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상처 덧내는 증오의 악순환

입력 2015.08.04 (18:09) 수정 2015.08.0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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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성과 흑인, 무슬림과 성적소수자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생명까지 앗아가는 이런 뿌리 깊은 증오 범죄는 과연 누가, 또 왜 저지르는 걸까요.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알아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하얀 가운에 복면을 쓴 사람들.

악명 높은 미국 백인우월주의 집단 KKK군요.

미국 사회에 이런 '증오단체'가 여전히 다수 활동하고 있죠?

<답변>
네, KKK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지난 1920년대 악명을 떨쳤습니다.

그런데 아직 해체되지 않았을 뿐더러 일부지역에선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레빈(증오범죄 전문가) : "증오범죄 단체들은 인종이나 종교 갈등을 활용합니다. 또 미국인들이 정부나 언론에 갖고 있는 불신을 이용하기도 하죠."

KKK는 흑인뿐만 아니라 유대인과 이민자, 또 동성애자를 향해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왔습니다.

전면에 '증오'를 내세운 대표적인 집단입니다.

현재는 8천 명 정도로 세가 줄었지만, 지난해 현직 경찰이 KKK의 비밀조직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증오단체는 지난해 기준으로 780개 정도 됩니다.

530여 개 수준이던 지난 1998년에 비해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하에서 활동하는 비밀 조직이 늘었습니다.

KKK 뿐이 아니죠. 네오나치와 스킨헤드처럼 백인 국가주의나 인종주의를 표방하는 단체 말고도 점점 더 세분화되고 증오하는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증오범죄는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면, 진의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질문>
최근 이스라엘에서도 동성애를 증오한 남성의 흉기 난동이 있었잖아요?

피격당한 10대 소녀는 끝내 목숨을 잃었죠?

<답변>
네, 지난달 30일입니다.

예루살렘에서 동성애 행진이 있었는데, 한 남성이 난입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당시 6명이 다쳤는데, 16살 소녀 한 명이 결국 숨졌습니다.

이 사건 용의자는 초정통파 유대교 신도인 '이샤이 슐리셀'이었는데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5년 행진 때도 참가자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12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3주 전에 출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6월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9명의 사상자를 냈던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도 기억하실 겁니다.

남부연합기를 두른 딜란루프는 백인우월주의자로 드러났죠.

이후에도 흑인교회에서만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일어나 '증오범죄' 가능성이 대두됐습니다.

미국 뉴욕에서도 아시아 여성들을 상대로 한 '묻지마 폭행'이 연이어 일어나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질문>
이렇게 보니까 '증오범죄'의 대상은 주로 흑인과 여성, 성적소수자들이에요?

<답변>
맞습니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죠.

지난 2013년 FBI 통계를 한 번 볼까요?

7천 2백 30건의 증오범죄 가운데 - 48%는 인종, - 20%는 피해자의 성적 지향, - 17%는 종교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증오범죄가 노리는 대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1995년에는 인종범죄 비중이 60%로 압도적이었는데, 2012년엔 40% 후반으로 줄어든 반면 같은 시기 동성애자 등을 노린 범죄는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특히 9·11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가 매년 백 건 이상 발생해서 테러 이전보다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질문>
증오범죄는 이렇게 약자를 상대로 하고 있지만, 가해자 본인 역시 차별받거나 소외된 경우가 많죠?

<답변>
네 증오범죄가 갖는 일종의 '모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해자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생활고가 증오범죄를 부추긴다는 분석입니다.

증오범죄 건수를 분석해 보면, 단체의 숫자와 비례하는게 아니라 경기변동에 따라 움직이는데요.

경기 불황 때는 기승을 부리고 경기가 좋을 때는 잠잠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결국 빈곤과 실업이 증오범죄의 주요 원인이라는 겁니다.

반면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앨런 크루거 교수는 조금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경기침체보다도 당국의 처벌이나 제재가 느슨해지거나 고의로 법규를 위반하는 시민 불복종 분위기가 자극될 때 증오범죄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질문>
더 이상 이 '증오범죄'가 특정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죠?

<답변>
맞습니다.

종교나 인종, 또 성적 취향을 증오해서 범죄가 일어나기 때문에 한 국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올초,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파리 연쇄 테러가 일어난 직후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인종 차별과 반유대인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또 인터넷상에서 증오를 부추기는 발언도 감시하는 부서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인종차별 범죄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립니다.

미국 법원은 지난 2월 상대가 오로지 흑인이란 이유로 때리고 살해한 백인 증오범죄자들에게 최고, 징역 50년 형을 선고했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증오범죄자들은 특별법으로 기소하고, 선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각국에서는 '헤이트 스피치', 그러니까 특정 국가나 인종, 성별에 대해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부터 막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모든 증오범죄가 바로 이 '증오 선동' 발언에서 시작된다는 연구 결과 때문입니다.

<기자 멘트>

마침 오늘부터 일본 국회에서는 혐한 시위 같은 '헤이트스피치'를 막기 위한 법안 심의가 시작됐는데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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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상처 덧내는 증오의 악순환
    • 입력 2015-08-04 18:41:58
    • 수정2015-08-04 19:08:34
    글로벌24
<앵커 멘트>

여성과 흑인, 무슬림과 성적소수자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생명까지 앗아가는 이런 뿌리 깊은 증오 범죄는 과연 누가, 또 왜 저지르는 걸까요.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알아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하얀 가운에 복면을 쓴 사람들.

악명 높은 미국 백인우월주의 집단 KKK군요.

미국 사회에 이런 '증오단체'가 여전히 다수 활동하고 있죠?

<답변>
네, KKK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지난 1920년대 악명을 떨쳤습니다.

그런데 아직 해체되지 않았을 뿐더러 일부지역에선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레빈(증오범죄 전문가) : "증오범죄 단체들은 인종이나 종교 갈등을 활용합니다. 또 미국인들이 정부나 언론에 갖고 있는 불신을 이용하기도 하죠."

KKK는 흑인뿐만 아니라 유대인과 이민자, 또 동성애자를 향해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왔습니다.

전면에 '증오'를 내세운 대표적인 집단입니다.

현재는 8천 명 정도로 세가 줄었지만, 지난해 현직 경찰이 KKK의 비밀조직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증오단체는 지난해 기준으로 780개 정도 됩니다.

530여 개 수준이던 지난 1998년에 비해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하에서 활동하는 비밀 조직이 늘었습니다.

KKK 뿐이 아니죠. 네오나치와 스킨헤드처럼 백인 국가주의나 인종주의를 표방하는 단체 말고도 점점 더 세분화되고 증오하는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증오범죄는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면, 진의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질문>
최근 이스라엘에서도 동성애를 증오한 남성의 흉기 난동이 있었잖아요?

피격당한 10대 소녀는 끝내 목숨을 잃었죠?

<답변>
네, 지난달 30일입니다.

예루살렘에서 동성애 행진이 있었는데, 한 남성이 난입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당시 6명이 다쳤는데, 16살 소녀 한 명이 결국 숨졌습니다.

이 사건 용의자는 초정통파 유대교 신도인 '이샤이 슐리셀'이었는데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5년 행진 때도 참가자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12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3주 전에 출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6월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9명의 사상자를 냈던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도 기억하실 겁니다.

남부연합기를 두른 딜란루프는 백인우월주의자로 드러났죠.

이후에도 흑인교회에서만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일어나 '증오범죄' 가능성이 대두됐습니다.

미국 뉴욕에서도 아시아 여성들을 상대로 한 '묻지마 폭행'이 연이어 일어나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질문>
이렇게 보니까 '증오범죄'의 대상은 주로 흑인과 여성, 성적소수자들이에요?

<답변>
맞습니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죠.

지난 2013년 FBI 통계를 한 번 볼까요?

7천 2백 30건의 증오범죄 가운데 - 48%는 인종, - 20%는 피해자의 성적 지향, - 17%는 종교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증오범죄가 노리는 대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1995년에는 인종범죄 비중이 60%로 압도적이었는데, 2012년엔 40% 후반으로 줄어든 반면 같은 시기 동성애자 등을 노린 범죄는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특히 9·11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가 매년 백 건 이상 발생해서 테러 이전보다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질문>
증오범죄는 이렇게 약자를 상대로 하고 있지만, 가해자 본인 역시 차별받거나 소외된 경우가 많죠?

<답변>
네 증오범죄가 갖는 일종의 '모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해자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생활고가 증오범죄를 부추긴다는 분석입니다.

증오범죄 건수를 분석해 보면, 단체의 숫자와 비례하는게 아니라 경기변동에 따라 움직이는데요.

경기 불황 때는 기승을 부리고 경기가 좋을 때는 잠잠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결국 빈곤과 실업이 증오범죄의 주요 원인이라는 겁니다.

반면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앨런 크루거 교수는 조금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경기침체보다도 당국의 처벌이나 제재가 느슨해지거나 고의로 법규를 위반하는 시민 불복종 분위기가 자극될 때 증오범죄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질문>
더 이상 이 '증오범죄'가 특정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죠?

<답변>
맞습니다.

종교나 인종, 또 성적 취향을 증오해서 범죄가 일어나기 때문에 한 국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올초,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파리 연쇄 테러가 일어난 직후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인종 차별과 반유대인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또 인터넷상에서 증오를 부추기는 발언도 감시하는 부서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인종차별 범죄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립니다.

미국 법원은 지난 2월 상대가 오로지 흑인이란 이유로 때리고 살해한 백인 증오범죄자들에게 최고, 징역 50년 형을 선고했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증오범죄자들은 특별법으로 기소하고, 선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각국에서는 '헤이트 스피치', 그러니까 특정 국가나 인종, 성별에 대해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부터 막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모든 증오범죄가 바로 이 '증오 선동' 발언에서 시작된다는 연구 결과 때문입니다.

<기자 멘트>

마침 오늘부터 일본 국회에서는 혐한 시위 같은 '헤이트스피치'를 막기 위한 법안 심의가 시작됐는데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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