 단체로 병원에, 7명이 입원한 적도 있었어요."

힘들고 무서워도 송군이 시간에 쫓기면서 한 건이라도 더 배달을 하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송 군이 속한 오토바이 배달대행업체는 '특수고용 사업장'으로 분류됩니다.

특수고용 종사자는 정해진 임금이 아니라 실적에 따른 수당을 받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더 많은 대가가 돌아오는 구조지만 법적인 보호는 취약합니다.

고용주와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자와 프리랜서의 계약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산재 보험, 건강 보험 등의 4대 보험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인터뷰> 배달대행업체 사장 : "사업자 대 사업자에요. 그 사람들(배달원)도 저한테 오더(배달의뢰)를 사 가는 거죠. (배달) 기사들한테 이야기를 해요. 산재보험을 가입하라고."

예를 들어, 치킨집에서 고용한 청소년 배달원과,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청소년 배달원.

하는 일은 똑같지만, 근로 조건은 완전히 틀립니다.

치킨집에서 일하는 청소년 배달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하루 최대 8시간 이상 일할 수 없고, 야간 근무를 하려면 사장이 노동부의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연장근로와 야간, 휴일 근로를 하면 임금의 50%를 더 받을 수 있고,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청소년 배달원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호소할 데가 마땅치 않습니다.

<인터뷰> 추규봉(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볼 수가 없다면 사실 우리 노동관계법이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지금 고용(노동)부로써는 그런 청소년들은 마땅히 보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자발적으로 배달원을 소속 직원으로 채용하는 곳도 생겼지만, 아직 대다수 배달대행업체는 특수고용 형태로 일할 사람을 모집합니다.

유독 10대 청소년을 선호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녹취> 배달대행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10대) 아이들을 쓰면 배달도 빠르고 하니까 아이들을 쓰죠. 또 타는 자체를 즐겨해요. 그러다 사고나면 자기네들이 알아서 책임을 지는 거고."

지난 2월, 오토바이로 피자를 배달하던 배달대행업체 10대 직원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오토바이는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 두 대와 부딪쳤고, 배달원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배달원은 특수고용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재량(사고 조사 경찰관) :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일방과실이라 할지라도 노동 중에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산재 적용이 가능했죠. 이 건 같은 경우는 안타깝게도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아 오토바이 운전자 본인은 어떤 보상도 못 받았습니다."

18살 김범준 군은 2년 전, 배달대행 업체에서 일하다 크게 다친 경험이 있습니다.

<녹취> "(이런데도 다 상처고..이건 뭐예요?) 배달하다가 오토바이 머플러 있잖아요. 거기에 살이 녹았어요. 데여가지고."

아직도 흔적이 선명한데, 따로 치료를 받진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범준 : "회사에 말하면 내일 병원 가봐라, 이 정도가 끝이고. 집에서 연고 바르고 일회용 밴드 붙이고 그게 끝인 것 같아요."

배달과 상관없는 업체의 허드렛일도 그의 몫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범준 : "잡일 같은 거. 그러니까 배달대행이라는 게 거의 7,80%가 오토바이 (대여) 센터에서 한단 말이에요. 거기에서 오토바이 오일을 갈아 준다든지 그런 작업. (그걸 안 한다고 그러면?) 안 한다 그럴 수 없죠. 사장님인데 일단."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 특수고용에 나이가 어리다는 입장이 더해져 근로 상황이 열악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윤지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사실, 실질은 노동자인데 사용자가 사용자로써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하여, 또는 근로자로써 보호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겉으로만 개인사업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 태반이거든요. 결국 그 청소년이 문제가 생겼을 떄 이의제기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고."

이 청소년 특수고용이 배달대행업체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최근 들어 콜센터를 비롯한 다른 업종에서도 청소년을 특수고용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늦은 밤, 하루 일을 끝낸 박건진 군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박 군은 16살 때 집에서 독립했습니다.

들고 나온 돈은 단 7만 원. 당장 먹고 살 게 급했습니다.

여러 아르바트를 전전하다 17살에 콜센터에서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휴대폰 단말기를 파는 일인데, 많이 팔수록 받는 돈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노동 강도는 셌습니다.

<인터뷰> 박건진 : "달성해야 될 개통 건수 같은 게 있어요. 한 달에. 큰 칠판에 별(실적)을 그려가면서 이렇게 처리를 했는데, 그런 것들에 가장, 부담을 좀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일한 시간보다 수당이 적은 것 같아 확인하러 갔다가 회사측으로부터 자신이 '특수고용직'이어서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박건진 : "회사에서 너는 이런 것(근로기준법)들을 적용을 못 받는다. 넌 근로자가 아니다. 연차휴가도 그렇고 최저임금도 그렇고. 그런 것들을 노동자가 아니게 되면 다 안 줘도 되는 것들이 되어 버리니까 그랬던 게 아닌가."

특수고용 종사자는 전국에 약 110만 명,

그러나 몇 명의 청소년이 어떤 직종에서, 어떻게 특수고용직으로 일하고 있는지 조사된 자료는 없습니다.

노동계에서도 대략 수 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할 뿐입니다.

<인터뷰> 이로사(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 "처음 먹는 (점심) 식사가 (오후) 5시, 6시 사이더라구요. 처음에 그게 억울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게 습관화 되어 있는 거예요. 이친구들은 나중에 자기가 무슨 사업을 하거나 일을 할 때, 또 누군가에게 그럴수도 있는 거라고 당연히 또 적용하지 않을까? 자기의 노동이나 인권을 그렇게 스스로 평가 절하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가슴이 아팠습니다."

콜센터에서 특수고용직으로 일했던 박건진 씨는 올해 20살이 됐습니다.

사람이 변한 건 아닌데, 단지 10대에서 20대가 됐다는 이유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회사 직원들은 그를 '어린애' 가 아니라 '동료'로 바라봅니다.

힘든 10대를 지나온 건진씨는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10대, 그들의 노동권을 지켜주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건진 : "사실 학교에서는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노동은 신성한거다. 가치있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한다는 게 굉장히 보람되고 소중한 거다 라고 얘기하는데, 제가 지금껏 해왔던 어떤 노동, 노동의 기억, 일자리들은 항상 제 존엄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기억들이었던 것 같아요."

돈이 필요해서 좀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위험을 떠안고 일하는 청소년들.

또 그런 점을 이용해서 청소년을 특수고용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들.

청소년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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